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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감로화 임금을 찾다 [1]
1) 임금의 안에 대한 덕
그 때에 선재동자는 보안(普眼) 선지식에게서 보살이 중생으로 하여금
부처님들을 뵈옵고 환희케 하는 법문을 듣고, 기뻐 뛰놀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선지식은 훌륭한 방편으로 나를 거두어 주고 소중한 마음으로 나를 수호하며
나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게 하는구나.’
이렇게 전념하여 깨끗이 믿는 마음·기뻐하는 마음·화창한 마음·유순한 마음·
용맹한 마음·고요한 마음·넓고 큰 마음·장엄한 마음·고집하지 않는 마음·
걸리지 않는 마음·얻은 마음·자재한 마음·늘 일하는 마음·선생이란 마음·
잘 분별하는 마음·여러 행을 내는 마음·듣는 대로 법을 아는 마음·
부처님 세계에 널리 가는 마음·부처님 장엄을 보는 마음·부처님을 여의지
않는 마음·십력을 구하는 마음·한결같이 물러나지 않는 마음들을 내면서,
점점 남쪽으로 나아가 무수한 나라·도시·시골들을 지나고 마침내 다라당성에
이르러 각처로 임금을 만날 방법을 물었다.
그러다가 지식이 풍부한 바라문들이 네거리에서 세상일을 이야기하는
것을 만났다. 선재는 빨리 나아가 어찌하면 감로화 임금을 뵈올 수
있겠느냐고 어떤 바라문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디서 왔으며 무슨 일로 우리 임금을 뵈오려 합니까?”
“나는 등근국(藤根國)에서 왔는데 보안 장자가 나에게 즐거운[歡喜] 법문을
가르쳐 주면서 이 대왕을 찾아뵈옵고 보살이 보살행을 닦는 법을 물으라고
하더이다.” 바라문이 말하였다.
“등근국은 태평하고 안락한 나라이고, 당신의 몸매는 덕과 지혜로
장엄하였는데, 저 나라를 떠나서 여기 오는 것은 반드시 이익을 얻을 것이니,
당신의 지혜로 우리 임금을 뵙는 것은 어렵지 아니하리다.
우선 앉아서 나의 말부터 들으시오. 우리 임금은 항상 보배로 잘 꾸민
궁전에서 좋은 마니 사자좌에 앉아서 바른 법을 선포하여 중생을
성취시킵니다.”
“대왕의 이름을 '감로화’라 하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우리 임금은 일곱 가지를 구족하고 중도(中道)로 교화하면서 나쁜 사람들을
벌주어 허물을 녹이는 일은 맹렬한 불과 같고, 선한 사람을 잘 거두어서
쾌락케 하는 일은 감로와 같으며, 자비심으로 평등하게 교화하여 오래 살게
하기에 싫증이 없으시므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왕의 위덕을 찬탄하고
왕의 법도를 노래하여 감로화라고 합니다.
우리 임금께서는 또 가지가지 방편으로 중생을 지도하면서 소송하는 일을
잘 판결하며, 어리고 연약한 이를 어루만지고, 외롭고 곤궁한 이를 구호하여
훌륭한 행을 성취시키며, 십불선업을 끊어 버리고 십선업을 행하게 하는 것이
마치 전륜성왕의 하는 일과 같소이다.”
선재는 바라문에게 다시 물었다.
“일곱 가지를 구족하고 중도를 교화한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내가 말하는 것을 자세히 들으시오. 일곱 가지란 것은,
첫째는 임금의 덕이 있어 온 나라가 떠받드는 것이 마치 사람의 머리와
같이 함이요,
둘째는 좌우의 신하들이 충성으로 보좌하는 것이 마치 사람의 두 팔과 같이
함이요,
셋째는 나라 국경이 넓고 풍부하여 널리 포용함이 마치 사람의 배와 같고,
넷째는 국방(國防)이 견고하여 만민을 싸서 보호함이 마치 사람의 배꼽과
같고,
다섯째는 창고에 곡식과 재물이 가득하여 어디를 가더라도 어려울 것 없음이
마치 사람의 넓적다리와 같고,
여섯째는 군비가 충실하고 군사가 정예(精銳)하여 마음대로 제어(制御)할 수
있음이 마치 사람의 정강이와 같고,
일곱째는 이웃 나라에서 구실을 바치고 조공하며, 때를 따라 왕명을 받아
오고 감이 마치 사람의 발과 같은 것입니다.
또 두 가지 법이 있어 일곱 가지를 유지하니,
하나는 위엄과 용맹이요,
다른 하나는 지혜와 꾀입니다.
두 가지 덕이 서로 도움이 됨이 사람의 눈과 발과 같고, 일곱 가지가 그것을
의지하여 머무르며, 교화가 퍼지어서 가는 데마다 복종하며 정치가 잘
시행됨이, 마치 산에서 구름이 나오고 땅이 만물을 싣고 있는 듯이, 단비가
초목을 축여 주고 덕을 백성에게 입히어서 사해 안이 모두 성인의 덕화를
따르는데, 일곱 가지 일과 두 가지 덕이 하나라도 모자라면, 날개 한 쭉지
부러진 새가 높이 날지 못하고, 바퀴 하나 깨어진 수레가 멀리 가지 못함과
같을 것이지마는, 우리 임금은 두 가지를 모두 갖추어 소문이 멀리까지
퍼졌습니다.
당신은 또 이것을 알아 두시오.
우리 임금은 아홉 가지 법을 성취하여 왕의 수레를 운전하나니,
아홉 가지란
하나는 위덕이 이웃 나라에 떨치어 조공을 바치게 되고,
둘째는 조공을 바치지 않으면 은혜와 위신으로 감동시키고,
셋째 감동시켜도 복종하지 아니하면 그 임금과 신하들을 설유하여 뉘우치게
하고,
넷째 저들이 마음을 고치거나 임금과 신하의 의논이 다르면 서로 화동하여
대왕의 덕화에 돌아오도록 설유하고,
다섯째 설유하여도 듣지 않으면 군대를 보내어 토벌하고,
여섯째 그들의 대장과 장병의 덕이 어떤가를 관찰하고,
일곱째 그의 덕이 부적함을 살피고는 성을 지킬 수 있는가 의논하고,
여덟째 그들이 성을 지키는 줄 알면 군대의 강약을 요량하고,
아홉째 나라 안 사람이 화목하고 군대가 정예한가를 헤아리는 것입니다.
우리 임금은 이 아홉 가지 법을 갖추어 지혜의 눈이 항상 밝아서 모든 것을
밝히 보는 까닭으로 팔방의 이웃들이 우리나라에 귀순하여 속국 되기를
원하고 거역하지 아니 하나니, 마치 모든 강물이 바다로 들어가서
한맛이 되듯이 다른 마음을 품지 않습니다.
당신은 또 이런 것을 알아 두시오.
우리 대왕은 여러 부처님들을 받드시니, 이는 큰 보살로서 자비심을 구족하고,
세간에 나타나 중생들을 어루만져 기르시며, 중생들이 점점 조복함을 알고는
먼저 국왕의 법을 펴서 몸에 배게 하고 필경에는 마음까지 해탈케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 임금은 두 가지 성덕이 있으니,
하나는 안에 대한 덕으로서 혈통이 참으로 바르고 지혜와 인덕이 훌륭하며,
둘째는 밖에 대한 덕으로서 위에서 대강 말하였거니와 다음에 자세히
말하려 합니다.”
선재가 말하였다.
“무엇을 안에 대한 덕이라 하는지 말하여 주십시오.”
“그대여, 우리 임금은 가문이 훌륭하고 적자로 대를 이어 여러 대를
전해 내려왔으며, 태에 처음 들 때와 있을 적에 하늘이 옹호하였고,
탄생한 뒤로부터 내지 왕위에 오를 때까지 복과 경사가 번갈아 생겼으며,
여러 나라가 모두 기뻐하고 거룩한 덕이 날로 높아 갔으며, 많이 듣고
잘 기억하며, 인자하고 슬기롭고 효순하고 우애하며, 공순하고 자비하고
온정 있고 화평하며, 듣고 보는 데 총명하고 부끄러워하는 덕을 갖추었으며,
구족한 힘이 있어 몸에 아무런 걱정이 없고, 모든 것을 참고 견디어
마음이 급작스럽지 아니하며, 어진 이를 존경하고 덕을 소중히 여기어
여러 백성들을 어여삐 여기며, 자기의 재산과 지위에 항상 만족함을 알고,
다른 이의 위태하고 어려운 일에는 구호하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오근(五根)을 잘 거두어 방탕한 데 빠지지 아니하며, 변재가 무궁하여 대중
가운데서 사자후(師子吼)하며, 말이 진실하며 사랑하고 미워함이 없으며,
세간의 여러 가지 말과 음성을 모두 통달하며, 위의가 엄숙하여
사람들이 존경하며, 대신을 위로하여 달래고 백성을 어루만져 사랑하며,
중생들을 어여삐 여기는 마음이 평등하여 다르지 않으며, 사람들의 말과
기색을 살펴보고 그 마음을 알며, 코끼리나 말의 형상을 보고 사납고 순한
줄을 알며, 은혜 있는 사람은 반드시 덕을 갚고 원한이 맺힌 이는 방편으로
상대하며, 지방을 순시할 때에는 수레 안에 단정하게 앉아 스스로의 마음을
자세히 관찰하고 이리저리 살피지 아니하며, 때를 따라 다니면서 백성들을
위문하고 혹 불순한 마음으로 왕명을 거역하고 백성들을 해치며 하는 짓이
법에 위반되는 자가 있더라도 먼저 좋은 말로 법률을 일러 주어,
잘못을 뉘우치고 국법에 순종하면 반드시 용서하고, 관할 구역을 변경하거나
맡은 책임을 바꾸지 아니하며, 한 번 징계함을 받고도 고칠 줄을 모르면
할 수 없이 책벌을 하더라도 적당하게 조처하여 민심을 안정하는 데 힘을
쓰시므로, 임금의 칭송이 원근에 널리 퍼졌습니다.
또 그대여, 이 세상에서 하루 밤낮을 여덟 때로 나누어 밤과 낮이 각각
네 때씩이요, 한시 한시를 각각 네 부분으로 나누어서 1주야가 모두 32분이
되는데 물시계[水漏]로써 시분(時分)을 결정하였으니, 낮의 네 때는
닭이 운 뒤부터 진시(辰時) 전까지는 첫 시요,
진시 초분부터 오시(午時) 초분까지는 둘째 시요,
오시 중분부터 신시(申時) 전까지는 셋째 시요, 신시 초분부터 해지기
전까지는 넷째 시라 하며, 첫 시에서 해가 뜨기 전은 초이분(初二分)이 되고,
해가 뜬 뒤부터 아침이 다 되기까지는 후이분(後二分)이 되며, 이 네 분을
해뜨는 처음 시라고 합니다.
우리 임금은 부지런히 정진하느라고 잠을 자지 아니하고, 밤의 네 때에서
처음 두 때에는 고요하게 계시고, 셋째 시에 일어나서 마음을 삼매에
들게 하여 법의 희열함을 받고, 넷째 시에는 여러 가지 일을 생각하고
탐욕과 성내는 일을 하지 아니합니다.
낮의 첫 시에는 먼저 양치하고 조당에 제사지낼 적까지에 열 가지 일[十位]이
있으니, 첫째는 양치하고 둘째는 목욕하고 셋째는 새옷 입고 넷째는 향 바르고
다섯째는 관 쓰고 화만 차고 여섯째는 발에 기름 바르고 일곱째는 가죽신 신고
여덟째는 일산 받고 아홉째는 시종 거느리고 열째는 조당에 제사지내는
것입니다.”
“대왕께서는 어찌하여 새벽에 양치하고부터 조당에 제사지내는 일을
마치고야 조회에 나아갑니까?”
“나라가 잘되는 것이 왕에게 달렸으니, 왕이 백성을 다스리려면
먼저 자기 몸을 다스려야 합니다.
몸이 편안해야 마음이 화평하고 정신이 깨끗하고 신체가 화락하며
교화가 그릇되지 아니합니다.
그래서 임금께서 먼저 양치하고 나중에 조당에 제사를 지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열 가지 일은 낱낱이 열 가지 공덕이 생기는 것입니다.
양치하는 데 열 가지 공덕은, 먹은 것이 잘 소화되고, 해소와 우울병이
없어지고, 여러 가지 독을 풀고, 이에 때가 없어지고, 입에서 향기가 나고,
눈이 밝고, 목구멍이 윤택하고, 입술이 트지 않고, 목소리가 웅장하고,
음식 맛이 틀리지 않는 것입니다.
이른 아침이나 밥 먹은 뒤에 모두 양치하되 괴롭고 쓰라린 것으로
치목(齒木)을 만들어 조심조심 양치하면 이런 공덕을 갖추게 됩니다.
또 임금이 향수로 목욕하는 데 열 가지 공덕이 생기는 것은,
풍을 제하고, 매귀(魅鬼)를 쫓고, 정기가 충실하고, 목숨이 길어지고,
피곤이 풀리고, 몸이 부드럽고, 때가 없어지고, 기력이 늘고,
담력(膽力)이 용맹하고, 번열(煩熱)을 덜게 되는 것입니다.
또 대왕이 새 옷을 입는 데 열 가지 공덕은, 상서가 더하고, 행보가 쾌활하고,
권속들이 좋아하고, 각각의 처소에 뭇 두려움이 없고, 몸과 마음이 안락하고,
목숨이 더해지고, 티끌이 없고, 소문이 멀리 퍼지고, 성현들이 보호하고,
모든 사람이 찬탄하는 것입니다.
또 임금이 향을 바르는 데 열 가지 공덕은, 정기가 더하고, 몸이 깨끗하고,
차고 더움이 알맞고, 목숨이 길고, 얼굴이 빛나고, 정신이 유쾌하고, 귀와 눈이
총명하고, 몸이 튼튼하고, 보는 이가 사랑하고, 위덕을 갖추게 되는 것입니다.
또 관 쓰고 화만 차는 데 열 가지 공덕은, 복이 날로 더하고, 보배 구슬이
저절로 생기고, 얼굴빛이 충실하고, 변재가 유창하고, 상서가 구족하고,
마음이 시끄럽지 않고, 경사가 항상 생기고, 수명이 늘어나고, 담력이 용맹하고,
우러르는 이가 환희하는 것입니다.
또 발에 향유를 바르는 데 열 가지 공덕은, 풍병을 제하고, 몸과 마음이
가볍고, 이목이 총명하고, 정기가 늘고, 잊어버리는 일이 없고, 졸음이
덜어지고, 꿈이 좋고, 수명이 늘고, 때가 없어지고, 병이 생기지
않는 것입니다.
또 대왕이 가죽신 신는 데 열 가지 공덕은, 발등이 부드럽고, 몸의 촉각이
편안하고, 걸음이 힘이 있고, 정기가 더하고, 행동이 조용하고, 목숨이 늘고,
위의가 엄숙하고, 곁엣 사람이 기뻐하고, 형상이 단정하고, 하늘 사람이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또 대왕의 시중이 일산을 받는 데 열 가지 공덕은, 위엄으로 존중되고,
얼굴빛이 선명하고, 나다닐 적에 덥지 않고, 풍진이 침범하지 못하고,
비와 습기를 막고, 복덕이 없어 보이지 않고, 여러 사람이 두려워하고,
몸이 편안하고, 수명과 기운이 늘고, 깨끗하고 화려한 것입니다.
또 대왕이 시종을 거느리는 데 열 가지 공덕은, 위의가 엄숙하고,
사람이 공경하고, 용기가 더하고, 위풍을 돕고, 나쁜 사람을 굴복하고,
하늘 신장이 호위하고, 사나운 짐승을 방비하고, 왕의 의기가 화창하고,
삿된 매귀가 침범하지 못하고, 왕의 명령이 잘 시행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장엄하고 권속이 호위하므로, 대왕께서 거동하실 적에 앞뒤를
잘 살피어 자타를 조화하고, 너그럽고 용맹함이 법도에 알맞고 강하고 유함이
정도에 적당하며, 마치 큰 선주가 여러 배를 통솔할 적에 새거나 상한 것을
때맞춰 보수하듯이, 대왕을 모시는 내관이나 궁녀나 늙은이가 오랜 경험 있는
이는 왕궁을 보살피며 수호하고, 나이 젊고 얼굴이 잘난 이는 전후좌우에서
모시며, 혹은 앞에서 인도하여 향을 사르고 꽃을 흩으며, 혹은 소라를 불고
북을 치고 풍류를 잡히고 노래하고 찬탄하여 가지가지로 장엄하고,
혹은 대왕을 가까이 모시고 파초선을 받고 불자(拂子)를 들고 향기 풍기는
의복과 아름다운 도구를 구비하여 때를 따라 사용하는 데 부족함이 없게 하며,
이렇게 모시고 다니면서 임금의 마음을 맞추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