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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한지楚漢誌』의 배경으로 잘 알려진 중국 진한秦漢 교체기에 대한 육중한 역사서 두 권이 출간되었다. 이번에 펴낸 『진붕』과 그 후속편 『초망』은 중국 진나라 제국이 붕괴하고 초나라가 멸망하는 격동기의 역사와 전쟁, 영웅들의 흥망성쇠를 웅장하게 그려낸 그의 대표작이다.
저자 리카이위안 (李開元)
쓰촨성四川省 청두成都 출신. 베이징대 역사학과를 졸업, 도쿄대에서 문학박사.
현 일본 슈지쓰대 인문과학부 종합역사학과교수 및 베이징대 중국고대사연구센터 겸임연구원.
30년 넘게 진한사秦漢史를 연구하면서 철저한 현지 조사, 문헌의 고증·고찰, 추리기법이 어우러진 잘 읽히는 서사로 빚어낸 작품이 바로 『진붕秦崩: 진시황에서 유방까지』과 『초망楚亡: 항우에서 한신까지』이다.
『秦崩진붕』
목차
서문을 대신하여: 역사의 착각
제1장 전국 시대의 유방
1. 평민 출신 | 2. 출생 신화 | 3. 풍현 용무교를 찾아가다 | 4. 기원전 256년을 전후한 전국 시대의 세계 | 5. 패현의 산천지리 | 6. 모범 소년에서 방탕한 유협으로 | 7. 전국 시대의 유협 기풍 | 8. 신릉군이 병부를 훔쳐 조나라를 구하다 | 9. 문객 후영·주해·장이 | 10. 우상을 좇던 유방의 발자취 | 11. 진퇴양난의 불신
제2장 진 제국의 민간에 흐르는 암류
1. 패현, 진나라에 귀속되다 | 2. 사수정 정장과 그의 형제들 | 3. 주색가가 결혼하여 새 생활을 하게 되다 | 4. 한나라의 귀족 장량 | 5. 박랑사에서의 일격 | 6. 지자智者 황석공 | 7. 유방이 진시황을 보다 | 8. 정장이 도망자가 되다 | 9. 망탕산이 징강산과 감응하여 통하다
제3장 높은 건물이 무너지기 전날 밤
1. 진시황이 갑자기 죽다 | 2. 조고에게 기회가 찾아오다 | 3. 조고는 환관이 아니라 만능인이었다 | 4. 쥐의 철학을 신봉한 승상 이사 | 5. 조고와 이사의 게임 | 6. 사구의 음모 배후에 도사린 갈등 | 7. 제국의 계승자 부소의 죽음 | 8. 몽염과 몽의 | 9. 진나라 마지막 왕의 신비한 내력 | 10. 몽씨 형제를 죽이다 | 11. 골육지친을 죽이다 | 12. 무덤에서 전해온 먼 옛날의 정보
제4장 천하대란
1. 아방궁과 시황제릉 | 2. 치도와 직도 | 3. 망국의 전조 | 4. 귀족의 후예 진승 | 5. 진승과 오광이 반기를 들다 | 6. 장초 정권의 건립 | 7. 항씨 집안의 숙부와 조카가 강동에서 군사를 일으키다 | 8. 유방이 패현에서 군사를 일으키다 | 9. “진나라를 멸망시킬 것은 반드시 초나라”라는 말의 참된 의미
제5장 장함이 위험한 국면을 버텨내다
1. 균형을 잃은 제국의 방위 업무 | 2. 영웅 주문 | 3. 희수 전투의 비밀 | 4. 부활한 군단 | 5. 소부 장함 | 6. 진나라 군대의 반격 | 7. 항량이 장강을 건너 북상하다 | 8. 초 회왕이 된 목동 | 9. 장함이 위나라를 멸망시키다 | 10. 항량의 패망
제6장 항우의 굴기
1. 연나라와 조나라의 복국 운동 | 2. 변사 괴통의 등장 | 3. 배반한 장수 이량 | 4. 거록을 포위하다 | 5. 초 회왕이 권력을 잡다 | 6. 송의의 부상 | 7. 제나라와 초나라의 갈등 | 8. 항우가 송의를 죽이다 | 9. 거록 전투 | 10. 유유히 흐르는 장하에서 영령을 제사지내다
제7장 유방이 서진하다
1. 이사와 장함의 협력 | 2. 2세 황제의 고뇌 | 3. 이사가 『한비자』를 다시 읽다 | 4. 이사의 사악한 미문 | 5. 조고의 승리 | 6. 이사의 죽음 | 7. 유방의 첫 번째 큰 좌절 | 8. 장량과 우연히 마주치다 | 9. 유방과 항우가 한 배를 타다 | 10. 팽월을 만나게 되다 | 11. 역씨 형제를 끌어들이다 | 12. 남양에서 진나라 군대를 재편하다 | 13. 개봉에서 사라진 진류의 자취
제8장 진 제국의 멸망
1. 장함이 투항하다 | 2. 은허와 한단을 추억하다 | 3. 조고와 유방의 비밀 모의 | 4. 진 제국의 폐막 | 5. 항우가 항복한 병사를 생매장하다 | 6. 항백이 유방을 구하다 | 7. 조마조마하긴 했으나 위험은 없었던 홍문연 | 8. 항우가 회왕의 약조를 폐기하다 | 9. 진황이 되지 않고 패왕이 되다 | 10. 진나라 멸망의 역사 교훈
맺음말을 대신하여: 나는 역사의 여행자
출판사 제공 책소개
『진붕秦崩』에 대하여
육국을 통일한 진시황 영정과 한 제국의 창건자 유방은 마치 세대를 달리한 개국 군주인 듯하지만 사실 두 인물의 나이 차는 겨우 세 살이다. 그들은 전국 시대가 쇠락할 때 등장한 동시대 사람이다. 유방과 영정이 공존한 47년 동안 역사는 전국 시대와 제국의 두 시대를 거쳤으며, 칠국이 패권을 다투었던 여파가 30여 년 동안 이어지다가 통일로 인해 종결되었고, 10여 년에 걸친 진 제국의 난폭한 전횡은 붕괴를 맞았다. 유방이 48세에 진나라에 맞서 군사를 일으켰을 때는 이미 그의 인생 절반이 지나간 상태였다. 그는 전반생을 전국 시대에서 보냈던 것이다. 그의 인격과 사상은 그의 동시대인과 마찬가지로 전국 시대 말의 풍토와 인정과 시대정신이 빚어낸 것이다. 진나라가 들어선 이래로 제국 시대의 시대풍조가 변화함에 따라 그 세대의 생활 배경과 정신 풍모 역시 바뀌기는 했지만, 진나라 말에 난이 폭발하면서 사람들 뇌리에 간직되어 있던 전국 시대 역사의 기억이 부활했다. 유방은 동시대의 영웅호걸들과 함께 전국 시대를 회복하고 왕정을 부흥하며, 지나간 것을 이어받아 미래를 열고 옛것을 회복하고 혁신했다. 그들은 함께 포스트 전국 시대의 역사 국면을 열었다.
이 책은 역사에 대한 사람들의 착각을 되짚는 데서 시작한다. 그리고 사람들의 흥미를 가장 잘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진 제국이 붕괴하는 과정 및 유방·항우 등의 영웅호걸이 굴기하는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다.
진시황릉 병마용의 발굴과 진간秦簡의 대량 출토를 비롯해 최근 50년 동안 진나라와 관련한 중요한 고고학 성과가 상당하다. 덕분에 우리는 진 제국과 진시황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이 책은 역사서의 기록을 문물·간독簡牘·현지 조사와 결합해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냄으로써 진 제국의 시말을 완전히 새롭게 이야기하고 있다.
“진나라를 멸망시킬 것은 반드시 초나라”라는 말의 참된 의미
진승은 대택향에서 기병하고, 항씨는 회계산에서 기병하고, 유방은 패현에서 기병했다. 이는 진·초·한의 역사 동향을 결정짓는 세 가지 대사였다. 이후 역사의 흐름은 대체로 진승·항우·유방, 세 영웅이 주도했다. 이들은 모두 초나라와 긴밀한 관련이 있다. 전국 시대 말에 한동안 세상에 유행한, “초나라에 삼호三戶가 남는다 할지라도 진나라를 멸망시킬 것은 반드시 초나라다”라는 참언讖言 역시 여기서 해답을 구할 수 있다.
진승은 장초 정권을 세움으로써 포악한 진나라를 멸망시킬 대업을 열었다. 항우는 진나라 주력군을 소멸시키고 진나라 멸망의 운명을 결정했으며, 천하 분할의 기초를 마련했다. 유방은 관중을 공격해 진나라 정부가 투항하게 함으로써 최종의 제업을 성취했다.
진승은 진군 양성 사람이고, 오광은 진군 양하 사람으로, 대택향에서 기의했다. 이 지역들은 모두 전국 시대 말에 초나라 영토였으며, 진승과 오광을 따라 기병한 900명의 수졸 역시 초나라 지역 출신의 빈민이었다. 진승이 세운 정권을 장초라고 칭한 것은 ‘초나라를 확장한다’는 의미다.
항씨는 초나라의 명문 귀족으로 봉지는 진군 항현에 있었으나 나중에 사수군 하상현으로 옮겨갔다. 항량과 항우는 회계군 오현에서 기병했는데, 이곳들 역시 초나라의 옛 땅이다. 항씨를 따랐던 8000명의 강동 자제병 역시 죄다 초나라 사람이다. 항량은 이후 회왕을 옹립하고 초나라 왕정을 부흥시켰다. 항우는 초나라 군대를 이끌고 진나라 주력군을 섬멸했으며, 스스로 서초패왕이 되어 천하를 분할했다. 어디든 시시각각 초나라 사람과 초나라 땅이었다.
유방은 사수군 패현 사람이다. 전국 시대 말 패현은 초나라 영토였고, 패현의 관리와 백성들은 유방을 따라 패현에서 기병했다. 이 역시 초나라 사람이 초나라의 옛 땅에서 일어선 것이다. 유방은 기병한 뒤 패공으로 추대되었는데, 이는 초나라 제도에 따른 패현 장관이다. 유방은 시종일관 초나라의 기치 아래 부단히 활동했는데, 관중으로 들어가 진왕의 항복을 받았을 때는 초나라 회왕의 탕군장이었다.
하지만 후한의 역사가 반고班固의 『한서漢書』 이래로 진승과 항우는 열전으로 강등 편입되었고, 「진초지제월표」는 「이성제후왕표異姓諸侯王表」로 대체되었으며, 진·초·한 시기의 역사는 진·한 시기의 역사로 간주되었다. 이러한 역사의 수정으로 일찍이 천하의 정국을 주도했던 초나라의 존재는 말소되었고, 장초왕 진승과 서초패왕 항우는 희석되었다. 유방이 일찍이 초나라의 신민이었으며 한나라가 초나라에서 나왔다는 역사 역시 은폐되었다.
역사를 읽는 데 가장 미묘한 것은 시대정신을 파악하는 일이다. 저자는 자신이 사학에 입문한 이래로 오랫동안 선입견에 오도되어 진·한 시기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수시로 헤맸다고 털어놓는다. 진나라와 한나라 사이에 초나라가 있는지도 몰랐으니, 한―초―진을 전국 시대와 연결할 생각을 못했다는 것. 1982년에 그는 베이징대에서 톈위칭田餘慶 선생의 진한사秦漢史 강의를 들으면서 눈앞이 확 트이고 식견이 명확해졌다고 한다. 1989년에 톈위칭 선생은 「장초를 말하다: “진나라를 멸망시킬 것은 반드시 초나라다”라는 문제에 관한 연구」라는 글을 정식으로 발표했다.
톈 선생은 창사長沙 마왕두이馬王堆 한묘漢墓에 남아 있는 흔적에 착안해, 출토된 역서曆書에 나오는 장초의 연호에서부터 착수하여 전한 초 진승 장초의 정통성을 밝혀냈고, 나아가 탐색과 고증을 통해 진·한 사이에 말소된 초나라와 초나라 사람을 재현했다. 또한 숨겨진 사실을 탐색해 이 시기를 전국 시대와 연결했다. 또한 전국 시대 말에 진·초 관계를 중심으로 한 열국 관계의 재연과 발전이 진·초·한 시기의 역사적 특징이며, 이러한 재연과 발전은 새로운 역사 조건 아래서 초나라가 진나라를 계승해 다시 통일로 나아가는 것이었음을 지적했다.
종합해 말하자면, 전국 시대 이래 진나라와 초나라의 각축전에서 최후의 승리자는 초나라 사람이고 최후의 승리를 성취한 세 명의 초나라 사람은 진승·항우·유방이다. 이것이 바로 “초나라에 삼호三戶가 남는다 할지라도 진나라를 멸망시킬 것은 반드시 초나라다”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다. 저자는 이것을 계승 발전시켜 진·초·한 시기 역사의 연속성에 착안하여 포스트 전국 시대론을 내놓았다. 진나라 말 역사가 전국 시대로 돌아가 진나라 말부터 전한 초에 이르기까지, 역사는 포스트 전국 시대로 접어들어 열국이 병립해 분쟁하고, 제자백가와 유협 호걸이 다시 출현하고, 왕업,패업,제업으로 이동하는 갖가지 역사적 특징이 약 60년 동안이나 변천하며 지속되었다. 한 무제武帝가 즉위한 뒤에 제2차 통일이 완성되어 역사는 다시금 새로운 통일 제국의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이처럼 『진붕』을 읽는 묘미는 진한秦漢이라는 이름 사이에 은폐되어 있는 초楚의 재발굴이다. 진나라 말, 전국 시대의 육국이 복국하여 진나라와 육국이 대항하다가 최종적으로 항우와 유방에게 역사의 주도권이 넘어가는 ‘포스트 전국 시대’라는 개념은 진 제국의 멸망과 한 제국의 성립 사이에 존재하는 복잡미묘한 추세를 이해하는 데 탁월한 시각을 제시해준다.
현장 답사로 주요 전투의 재구성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진나라 말기 진승·오광의 난으로 세워진 장초의 깃발 아래 모인 유방, 항우 등의 군대와 장함章邯이 이끄는 진나라 정규군과의 전투에 대한 저자의 상세한 해설이다. 특히 반란군인 장초 진영의 장수 주문周文의 군대가 진나라 장함 군대와 벌인 ‘희수 전투’는 여러모로 흥미진진하다. 그때까지 파죽지세로 휘몰아치던 주문의 군대는 함곡관까지 뚫고 관중 평원에 진입해 승리감에 도취했지만 희수?水에 이르러 그곳을 지키던 장함 군대에 막혀 연전연패했으며 결국 주문은 자결했다. 저자는 직접 그곳 지형을 둘러본 다음 당시 수도를 경비하던 진나라 정예군이 펼친 진법 등을 상세히 추적하면서 그 패배의 원인을 분석한다. 가장 첫 번째 원인은 지형이다. 당시 장함의 군대가 주둔하고 있던 곳은 동으로는 희수를 해자로 삼고 서로는 파수를 둑으로 삼으며, 북으로는 위하에 의지하고 남으로는 여산을 등지고 있었다. 이곳은 함곡관의 방어선이 뚫린 상황에서 수도 함양을 지켜주는 최후의 장벽이자 진나라 주둔병의 요충지였다. 수도를 방위하는 진 제국의 중위군 주력은 마땅히 이 일대에 주둔했다. 두 번째 원인은 전력의 뛰어남이다. 중위군은 진 제국 군대의 정예 중의 정예로, 수도 함양의 경비를 담당했을 뿐만 아니라 국가의 중대한 의식·의례 역시 중위군이 출동하여 담당했다. 진·한 시대에 황제를 매장할 때면 중위군 전사가 검은 갑옷을 입고 대오를 이루어 황궁에서부터 능침까지 배열하여 장송葬送했는데, 이것이 바로 병마용 군진의 원본이다. 이로써 가늠해보면, 희수 기슭에서 주문 군대의 서진을 저지한 역량은 아마도 진 제국의 경사 중위군이었을 것이라고 저자는 가늠한다.
후안무치한 영웅 시대
저자는 진나라 말의 역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당시가 후안무치한 영웅 시대였다는 점을 느꼈다. 그 시대에는 모두 이익만을 추구했으며 눈앞의 성공에 급급했다. 세상살이는 생사의 고투였고 서로 속고 속이는 행위가 만연했다. 이긴 자는 왕이 되고 진 자는 역적이 됐다. 공훈을 세우고 업적을 쌓고자 하는 영웅호걸에게 윤리도덕을 돌아볼 여유가 있었겠는가. 이사는 진왕 정에게 동문인 한비를 추천했다가 나중에는 참언을 올려 옛날의 동문을 독살했다. 이후 그는 조고와 손잡고 유조를 위조해 정적인 부소와 몽염·몽의 형제를 제거했다.(저자는 이 과정에서 조고가 환관이 아니라 정통 문관이었다는 점을 고증했다.) 조고가 2세와 친밀해지고 이사 자신은 외면당하게 되자 그는 노신들과 손잡고 조고를 죽이려 했으나 도리어 조고의 덫에 걸려 모해를 당했다. 모든 것에서 오직 이익만 꾀할 뿐 인의도덕은 전혀 없었다. 항우는 안양에서 20만 진나라 군대의 투항을 받아들이기로 장함에게 약속했지만 석 달 뒤 신안에서 진나라 군대를 깡그리 생매장했다. 여기에 무슨 신의가 있단 말인가? 오직 눈앞의 계산만을 따졌다. 유방은 조고와 공모해 진2세를 죽이고 함께 관중의 왕이 되기로 하고 진나라 군대의 투항을 받아들이기로 했으면서도 느닷없이 공격을 가했다. 여기에 무슨 신의가 있단 말인가? 모두 음모와 모략뿐이었다.
이익이 있는 곳이 바로 행동이 있는 곳이었다. 이익은 도덕과 무관했고, 이익이 도덕과 충돌할 때는 도덕을 버렸다. 윤리도덕의 규범이 세워진 건 한 왕조가 들어서고도 100년이 지나서다.
윤리도덕은 국가의 운명에 영향을 미친다. 저자는 진나라 말의 역사를 정리하면서 아방궁 건설에 대해 쓰고, 북쪽으로 흉노를 격파해 장성을 쌓고 남쪽으로 홍구鴻溝라는 운하를 만들고 남월을 정벌한 것에 대해 쓰다가, 덮어놓고 진취와 발전만 추구한 게 사회의 불안을 초래했으며 그것이 바로 진 제국이 멸망한 원인 가운데 하나였음을 절감했다. 또한 조고가 올가미를 놓아 이사를 모해한 일과 정변을 일으켜 2세를 자살로 몰고 간 일에 대해 쓰다가 또 절감했다. 진나라가 오랫동안 공리주의를 받들어 실행한 반면 윤리도덕의 규범 및 인문교육 체계의 건설을 홀시한 탓에, 끝내 극단으로 치달아 도덕의 마지노선이 소멸해버리고 위아래 사람들 모두의 마음이 흩어진 것 역시 진 제국 멸망의 원인 가운데 하나였음을.
진나라 멸망에 담긴 역사 교훈은 준엄하고도 현실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楚亡 초망』
목차
프롤로그: 문학은 사학史學에 비해 더 진실한가?
제1장 대장 한신
1. 본래는 왕손 | 2. 가랑이 사이를 기어간 치욕적인 행동에도 병법이 있다 | 3. 한신이 항우를 보위하다 | 4. 장량이 한중漢中을 얻으려 하다 | 5. 천하에 둘도 없는 인재 | 6. 소하가 현인을 잡기 위해 한신을 좇아가다 | 7. 한중대漢中對 | 8. 전영이 초나라에 반기를 들다 | 9. 한중의 지형과 교통 | 10. 장함이 잘못 판단하다 | 11. 자오도로 나가는 것처럼 꾸미고, 진창도로 진공한 전략
제2장 팽성대전彭城大戰
1. 한왕韓王 정창鄭昌 | 2. 장이張耳의 귀의 | 3. 아내 덕을 본 진평 | 4. 진한秦漢 시대 시골 마을의 제사 | 5. 고대의 KGB | 6. 의제義帝의 죽음 | 7. 연합군이 팽성을 점령하다 | 8. 항우의 반격 | 9. 유방의 한계 | 10. 팽성 전투를 돌아보다
제3장 남북 양대 전장
1. 유방의 강인함 | 2. 냉면 살수 영포 | 3. 외교관 수하 | 4. 기마 부대 장수 관영 | 5. 위표가 한나라를 배반하여 구금되다 | 6. 한신이 북방의 전장을 열다 | 7. 배수진 | 8. 정형井?에서 옛 전장을 탐방하다
제4장 형양 대치
1. 형양 대치 개관 | 2. 진평이 참소를 당하다 | 3. 장량이 육국 후예를 분봉하는 데 반대하다 | 4. 초나라를 이간시킨 계책의 진상 | 5. 범증의 죽음 | 6. 형양 쟁탈 | 7. 유가와 노관이 적 후방까지 전장을 확대하다 | 8. 역이기가 제나라를 설득하다 | 9. 항우의 10대 죄목
제5장 해하 결전
1. 한신이 제나라를 격파하다 | 2. 괴통이 한신에게 유세하다 | 3. 후공이 항우에게 유세하다 | 4. 진하陳下 전투 | 5. 해하 전투 | 6. 오강에서 자결하다 | 7. 해하 여행 | 8. 유방이 정도에서 즉위하다
제6장 초나라와 진나라의 그림자와 메아리
1. 누가 항우를 죽였나? | 2. 최후의 진나라 군대 | 3. 진나라 군대가 한나라의 주력군이 되다 | 4. 진나라 장수 양희 이야기 | 5. 초나라 아버지와 진나라 어머니를 둔 창평군昌平君 | 6. 전설 속에서 역사의 흐름을 찾다
에필로그: 민심을 잃는 자는 천하를 잃는다
후기: 역사는 우리의 종교
주
부록
1. 초한 시기 제후국 대사 월표
2. 항우 연표
3. 한신 연표
4. 후공을 대신하여 항우에게 유세하는 글 _소식
5. 단장설 하 _ 왕세정
참고 자료
『초망』은 『진붕秦崩』이라는 책과 한 세트를 이룬다. 하지만 한 세트라고 해도 각각은 독립성이 강하기 때문에 꼭 『진붕』을 읽고 나서『초망』을 읽어야 한다거나, 『초망』을 읽기 위해 반드시 먼저 『진붕』을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어느 한 권만 읽는 것으로 그친다면 뭔가 허전한 느낌을 감추기 어려울 듯하다. 『진붕』과 『초망』은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서로 조화를 이루는 교묘한 이중주다.
한신의 한수漢水와 제갈량의 한수는 다르다
저자 리카이위안은 『초망』에서도 적극적인 역사적, 문학적 상상력으로 고대사가 안고 있는 구체적 서술의 공백을 메우려 한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사료와 현지답사가 반드시 동원된다. 리카이위안은 한신이 거짓으로 자오도를 수리하는 척하면서 몰래 진창도로 나가 관중을 평정하는 과정을 현지답사하고, 고대의 한수가 한나라 초기에 지진으로 끊기기 전에는 지금보다 훨씬 상류까지 연결되어 있었음을 증명한다.
그에 따르면 후대의 제갈량은 한신의 경로를 따라 관중으로 진출하여 한나라를 부흥하려 했지만 이미 물길이 끊긴 한수 상류는 제갈량의 출입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리적 조건에서 제갈량은 이미 실패를 안고 있었던 셈이다.
자신의 근거지인 팽성을 유방에게 뺏긴 항우가 다시 팽성을 함락하고 유방을 거의 망국 지경으로 몰아넣은 팽성대전의 공백도 저자는 세밀한 현지답사를 통해 성공적으로 복원한다. 흔히 역대 사가들은 항우가 지금의 산둥성 허쩌시荷澤市 부근에서 출발했거나 이수이沂水강 물길을 따라 바로 팽성으로 접근한 것으로 분석해왔지만, 리카이위안은 항우가 이수이강을 따라 내려오다가 중간 지점인 지금의 치양啓陽에서 서북 방향으로 낮은 둔덕을 넘어 페이청費城과 볜현卞縣을 거친 후 쓰허泗河강 물길을 따라 내려와 팽성을 기습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3만의 소수 정예병을 이끌고 60만 대군이 지키는 팽성을 탈환하기 위해서는 유방 군사의 이목에 노출되는 공개 노선을 따랐을 리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기』에서 항우의 자결 장면이 생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이밖에도 리카이위안은 한중시를 탐방하고 소하가 한신을 추격한 유적지를 확인하여 바로잡는가 하면 정형도井陘道 일대를 답사하여 한신의 배수진 전장을 확인하는 등 곳곳의 역사 흔적을 직접 찾아가서 의심스러운 사서史書의 행간을 메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그는 『사기』의 저자 사마천의 딸이 한 선제 때 승상을 지낸 양창楊敞의 부인이고, 양창의 증조부가 초나라 항우와 마지막 결전을 벌인 양희楊喜라는 점에 착안하여, 『사기』 「항우세가」의 마지막 대목인 해하 전투와 오강 전투의 기록이 매우 생생한 것은 바로 양희의 집안에 전해 내려온 전쟁 승리담을 사마천이 자신의 사위 양창에게서 직접 들었기 때문이라고 추정한다.
게다가 저자는 초나라 고열왕의 서자 창평군 웅계熊啓가 기실 진시황의 부친인 진나라 장양왕의 고종사촌임을 증명하면서, 장신후 노애의 반란을 진압하고 어린 진시황을 보좌한 창평군이 항우의 숙부 항량에 의해 초나라 마지막 왕으로 추대된 내막을 설득력 있게 밝혀낸다.
리카이위안이 새로운 역사서 쓰기를 통해 궁극적으로 바라보는 지점은 어디일까? 그는 진시황, 유방, 항우가 남긴 자취의 공백을 메우며, 우리 현실을 비춰보는 거울로서의 역사에 글쓰기의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리카이위안은 당시 천하의 형세를 외면하고 자신의 고향 근처인 팽성으로 도성을 옮긴 항우의 행적을 새롭게 분석하면서, 정치인이 대다수 민심을 어기고 자신의 욕망과 권력 구현에만 혈안이 되면, 결국 패가망신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음을 설득력 있게 드러내고 있다.
사마천의 『사기』는 초한전쟁에 대한 천고 절창을 남겼다. 항우는 숙부 항량을 따라 회계에 들어갔을 때 24세였고, 오강에서 31세의 나이로 자결했다. 8년 동안 전개된 이 역사의 희극은 눈물겨웠고, 진나라 붕괴, 초나라의 멸망, 한나라의 성립이라는 일련의 중대한 전환기를 거쳤으며, 마침내 500여 년 동안의 혼전 정벌은 안정으로 돌아섰고, 중국 역사는 전한의 전성시대를 맞이했다.
저자 리카이위안은 이 역사를 면밀히 들여다보며 문헌 사적과 출토 유물을 결합하고, 지상의 유적을 답사해 그 미스터리를 풀어냈다. 한신, 장량, 진평과 같은 영웅호걸의 진면모가 그려져 있으며 역사서에서 생략된 장면들을 현장 답사를 통해 종이 위에 풍부하게 부활시켰다.
이상출처; 도서출판 글항아리 책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