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반 강안나 등록을 할까 말까 망설이다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수필문예대학에 등록 했다. 글쓰기에 문외한인 나에게 평소 지인인 언니가 수필공부를 해보란다. 평소 말하기는 좋아하지만, 글쓰기는 자신이 없었던 터다. 학창 시절, 보랏빛 연서를 쓰는 친구들이 부러워하지 않았던가. 그때의 일이 생각나서 '나도 할 수 있을까.' 망설였다. 나보다 먼저 수필에 입문한 언니의 쓴 글이 부러웠다. 도 아니면 모 되겠지. 큰맘 먹었다. 강의실에 들어섰다. 나처럼 수필의 문을 두드린 동료들이 반갑다. 동질성이 작용했으리라. 이곳까지 끌어 준 언니가 반갑게 맞아준다. 그 언니는 수필은 선배지만, 탁구는 내가 선배다. 뒤이어 선배들과 학장님의 따뜻한 영접에 한결 긴장이 풀린다. 인간적인 냄새가 물씬 풍긴다. 경직되었던 마음이 따뜻해진다. 자기 소개순서이다. 소위 일분 스피치란다. 거기에 상금이 걸렸다. 속물근성이 일어나 어께에 힘이 들어간다. 무슨 말을 주저리주저리 엮어냈는지 기억이 없다. 첫째 수업이다, 미남 선생님이다. 우선 기분이 좋다. 거기에다 강사 선생님은 글쓰기를 신선놀음이라 하지 않는가? 주눅 든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그 말씀은 무지한 나를 두고 이르는 말씀 같다. 용기를 북돋우는 것이 틀림없겠다. 이 시간만큼은 신선이 된 것 같다. 그래, 놀아보자 신선처럼. 결혼 후 처음으로 책과 공책을 들고 공부하기는 처음이다. 모든 것이 낯설다. 젊은이들도 머리가 제대로 작동 되지 않는 터에 이순을 넘겼으니. 나의 공부 머리는 녹이 슬대로 슬었다. 정수리가 띵하다. '그만 둬 버릴까.' 묵직한 갈등이 생긴다. 그러나 어쩌랴. 작심삼일이란 말을 들어 어미의 자존심을 구길 수야 없잖은가. 무엇보다 나를 수필의 길로 인도 한 언니의 정성을 저버릴 수 없기에. 스피노자는 ‘비록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하여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설파했다.’ 이순 나이에 새로운 과제가 내 앞에 놓였다. ‘오늘 수필 유목 한 그루를 심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