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표대로 움직이기에는 무리였다.
저녁을 먹고 나오니 저녁 여덟 시가 훌쩍 지났다.
도스프리미엄 아울렛을 들러 쇼핑을 하기로 했던 일정은 생략되었다.
일본의 쇼핑센터는 모두 여덟 시면 문을 닫기 때문이다.
<레이크 사이드 호텔 3층 복도>
어떤 경우든지 먼저 고생을 하면 모든 것이 감사한 법이다.
배에서 보낸 하룻밤을 생각하면 호텔에서 잔다는 사실만으로도 들떴다.
그런데다 이 호텔은 온천이 딸려 있었다.
전날 잠을 설친 데다 하루 종일 빡빡한 일정에 시달린 끝이었다.
피로에 지친 상태라 온천욕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대도 되었다.
<내가 잔 307호의 내부>
나는 임성화 선생과 같은 방을 배정받았다.
낯선 사람과의 합숙이 어색하긴 했지만 지난 밤 늦게까지 술과 담소로 꽤 가까워진 뒤였다.
덕분에 편안한 마음으로 온천욕도 함께 할 수 있었다.
<식당 입구-'히사야마(久山)온천'이라는 팻말이 선명하다>
히사야마 온천은 물보다 시설이 좋았다.
물은 우리나라의 온천에서 느끼는 것처럼 부드러운 느낌이 없었다.
오히려 우물물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광물질이 많이 함유된 물 같았다.
다만 다양한 향을 채운 욕조들은 신기했다.
야외온천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색다른 체험이었다.
주변은 나무로 꾸며놓아서 아담의 갈빗대에서 만들어낸 이브들처럼 벗은 몸이 자유로웠다.
여행은 경험으로 배우는 여가라는 생각이 든 것은 온천에서였다.
히사야마 온천에 비치된 대야는 크기가 아담했다.
냉면그릇보다 약간 큰 정도의 멜라민수지 제품이었다.
따지고 보면 대야는 굳이 클 필요가 없다. 그릇이 크면 물만 낭비할 뿐이다.
물을 아끼자는 구호보다 이런 지혜가 효과적이리라.
<호텔의 아침식사>
아침 식사는 간단했다.
세 종류의 빵과 야채, 과일이 전부였다. 콩류 음식이 많았고 해조류를 갈아만든 스프도 있었다.
아침이니 소화시키기에 알맞은 음식들로만 준비한 것 같았다.
뭔지도 모른 채 익숙한 것들로만 골라 먹었다.
식사를 거의 끝냈을 때 김해자 선생이 뭔가를 들고 왔다.
"이게 어제 가이드가 말하던 거래요. 일본에서는 유명한..."
떠먹는 청국장, 낫토(納豆なっとう)였다.
뜨기만 하면 실이 찌익, 생기는 음식. 한 술 떠 넣으니 미끈거리면서 쿰쿰한 맛이 묘했다.
약간 비위는 상했지만 못 먹을 음식을 내놓지는 않았으리라.
장수식품이라고 하니 한 번쯤은 즐기리라.
일부러 맛있다며 "혼도우니 오이시이데스네!( ほんとうに おいしいですね)" 를 외쳤다.
역한 냄새는 없었지만 미끈거리는 맛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기 위함이었다.
이런 내 행동은 다른 회원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아무려나 맛있는 척 먹었으니 조금이나마 오래 살려나?
<호텔 로비에서 팔고 있는 물건들>
호텔 로비에서는 갖가지 제품들을 팔고 있었다.
셋째날 아침 식사를 끝내고 잠깐 둘러보았다.
숙박객들의 관심을 끌기는 했지만 구매의욕은 생기지 않았다.
일본의 물가가 우리나라보다 비싼 것을 감안해도 이곳에서 파는 물건들은 가격이 엄청나게 비쌌다.
<레이크사이드 호텔 모습>
호텔의 모습은 새 날의 일정이 시작되는 아침에 찍었다.
전날은 워낙 밤늦게 도착했기 때문에 찍을 수가 없었다.
아침에 돌아본 호텔 주변은 매우 아름다웠다.
꽤 큰 연못도 싱겁지 않았다. 주변의 우거진 나무들로 연못은 전날 밤 야외온천의 분위기였다.
아침에 좀 더 일찍 일어나서 산책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