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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상 비무장지대 | 한강하구 | 서해 5도 수역 |
관련 법령 | *정전협정 *정전협정 후속합의서 : 비무장지대 일부구역 개방에 대한 유엔군과 조선인민군 간 합의서(경의선, 동해선 철도연결) | *정전협정 *정전협정 후속합의서 : 한강하구에서의 민용선박 항행에 관한 규칙 및 관계사항 *민간 항행 규칙과 관습 | *정전협정 *국제해양법 *남북의 해양 관련법령 |
법적 성격 | *비무장 완충지대 *군사분계선 기준 남북 분할 단독 영유 | *비무장 공동이용 지대 *남북 공동 영유 |
*정전협정상 규율 없음 *남북 영해, 배타적 경제수역 *중립적 자유항행(무해통항권) |
관할권 | *군사정전위원회 및 유엔사 | *군사정전위원회 및 유엔사 *남북 당국 | *적대행위가 아닌 이상 유엔사는 관할권 없음. *남북 당국 및 국제 사회 |
민간 이용 | *민간 출입 원칙적 금지 *군사정전위원회 및 유엔사의 특정한 허가 필요 | *민간 선박 운항 원칙적 허용 *군사정전위원회 및 유엔사에 등록 필요 | *국제해양법에 따른 해수 이용 보장 *남북 법령에 따른 어로활동 보장 |
III. 한강하구의 법적 성격
한강하구는 기본적으로 남북의 주권이 공동으로 미치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남북 공동 영유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남북의 경계를 형성하므로 경계하천 혹은 공유하천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한강하구는 정전협정에 규정된 비무장지대이며, 남북의 민간 선박 운행에 개방된 중립지대라고 할 수 있다.
중립지역
한강하구는 보통 중립지역(neutralized zone)으로 지칭된다. 한강하구를 남과 북 주민이 구별 없이 공히 이용할 수 있고 또 유엔사와 공산 측에 의하여 모두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립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강 하구 중립지역은 다른 중립지역과 다른 특성들이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먼저 한강하구는 모든 국가들에 개방된 보편적인 중립지역은 아니다. 즉 수에즈 운하나 파나마 운하와 같은 중립 수역은 아닌 것이다. 한강하구는 남과 북에만 개방되어 있을 뿐, 외국의 선박에게는 개방되어 있지 않다. 즉 한강하구는 남과 북 사이에서의 상대적 중립지역이며, 제3국에 대하여는 배타적인 지역인 것이다.
또한 한강하구는 무귀속 영토도 아니며, 제3의 지대도 아니다. 한강하구는 남과 북이 영토 분쟁을 하는 무귀속 영토가 아니다. 또한 한강하구는 남과 북을 대신하는 다른 정치적 실체가 영유하는 제3의 지역도 아니다. 한강하구는 남과 북의 주권이 공동으로 미치는 공동영유 지역이다. 한강하구의 군사적 통제를 담당하는 유엔사의 관할권은 제한적이다. 유엔사는 오직 정전협정 상의 군사적 문제만 다루며 그에 따라 선박 등록과 운항 규제 그리고 한강하구의 민사행정과 구제사업만 관할할 따름이다. 유엔사는 한강 하구에 대한 일반적 통치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한강하구의 중립성이란 국제인도법 제네바협약(제IV협약)의 민간인 보호를 위한 중립지대(협약 제15조)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즉 군사적 완충지대가 아니라 주민들의 사회경제적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한강하구가 중립지역이라고 하여 한강하구를 남북의 통치권에서 벗어난 별도의 자립적인 영역으로 오해하거나, 한강하구에 대한 유엔사의 권한을 포괄적인 통치권으로 오해하여서는 안될 것이다.
2. 남북의 공동영유와 유엔사의 부분 영유
이미 본 바와 같이 한강하구는 남과 북의 경계이며, 공동영유(condominium) 지역이다. 한강하구에는 별도의 군사분계선을 설정하지 않았다. 공동영유로서 경계문제를 대신한 것이다. 한강하구에서 남과 북의 개별적 경계는 각각의 강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한강하구 관련 후속합의서에는 ‘만조시의 수륙접촉선’으로 규정하고 있다(합의서 제2조). 따라서 흔히 공유하천 경계획정에서 논의되는 중간선 혹은 탈베그(Thalweg) 원칙은 적용될 여지가 없다(제성호, 한국 정전협정 상 한강하구의 법적 지위, 중앙법학 제11집 1호, 2009, 527-528쪽).
한강하구에 군사분계선을 두지 않고, 공동 영유로 한 것은 경계 분쟁의 위험을 해소하기 위한 장치로서의 의미도 있지만, 그것보다 한강 유역의 단일하고도 공통의 자연적 사회적 실체를 인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제인도법의 정신이 반영된 것이다. 한강하구는 한강은 물론 임진강, 예성강 그리고 서해 앞 바다까지 연결되어 한반도 조운의 중심지역이며, 이를 분할하거나 제약하는 것은 한반도 주민의 사회적 경제적 권리에 대한 심각한 제약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한강하구에는 정전협정에 따른 유엔사의 관할권이 인정된다. 즉 남북의 공동영유(condominium)에 더하여 유엔사의 부분적인 공동관할권(coimperium)이 추가되어 있다(condominium과 coimperium의 구분에 대하여는 Joel H. Samuels, “Condominium Arrangements in International Practice : Reviving An Abandoned Concept of Boundary Dispute, Michigan Journal of International Law, 2008 여름, 766쪽). 그러나 유엔사의 관할권은 정전협정상 오직 군사적 성질의 것에 국한되어 있어, 그를 초과하여 남북의 주권을 침해할 수 없다. 남북의 정부 당국이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유엔사의 관할권은 국제법의 강행규정인 민족자결(self-determination)의 원리를 침해할 수 없다. 유엔사의 주둔을 점령이라고 하여도 유엔사는 국제인도법에 따라 민간인 보호를 위한 의무를 부담하며, 군사적 통제는 필요성과 비례성에 의한 제한을 받는다.
유엔사의 관할은 적국에 대한 전시 점령(belligerent occupation)이 아니고 또 피점령국의 통치권이 상실된 상태의 점령(post-debellatio occupation)도 아니다. 이는 단지 휴전 후의 점령(post-armistice occupation)이며, 본질적으로 남과 북의 동의가 있는 평화적 점령(pacific occupation)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점령의 종류에 대하여는 Yutake Arai-Takahashi, The Law of Occupation, Leiden/Boston, Martinus Nijhoff Publishers, 2009, 26-41쪽). 즉 유엔사의 관할권은 다른 전시 점령에 비하여 군사적 통제권이 협소할 수밖에 없다.
3. 비무장 지대
한강하구도 비무장지대이다. 한강하구는 민용선박에 대하여는 개방되어 있으나, 군용선박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폐쇄되어 있다. 민용선박의 경우도 군사물자와 군사인원을 실은 선박은 군사정전위원회의 특정한 허가 없이는 진입할 수 없다(한강하구 합의서 제7조). 그러나 한강하구의 비무장지대는 육상의 비무장지대와는 성격이 다르다. 육상의 비무장지대는 군인과 민간인의 구분 없이 모든 인원의 출입이 원칙적으로 불허되지만(정전협정 제9항), 한강하구의 경우 민용 선박 운항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어 있다.
육상의 비무장지대가 군사적 방어 목적의 완충지대로서의 비무장지대라면, 한강하구는 민간인 이용의 보호를 위한 공동영유 지역으로서의 비무장지대라고 할 것이다. 정전협정과 한강하구 관련 후속합의서는 그러한 차이를 명시하고 있다. 정전협정에서 육상의 비무장지대는 적대행위 재발방지의 완충지대로 규정하고 있지만(정전협정 제1항), 한강하구는 비무장화를 승인하면서 완충지대에 대한 언급은 없다(한강하구 합의서 제2조). 오히려 민용 선박의 항행을 보장하고 있다(한강하구 합의서 제1조).
현재 한강하구에 민간 선박 운항이 사실상 금지되어 있고, 그에 따라 한강하구도 육상의 비무장지대와 같이 군사적 완충지역처럼 되어 버렸다. 그러나 원래 한강하구는 방어적 목적의 완충지대가 아니라 민간인의 사회적 경제적 권리 보호를 위한 비무장지대였음에 주의해야 할 것이다.
IV. 유엔사의 관할권
유엔사의 법적 성격
유엔사의 성격을 논하기 위해서는 먼저 한국전쟁 때까지 소급해 가야 한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남침을 유엔 헌장 상의 ‘평화의 파괴’로 규정하고 그에 대한 격퇴와 미국 지휘하의 통합사령부를 꾸릴 것을 권고하였다(유엔 안보리 결의 82, 83, 84). 그 통합사령부를 미국은 유엔군사령부(United Nations Command)로 명명하였다.
이러한 미국 주도의 유엔군의 참전에 대하여는 첫째 유엔 안보리의 강제집행(경찰행동:police action)으로 이해하는 입장이 있고, 둘째 남한을 도와 북한의 침략에 대항하는 집단적 자위권(collective self-defense) 발동으로 이해하는 입장이 있다.
한국전쟁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로 종결되었다. 정전협정 체결 이후 벌써 67년이 경과하여 현재 여전히 전쟁상태라고 보기는 무리가 있다. 한국 전쟁은 사실상 종결되었으며(Yoram Dinstein, War, Aggression and Self-Defence, Cambridge University Press, 제4판, 2005, 43-44쪽), 평화 회복의 도정에 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이렇게 한반도 상황에 변화가 있다면, 당연히 유엔사의 성격에도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즉 유엔군은 정전체체 관리의 평화유지를 임무로 하는 군대가 되어야 할 것이다.
2. 유엔사의 한강하구 관할권
한강하구는 남북의 공동영유 수역이지만, 정전협정상 유엔사(군사정전위원회)의 규율을 받는 곳이다. 정전협정은 기본적으로 남북의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만, 한강하구의 경우는 민용 선박의 항행에 개방하여 놓았다. 이로써 한강하구의 유엔사 관할권에는 이중의 과제가 있다고 하겠다. 하나는 남북의 적대행위 방지를 위한 군사적 과제, 다른 하나는 남북 민용 선박 항행을 보장하기 위한 평화적 과제이다.
1) 소극적 관할권
반복하지만 정전협정상 한강하구는 육상의 비무장지대와 다르게 규율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육상의 비무장지대는 민간인 출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한강하구는 민간 선박 항행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비록 유엔사의 선박 등록절차와 항행 규제가 있지만, 군사적 위험성이 명백하지 않은 이상 유엔사는 선박 등록과 항행을 허용해야 할 것이다. 군사적 위험성에 대한 입증책임은 유엔사가 부담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중립성
유엔사의 중립성은 두 가지 차원을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남한 내부적 차원에서의 중립성이다. 유엔사는 군사적 성질의 정전체제 관리만 담당하며 정치적 문제에 대하여는 중립을 지켜야 한다. 항행의 정치적 목적을 이유로 선박 등록을 거부할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 다른 하나는 남북 사이에서의 중립성이다. 유엔사는 군사정전위원회의 구성원으로서 한강하구에서의 남북 간의 사고 혹은 분쟁의 조사에 있어 중립적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유엔사가 현재 정전체제 평화유지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음을 생각하면 그 중립성은 더욱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3) 남북 자결권 존중
유엔사는 정전체제 평화유지를 담당하고 그 관할은 군사적 문제에 국한된다. 따라서 남북의 교류 협력 및 남북 사이의 평화적 합의에 대하여 유엔사는 간섭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오히려 남북의 자결권은 국제법의 강행규범(Jus Cogens)으로서 존중되어야 한다. 현재 정전협정과 한강 하구 후속합의서에서는 민용 선박의 항행에만 개방되어 있고, 다른 비항행적 이용에 대하여는 언급이 없다. 이를 엄격하게 해석하면 한강 하구의 비항행적 이용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엔사의 평화유지 역할과 남북의 자결권 원리를 생각하면, 남북이 합의하거나 동의한 사업에 대해 유엔사가 방해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다만, 유엔사는 그 과정에서 민간 선박을 등록케 하고 항행을 감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한강 하구 골재 채취 사업을 유엔사가 승인한 것(자유로 건설용 골재 채취선 진출입 허용, 군사정전위원회 편람 제7집, 2006, 180쪽)은 매우 긍정적인 조치였다고 생각한다.
V. 맺음말 : 한강하구의 복원
육상의 비무장지대가 군사적 목적의 완충 지대라면, 한강하구는 민간 공동이용 지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한강하구는 육상의 비무장지대와 마찬가지의 상황에 처해있다. 이는 한반도 평화의 한계이자 정치의 실패이고 사회경제적 손실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강하구를 다시 원래의 개방 구역으로 복원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항행적 목적만이 아니라 비항행적 목적을 위해서도 활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유엔사는 평화유지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남과 북은 한강하구에서 평화적 협력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018 남북 정상 회담의 판문점 선언에서 한강하구의 공동이용에 대하여도 합의되었다. 이제 남북이 한강 하구 공동 위원회를 구성하여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 체제로 견인해 가야 할 때이다. 그렇게 남북의 뜻이 모아진다면, 유엔사는 그에 따라 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