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표희선 코다 언니의 글 아래 단 댓글을 옮겨 답니다.) 저도 무척 죄송한 말씀이긴 하나, 농부모를 둔 청인으로서 댓글답니다. 일단 저와 몇몇 코다들은 이날 '농인'들만을 청중으로 한다는 이야기를 전달받지 못했습니다. 코다 토크콘서트이니 당연히 청인인 코다가 더 많을 줄 알았고 그렇게 청중이 많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현장에 가보니 본 행사 이전에 했던 행사가 있어 거기 참석하신 농인분들이 그대로 자리에 앉아계시더라구요. 그래서 농인들이 대부분인 청중이라는 것을 미리 전달받지 못했기 때문에 제가 더 표현을 잘 할 수 있는 언어인 음성언어로 말한 것입니다. 수화는 저에게 모어입니다.
저는 수화를 좋아하고 사랑합니다. 그런데 제가 겪은 이야기를 수화로 표현하는 것보다 음성언어로 말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음성언어를 택한 것입니다. 만약 농인들이 대부분인 자리라고 미리 전달받았더라면 당연히 수화로 토크콘서트 자리에 섰겠지요. 그리고 저는 코다라고 해서 꼭 수화를 써야하나? 수화를 쓰지 않으면 성의가 없는건가? 그 논리에 허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코다에게는 수화와 음성언어가 있습니다. 그 두 가지의 언어를 늘 넘나들고 있지요. 당연히 박창후님이 '왜 농인커뮤니티에서 수화를 쓰지 않고 음성언어를 쓰냐. 수화를 써라'라고 하는 논리는 이해합니다.
농인이 그간 겪어왔던 차별과 배제에 의한 것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는 청인들도 있었습니다. 만약 청인이 1-2명이라고 해서 말을 쓰지 말고 이제 수화로만 진행하자, 라고 하는 게 말이 될까요? 저는 농인이 그동안 청인에게 차별을 받았더라도 농인이 청인을 대할 때 더 큰 관용과 포용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농인과 청인이 함께 어우러져 살 수 있을 테니까요. 단순히 '말'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성의가 없다, 라고 말하는 것은 별로 좋은 시각이 아니라고 봅니다. 장기적으로도요.
이길보라님. 올려주신 댓글은 잘 읽어보았습니다. 무척 고맙습니다. 코다 토크콘서트는 청인이 더 많은지 농인이 더 많은지 주관단체가 한국농아인협회라면 당연히 농인이 더 많을 수도 있다는 추측은 왜 하지 않으셨는지 다소 의아한 부분입니다. 주관단체인 한국농아인협회가 농인이 더 많을 수도 있으니 수화 좀 써줬으면 좋겠다는 이런 협조요청은 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래도 주관단체의 미숙한 운영이라고 보는 여지가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음성언어로 말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표현은 수화로 표현하자니 다소 부자연스럽고 한계가 있다는 그런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있다가 아니라, 같다고 했습니다. 그 점에 대해 너그러이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농인부모를 수십년이상 가까이서 함께 해오는 코다가 마이크를 들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게 저한테 굉장히 기이하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코다라면 수화 자체가 자연스러운 호흡이 가능할 정도로 구사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 이건 아닌가 봅니다. 코다들의 편의주의(?)는 결과적으로 농인들을 두고 아무렇지 않게 말을 하는 사람들을 가능케 하는 사회 분위기가 광범위하게 조성되어있는 것입니다. 농교육 현장에서 아무렇지 않게 마이크를 들고 말하는 교장을 비롯한 교사들과 농인을 두고 수화통역사끼리 아무렇지 않게 말을 주고 받습니다.
재작년인가 스웨덴 농인 방송팀을 가까이서 구경할 기회가 생겼는데, 한명이 청인이었습니다. 그 청인은 끝까지 침묵하는 등 농인들의 시각에 철저히 맞춰줬습니다. 충주성심학교 관계자가 말을 해도 그 청인은 끝까지 입을 벙긋하지 않았습니다. 그게 진정한 '배려이자 예의'라고 봤습니다. 또한 농인들을 두고 청인들끼리 말로 얘기를 나누다가 아차 싶어 바로 내게 정중히 사과한 다음에 수화를 주고 받은 걸 봤습니다. 그런 걸 좀 더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코다도 수화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게 좋지 않겠나 하는 아쉬운 마음으로 말씀을 드린겁니다. 혹여 서운하셨다면 내 미숙한 표현이려니 하고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 당연히 농인들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라면 당연히 수화를 씁니다. 저도 그렇고요. 어렸을 때부터 그랬기 때문에 그건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런 상황이라는 걸 미리 인지했더라면 기꺼이 그리 했을 것입니다. 주관단체가 한국농아인협회라고해서 농인이 더 많이 참석할 것이다, 라는 추측은 당연하지는 않습니다. 코다 토크콘서트였고 만약 코다들이 더 많이 올 것이다, 혹은 외부인도 많이 참석할 것이다, 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까요? 저는 당연히 반반 정도의 비율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사실 수화보다 음성언어를 더 잘합니다. 중학교 졸업 이후로 농부모와 떨어져 살았고 그 이후로 농인을 거의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같은 이야기를 말로 전달하는 것과 수화로 전달하는 것을 비교해보자면 말이 더 능숙합니다. 제가 수화를 잘 못한다는 말이지요. '코다라면 수화 자체가 자연스러운 호흡이 가능할 정도로 구사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건 아닌가 봅니다'가 맞는 말입니다. 저의 경우는 그렇거든요. 자연스러운 호흡은 가능하지만 그 정도의 구사 실력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 자리의 청중들이 청인과 농인이 반반 섞인 비율로 있었더라면 어땠을까요? 저는 이번 코다 콘서트가 농인의 행사로만 남아야한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농인 커뮤니티 안에 코다가 이런 일들을 겪고 있다는 것을 환기시키는 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러나 저는 농인과 청인 사이의 경계에서 살아온 사람으로서 늘 청인들에게는 농인의 이야기를 설명하고, 농인에게는 청인의 이야기를 설명해왔습니다. 저는 청인에게도 이 이야기가 잘 전달되어 이중문화를 겪고 있는 코다들의 이야기를 새롭게 발견하고 주시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박창후님의 댓글을 보고 서운했던 건 아니고요. 저도 농인커뮤니티에 있을 때면 저도 수화를 잘 못하지만 수화를 씁니다. 지금 박창후님은 농인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왜 말을 쓰냐, 성의가 없다, 라고 말씀하시는데요. 저는 그 자리에 충분히 수화통역사가 있었고 한글자막통역도 있었기 때문에 코다들이 무척 매우 떨리지만 그 '말'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사회에서 코다들이 그동안 이렇게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었을까요? 매우 떨렸습니다. 왈칵 울어버릴까봐 걱정도 많았고요. 그런 자리에서 코다들이 더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판을 벌이는 일을 해야하는 것이지 이렇게 배척하는 태도로 나오시는 것이 과연 장기적으로 긍정
이길보라님. 잘 알겠습니다. 더이상 반박할 이유도 없는 것 같습니다. 이길보라님이 쓰신 댓글들에는 어느 정도 경청할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 댓글들도 이길보라님께서 어느 정도 경청할 부분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이번 댓글들은 정말 고마웠습니다. 코다와 농인의 솔직한 대화는 참 근사하다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첫댓글 마이크 NO! 마이크 NO!
(아래 표희선 코다 언니의 글 아래 단 댓글을 옮겨 답니다.)
저도 무척 죄송한 말씀이긴 하나, 농부모를 둔 청인으로서 댓글답니다. 일단 저와 몇몇 코다들은 이날 '농인'들만을 청중으로 한다는 이야기를 전달받지 못했습니다. 코다 토크콘서트이니 당연히 청인인 코다가 더 많을 줄 알았고 그렇게 청중이 많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현장에 가보니 본 행사 이전에 했던 행사가 있어 거기 참석하신 농인분들이 그대로 자리에 앉아계시더라구요. 그래서 농인들이 대부분인 청중이라는 것을 미리 전달받지 못했기 때문에 제가 더 표현을 잘 할 수 있는 언어인 음성언어로 말한 것입니다. 수화는 저에게 모어입니다.
저는 수화를 좋아하고 사랑합니다. 그런데 제가 겪은 이야기를 수화로 표현하는 것보다 음성언어로 말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음성언어를 택한 것입니다. 만약 농인들이 대부분인 자리라고 미리 전달받았더라면 당연히 수화로 토크콘서트 자리에 섰겠지요.
그리고 저는 코다라고 해서 꼭 수화를 써야하나? 수화를 쓰지 않으면 성의가 없는건가? 그 논리에 허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코다에게는 수화와 음성언어가 있습니다. 그 두 가지의 언어를 늘 넘나들고 있지요. 당연히 박창후님이 '왜 농인커뮤니티에서 수화를 쓰지 않고 음성언어를 쓰냐. 수화를 써라'라고 하는 논리는 이해합니다.
농인이 그간 겪어왔던 차별과 배제에 의한 것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는 청인들도 있었습니다. 만약 청인이 1-2명이라고 해서 말을 쓰지 말고 이제 수화로만 진행하자, 라고 하는 게 말이 될까요? 저는 농인이 그동안 청인에게 차별을 받았더라도 농인이 청인을 대할 때 더 큰 관용과 포용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농인과 청인이 함께 어우러져 살 수 있을 테니까요. 단순히 '말'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성의가 없다, 라고 말하는 것은 별로 좋은 시각이 아니라고 봅니다. 장기적으로도요.
만약에
수화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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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NO 말통역 NO(?)
토크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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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말하다)때문에 NO 표현하면 안될것 같은데...
이길보라님.
올려주신 댓글은 잘 읽어보았습니다. 무척 고맙습니다.
코다 토크콘서트는 청인이 더 많은지 농인이 더 많은지 주관단체가 한국농아인협회라면 당연히 농인이 더 많을 수도 있다는 추측은 왜 하지 않으셨는지 다소 의아한 부분입니다. 주관단체인 한국농아인협회가 농인이 더 많을 수도 있으니 수화 좀 써줬으면 좋겠다는 이런 협조요청은 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래도 주관단체의 미숙한 운영이라고 보는 여지가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음성언어로 말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표현은 수화로 표현하자니 다소 부자연스럽고 한계가 있다는 그런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있다가 아니라, 같다고 했습니다. 그 점에 대해 너그러이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농인부모를 수십년이상 가까이서 함께 해오는 코다가 마이크를 들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게 저한테 굉장히 기이하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코다라면 수화 자체가 자연스러운 호흡이 가능할 정도로 구사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 이건 아닌가 봅니다. 코다들의 편의주의(?)는 결과적으로 농인들을 두고 아무렇지 않게 말을 하는 사람들을 가능케 하는 사회 분위기가 광범위하게 조성되어있는 것입니다. 농교육 현장에서 아무렇지 않게 마이크를 들고 말하는 교장을 비롯한 교사들과 농인을 두고 수화통역사끼리 아무렇지 않게 말을 주고 받습니다.
재작년인가 스웨덴 농인 방송팀을 가까이서 구경할 기회가 생겼는데, 한명이 청인이었습니다. 그 청인은 끝까지 침묵하는 등 농인들의 시각에 철저히 맞춰줬습니다. 충주성심학교 관계자가 말을 해도 그 청인은 끝까지 입을 벙긋하지 않았습니다. 그게 진정한 '배려이자 예의'라고 봤습니다. 또한 농인들을 두고 청인들끼리 말로 얘기를 나누다가 아차 싶어 바로 내게 정중히 사과한 다음에 수화를 주고 받은 걸 봤습니다. 그런 걸 좀 더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코다도 수화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게 좋지 않겠나 하는 아쉬운 마음으로 말씀을 드린겁니다. 혹여 서운하셨다면 내 미숙한 표현이려니 하고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 당연히 농인들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라면 당연히 수화를 씁니다. 저도 그렇고요. 어렸을 때부터 그랬기 때문에 그건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런 상황이라는 걸 미리 인지했더라면 기꺼이 그리 했을 것입니다. 주관단체가 한국농아인협회라고해서 농인이 더 많이 참석할 것이다, 라는 추측은 당연하지는 않습니다. 코다 토크콘서트였고 만약 코다들이 더 많이 올 것이다, 혹은 외부인도 많이 참석할 것이다, 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까요? 저는 당연히 반반 정도의 비율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사실 수화보다 음성언어를 더 잘합니다. 중학교 졸업 이후로 농부모와 떨어져 살았고 그 이후로 농인을 거의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같은 이야기를 말로 전달하는 것과 수화로 전달하는 것을 비교해보자면 말이 더 능숙합니다. 제가 수화를 잘 못한다는 말이지요. '코다라면 수화 자체가 자연스러운 호흡이 가능할 정도로 구사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건 아닌가 봅니다'가 맞는 말입니다. 저의 경우는 그렇거든요. 자연스러운 호흡은 가능하지만 그 정도의 구사 실력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 자리의 청중들이 청인과 농인이 반반 섞인 비율로 있었더라면 어땠을까요? 저는 이번 코다 콘서트가 농인의 행사로만 남아야한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농인 커뮤니티 안에 코다가 이런 일들을 겪고 있다는 것을 환기시키는 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러나 저는 농인과 청인 사이의 경계에서 살아온 사람으로서 늘 청인들에게는 농인의 이야기를 설명하고, 농인에게는 청인의 이야기를 설명해왔습니다. 저는 청인에게도 이 이야기가 잘 전달되어 이중문화를 겪고 있는 코다들의 이야기를 새롭게 발견하고 주시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박창후님의 댓글을 보고 서운했던 건 아니고요. 저도 농인커뮤니티에 있을 때면 저도 수화를 잘 못하지만 수화를 씁니다. 지금 박창후님은 농인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왜 말을 쓰냐, 성의가 없다, 라고 말씀하시는데요. 저는 그 자리에 충분히 수화통역사가 있었고 한글자막통역도 있었기 때문에 코다들이 무척 매우 떨리지만 그 '말'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사회에서 코다들이 그동안 이렇게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었을까요? 매우 떨렸습니다. 왈칵 울어버릴까봐 걱정도 많았고요. 그런 자리에서 코다들이 더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판을 벌이는 일을 해야하는 것이지 이렇게 배척하는 태도로 나오시는 것이 과연 장기적으로 긍정
적인 태도일까 싶습니다. 이 농아방송 카페 내에서 코다들의 의견은 많이 없는 것 같아 그중 한명의 목소리를 여기 적습니다. 다소 흥분한 감이 있지만 그렇습니다.
이길보라님.
잘 알겠습니다. 더이상 반박할 이유도 없는 것 같습니다.
이길보라님이 쓰신 댓글들에는 어느 정도 경청할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 댓글들도 이길보라님께서 어느 정도 경청할 부분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이번 댓글들은 정말 고마웠습니다. 코다와 농인의 솔직한 대화는 참 근사하다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역시 이야기꾼이 있으면 재미있는 소재로 많아집니다ㅎㅎ
흥해라~!
다른 언어, 다른 문화일 뿐 장애가 초점이 아닙니다. 한국사회의 편협한 시각을 잘 견뎌내고, 이렇게 감동의 무대 보여주셔서 고맙습니다.
이길보라님의 영화 덕분에 코다들의 이야기가 더 알려진 계기가 되었고 열정락서를 통해 후배 코다들에게 멋진 선배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셔서 뜻깊은 강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