강원대와 한림대 등 도내 주요 대학들이 내홍과 혼란에 휩싸였다.
정부의 대학구조개혁 정책 추진으로 지역대학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 시점에서 터져나온 대학 본부와 구성원간 갈등은 학교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지역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일부 대학은 대학간 통합 문제로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내홍과 혼란에 빠지 도내 대학들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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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홍석범 |
한림대·상지대 교수 총장 퇴진 운동 확산 본부·재단 미수용
하위평가에 불만 중, 한중대 인수 정보미공개 갈등
강원대-강릉원주대 국립대 통합 추진 주도권 다툼 불가피
구성원 갈등 심화 경쟁력 저하 우려
■ 총장 퇴진까지 번진 운영 갈등
한림대 교수들이 노건일 총장 퇴진운동에 나선 것은 지난 2012년 대학경쟁력 강화 방안을 놓고 갈등을 빚은데 이어 두번째다.
대학본부의 전공강의 축소 추진과 강화된 교원 업적 평가 등을 둘러싼 한림대 교수평의회와 대학본부의 갈등이 결국 임기 9개월을 앞둔 노 총장 퇴진운동으로 확산됐다.
교수들은 최근 ‘노건일 총장 체제 종말을 고함’이라는 제하의 성명서를 발표하며 지난 3년간 노 총장의 불통과 독선 행정을 지적했다.
이들은 “직권 남용, 직무 유기, 업무 방해 등을 일삼은 총장은 즉각 퇴진하라”며 “지난 임기는 독단과 불통, 막말 뿐이며 시대착오적 리더십으로는 한림대를 회생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맞서 대학본부 소속 보직교수들은 최근 모임을 갖고 “전공강의 축소, 교원업적 관련 등은 방법론상의 문제이고 대학구조개혁의 위기 속에 대학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추진된 것”이라며 “총장 퇴진 요구는 지나치다”고 반박했다.
상지대는 김문기 전 이사장의 복귀를 기점으로 총장 퇴진 운동이 재점화 됐다.
김문기 총장은 지난 1993년 교비 횡령 등의 혐의로 수감되며 이사장직에서 물러났으나 21년 만인 지난해 8월 총장으로 복귀했다.
이에 상지대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는 총장 사퇴를 주장하며 본부와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그러나 상지대 재단은 총장 퇴진 운동을 주도한 교수를 파면하고 운동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무기 정학 조치를 내리는 등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3월 실시한 종합감사에서 △전횡(총장 비서실 직원 임의 채용) △회계질서 문란(교육용 재산 부당 무상제공) 등을 적발해 재단에 김 총장의 해임을 요구했지만 재단은 이를 거부하고 김 총장에게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내려 구성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최근 교육부의 재심의 요구에도 불구,재단은 정직 2개월 징계의 수정안을 의결했다”며 “김 총장 퇴진, 본부 보직 사퇴, 이사회 해체 등 대학 민주화가 실현되는 그날까지 투쟁해나가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상지대 재단 관계자는 “타 대학들의 유사 사례를 분석한 결과 해임 사유가 되지 못한다는 판단에 따라 결정한 것”이라며 “교육부에 이같은 내용의 소명자료를 보냈다”고 맞섰다.
■ 대학평가 결과 갈등 표출
지역거점 국립대인 강원대가 최근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1단계 평가에서 받아든 초라한 성적표는 대학본부와 구성원간 갈등을 표면화시키는 촉매제가 됐다.
특히 대학구조개혁이 학과 통폐합 등 민감한 구조조정 문제와 맞물려 있는 만큼 갈등의 확대재생산이라는 휘발성의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강원대가 이번 평가에서 전국 지역거점 국립대 중 유일하게 예비 하위권에 포함되면서 교수들은 충격에 휩싸였고, 하위등급 판정에 대해 침묵하는 대학본부의 대처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교수협의회를 비롯해 사회과학대와 경영대, 공대 교수들은 최근 잇따라 성명을 내고 “대학본부는 위기 상황이 벌어진 경위와 사정을 구성원들에게 해명하고 이해와 협조를 구하라”고 촉구했다.
또 “현 사태에 대해 총장이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를 밝히라”고 요구하며 “교수들은 처참한 평가 성적보다 대학본부의 폐쇄적인 밀실 행정에 더욱 분노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본부는 교육부에 1단계 평가에 대한 이의 신청을 하고 신승호 총장은 “사활을 걸고 총력을 다해 2단계 평가를 준비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이달말 이의 신청 결과가 나오고 2단계 평가를 받은 하위 30개 대학 중 4개교 정도만 등급 상향 조정이 이뤄지는 가운데 향후 결과에 따라 본부의 책임론 등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경영부실 대학으로 선정,존립 위기에 직면한 한중대는 중국 자본의 인수를 추진 중인 가운데 이를 놓고 갈등이 수면 아래에서 빚어지고 있다.
중국 후베이성 무창이공학원이 한중대 인수를 추진 중으로 성사가 되면 중국 교육자본이 국내 4년제 대학을 운영하는 특수한 구조가 된다.
한중대는 지난 2009년과 2010년, 지난해 경영부실대학으로 선정돼 현재 재정지원제한 등의 정부 제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일부 구성원들은 “아직 가시적인 진전이 없는 상태다. 해외 자본력에 대한 건전성과 학교 정상화를 위한 실질적인 해법인지 철저한 검증이 납득할 수준에서 공개돼야 한다. 그래야 향후 인수 과정에서 있을 갈등을 사전에 진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 총장선거 이슈된 ‘1도(道) 1국립대’ 통합 추진
강릉원주대 교수 66.7%가 강원대와의 통합 대학 추진에 찬성하면서 영동·영서 대표 국립대의 ‘통합 빅뱅’ 현실화가 주목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를 대비해 추진 중인 정부의 대학구조개혁 정책에 따라 도내 대학의 통합론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통합 의제의 주도권은 강릉원주대가 선점한 셈이다.
강릉원주대 교수회는 지난해 8월부터 9개월 간 통합 대학 연구 용역을 실시한 뒤 이를 토대로 지난 4월 통합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1도(道) 1국립대’ 의제는 두 대학의 차기 총장 선거 주요 이슈가 될 전망이다. 강릉원주대는 오는 11월, 강원대는 내년 5월에 선거가 실시된다.
특히 강릉원주대 교수들은 통합 대학 추진 찬성 1순위로 ‘대학 경쟁력 강화’를 꼽은 가운데 통합 대학 추진은 교수 그룹의 경쟁력과도 직결돼 통합 논의가 공식화되면 두 대학간 주도권 다툼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지은 pje@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