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에 썼던 글. 성공회 안에서 성직자들끼리 느끼는 감정으로 글을 썼다.
바깥에 있는 미래의 성공회 신자, 혹은 성직자가 계속 나올 수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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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6]
오늘 뜨거운 날씨가 조금도 수그러지지 않는 늦은 오후에 선배님의 울적한 전화를 받았다.
너무도 분하고 원통한 마음을 억누르며 한 후배의 만행(?)에 대해 이 노릇을 어쩌면 좋으냐는 한탄의 전화였다.
그분의 마음을 위로해 줄 말이 얼른 생각이 나지 않아 그저 들어주다가
저도 선배님의 마...음에 공감합니다라고 말씀드렸다.
오만한 사람은 표가 난다.
그 기분 나쁘고 공기를 더럽히는 듯안 숨결이 나에게도 전해진 듯 참기 힘들었다.
가뜩이나 더운 날씨에 찬 물을 뒤집어 써도 답답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성공회에는 참으로 갸륵하고 똑똑한 후배들이 많이 들어왔다.
그리고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성공회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나의 사제생활 25년동안 이상하리 만큼, 성직자의 길을 가겠다고 찾아온 사람을 많이 만난 것 같다.
그들은 성공회에 자신들이 기대하는 신앙의 대안이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정작 성공회에 들어와 보면 성공회는 보잘 것 없는 곳으로 보일 것이다.
우선 선배들의 지도력에 실망한다.그리고 평신도들의 신앙심에도 실망한다.
그래도 그들은 자기가 열심히 하면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다고 마음을 잡고 노력하지만
그 실망을 잘 다스리지 못해 지치고 주저 않고 싶어진다. 그러다가 오만해지는 경우가 가끔 있다.
나도 선배들과 많이 싸워 오만하다고 말을 많이 들었지만
후배들을 성직 선발의 문턱에 서서 자르고 그들을 쓰레기 취급하는 똑독한 엘리트들은
마치 자신이 성공회의 잣대를, 더 나아가 신앙의 잣대를 쥐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나는 그냥 이러저러한 동료 선후배들의 이야기에서 성직은 하느님이 부르시고 선발하시고 양육하는 것임을 알게 되엇다.
이것은 이 땅에서 성공회 성직자가 되려는 사람들이 겪게되는 이야기이며 신비라고 해 두자.
그래서 교회의 합리적 성직선발과정이란 하느님의 뜻을 분별하고 그 사람을 분별하는 것이다.
그런데 남들보다 조금 더 안다고 무식하고 잘 모르는 것을 약점 잡아
잘라내는 것을 자신의 우월함으로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최근에 성직자가 많아서 보낼 교회가 없다는 생각으로
신학생 또는 성직후보자의 수를 수급조절 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을 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러나 성직자는 리쿠르트의 과정이 아니다.
나는 후배 성직자들에게 이런 말을 가끔 한다.
"니들이 성공회다"
다른 교단에서 성공회에 기대를 걸고 성공회에 적응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성공회가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들이 대부분 자신들이 이미 성공회에 기대를 걸고 있는 속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성공회를 생각해 보니 그들이 기대를 걸고 있는 내용에 진짜 성공회가 있었다.
성공회 내부에 있는 사람들은 다는 아니지만 성공회가 무엇인지 관심도 없다.
아니면 옛날 고교회 전통에 영향을 받은 성공회 전례전통을 성공회라고 억지를 부리는 것이 전부다.
앞으로 미래세대에게 성공회는 무엇일까?
성공회가 존재할 이유는 있기는 한 걸까?
아직 성공회에 들어오지 않은 그 어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야야 한다.
그들에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지금의 성공회가 이만한 것도 미래의 그 후배들 덕이었다.
이제라도 후배들에게 특히 성공회의 문턱을 넘기 위해 굴욕을 당할 수 있는 그 후배들에게 겸손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