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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크리스마스] 02 - 참회하라 이미 늦었을지라도
S#1. 프롤로그몽타쥬
-산속 고립된 학교.
-10여대의 버스를 나눠 타고 출발하는 학생들.
(이재규) : 강원도 산속에 고립된 입시명문 고등학교! 크리스마스 이브부터 시작되는 8일동안의 겨울방학.
-눈이 펑펑 쏟아진다.
-식당...잔을 부딪치는 일곱명의 아이들과 선생님.
-아이들을 관찰하는 박무열
(이재규) : 악의로 가득찬 편지를 받은 일곱명이 학교에 남았다.
-편지를 읽는 박무열
(소리) : 8일간의 휴일이 지나고....죽어있는 누군가가 보일거야.
-조영재가 양강모를 때린다.
(조영재) : 이딴걸 보내
양강모 : (검은 봉투를 내밀며) 나도 받았다구 미친새끼야.
-일곱개의 검은 봉투. 일곱명의 아이들.
-비상벨이 울린다.
-교문에 쓰러져있는 피투성이 남자.
-남자가 편지를 읽는다.
(남자) : 교통사고가 나서...
윤종일선생 : 정신과 의사선생님이시다.
남자 : (편지를 읽고나서) 심각한 수준의 우울증 상태야.
-약에 취한 윤수가 구석을 본다.
-방구석, 다섯 살쯤 꼬마가 세운 무릎에 얼굴을 묻은채 눈만 들어 이쪽을 보고 있다.
(소리) : 너는 나를 구석괴물로 만들었고.
-윤수가 옆으로 쓰러진다.
윤수 : 은성이...
-은성이가 유리창에 뭔가를 쓴다.
-책갈피 대신 꽃혀 있는 검은봉투의 일부분.
-은성이가 유리창에 쓴 글씨 ‘죽어. 죽어.죽어’
(윤수) : 구석괴물은 은성이를 좋아해.
-시계탑아래 선 은성이.
(윤수) : 아마 잡아 먹을 거야.
-은성이가 하얀 눈밭에 쓰러져있다. 왼쪽 손목의 붉은 피....
(이재규) : 폭설로 고립된 학교에서 우리는 각자의 어둠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S#2. 타이틀
암전속에서
(이재규) :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는 괴물과 싸우기 위해 스스로 괴물이 되어야만 했던 8일간의 기록이다.
-타이틀 ‘제 2화 참회하라, 이미 늦었을지라도’
S#3. 은성이 몽타쥬
-학교 전경.
(이재규) : 어느 사회나 계급이 있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학교 안에서 계급을 나누는 몇가지 기준!
-방...최치훈이 침대에 누워 책을 읽다가 카메라를 의식한 듯 눈을 든다.
(이재규) : 성적이 뛰어난가?
-휴게실...자판기에서 커피를 뽑는 조영재.
(이재규) : 주먹이 센가?
-홍보관....홍보용 책, 표지에 실린 은성이의 사진.
(이재규) : 얼굴이 예쁜가?
-그 사진은 스튜디오에 찍은 게 아니다. 스틸사진이다. 사진 찍을 당시의 은성이로 이어진다.
은성이가 비슷하지도 않은 몸 개그를 하고 가장 크게 웃는다. 남녀친구들이 구박하면서도 따라 웃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이재규) : 얼굴이 예쁜 아이는 은성이 말고도 몇 있었다. 그러나 보는 사람을 흐뭇하게 만들 정도로 환하게 웃는 아이는
은성이 뿐이었다. 학교 계급의 가장 위쪽에 있던 아이. 사랑스럽고 사랑받는 걸 즐겼던 아이.
마치 은성이는 정반대의 인격으로 다시 포맷된듯, 중간과정없이 돌변했고...
S#4. 양호실 (저녁)
은성이가 누워있다. 은성이 왼쪽 손목에 붕대가 감겨져있다.
(이재규) : 지금은 원래의 모습이 생소해져버렸다.
남자가 링거액이 떨어지는 속도를 조절한다. 자막 ‘12월 25일 오후 5시 8분’
(윤종일선생) : 사교적이며 적극적이고 긍정적이다.
S#5. 상담실 (저녁)
유은성의 학생기록부...사진 속 은성이는 환하게 웃고 있다.
선생님이 학생기록부를 앞에 두고 박무열과 마주앉아있다.
박무열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노력중이다. 그러나 무릎 위에 놓은 주먹, 얼마나 꽉 쥐고 있는지 마디가 하얗게 도드라졌다.
윤종일선생 : ...2학년 초까지만 해도 이랬던 애가, 6개월도 안 지나서 ‘공격적이고, 매사에 의욕 없고, 친구들과 마찰이 잦고’...
박무열 : ...
윤종일선생 : (학생기록부를 접으며) 은성이랑 헤어진 게 언제쯤이냐?
박무열 : ...
윤종일선생 : 교칙위반 따지는 거 아니니까 솔직히 말해봐, 위반했다고 해봤자 네가 얼마나 했겠냐마는....
너랑 헤어지고 나서 이렇게 된 거냐?
박무열 : 아닙니다. 은성이가 변한 게 먼접니다.
윤종일선생 : 이유는?
박무열 : (진짜로 모른다. 그래서 속상하고 부끄럽다) ....모르겠습니다.
윤종일선생 : (박무열을 보다가 불쑥) ....니들 뭐 숨기는 거 있지?
박무열 : (고개를 든다) ....?
윤종일선생 : (그냥 찔러본거다) 작년엔 두명 남았다는데 올해는 일곱명이나 남은 것도 그렇고... 이상하잖아.
박무열이 갈등한다. 시선을 돌리다가 옷소매에 묻은 피를 발견한다.
윤종일선생 : (한숨을 쉰다) 그 옷 갈아입어야겠다.
S#6. 동관 휴게실 (저녁)
조영재, 양강모. 이재규가 앉아 있다.
양강모는 카메라 모니터로 좀전에 찍은 사진을 보고 있다.
‘은성이를 안고 달리는 박무열’ ‘은성이를 안아 올리는 박무열’ ‘멀리 시계탑 아래 쓰러져있는 유은성’
조영재 : (흥분한 상태다. 손가락으로 소파 모서리를 다라락다라락거리며) ‘시계탑 아래서면 죽어있는 누군가가 보일거야...’
(손가락질을 뚝 멈춘다) 널 죽이겠다는 얘기였어. 편지를 받은 널 죽여버리겠다!
양강모 : (그럴 듯 하지만 설마하는...) 무적의 살인마냐? 한사람이 우리 모두를 죽이겠다고...?
조영재 : 븅! 실제로 은성이가 죽을려고 했잖아. 지가 알아서. 스스로 학습법.
양강모 : 텔레파시를 쏴서 은성이가 자살하도록 만들어서? (비아냥대는) 이야...큰일났다. 우린 다 죽었다.
조영재 : (화낼려다가 참는다) 뭔가 트릭이 있을 거야. 예를 들면. 내가 죽고 싶어졌어.
양강모 : (이재규에게만 들리도록 작은 소리로) 플리즈.
조영재 : 어떤 방법을 쓸까? (생각할 시간을 주듯 한사람 한사람 쳐다본뒤)
나 같으면. 방에서 목을 매달거나 옥상에서 떨어지거나...
양강모 : (작은 소리로) 할렐루야.
조영재 : (못들었다) 쉽고 편하고 확실한 방법 많잖아. 그런데 은성이는 이 추운날 시계탑까지 갔어.
무릎까지 빠지는 눈길을 뚫고서... 왜? 왜 하필 거기였을까?
그건 조영재 말이 맞다.
조용한데 발소리가 들린다. 박무열이 올라온다.
조영재가 서둘러 박무열에게 다가간다.
조영재 : (박무열에게) 뭐래냐? 선생이.
양강모 : (조영재가 멀어지자 이재규에게 작은소리로) 저 자식 겁먹었어. 초능력 살인마랜다.
(조영재를 향해 손가락을 빙글 빙글 돌리면서) 수리수리 마수리! 조영재는 제 코를 막고 질식할지어다 얍!!
양강모가 말하는동안 이재규는 박무열을 본다. 박무열은 어둡게 가라앉아 있다.
따라붙는 조영재를 내버려두고 박무열이 방으로 들어간다.
조영재 : (기분 상했다) 어쭈. 씹어?
그때 쿵! 박무열의 방문이 흔들리면서 들리는 둔탁한 소리. 조영재가 움찔한다.
S#7. 박무열의 방 (저녁)
방문이 움푹 들어가 있다. 화장실로 들어가는 박무열의 손등이 까졌다. 그는 자신의 무기력함에 화가 난다.
S#8. 보안실 (밤)
윤종일선생이 CC카메라를 돌려보고 있다.
은성이가 복도를 지나는 모습, 학교 밖으로 나가는 모습, 시계탑 아래 서있는 모습. 그리고 쓰러지는 모습...
윤종일선생이 다시 한번 확인한다.
S#9. 동관 휴게실 (밤)
양강모가 음료수를 뽑고 있다.
(박무열) : 양강모!!
양강모 : (돌아본다)...
박무열 : (휴게실로 들어오며) 물어볼게 있는데...
양강모 : (음료수를 뽑아들며 너스레를 뜬다) 드디어 이런 날이 오고야 말았구나. 전국 상위 1퍼센트만이 모인다는 수신고.
그 안에서도 1퍼센트에 속하는 천재께서 내게 질문이라니 영어냐? 수학이냐? 내과 문과쪽은....
박무열 : (길어지는 말을 자르며) 작년 수학여행때 찍은 테잎 갖고 있지?
양강모 : 당연하지. 농부는 굶어죽더라도 씨앗은 베고 죽고 찍사는 테잎을...
박무열 : (말 자르며) 파란 얼굴이 있나 체크 좀 해줄래.
양강모 : (의외다) 파란 얼굴? 아바타 같은거?
박무열 : 수학여행이잖아. 이것저것 했을 거 아냐? 장기자랑도 하고, 파란색 분장을 했다거나 가면을 썼다거나
아니면 파란색 모자라도...
양강모 : (박무열을 본다)...?
S#10. 양강모의 방 (밤)
양강모가 서랍에서 usb를 꺼내 노트북에 연결한다. ‘수학여행’ 폴더를 연다.
인공와우가 작동하지 않는다. 와우를 떼서 밧데리를 뺀다.
S#11. 홍보관 (밤)
이재규가 컴퓨터 모니터로 학교 홈페이지에서 ‘수학여행’ 스틸 사진을 보고 있다.
마침 수학여행 장기자랑 사진이 나온다.
(윤종일선생) : 뭐하냐?
이재규 : (돌아본다)...
윤종일선생 : (화면을 보다가) 수학여행?
이재규 : 예...
윤종일선생 : (사진을 보며) 저때 내가 나갔어야 되는건데.... 내가 춤하고 노래가 되거든. (한 동작 해본다)
이재규 : (희미하게 웃으며) ...왜 안나가셨어요?
윤종일선생 : 안나갔냐? 못나갔지. 누가 갑자기 쓰러지는 바람에 데리고 들어오느라고.
이재규 : (혹시) ....윤수?
윤종일선생 : 기억나냐?
이재규 : (애매하게) 에...
윤종일선생 : 내가 나갔으면 다 죽었는데... (나가면서) 나갈 때 불꺼라.
이재규 : ...예.
이재규가 선생님의 뒷모습을 보는 동안. 컴퓨터 모니터속, 수학여행사진이 화면 세이브로 바뀐다.
S#12. 양강모의 방 (밤)
모니터...양강모가 수학여행때 찍은 원본테잎을 빠르게 돌려본다. 양강모의 인공와우는 책상위에 놓여있다.
교토의 풍경. 마쯔리...전통의상...가끔 보이는 수신고 아이들. 정상화면...마쯔리 행사장.
풍선던지기를 하는 아이들, 과녁에 풍선을 던지면 풍선이 터지면서 빨간색. 보라색. 색색깔의 물감이 번진다.
S#13. 양호실 (밤)
조영재가 양호실 문앞에 서 있다. 문 손잡이를 잡고서 들어가지도 나가지도 않은채.
양호실 침대에 은성이가 잠들어 있다. 핏기없는 하얀 얼굴, 검은 머리. 그리고 손목의 붕대.
침대밑 쓰레기통에 피 묻은 솜이 보인다.
조영재는 멀찌감치 서서 잠든 은성이를 바라본다.
인기척, 남자가 길을 비켜주기를 기다리며 서 있다.
조영재가 대외용 표정을 지으며 문에서 비켜선다.
남자 : (눈인사하며 안으로 들어간다) 봉합은 잘 됐어. 상처도 얕고, 출혈도 적은편이고 괜찮을 거야. 걱정할거 없어.
조영재 : (픽 웃으며) 내가 왜 쟤 걱정을 해요?
남자 : (조영재를 지긋이 본다)....
조영재 : 왜요?
남자 : 이곳은 참 흥미로워.
조영재 : (아무렇지 않게) 유명하잖아요. 수신고, 고립고. 감옥고!
남자 : 내가 흥미있는 건 자네들이야.
조영재 : ...?
남자 : 혼자있을 때 얼굴이랑 남들에게 보여주는 얼굴이 다 다르거든.
속마음을 들킨 조영재가 남자를 슬쩍 본다. 그리고 별거 아니라는 듯 씨익 웃어버린다.
S#14. 기숙사복도(밤)
조영재가 계단을 올라와 복도에 들어선다. 문득 등 뒤를 돌아본다.
등뒤로도 길게 이어진 복도. 아무도 없는 어두운 복도는 실제보다 더 길고 무섭게 느껴진다.
조영재가 움직이지 않자 자동센서 불이 꺼진다. 조영재가 서둘러 방으로 들어간다.
S#15. 조영재의 방(밤)
조영재가 들어와 문을 닫자마자 자물쇠를 잠근다. 어쩐지 허술한 느낌이 난다.
룸메이트의 의자를 끌어다가 기대고, 그 위에 무거운 박스를 올려놓는다.
조영재가 책상에 앉아 바리케이트를 친 문쪽을 본다.
저정도면 안심이다 생각하며 책상쪽으로 의자를 돌리는 순간 조영재의 얼굴이 하얗게 굳는다.
노트북 모니터에 분홍색 풍선껌이 붙어있다.
조영재의 뒤에서 누군가 부스스 일어난다. 강미르다. 강미르가 턱관절을 풀 듯 입을 딱딱 벌린다.
강미르 : 어이, 조염병!!!
조영재가 문을 향해 뛰어나가는것과 동시에 강미르가 2층 침대 난간을 잡고 몸을 날려 그대로 조영재를 걷어찬다.
S#16. 양강모의 방 (밤)
스탑 버튼을 누르는 소리. 노트북 모니터가 스틸잡힌다. 유카타를 입은 조영재가 웃고 있다.
양강모가 조영재 손에 든걸 확대한다. 물감 풍선이다.
조영재의 비명소리가 들리지만 양강모의 와우는 책상위에 놓여있다.
S#17. 윤수의 방 (밤)
윤수는 헤드폰을 낀채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윤수는 아직도 약기운에 취한 상태다.
무아지경에 빠진 윤수의 표정과는 상반되는 조영재의 비명소리 계속된다.
S#18. 최치훈의 방 (밤)
최치훈은 엠씨스퀘어를 낀채 잠들었다. 계속되는 조영재의 비명과 구타소리!!
S#19. 동관로비 - 계단 (밤)
남관에서 건너온 박무열이 북관에서 건너오는 이재규를 발견하고 기다린다.
박무열 : 뭣 좀 찾았어? (계단을 올라간다)
이재규 : (고개를 흔들고) 파란얼굴 비슷한건 못 찾았어. 근데 수학여행때 윤수가 쓰러진건 사실인가봐.
박무열 : ...?
이재규 : 난 윤수가 거짓말을 한게 아닌가 생각했거든. 근데 선생님이...
그때. 비명소리가 들린다. 두사람이 멈춰서 귀를 기울인다. 정적...곧바로 이어지는 우당탕 소리. 비명소리...
박무열과 이재규가 계단을 두개씩 세 개씩 뛰어올라간다.
S#20. 조영재의 방 (밤)
조영재 얼굴은 순식간에 엉망이 됐다. 옷이 찢어져 너풀거린다.
강미르가가 재밌다는 듯 혀를 내밀며 씨익 웃는다.
그가 잠깐 쉬는 틈을 타 조영재가 문을 열려고 하지만 자신이 만들어놓은 장애물 때문에 문이 열리지 않는다.
(박무열) : 조영재!! 조영재!! 무슨 일이야?
조영재 : (소리지른다) 박무열!!! 살려 줘. 나 좀 살려줘.
강미르가 조영재의 뒷덜미를 잡아챈다. 조영재가 비명을 지른다.
S#21. 복도 (밤)
처참한 비명소리... 박무열과 이재규가 다급해진다. 문이 뭔가에 걸려 열리지 않는다.
박무열과 이재규가 어깨로 문을 민다. 문이 조금씩 열린다. 안에서는 비명소리가 계속된다.
S#22. 조영재의 방 (밤)
벽에 내동댕이쳐 쓰러지는 조영재. 이제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다. 그저 강미르로부터 1센티라도 멀어지기 위해 바둥거릴 뿐.
마침내 문을 가로막고 있던 의자와 책더미가 한꺼번에 밀려나가고 문이 열린다.
그 순간 조영재가 강미르를 밀치고 밖으로 뛰쳐나간다.
S#23. 복도 (밤)
조영재가 이재규와 부딪쳐 쓰러진다. 강미르가 발에 걸리는 뭔가를 걷어차며 복도로 나온다.
강미르를 본 박무열이 자기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낸다.
이재규 : (주저앉아 올려다보며) 미친 미르...?
강미르는 오로지 조영재를 바라보며 달려든다.
먼저 정신을 차린 박무열이 강미르를 막아선다.
박무열 : 강미르!
박무열 혼자로는 역부족이다. 강미르가 그냥 밀고 조영재에게 다가가자, 이재규까지 합세해 강미르를 잡는다.
그사이. 조영재가 소방벨을 향해 주먹을 치켜든다. 막 소방벨을 울리려는 순간.
박무열 : 조영재!!
조영재 : (멈칫한다)...
박무열 : 잠깐만!!
조영재 : 저 미친 새끼부터 잡어.
박무열 : (몸으로 강미르를 막으며) 강미르. 왜 이러는 건데?
강미르 : (조영재를 보며 이기죽거린다) 울리세요. 얼마든지...
박무열 : 허락 없이 학교에 남은 거, 교내 폭력, 선생님이 오면 너 일주일 내내 징계방이야. 괜찮아?
강미르 : (경쾌하게) 걱정해주는 건 고마운데 전 이미 퇴학결정이거든요. 시체가 주사 맞는 걸 두려워하겠어요?
(계속 밀고 나간다)
박무열 : (필사적으로 막으면서) 강미르, 잠깐만. 잠깐만... 왜 이러는지 이유나 알자.
강미르 : (조영재를) 저 자식한테 물어봐.
조영재 : (다급하다) 몰라. 나도... 저 미친 새끼가 갑자기 달려 들었어.... 저 자식 미쳤어. 겁나게 미쳤어.
이재규가 조영재를 본다. 조영재는 필사적이고 거짓말하는 것 같지는 않다.
박무열 : (설명하라는 듯) 강미르!!
강미르 : (턱을 한번 푼다음) 내가 아무리 똥통에 빠져 살아도 남이 싼 똥은 치우기 싫거든.
박무열 : ...?
강미르 : 이사장 동상. 내가 그런거 아니야.
S#24. 운동장 (밤)
가로등 조명속. 좌대에 서 있는 초대 이사장의 동상. 허리위에서부터 반쯤 부서졌다.
S#25. 복도 (밤)
박무열 : 그럼 누가?
강미르 : (씨익 웃으며 조영재를 본다)...
조영재 : (상상도 못할 일이다) 나? 내가? 미쳤어? 내가 왜?
박무열 : 증거 있어?
강미르 : 그렇지. 증거! (조영재를 보며) 학교 비품실에서 축제용 불꽃놀이 셋트가 사라졌거든, 두박스.
뭐했냐? 한 겨울에 불꽃놀이 했냐?
조영재 : (억울해 미치겠다는 듯) 내가 가졌갔다구? 나 아니야. 어떤 자식이 그래?
강미르 : (끊어서 웃는다) 헤. 헤. 헤....아니야? 아니었어? 아니어도 할수 없어. 난 너라고 믿어버릴거니까. (갑자기 달려든다)
조영재 : (다급하게) 저 새끼 잡어!!!
이재규가 강미르를 뒤에서 붙잡고, 박무열이 앞을 막아선다.
박무열 : (강미르를 똑바로 보며) 네가 정말 동상을 폭파시킨게 아니라면, 퇴학을 취소시킬 수 있어.
강미르 : ...?
박무열 : 진짜 범인을 찾으면 네 퇴학도 취소될거야.
강미르 : (오호 그런가...) 잠깐만 옆으로 비켜주면 내가 찾아낼게. (조영재를 응시하며) 지금 당장.
박무열 : 단!! 넌 여기 있다는 걸 들키면 안돼.
강미르 : ...?
박무열 : 네가 허락없이 학교에 남았고. 폭력을 썼다는게 밝혀지면. 폭발사고와는 상관없이 넌 다시 벌점 초과야.
강미르 : (조영재와 박무열을 번갈아본다)...
박무열 : 네 퇴학은 아직 정식으로 결정된게 아니야. 방학 끝나자마자 교장선생님께 말씀 드릴게.
강미르 : (생각하다가 조영재를 보며) 소용없어. 저자식은 지금이라도 당장 선생한테 날라가 나불거릴텐데...
박무열 : 조영재는 말 안해.
강미르 : (조영재에게서 박무열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어째서?
박무열 : (잠깐 생각한다)...
S#26. 강미르의 방 (밤)
강미르가 검은편지를 다 읽고 박무열에게 돌려준다.
강미르 : 그러니까 니들 모두 이 편지를 받았다?
박무열 : (편지를 갈무리한다)...
강미르 : 선생한테는 아무말 안했고?
박무열 : (고개를 끄덕인다)...
강미르 : (씨익 웃으며) 니들 뭔가 있구나?
박무열 : ...
강미르 : 어얼 박무열이...매뉴얼맨인줄 알았더니만 (툭 치며) 제법이야.
S#27. 조영재의 방 (밤)
이재규가 조영재를 도와 방을 치운다.
이재규 : (슬쩍) 동상...네가 그랬냐?
조영재 : (발끈한다) 미쳤냐? 그놈 말을 믿어? 수신고 공식 미친놈 말을?
이재규가 입을 다문다. 의자를 세워놓고 밖으로 나간다.
조영재 : (씩씩대며) 아. 진짜...완전 개똘아이...
하다가 노트북에 붙은 분홍색 풍선껌을 본다. 다시 한번 공포가 몰아친다.
S#28. 기숙사 복도 (밤)
조영재 방에서 나오는 이재규, 강미르를 막느라 얻어맞은 어깨를 돌려본다.
마침 강미르 방에서 박무열이 나온다.
박무열 : (자기방쪽으로 걸어가며) 조영재가 뭐래?
이재규 : 자긴 아니래...
박무열 : 하긴...조영재가 폭죽을 훔쳤다고 해도 혼자서 한 일은 아닐거야.
이재규 : ...?
박무열 : 수제폭탄에 수제 타이머.... 조영재 실력으론 그런거 못만들어.
이재규 : (의아하다) 강미르는? 성적은 조영재가 더 좋잖아.
박무열 : 강미르 스카웃티드야.
이재규 : 뭐?
박무열 : 3년 장학금 받고, 스캇웃 된 애, 전국 중학생 중에서 초초 상위권.
이재규 : (믿을수 없다) 진짜? 그런데 왜...?
박무열 : 1학년때 최치훈을 이긴 적도 있었어. 딱 한번이지만.
이재규 : (믿을 수 없는 일이다) .....
박무열 : 몰랐냐?
이재규 : (슬며시 외면하며) 모를수 밖에... 난 올봄에 전학 왔으니까...
박무열 : (이재규를 본다. 그랬나? 문득) 강미르는 편지하고 상관없는 거 같해.
S#29. 양호실 (밤)
은성이가 링거를 꽃은채 잠들어 있다.
그 옆, 의자에 앉아 책을 읽던 남자가 창밖을 본다. 눈이 펑펑 쏟아진다.
S#30. 학교전경 (아침)
눈이 그쳤다.
S#31. 박무열의 방 (아침)
박무열이 자고 있다.
누군가의 손이 다가오더니 박무열의 목을 쓰윽 잡는다. 박무열이 깜짝놀라 일어난다.
박무열 : 아우 차거...
강미르 : (낄낄 웃는다)...
박무열 : 뭐냐? 아침부터...
강미르 : (의자에 앉으며) 잠이 오냐? 잠이...사람이 어째 그러냐? 너한테 편지보낸 사람 마음을 좀더 헤아려봐.
행간에 담긴 저주에 몸을 떨어! 그게 저주받는 사람의 기본 예의야.
박무열 : (참 기운좋은 놈이구나 싶다. 겉옷을 입는다)...
강미르 : 그 편지 누가 보낸거 같냐?
박무열 : 몰라.
강미르 : (혀를 끌끌 찬다) ...기본이 안됐어. 기본이...
박무열 : (울컥한다) 마찬가지잖아. 누가 널 증오해서 폭죽을 훔치고 폭탄을 훔치고, 네가 운동장에 나오는 시간까지 계산해서
동상을 폭파시켰어. 너도 누군 줄 모르잖아.
어쭈...하듯 강미르가 박무열을 본다. 웃음끼 가신 강미르는 무섭다. 박무열이 움찔한다.
강미르 : (곧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돌아와서) 진심으로 누군가를 미워하면 티가 안 나긴 해. 어설프게 미울 때나 싸움도 걸고,
욕도 하고...남들이 알아채는 거지. (창밖을 본다) 진짜 증오는 아무도 모르게.... 미움 받는 당사자도 모르게...
창밖... 1층 복도를 지나는 최치훈이 보인다. 강미르가 씁쓸하게 웃으며 일어선다.
박무열 : (문 열며) 너 근데 맘대로 돌아다녀도 되는거냐.
강미르 : (낄길대며 나간다) 걱정마. 천리안이 있거든.
박무열 : (따라나간다)...
S#32. 복도 (아침)
박무열이 지나가다가 보안실 표지판을 보고 멈춰선다. 보안실!!
‘강미르는 어떻게 선생님에게 들키지 않은걸까?’
(윤종일선생) : 거긴 학생 출입금지구역이야.
박무열 : (돌아보고 인사한다)...
윤종일선생 : (걸어오며) 왜? 뭐?
박무열 : (조심스럽게) 우리 아홉명 말고 누가 더 있다면 말이예요...
윤종일선생 : 있긴 누가 있냐?
박무열 :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을 갖고) ...확실해요?
윤종일선생 : 왜? 누가 있는거 같냐?
박무열 : 아뇨. 그런 건 아닌데...
윤종일선생 : 여기 CC카메라가 몇갠줄 아냐? 기숙사방까지 합해서 184개!
방마다 cc카메라라니...나 여기 처음 왔을때 진짜 놀랐다.
박무열 : (cc카메라를 본다)...
윤종일선생 : (보안카드 바코드키를 들이대면서) 하긴 스물 네시간중 열여덟시간을 공부하는 데서 뭘 바라냐?
공부가 노동이라면 벌써 고소당했을걸걸. 아직도 걱정되냐?
박무열이 고개를 흔들고 돌아선다.
윤종일선생이 지하층으로 내려간다.
S#33. 양호실 (아침)
박무열이 조심스럽게 들어온다. 은성이가 자고 있을뿐, 아무도 없다.
은성의 왼쪽 손목에 감긴 붕대...손등, 손가락 사이에 피가 묻어 있다.
박무열이 작게 한숨을 쉬고 솜과 알콜로 은성이 손가락의 피를 닦아낸다. 은성이는 한번 꿈틀할뿐.
손가락을 다 닦고, 소매를 걷는다. 팔뚝 쪽으로도 피가 묻어 있다.
솜을 바꿔 피를 닦아내던 박무열의 표정이 순간 굳어버린다. 자기도 모르게 은성이 손을 움켜잡는다.
은성이가 신음하며 눈을 뜬다. 박무열의 화나고 슬픈 얼굴이 먼저 보인다.
유은성 : (손을 빼며) 아퍼!
박무열 : 이거 뭐야?
박무열이 유은성의 손을 비틀어 안쪽을 보인다. 팔뚝 안쪽에 무수한 칼자국.
유은성이 짧게 비명을 지른다.
그제서야 박무열은 자신이 얼마나 세게 은성이 손을 잡고 있는지 깨닫는다. 은성이 손을 놓아준다.
유은성이 거칠게 소매를 내린다. 치부를 보여준 것 같아서 화가 났다.
박무열 : (안타깝고 화가 난다) 너...진짜 왜...
유은성 : (그런 박무열을 비웃는다)...
박무열 : 언제부터 이런 거야?
유은성 : ...
박무열 : 왜 이러는 건데?
유은성 : 너 때문에... 너랑 헤어지고 나니까 견딜 수가 없어서...됐어? 행복해?
박무열 : (감정을 숨기기위해 바닥에 떨어져있는 연필을 주워든다)
유은성 : 어쨋거나 너랑 상관없는 일이야. 내가 내 팔뚝에 칼질을 하든 수를 놓든. 그러니까 예의바르게 모르는 척 해줘.
박무열 : (마침내) 내가 널 어떻게 모르는 척 해?
유은성 : (화가 났다) 아는 척 할려면 훨씬 전에 햇어야지. 내가 한참 갈팡질팡하던 그때.
(비웃는다) 이해는 해. 갑자기 변한 여자친구가 부담스러웠겠지 가뜩이나 교칙위반인데 신경은 쓰이고, 시험은 다가오고,
때마침 너네 아빠가 알게 됐다며? 내가 헤어지자고 그랬을 때. ‘앗 다행이다’ 그러지 않았어?
박무열 : (두손으로 연필을 움켜쥔다)....
유은성 : 그때도 늦었지만. 지금은 진짜 늦었거든. 그러니까 나에 대해서 궁금해 하지 마.
박무열 : 좋아...난 네 가족도 아니고, 더 이상 남자친구도 아니야. 그래도 모르는척 할 순 없어. 너 어딘가 이상해.
유은성 : (슬프고 화가 난다) 그래, 나 이상해. 정상 아니거든. 정상인건 뭔데? 윤수, 조영재. 양강모....걔들은 정상이야?
불우한 이웃한테 관심 쏟고 싶거든 그쪽부터 알아봐, 아니지. 거울 봐, 네 그 충만한 죄책감도 정상은 아니거든.
네가 손목 긋고 쓰러졌다고 해도 다들 속으론 납득할거야. 아! 엄마대신 살아난 아이. 결국 스스로 죽었구나. 그럴걸.
뚝하는소리! 연필이 부러졌다. 박무열의 뭔가가 끊어졌다.
동시에...
(최치훈) : 그럼 너도 징징대지 마.
최치훈이 문앞에 서 있다.
최치훈 : 시끄럽게 징징대면서 쳐다보지 말라는 게 말이 되냐?
유은성 : (최치훈을 노려본다)...
최치훈 : 어차피 네 목숨이니까 네가 알아서 할 일이지만, 민폐잖아. 옆에 사람한테. 정말 죽고 싶다면 아무도 없을 때 해. 조용히.
박무열 : 최치훈!!
유은성 : (최치훈을 노려보다가 시선을 돌린다, 순순히) ..... 알았어.
박무열 : (유은성을 본다. 뜻밖의 반응이다)...
유은성 : 학교에서는 안 죽을게. 됐지?
그럼 됐다는 듯 최치훈이 돌아선다.
S#34. 양호실앞 복도 (아침)
최치훈이 식당쪽으로 가버린다. 멀어지는 최치훈을 보며 박무열은 어쩐지 패배감을 느낀다.
복도 반대쪽, 남자가 커피를 든채 최치훈과 박무열을 지켜본다. ‘정말이지 흥미로운 아이들이다.’
계단에서 나타나는 이재규.
이재규 : (큰소리로) 박무열!!
박무열이 이재규를 따라간다.
S#35. 편집실 (낮)
모니터 두개에 화면이 들어와 있다.
양강모가 플레이버튼을 누른다. 마쯔리 장면중 풍선던지기다. 풍선이 터질때마다 여러색깔이 나온다.
파란색이 터지자 양강모가 ‘따닥’소리가 나게 스탑 버튼을 누른다. 양강모 뒤에 박무열과 이재규가 앉아있다.
양강모 : (바로 옆의 모니터로 의자를 이동하며) 이게 수학여행 둘쨋날 마쯔리에 갔던거구. (그 옆의 모니터를 플레이하며)
이게 그날 밤 여관이야.
화면...유카타를 입은 일단의 아이들. 그중에 조영재가 섞여 있다.
양강모가 따닥하고 스탑버튼을 누른다. 양강모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 조영재의 손에 풍선이 들려있다.
그래서? 이재규가 양강모를 쳐다본다.
양강모 : 물론 주의사항에 ‘사람에게 던지지 마시오’란 말이 있었겠지.
이재규 : (생각해본다)...
양강모 : 하지만 조영재거든. 조!염!병!
모니터속, 스틸 잡힌 조영재가 풍선을 쥔 채 웃고 있다. 어떻게 보면 해맑고, 어떻게 보면 야비하게...
S#36. 복도 (낮)
조영재 방문이 빼꼼히 열린다. 조영재가 누가 있나 확인하고 나온다.
어느 방문 앞에 서서 노크한다.
S#37. 강미르의 방 (낮)
모니터속...조영재를 보며 강미르 ‘걸렸구나’싶다.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입술을 핥으며 모니터에 집중한다.
모니터속...조영재가 누군가의 방으로 들어간다. 윤수 방이다. 윤수방은 비어있다.
S#38. 윤수의 방 (낮)
조영재가 조심스럽게 들어오더니 책상서랍에 뭔가를 집어넣는다. 나오다가 테이블위의 초콜릿을 두세개 집어든다.
잠시후. 강미르가 나타난다. 역시 자기것처럼 초콜릿을 까먹으며 좀전에 조영재가 집어넣은 것을 꺼낸다. 명품 시계다.
시계 뒤쪽의 이니셜을 본다. ‘YS'
강미르 : (중얼거린다) 윤수...
S#39. 동관로비 (낮)
조영재가 계단을 내려온다. 막 양강모와 이재규 박무열이 로비로 건너오고 있다.
조영재 : 천사 어딨냐?
양강모 : 어디 있든지 죄많은 네 눈엔 안 보일 걸.
조영재 : (위협하는) 하루라도 안 맞으면 온몸이 근질거리지?
박무열 : 윤수는 왜?
조영재 : 그냥..안 보이길래. 어느 구석에서 손목 긋고 쓰러져 있으면 곤란하잖어.
박무열 : (프린트된 사진을 보여주며) 이거...
동영상을 프리트한 ‘풍선을 들고 웃고 있는 조영재’사진이다.
조영재 : (사진을 본다) ...수학여행?
박무열 : 어. 누구한테 던졌는지 기억나?
조영재 : (들여다본다)...
양강모 : 기억할 리가 없지. 죄의 바다에서 물방을 하나를 어떻게 건져내겠어.
조영재 : (양강모를 노려봐 주고는) 이게 뭔데?
박무열 : ‘너는 나를 비참하게 물들였고...’
조영재 : ...?
박무열 : 네가 파란 물감이 든 풍선을 누군가의 얼굴에 던졌어. 걔가 윤수방으로 들어간 거구. 윤수는 구석괴물이라고 착각한거야.
누구한테 던졌는지 기억해내면...
조영재 : (말 끊는다) 이 새끼들은 어떡해서든 나랑 엮을라고 들어. 구석괴물이 뭔 괴물인데? 물감 좀 칠했다고 괴물이냐?
(종이를 구겨버리면서) 그냥 물감이었거든. 수채화 물감. 천사가 아무리 정신이 들락날락거려도 그걸 어떻게 착각하냐? 병신들!
조영재가 로비를 빠져나간다.
박무열이 한숨을 쉰다. 조영재 말도 아주 틀린건 아니다. 이재규가 박무열을 슬쩍 본다.
로비...천장 구조물. 로비의 사정과는 상관없이 윤수가 햇빛속에서 음악을 듣고 있다.
S#40. 밴드연습실 (낮)
문이 열리고, 조영재가 윤수를 찾는다. 비어 있다.
조영재 : (혼잣말하는) 아 새끼...어디 간거야?
(강미르) : 누구?
조영재가 솟구치듯 놀라 뒤돌아본다. 환풍구가 열리더니 그 안에서 강미르가 나온다.
강미르 : (먼지를 툭툭 털면서) ‘왕’하고 놀래키면 주인한테 도망갈거라 생각했지.
조영재 : (너무 놀라 말이 안나온다) ...?
강미르 : (실실 웃으며) 천사는 왜 찾냐?
조영재가 도망가려고 눈치를 본다. 한팔 앞서 강미르가 조영재의 목을 감아버린다.
강미르 : 빨리 나불거려봐. 조염병과 천사와 (손가락에 반쯤 건 시계를 보여주며) 이 시계의 삼각관계에 대해..
S#41. 동관로비 (낮)
비어 있다. 윤수가 천장구조물에서 내려온다. 문득 창밖을 보더니 밖으로 나간다.
S#42. 동관 4층 휴게실 (낮)
이재규가 자판기에서 커피가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박무열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박무열 : (편지를 보면서) 너는 나를 비참하게 물들였고. 너는 나를 구석괴물로 만들었고.
이게 수학여행때 있었던 일이야. 작년 8월.
이재규 : (커피를 들고 와 자리에 앉는다) ...
박무열 : 은성이가 단하나의 희망을 비웃고. 내가 그의 것을 빼앗은게 10월...
이재규 : 시간순이라는 거야?
박무열 : 응. 어쨋거나 조영재가 누구한테 그랬는지 알아내기만 하면...
다급한 발자국소리.
(조영재) : 박무열!!
조영재 : (계단밑에서 얼굴만 내밀고) 박무열!! 천사 죽어.
박무열 : (일어난다) ....
조영재 : (다시 계단을 내려가며) 미친 미르가 대천사 죽이러 갔다구.
박무열과 이재규가 조영재를 따라 뛴다.
S#43. 동관 밖 눈밭 (낮)
산이 끝나는 지점, 하얀 눈밭에서 노루가 이쪽을 보고 있다. 윤수 역시 노루를 보고 있다.
둘 다 움직이지 않고 서로를 본다. 적의도 호의도 없이.
그때, 노루가 후다닥 뛰어 달아나는 것과 동시에 강미르가 붕 날라와 윤수를 눈밭에 쓰러트린다.
강미르가 윤수를 깔고 앉아 때린다. 윤수는 저항도 없이 맞는다.
강미르가 몇 대 때리다가 윤수의 멍한 눈을 보고, 멈칫한다.
그순간 박무열이 강미르를 태클한다.
강미르 : 놔. 새끼야.
날뛰는 강미르를 박무열과 이재규가 막느라 한덩어리가 되어 구른다.
조영재는 감히 달려들지 못하고, 엉거주춤한다.
쓰러졌던 윤수가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한덩어리가 되어 구르는 세녀석을 남의일처럼 쳐다본다.
박무열 : (말리면서) 잠깐 좀... 강미르!!!
뿌리치는 강미르의 팔꿈치에 박무열이 얻어맞는다. 열받은 박무열이 강미르를 한대 때린다.
강미르가 박무열을 향해 돌아선다. ‘해보자는 거냐’ 달려 들려는데...
(선생님) : 뭐하냐?
강미르가 멈칫한다.
S#44. 북관복도 (낮)
선생님이 창문을 열고 내다본다. 선생님 뒤에 남자도 보인다.
제법 거리가 있는데다가 비슷한 외투를 입고 있어서 선생님은 아이들이 누구 누군지 알아보진 못한다.
선생님 : 누가 누가 싸우는 거냐? 내가 심판 봐줄까?
조영재가 박무열을 본다. 강미르는 이제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다.
박무열 : (선생님을 향해 몇 걸음 다가서더니) 별거 아닙니다.
선생님 : 그럼 별거 아니겠지. 별거면 곤란하구. 그만 끝낼 거지?
박무열 : 예!
선생님 : (창문을 닫는다)...
남자 : 그냥 둬도 되는 겁니까?
선생님 : (걸어가면서) 열여덟. 피가 뜨거운 때잖아요. 가끔 식혀줘야되거든요.
남자 : (아이들 쪽을 돌아보며)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라서...전 좀 놀랐습니다.
선생님 : 제가 워낙 운동하던 놈이라서요. 저런 거엔 좀 관대한 편입니다.
여러 놈이 한녀석을 패는 것도 아니고. 저 정도는 그냥 두는게 더 빨리 해결되거든요.
남자 : ...
선생님 : (식당으로 들어가며) 게다가 박무열이 있잖습니까? 알아서 해결할겁니다.
남자가 선생님을 따라 안으로 들어간다.
창밖 이재규가 윤수를 일으킨다.
S#45. 박무열의 방 (낮)
강미르, 조영재. 윤수, 이재규, 마지막으로 박무열이 들어온다.
조영재가 만약에 달아나기 위해 문쪽에 있을려고 하는데, 강미르가 의자를 끌어다가 문앞에 놓고 앉는다.
강미르 : (장난기없는 그는 무섭다) 취조 시작하기 전에 알려둘게 있어. 대천사! 넌 지금부터 너에게 불리하든 유리하든
진술을 하게 될거야. 묵비권. 엿 먹어!! 조염병이 비품실에서 폭죽셋트 훔쳐다가 너한테 팔았다는데 사실이야?
윤수 : (긴장감없이 앉아 있을뿐)...
조영재 : (답답해서 대신) 맞잖아. 네가 시계 준다고...
강미르 : (버럭) 넌 찌그러져 있어!!
조영재 : (얼른 입 닫는다)...
강미르 : (윤수에게) 그걸로 뭐했냐?
윤수 : (천천히 강미르를 쳐다본다) 하나하나 까서 블랙파우더를 모았지. 그걸로 이사장 동상을 뻥!!
폭파용이 아니라서 효과는 별로였어. 다들 알고 봤듯이.
강미르 : (이건 뭐지 싶다)...?
박무열 : 왜?
윤수 : (박무열을 본다)...
박무열 : 왜 그런 짓을 했는데?
윤수 : 왜? 당연하잖아. (강미르를 보면서) 저 대단한 미친 미르를 함정에 빠트릴려구.
강미르 : (즉각적으로) 내가 뭘?
윤수 : (강미르가 무섭지 않다) 네가 다 망쳤잖아. 그 동안의 내 노력. 내 각오. 내 미래.
여기서, 이 알카트라즈에서 나갈 수 있는 단 한번의 기회.
강미르 : (어이없다) 잠깐만요. 이의 있습니다. 사람 잘못 본 거 아니예요?
윤수가 큭큭 웃는다. 그러나 그 눈에 있는 건 증오와 슬픔!!
S#46. 편집실 (낮)
양강모가 ‘수학여행’ 테잎을 테잎함에 넣다가 ‘강미르’라고 써진 테잎을 발견한다.
테잎을 모니터에 넣자마자 화면에 뜨는 강미르의 얼굴!
(윤수) : 가을 축제 때....
S#47. 박무열의 방 (낮)
윤수 : 네가 한 짓 기억 안나?
강미르 : 가을 축제때 내가 뭘...? (하다가 생각났다) 아. 그때 나는 수신고 역사에 길이 남을...
이재규가 아이들을 본다. 다른 아이들은 답을 알고 있다.
S#48. 편집실 (낮)
양강모가 빠른 화면을 정상으로 만든다. 화면에 걸린 장면은 옥상. 숨어서 찍은 화면인 듯 앵글은 엉망이다.
강미르가 노트북을 들고 뭔가를 계산하더니 헬맷을 쓴다. 강미르의 친구 두명이 강미르의 다리에 줄을 묶는다.
강미르가 옥상난간에 선다. 다시 빨리 돌리려는데...
(남자) : 뭐하는 거지?
남자가 편집실 문 앞에 서 있다.
양강모 : 이거요? 번지점프요.
(윤수) : 난 그때...
S#49. 박무열의 방 (낮)
윤수 : ...막 공연을 시작했었어. (그날을 생각하면 가슴이 욱씬거린다) 학교 강당이 꽉 찼거든. 의자를 100개 깔았는데.
뒤에 몇 명은 서있을 정도였어. 교장을 설득하고..., 밴드연습실 만들고. 현수하고 정태...공부 해야한다는 놈 설득하고...
그게 쉬웠는 줄 알아? 그 공연에 난 전부를 걸었어. 그런데..........
이재규가 윤수와 강미르를 본다. 조영재는 사건이 자신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 계산하고 있다.
S#50. 편집실 (낮)
화면속...강미르가 줄에 매달린채 낄낄 웃고 있다.
화면 일각 여선생이 기절하고, 중앙정원에 사람들이 몰려든다.
애들(연극의상을 입은 놈. 일일카페를 하던 중인 듯 메이드 복을 입은 여학생등등). 선생님. 잘 차려입은 학부모들....
남자 선생님들이 강미르 발목을 묶은 줄을 풀기 시작한다.
(윤수) : 첫 곡을 끝내기도 전에 객석이 텅 비었어. 그걸로 공연은 끝!!
S#51. 박무열의 방 (낮)
윤수 : (강미르에게 씹어뱉듯) 네 그 미친 짓 때문에. 내 모든 게 한순간에 날라간거야.
강미르 : (억울하다) 어이 잠깐만....
윤수 : (안 듣는다) 그렇게 사람들 관심을 받고 싶다면 소원대로 해주자 생각했지.
어때? 만족해. 이제 네 이름은 수신고 역사에 길이 남을거야. 수신고 최초의 퇴학생.
강미르 : (스스로 진정하며) 좋아. 나의 너무나 대중적이고 자극적인 이벤트 때문에 네 공연 망친거 미안하다.
그치만 그깟 공연 좀 망쳤다고, 사람을...
윤수 : (의자에서 벌떡 일어난다. 화가 났다) 그깟 공연? 거기 우리 엄마 아빠가 와 있었거든. 처음으로 내 노래를 듣겠다고!
들어보고 결정하겠다고! 정말 괜찮으면 여기서 나가게 해주겠다고! 니들이 대놓고 ‘기부천사’라고 부르는 이 지옥에서...
그런데 네가 망쳤어. 그깟 공연? (화가 지나쳐 웃음이 난다) 그깟 공연!!
윤수가 큭큭큭 웃으며 고개를 돌린다. 눈물이 흐른다.
S#52. 중앙정원 (과거-낮)
선생님들의 부축을 받으며 강미르가 걸어간다. 그는 다리를 절고 있다. 아이들이 양쪽으로 갈라져 길을 내준다.
강미르가 ‘나리타 공항에 내린 배용준’처럼 아이들에게 손을 흔든다.
저멀리 떨어진 곳... 전자기타를 든 윤수가 무표정한 얼굴로 강미르의 퇴장을 고개를 돌려가며 쳐다본다.
카메라를 든 양강모가 아이들을 뚫고, 강미르를 쫓는다.
양강모의 카메라 앵글 안, 화면 일각에 윤수의 기타와 몸의 일부만 살짝 잡힌다.
S#53. 편집실 (낮)
앞씬의 마지막 장면이 멈춘다. 양강모가 스탑 버튼을 눌렀다.
양강모 : 저때부터 미친미르라 불리기 시작한거죠. 전설의 시작!!
남자 : (흥미롭다는 듯) 번지 점프를 할 거라는 걸 자넨 미리 알고 있었고?
양강모 : 당연하죠. 카메라 셋팅까지 쫙 해놨잖아요. 세대의 카메라! 대규모 프로젝트.
남자 : 말려야겠단 생각은 안해 봤나?
양강모 : ...?
남자 : 위험했잖아. 충분히...
양강모 : (테잎을 정리하며서) 말린다고 들을 놈도 아니고...난 그냥 카메라예요. 지켜보는 역할. 말리거나 부추기는 건 반칙이죠.
남자 : (흥미롭다는 듯 빙긋이 웃는다)...
S#54. 박무열의 방 (낮)
모두들 말이 없다.
윤수는 자신의 분노를 쏟아놓은 뒤여서, 강미르는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벌어진 일에 대해 생각하느라.
모두들 각자의 생각에 잠겨있다.
마침내. 강미르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강미르 : (나가려다가 멈춘다. 윤수를 보지도 않은채) ...미안하게 됐다!
윤수 : (못 들은 것처럼 미동도 없다)...
강미르 : (윤수를 쳐다보며) 늦었는지 모르겠지만...진심으로 미안하다.
강미르가 밖으로 나간다. 조영재가 아무도 모르게 안도의 숨을 쉰다.
S#55. 기숙사 복도 (낮)
박무열의 방에서 나온 강미르, 순간 얼굴을 찌푸린다. ‘어쩌다 이렇게 된걸까?’ 자기방으로 들어간다.
S#56. 박무열의 방 (낮)
긴장이 지나간 방안.
조영재 : (편안하게 늘어지며) 숨막혀 죽는 줄 알았네.
박무열 : (윤수에게) 어떡할 거야? 이대로 있으면 강미르는 자퇴 처리돼.
윤수 : (자리에서 일어나며) 맘대로 해.
조영재 : (이때다 싶다) 학교에 얘기할 때 말이야. 폭죽 셋트, 그부분 어떻게 안될까? 네가 동상 부술거라는건 말 안했잖아.
윤수 : (못들은것처럼 무시한다)...
조영재 : (박무열한테) 알면 내가 팔았겠냐? 나 그렇게 대담한 놈은 아니거든.
박무열 : ...
조영재 : 그러니까 폭죽은 그냥 천사가 어떻게 구한 걸루 하자 응? 사실 천사는 무사통과잖아. 뭔 짓을 하든, 뭔 사고를 치든....
윤수 : (대답없이 나가버린다) ...
박무열이 답답한 듯 창문을 연다. 환기를 위해 10센티 정도만 열릴 뿐, 더 이상은 열리지 않는다.
조영재 : 게다가 편지 보낸 것까지 밝혀지면 폭죽을 누가 훔쳤는지 같은건 관심도 없을거야 응?
박무열 : (쳐다본다) 편지를 윤수가 보냈다고...?
조영재 : 당연하잖아.
박무열 : 어째서?
이재규 : (조영재를 본다) ...?
조영재 : 아까 천사가 제 입으로 그랬잖아. 여기서 나가고 싶었다고. 해도 해도 안되니까 아예 학교를 박살내려고 한거야.
엄청난 문제를 일으켜서...
박무열 : (생각해본다)...
조영재 : 편지 받은 애들 봐봐. 최치훈, 유은성. 너. 양찍사. 나까지...학교에서 다 먹어주는 애들이잖아.
잘나가는 애들 몇 명 모아서 문제 일으키면 학교가 아작나는거지.
이재규 : (뭐라고 말할려고 하는데)...
조영재 : 사실 이사장 동상 문제도 시내 학교였어봐, 난리났을걸. 산속이니까 쉬쉬하고 덮어버렸지.
박무열 : (이재규를 본다. 할말있으면 하라는 듯)...
이재규 : (조심스럽게) 그럼 나는...? 난 아무것도 아닌데...
조영재 : (이재규를 잊고 있었다) ...잘못 배달된거 아냐?
박무열 : 편지 내용은?
조영재 : (멈춰서며) 그냥 이것저것 갖다 붙인거지.
박무열 : (잠깐 생각해보다가 일어선다) 아니...은성이를 스토킹한 놈은 진짜였어. (밖으로 나간다)...
S#57. 양호실 (저녁)
반창고를 떼내던 남자가 문소리에 돌아본다. 문앞에 박무열이 서 있다.
박무열 : 은성이는...?
남자 : 좀 전에 나갔는데.
박무열 : ....
남자 : (박무열의 침묵을 걱정이라 생각하고) 걱정안해도 될거야. 뭣 때문인지 몰라도 씩씩해졌던데.
박무열 : (씁쓸하게 웃으며) 오기 부리는 거예요.
남자 : 오기를 부리든 화를 내든, 감정을 보이는 건 좋은 징조야.
박무열 : (잠깐 생각하다가) ...혹시 보셨어요? 은성이 팔.
남자 : (박무열에게 돌아앉으며) 칼자국 말인가?
박무열 : (고개를 끄덕인다)..
남자 : 그게 마음에 걸려. 팔뚝에 난 상처를 보면 은성양은 리스트컷 환자야.
자기몸에 고통을 줌으로써 살아있다는 실감을 하는건데...그건 자살충동하고는 분명히 다르거든.
박무열 : ...?
남자 : 오늘 아침 은성양의 갑작스런 자살 충동은 뭔가.... (말을 고른다) 부자연스러워.
S#58. 복도 (저녁)
박무열이 여기저기 유은성을 찾는다. 창문너머 식당, 은성이가 보인다.
S#59. 식당 (저녁)
은성이가 우유와 토스트를 먹고 있다. 박무열이 들어온다.
유은성 : (박무열이 말없이 자기를 보자) 아침에 죽을려던 애가 꾸역꾸역 먹는거 보니까 이상해?
박무열 : (숨을 고르며) 오늘 아침에 일...자세히 얘기해봐,
유은성 : 알아서 뭐하게?
박무열 : 왜 갑자기 죽고 싶어진 거야?
유은성 : (질문의 의도가 뭘까 싶어 쳐다본다)...
박무열 : 왜 하필 그 자리였어? 시계탑 아래...
유은성 : (자기도 생각해보지 않은 문제다)....
박무열 : (유은성의 침묵을 오해하고) 나랑 얘기하기 싫은 거면 다른 애 불러 올게.
유은성 : (불쑥) 몰라 나도. 그냥... 내가 내가 아닌것처럼...꿈꾸는 것 같기도 하고. 독한 감기약 먹으면 그럴 때 있잖아.
박무열 : 약 먹은거 같았다고...?
유은성 : 뭐 대충...둥등 뜬것처럼 현실감 없는게... (자조적으로) 잘 모르겠어. 나도 나름 첫경험이라서 말이야.
기절한 것도 처음이고...몇번 해 보면 알게 될라나... (자조적인 농담을 해놓고 앗차 싶어 박무열을 본다) ...
박무열 : (유은성을 보고 있지만 다른 생각을 한다. 약이라...?)...
박무열이 서둘러 식당을 나간다.
S#60. 동관로비 (저녁)
박무열이 들어온다. 서둘러 계단을 올라간다.
S#61. 윤수의 방 (저녁)
문이 벌컥 열린다. 귀가 찢어질것처럼 시끄러운 음악이 먼저 들린다.
침대에 똑바로 누워 있던 윤수가 천천히 박무열을 본다.
박무열이 바닥에 떨어진 ‘세공이 아름다운 금속상자’를 연다. 약이 두개 들어있다.
박무열 : (윤수를 잡아 일으키며) 하나 어디 갔어?
윤수 : (일으키는대로 일어나 앉아 씨익 웃는다)...
박무열 : 세 개 있었잖아?
윤수가 혀를 내민다. 혀 위에 약이 있다. 박무열이 약을 화장실 변기에 털어버리고 물을 내린다.
윤수 : (박무열이 손을 놓자 다시 누으며 남의 일처럼) 아까워라. 얼마짜린데...
윤수가 누은채로 노래를 따라부르기 시작한다. 미친 듯이 과격하게...
박무열이 그 모습을 지켜본다.
S#62. 식당 (저녁)
조영재. 이재규. 최치훈이 들어온다.
식사를 막 끝낸 유은성이 최치훈을 흘깃 보더니 나가버린다. 최치훈은 신경쓰지 않고 조리실로 들어간다.
조영재 : (이재규에게) 박무열, 걔 왜 그렇게 똘팍이냐? 범행의 시작은 동기야. 동기가 완벽한데 뭘 더 바래?
게다가 정신과 의사가 그랬다며? 미친놈이 쓴 편지라고. 우리학교 대표 미친놈이 누구냐? 미친미르와 더불어 천사잖아.
프로파일링까지 천사가 범인이라는데...아. 답답해.
이재규 : (조심스럽게) 그치만 구석괴물은...윤수가 구석괴물을 봤다고 하니까...
조영재 : (짜증났다) 당연 거짓말이지.
이재규 : 네가 물감풍선을 던진 것도 사실이구.
조영재 : 야! 그건 그냥 물감이었대니까...수채화물감. 물로 씻으면 지워지는거... 어떻게 물감을 몽고반점으로 착각하냐구,
이재규 : (조영재의 서슬에 주눅들면서) 그렇긴 한데...
조영재 : 헷갈리고 싶어도 헷갈릴 수가 없어. 아무리 퓨즈가 들락거리는 천사라도 그건 아니야. 도오오저히 불가능해. 알어?
(박무열) : 가능해.
박무열이 들어온다.
박무열 : (최치훈을 흘깃 보며) 그때 윤수 상황이 특별했다면...
조영재 : ...?
박무열 : 약을 먹었다거나...
조영재 : 약?
박무열 : 확인해 볼려면 지금 해. 한참 취해 있을 테니까...
최치훈이 밥을 푸면서 별관심없이 아이들을 흘깃 본다.
S#63. 윤수의 방 (밤)
시끄럽다. 윤수가 다리를 뻗고 앉아 오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에 맞춰 즉흥 연주를 한다.
약에 취한 윤수의 시야에 모든 것이 일그러져 보인다. 구석에 있는 ‘꼬마’도...
그때 문소리...여전히 세운 무릎에 얼굴을 묻고 있던 꼬마가 먼저 문쪽을 바라본다.
윤수는 기타를 연주하느라 누가 들어왔는지 신경쓰지 않는다.
‘들어온 누군가’가 윤수 앞에 쭈그리고 앉는다. 그제서야 윤수가 시선을 돌린다.
기분좋게 흥분해있던 윤수의 눈동자가 정지한다. 윤수의 숨이 거칠어진다. 윤수 시야의 일그러짐이 심해진다.
눈앞에 앉아있는 푸른 반점!!
윤수가 구석을 바라본다. 그곳에도 꼬마가 있다. 꼬마가 천천히 고개를 든다. 꼬마의 왼쪽뺨에 푸른 반점....
윤수 : (입모양만으로) 왜...왜...?
윤수가 온몸을 이용해 뒤로 기어 갈려고 바둥거린다.
얼굴에 파란 물감을 칠한채 ‘내가 이짓을 왜 하나’ 싶었던 조영재가 이것봐라 싶다.
조영재 : (조금씩 다가오며) 내가 누군지 알아?
윤수 : (숨이 거칠어진다) 어째서...어째서 둘이지? 왜...?
조영재 : (사악하게 웃는다) 내가 누구게? 내가 누구야? 말해봐.
윤수 : (소리가 나오지 않아 입 모양만으로) 괴물....
조영재 : (못 들었다. 더 가까이 다가온다) 말 안해? 잡아 먹는다.
윤수 : (비명도 못지른채 중얼거린다) 구석 괴물...구석괴물이 왜 둘이지?
(조영재와 구석을 번갈아보며 작은 소리로) 엄마...엄마아아아...살려줘...엄마아....
구석의 꼬마아이는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외면한다.
윤수가 일어나기위해 애를 쓰며 숨을 헐떡인다.
조영재가 어이없어하며 윤수를 보다가 문간에 선 박무열, 이재규를 돌아본다.
조영재 : (갑자기 손가락을 세우며 어린애를 놀래키듯) 나는 구석괴물이다...왕!
그 순간 윤수가 기타를 휘두르며 비명을 지른다. 조영재가 가까스로 피하자 기타는 벽에 가 부숴진다.
운수의 눈동자가 하얗게 뒤집어진다. 조영재도 이런 반응을 기대한건 아니라 당황한다.
지켜보던 박무열과 이재규가 뛰어들어온다. 이재규는 조영재를 밀어제치고. 박무열은 빳빳하게 굳어가는 윤수를 끌어 안는다.
윤수가 마치 어린아이처럼 박무열의 품으로 파고든다.
윤수 : (눈을 꼭감고 어린애처럼 비명지른다) 이모오오오!! 이모오오오!! 선희이모!! 빨리 와줘! 이모오오오!!!!!!!!
윤수의 비명소리가 뚝 끊긴다. 박무열에게 파고들던 윤수의 몸이 축 늘어진다. 윤수는 기절했다.
이런 반응일 줄은 몰랐다. 박무열도 이재규도 숨을 헐떡이며 서로를 본다.
조영재 : (손바닥으로 얼굴의 물감을 지우며 자기가 지나쳤다는 자각을 한다) 난 그냥...장난 좀 친 건데...
이재규가 숨을 몰아쉰다. 아무도 말을 꺼내지 못한다. 음악만이 시끄럽다.
(점프)
혈압계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 남자가 윤수의 혈압을 잰다.
선생님이 이 모습을 지켜보다가 돌아선다.
S#64. 4층 휴게실 (밤)
이재규, 박무열. 조영재가 앉아 있다. 박무열은 지쳤다.
누군가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선생님이 걸어온다.
선생님 : (맞은편에 앉으며 심각하다) 왜 그런 거야?
모두들 대답이 없다.
선생님 : (화가 난다) 말 안해?
조영재 : (눈치를 슥 보고는 가볍게) 그냥 갑자기 기절했어요. 픽하고!!
선생님 : (테이블을 주먹으로 후려친다) 니들은 내가 바보로 보이냐? 조영재! 넌 내가 바보같지?
늘, 사람좋던 선생님이 아니다. 조영재가 쫄아든다.
박무열 : 윤수는...
선생님 : (박무열을 향한다)...
박무열 : (신중하게) 약을 먹고 있었습니다.
선생님 : 약?
박무열 : ...
선생님 : (설마하는) 마약?
박무열 : 예.
선생님 : (충격받았다)...
박무열 : (주머니에서 검은 봉투를 꺼낸다) 그리고 이거...
이재규 : (박무열을 본다)...
선생님 : (편지를 펼쳐본다)...
조영재 : (선생님 눈치를 힐끔 본다)...
박무열 : 우리 모두 이런걸 받았습니다.
선생님 : (버럭) 그 얘길 왜 이제 해?
박무열이 고개를 숙인다.
S#65. 강미르의 방 (밤)
강미르가 노트북으로 cc카메라화면을 보고 있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있는 휴게실 화면을 윤수의 방으로 바꾼다. 남자가 링거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강미르는 ‘죄책감’을 느낀다. 문소리에 강미르가 후다닥 노트북을 접는다.
박무열이 들어와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다.
박무열 : 편지에 대해 선생님한테 다 말했어.
강미르 : ...
박무열 : 일단 네 얘긴 안했는데....
강미르 : 땡큐!
박무열 : 언제 들켜도 들킬거 자수해라.
강미르 : (고개를 흔든다) ...낼 아침 일찍 집에 갈랜다.
박무열 : (한숨을 쉬면서) 그러든가...
강미르 : 조염병이 뭘 어쨋길래 천사가 기절씩이나 하고 그러냐?
박무열 : (지쳐서 대답하기 싫다)...
강미르 : 씹냐?
박무열 : (힘없이 웃는다)...
강미르 : (농담으로) 어이. 나 강미르거든.
박무열 : 미친미르도 지내보니까 별거 아닌데 뭘.
강미르 : 아! 어쩌다 수신고 전설의 미친용이 매뉴얼맨한테 씹히기나 하고...
박무열 : (문득) 어떻게 알았어?
강미르 : ...?
박무열 : 윤수가 기절한거 어떻게 알았어? 여기선 보이지도 않는데..
강미르 : (앗차싶다)...
박무열 : (강미르를 똑바로 보며) 네 맘대로 왔다갔다 하는데 선생님한테 들키지도 않고...
강미르 : (어떡할까 머리를 굴리며 장난스럽게 웃는다)...
박무열 : 너 뭐 있지?
강미르 할 수 없다. 노트북을 연다. 노트북...cc카메라 화면이 보인다.
박무열 : (상상도 못했다) 너 설마...
강미르 : (딴청부린다)...
박무열 : cc카메라... 보안실 컴퓨터 해킹한거야?
강미르 : 해킹이라기보다는 그냥 살짝...
박무열 : (진짜 놀랐다) 이것만으로도 퇴학이거든.
강미르 : 그러니까 비밀 엄수!!
박무열이 강미르와 노트북을 번갈아본다.
S#66. 체육관 (밤)
유도복을 입은 선생님이 탄성고무줄을 이용해 업어매치기 연습중이다. 줄이 튕길때마다 탕탕소리가 난다.
300번을 채우고, 휴식한다. 무릎에 손을 얹고, 거친 숨을 쉴 때마다 얼굴을 따라 땀이 뚝뚝 떨어진다.
선생님은 스스로 각오를 다지는 중이다.
벌어진 유도복 사이로 보이는 근육은 만약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그가 지켜줄것같다는 믿음을 갖게 한다.
(남자) :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네요.
선생님 : (고개를 든다)...
남자 : (체육관을 둘러보며 들어온다) 아까부터 보고 있었는데 말을 걸 수가 있어야죠. 무서워서....
선생님 : (심호흡과 함께 긴장을 풀며) 어떤 시합이든 결정적인 순간이라는게 있습니다. 게임의 승패를 좌우하는 순간이죠.
사실 1등이나 2등이나 힘이나 기술은 거기에서 거기예요. 근데 국가대표가 되고 메달을 따는 놈들은 아는거죠.
시합중에 그 결정적인 순간이 언젠지....
남자 : ...?
선생님 : (두 손바닥으로 얼굴을 짝 소리가 나게 때리고는) 유도로는 내내 이등이었지만 어쩐지 알 것 같습니다.
지금이 나한테는 결정적인 순간이라는 걸...
윤종일선생이 수건을 들고 밖으로 나간다. 남자가 선생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S#67. 식당 (밤)
강미르가 가방에 빵과 우유, 초콜릿 같은 걸 챙긴다. 그 중 크림빵 봉지를 뜯어 먹으며 밖을 살핀다. 복도는 비어 있다.
S#68. 중앙정원 (밤)
북관 건물의 비밀통로를 통해 강미르가 나온다.
동관 기숙사로 가려는데, 남관 어느 창문에 불이 들어온다. 뭐지 싶다.
가로등 불빛을 피해가며 불이 켜진 쪽으로 다가간다.
창문 너머, 선생님이 어딘가로 전화통화중이다. 뭔가 심각한 표정이다.
강미르가 말소리를 듣기 위해 좀더 다가간다.
(선생님) : (들으며) 예....예....알겠습니다. 아뇨. 그냥 확인 좀 하려구요.
강미르가 나뭇가지를 건드려 쌓여 있던 눈이 뚝 떨어진다.
S#69. 교무실 (밤)
인기척에 선생님이 홱 돌아본다. 나무가 흔들리고 있다.
선생님 : (수화기에 대고) 밤늦게 실례했습니다. 예...예...
전화를 끊고, 서류철을 뒤집어 놓은채 선생님이 밖으로 나간다.
S#70. 교무실앞복도 (밤)
잠시후, 복도 비밀 통로를 통해 강미르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이민다.
S#71. 교무실 (밤)
강미르가 선생님이 서 있던 자리로 향한다.
방금 전에 선생님이 보던 건 학생기록부! 뒤집어놓은 서류을 막 뒤집으려는 순간.
강미르의 몸이 붕 떠오른다. 선생님이 강미르를 엎어매친 것이다.
빡소리...바닥에 쭉 뻗은 강미르가 잠깐 정신을 잃는다.
강미르의 주머니에서 우유가 터졌다. 우유가 스며나온다. 강미르는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는다. (f.o)
S#72. 징계방 (밤)
강미르가 눈을 뜬다. 정신을 차리는 것과 동시에 문이 닫힌다. 손잡이가 없는 문은 안으로 열리게 되어 있다.
강미르가 폭이 좁은 긴 유리창에 손을 집고 밖을 내다본다. 징계방 관찰실에 선생님이 서 있다.
선생님을 보자마자 강미르가 왼쪽 어깨를 움켜쥐며 엄살을 부린다.
강미르 : (아파하면서) 아아...팔 빠진 것 같해요. 아아...
윤종일선생 : (웃는다) 엄살부리지 마, 낙법만큼은 확실하게 가르쳤으니까 게다가 난 정당방위였다구.
강미르 : (순진한척) 열여덟 꽃봉오리 같은 어린 소년을 엎어 매친게요?
윤종일선생 : 적절한 체벌은 아이를 바른 길로 인도한다... 이것이 내 교육관이란다.
강미르 : 선생님의 엎어매치기는 살인미수거든요.
윤종일선생 : 주접은 그쯤 됐고, 왜 숨어있었냐?
강미르 : 숨었다기보다는 낯을 좀 가려서...제가 보기보다 부끄럼쟁이거든요.
윤종일선생 : (하하 웃다가) 아까 교무실에서 뭐하고 있었냐?
짧은 순간 선생님 시선이 위험할정도로 번득인다. 강미르는 선생님의 눈빛을 못본척 너스레를 떤다.
강미르 : (너스레떤다) 잠깐 길을 잘못 들어서...워낙 미로스럽잖아요. 우리 학교가.
윤종일선생 : (재밌다는 듯 웃는다)...
강미르 : (선생님을 마주 보며 따라 웃는다)...
윤종일선생 : (갑자기 휙 돌아선다)...
강미르 : (당황한다) 선생님!! 어디가요? 그냥 가면 어떡해요?
윤종일선생 :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면 좀 더 그럴듯한 이유가 떠오를 거야. 그때 보자.
강미르 : 에에이... 선생님. 이런게 어딨어요? 이건 불법이죠.
선생님이 유리창위를 가리킨다. 강미르가 올려다보면 유리창위에 愼獨(신독)이라고 써 있다.
윤종일선생 : ‘홀로 삼가며 마음을 다스린다’ 다스려봐,
강미르 : 제가 여기 자주 와봐서 아는데요. 홀로 마음을 다스리려면 절차라는게 꼭 필요하거든요. 교장 선생 사인은 필수!
이건 명백한 권한 밖 행사죠. 중죄라구요. 최소한 사형!
윤종일선생 : 교칙무시하고 학교에 남은 죄. 교무실 무단 출입. 시간외 이동. 게다가 넌 근신중이었잖아. 가중 처벌이야...
교장선생님도 이해할거야. (나간다)...
강미르 : (두손을 뻗은채 애절하게) 선생님. 가지마세요. 선생님. 선생니이임!!
문이 닫힌다.
‘이거 안먹히네’ 싶은 강미르, 급격하게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온다.
유리창엔 크림빵과 먼지 때문에 강미르의 손자국이 지저분하게 나있다.
뭔가 이상하다. 강미르가 침대에 앉아 곰곰이 생각하다가 문득 옷이 축축하다는걸 느낀다.
윗도리 주머니안에서 터진 우유곽을 꺼낸다. 윗도리를 벗다보니 진짜로 왼쪽 어깨와 등이 아프다.
S#73. 보안실 (밤)
어둠속에서 컴퓨터 불빛이 반짝인다. 불이 켜지고 선생님이 들어온다. CC카메라의 화면을 찾는다.
교무실 화면. 녹화된 장면을 뒤로 움직인다.
강미르를 어깨에 짊어지고나가는 장면, 강미르를 엎어매치는 장면,
강미르가 들어오는 장면, 자신이 들어오는 장면이 거꾸로 지나간다.
선생님이 버튼을 누르자, ‘삭제하시겠습니까?’버튼이 뜬다. 삭제 버튼을 누른다.
S#74. 교무실 (밤)
전화벨이 울리고 있다. 선생님이 서둘러 들어와 간신히 전화를 받는다.
윤종일선생 : 예 교장선생님.... (창밖을 보며) 예...별일 없습니다. 예...그럼.
윤종일 선생이 전화를 끊고, 바닥에 떨어진 학생 기록부를 집어든다.
수줍게 웃고 있는 남학생의 사진. 중학교를 갓 졸업한 평범한 아이가 카메라를 향해 어색하게 웃고 있다.
(이재규) : 김진수,... 참진, 빼어날 수. 1992년 4월 9일생
S#76. 김진수 몽타쥬
(*과거회상이라 색깔이 바랜 느낌이다. 아니면 흑백이거나)
-엔딩음악이 시작된다. 김진수가 아무도 없는 긴 복도를 지나간다.
(인서트) 양강모의 동영상의 한장면 물감풍선을 든 조영재...
스틸 화면에서 뒤로 빠지면 겁에 질린채 억지로 웃고 있는 김진수가 있다. ‘그러지 말라’고 손을 저으면서...
그러나 물감이 날라온다. 벽에 파란 물감이 튄다. (파란색만 색깔이 나온다)
(이재규) : 아버지 김춘호, 어머니 한순선. 2남중 장남, 중학교 졸업 성적, 712명중 1등 고등학교 입학 성적 150명중 89등.
특기 사항. 딸기 알레르기. 장래희망, 의사 신입생 소개서에 쓰여 있는 김진수에 대한 프로필은 그랬다.
-김진수가 복도를 걸어간다.
(인서트) 일본 전통여관. 윤수가 손에 잡히는대로 휘두르며 비명을 지른다.
얼굴에 파란 물감을 칠한채 김진수가 구석에서 덜덜 떨고 있다. (여전히 파란 물감만 색깔이 나온다)
윤수가 쓰러지자 김진수가 윤수에게 다가온다. 선생님이 달려오고 김진수를 밀어낸다.
-김진수가 복도를 빠져나간다.
(인서트) 조영재를 비롯한 남자아이들이 누군가를 향해 엉덩이를 두드린다. 뭔가 성적인 농담을 하고 있다.
그들이 보는 곳, 교실 창가쪽. 김진수가 어설프게 웃는다. 그들의 말을 농담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면서... 울것처럼 웃는다.
-김진수가 복도를 빠져나간다.
(인서트) 박무열과 유은성이 벤치에 앉아있다.
유은성이 박무열에게 문제를 내고 있다. 유은성이 ‘땡’이라고 말하면서 ‘보는 사람마저도 행복해지는 웃음을 웃고 있다’
-김진수가 복도를 빠져나간다.
(인서트) 텅빈 실험실. 김진수가 ‘신문’을 쥐어뜯으며 화를 낸다.
최치훈이 들어와 김진수를 슬쩍 보더니. ‘그의 분노’ ‘그의 슬픔’ '그의 존재‘에 관심없이 김진수 옆을 지나간다.
-복도...김진수가 복도를 지나간다.
(이재규) : 가능한 변명은 수도 없이 많다. 그럴듯한 이유도 몇가지 있다. 그래도 죄가 된다면 그것은 지푸라기 하나의 무게...
그러나 어느 순간 낙타의 등은 부서졌고. 딸기 알레르기가 있었던, 그리고 장래 희망이 의사였던 아이가 죽었다.
변명의 기회는 사라졌다. 기도의 시간도 지나갔다.
-복도 김진수가 복도를 지나간다. 어느새 수많은 아이들이 그 옆을 지나간다. 마치 왕가위의 영화에서처럼. 빠르게. 느리게.
복도끝은 어둠이다. 김진수가 어둠속으로 걸어간다.
(이재규) : 우리가 우리의 죄를 깨달았을 때 가능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학생기록부. 수줍게 웃고있는 김진수의 사진옆. ‘사망’이란 두 글자.
(이재규) : 참회의 기도조차 소용없는 시간. 그러나 기도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 시작됐다.
음악이 뚝 끊긴다.
S#76. 교사 기숙사 윤종일선생의 방 (밤)
윤종일 선생이 들어와 주머니에서 검은 봉투를 꺼내 책상위에 내려놓는다. 박무열에게 받은 편지다.
선생님이 책상서랍을 연다. 그 안에, 또 하나의 검은 봉투가 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