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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thcard 님의 다시 쓰는 여름향기 엔딩 13회 2004/04/27 23:01
구름과 함께 어스럼이 깔리자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솜이 발기 발기 찟기듯이 소담스 레 내리고 있었다. 바람은 잦아들어 고요함만이 눈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온 난한 기후에 눈이 오는 관례를 깨듯이 살을 파고드는 추위임에도 불구하고 눈은 보란 듯이 내리고 있었고 그 눈은 눈을 녹이는 아스팔트의 특성을 무시라도 하듯이 내리는 족족히 쌓 이고 있었다. 병원 주차장의 차량위에도 솜처럼 쌓이고 있었다. 대풍은 촛점없는 동공으로 창밖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조금만 일찍 왔었어도 민우는 살릴수 있었는데....` 대풍은 조금만 빨리왔어도 민우는 살릴수 있었다는 의사의 말을 다시 떠올렸다. 사태를 짐 작하고도 늦게 나타나 영월에 가보자고 얘기하던 정아가 원망스러웠다. 대풍이 입술을 깨물 며 뒤돌아 섰다. 정아는 영안실 출입문 간이 의자에 앉은채 벽에 머리를 의지하고 있었다. 상열은 정아옆에 팔장을 한채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정아씨!" 대풍이 돌아서며 정아를 쏘아보았다. 정아는 대풍의 말을 들었는지 못들었는지 여전히 움직 임이 있었다. "정아씨! 조금만 일찍 왔었어도 민우는 살릴수 있었잖아요!" 대풍이 미간을 찡그리며 정아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정아는 눈동자만 대풍을 향해 한번 움직일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선...배님...이제 그만 하세요! 좀." 상열이 상기된 얼굴을 들며 대풍에게 언성을 높였다. 머리를 천천히 돌리며 대풍을 돌아보 는 정아의 눈은 빨갛게 충열되어 있었다. 그녀가 왼손으로 눈물을 찍어냈다. "그래..요. 제가 민우씨의 죽음을 방치했군요. 제가 어제 혜원이가 병원에서 사라졌다는 민우 선배 전화를 받고도 미적거렸어요. 정재오빠 죽음이 저한테 이렇게 많은 뒷감당을 줄지를 미쳐 몰랐어요. 사람은 죽으면 그만 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정재오빠 죽은지 며칠 됐죠? 이제 겨우 5일 됐어요! 아직도 정재오빠 죽음 때문에 정신이 없는데, 그런 와중에 혜원이가 병원에서 사라졌어요...... 말씀을 자꾸 그렇게 하시니 정말 어처구니 없군요. 그래 서 지금 민우씨죽음이 제 탓이라는 거예요! 설사 우리가 조금 일찍와서 민우씨의 죽음을 막을수 있었다 쳐요. 그래서 민우씨가 버젓히,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살아갈까요? 혜원 이와 민우씬 공동 운명체를 타고 났다고는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민우씨와 혜원인 혜원 이가 민우씨의 첫사랑인 은혜씨의 심장을 이식 받으면서 이미 같은 운명이 되어버렸어요. 두사람은 떨어져서는.....더군다나 죽음이 두사람을 갈라놓고서는, 민우씨는 혜원이 없이는 살 아갈수 없을 거예요. 대풍씨는 민우씨를 그렇게 몰라요! 대풍씨는 민우선배의 죽음을 안타 까워 하지만 저는 대풍씨 못지않게 혜원이의 죽음이 충격이예요. 그렇지만 대풍씨는 저보다 는 그래도 나은편이 아닌가요? 대풍씨는 한사람을 잃었지만 저는 두사람을 잃었어요. 정재오 빠를 보낸지 며칠만에 혜원이 마져 이렇게 되었어요. 제가 처한 상황이 대풍씨만 못하나요? 전 정재오빠, 그리고 혜원이 마져 잃었어요! 혜원인 친자매나 마찬가지였어요! 대풍씬 한 사 람을 잃었지만 전 두사람을 잃었다구요! 민우선배가 대풍씨한테 소중한만큼 저한텐 혜원이 가 소중해요! 하지만....하지만 민우씨는 아니예요! 왜냐구요? 저한테 있어서 민우선배는 옛 날 제가 연정을 느꼈던 그때 그사람이 아니거든요! 민우씨 죽음은 안 슬퍼요, 하나도 안슬 퍼다구요! 아시겠어요!" 정아는 무릎에 머리를 묻고는 흐느꼈다. 대풍은 창문틀에 팔꿈치를 대고는 두손으로 이마를 감쌌다. 조금 열린 창문틈으로 싸늘한 냉기가 삐져들며 대풍의 목덜미속으로 스며들었다. 대풍은 민우모친을 떠올렸다. 그녀에게 이 사태를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는 자명한 일이다. 일은 걷잡을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대풍은 도리질을 쳤 다. 영안실 문이 열리며 의사와 형사가 나오고 있었다. "지대풍씨라고 여기 계십니까?" 형사는 세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저 분인데요." 상열이 의자에서 일어나며 창문에 기대어 있는 대풍을 가리켰다. 대풍이 돌아보았다. 형사의 손에 종이같은 것이 쥐어져 있었다. "남자분 호주머니에서 나온겁니다." 형사가 종이를 대풍에게 내밀었다. 대풍은 떨리는 손으로 종이를 받았다. "일단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해야 겠습니다." "예....? 부검을 한다...구요?" 정아의 눈이 동그레졌다. 그녀가 일어나며 되물었다. "아니...왜 그렇게 놀라십니까? 자살인지 타살인지 밝혀야 할거 아닙니까." 형사가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그거....칼을 갖다 대겠다는 거잖아요. 전 그런거 상상하기조차 싫어요. 꼭 부검을 해야하 나요? 그냥...정황으로만 판단을 할수도 있잖아요." 정아가 간절한 표정으로 형사를 쳐다보았다. "정황이라뇨? 남자분이 여성분을 죽이고 자살했을지도 모르잖아요." "뭐요!" 대풍이 형사에게 달려들려 하자 상열이 대풍의 앞을 가로막았다. 대풍이 한 동안 형사를 노 려보다가 시선을 거뒀다. "미안한 말씀이지만 절차상 부검을 해야 합니다." 형사가 냉정한 표정으로 대풍을 쏘아보았다. "아니 형사님, 무슨 범죄와 관련있는 사건도 아닌데 해부까진 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그 냥 외표검사로만 사인을 확인할수 있는거 아닙니까. 제발 검안으로 끝내 주세요. 부탁입니 다." 상열이 형사에게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형사는 의외라는 듯 상열을 바라보았다. "저...의사 선생님. 의사선생님은 아실거 아닙니까. 확실한 검안을 해서 여기 형사님을 설득 좀 해주세요." 상열이 가운호주머니에 두손을 찌르고 형사옆에 서있는 의사에게 말했다. "제가 검안의는 아니지만...... 제가 확인하기론 남자분은 특별한 외상이 없는 걸로 봐서 내 질식에 의한 사망으로 보입니다." "내질식에 의한 사망...요?" 상열이 의사를 쳐다보며 물었다. "예, 통상 이런경우에는 내질식과 외질식사로 구분을 하는데 외질식사는 기계적인 질식사라 고도 하는데....그러니까 쉽게 얘기해서 내질식사는 자살이고 외질식사는 타살이랄수 있는거 죠. 남자분은 목에 특별한 외상이 없는걸로 봐서는 선생님들의 말씀대로 차안에서 히터를 켜둔체 잠을 잔 것 같습니다. 아마 그것이 직접적인 사망원인이 된 것 같습니다. 여성분은 심장병이 있었다고 하니 조금 더 조사를 해보면 알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의사는 작은눈을 크게 뜨려고 하는지 미간에 주름이 잡히고 있었다. "일단 세분은 경찰서로 좀 갑시다. 간단한 조사를 좀 받으셔야 겠어요." 형사가 세사람을 번갈아 보며 말하고는 현관쪽으로 걸어갔다. 간밤에 내리던 눈은 언제 그쳤는지 한점 구름조차 찾아볼수 없었다. 햇살이 방안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대풍은 얼굴을 찡그리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간밤에 마신 술 때문에 머리가 햄머에 맞은것처럼 흔들리는 것 같았다. 그는 갈증을 느끼며 탁자위에 놓인 물주전자를 벌 컥벌컥 들이켰다. 대풍은 주전자를 놓으며 반대편 침대에 눈길을 돌렸다. "이 친구가 어디 갔지? 화장실 갔나." 대풍은 통증이 밀려오는 머리를 만지며 세면장 문을 열었다. 하지만 세면장에는 아무도 없 었다. "이 사람 대체 이른 아침부터 어딜 간거야. 빨리 올라가야 하는데...." 대풍은 호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정아씨, 일어났어요? 어서 나와요. 여관앞에서 기다릴께요." "정아씨, 상열씨 못봤어요?" 대풍은 목도리를 걸치며 여관현관문 계단을 내려오는 정아를 돌아보았다. "무슨 말씀이세요? 어제 밤에 대풍씨와 같이 주무셨잖아요." "............." "왜요, 상열씨가 없어요?" "눈을 뜨니 없어졌어요." "깨우기 싫어서 먼저 경찰서에 갔겠죠 뭐. 어서 가봐요." "정아씨... 괜...찮아요? 어제 많이 마시는 것 같았는데...." "괜찮아요. 이럴 때 안마시면 언제 마셔요." 그녀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들은 밤새 술을 마셨다. 대풍은 여자가 저렇게 술을 마실수도 있구나하는 생각을 간밤의 정아를 보면서 느꼈다. 누가 그랬던가... 술먹으면 과거로 돌아간다고..... 그녀는 많은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혜원의 죽음은 정재의 죽음과는 또 다르게 그녀에게 다 가온 것 같았다. 어릴적 학창시절에 자신은 혜원을 무척 괴롭혔다고 했다. 혜원의 부모님이 살아 계실때는 친한 친구였는데 혜원의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혜원이 자신의 집에 들어와서 살게 되면서 부터는 오히려 사이가 더 안좋아졌다고 했다. 자신에게 오는 부모님의 사랑이 분산되는 듯한 착각에 괜스레 혜원이 미울때가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혜원은 원래 천성이 그래서인지 아니면 남의 집에 살려면 자신을 낮춰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뭔짓을 해도 웃기만 할뿐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정아는 지금까지도 혜원의 성격을 알수 없다고 했다. 하 지만 분명한건 혜원한텐 이제 빚질게 없다고 했다. 3년전 혜원이가 자신의 사랑을 뺏어갔 기 때문이라고 했다. 누가 죽든 죽음은 모든걸 용서 한다고도 했다. 그리고 사랑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깨 달았다 고 했다. 사랑은 아름답고 때론 숭고하지만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수도 있다는 사실을 직접 겪고보니 두렵다고 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또하나 두려운 것이 있다고 했다. 그것은 정재 오빠, 민우씨, 혜원이가 저 세상에서도 다시 만나서 삼각구도를 형성하지 않을까 겁난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대풍은 정아의 말을 들으며 병원에서 정아에게 화를 낸것에 대해서 미안 하다며 사과했다. "거기 두분, 이리좀 오세요." 대풍과 장미가 경찰관의 거만하게 자신들을 부르는 소리에 의자에서 일어났다. "검안결과가 나왔습니다." 담당경찰관이 서랍에서 서류뭉치를 꺼내서는 뒤적거렸다. "에....남자분은 질식사했고요 여자분은 심부전증악화로 인한 심장마비사입니다. 이거 검안서 입니다. 지대풍씨라고 했나요? 신원이 확실하니까 검안서는 미리 드립니다. 사망신고 하 든지 하세요. 그리고 내일 사망자 가족 모시고 시신 인수하러 오세요." 경찰관은 무슨 선심이라도 배푸는것처럼 A4용지 두장을 대풍앞으로 내밀었다. 대풍은 떨 리는 손으로 검안서를 집어들었다. `사망신고.... 민우야, 이제야 실감난다. 넌 이제 법적으로도 죽었어...` 대풍은 길고긴 심호흡을 했다. 정아는 대풍을 등지고 반대편 창문을 응시하고 있었다. "정아씨, 그만 갑시다. 근데 대체 상열씨는 어디간거야?" 대풍은 정아와 경찰서를 나오며 휴대폰을 꺼냈다. "혼자 올라간건 아닐텐데...." 정아가 혼자말로 중얼거렸다. "이 친구 전화를 안받는데......정말 짜증나네....대체 어딜간거야." 대풍이 휴대폰을 접으며 투덜거렸다. "대풍씨..." 대풍이 돌아보았다. 정아가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것 같았다. "병원에 한번 가봐요. 어서요." "병원....에요?" 정아는 벌써 주차장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두사람은 병원에 도착해서 영안실로 걸음을 옮겼다. 영안실 문앞에서 정아는 숨을 한번 크 게 내쉬고는 문을 살며시 젖혔다. 다행히 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상열이 영안실에 있었다. 그는 혜원의 사체보관함앞에서 꽃다발을 들고 멍하니 서있었다. 정 아가 대풍의 팔을 잡았다. 나가자는 시늉이었다. 둘은 살며시 영안실을 나왔다. "정아씨....어떻게 알았어요?" 정아가 두 손으로 자신의 두어깨를 감싸쥐며 대풍을 지긋히 바라보았다. "어제밤에 술먹을 때 알았어요. 그 사람이 혜원이에 대한 감정이 예사롭지 않다는 걸 알았 어요." "난...별로 못느꼈는데..." "그게 남자와 여자의 차이예요. 남자가 어떻게 여자의 직감을 따라오겠어요." 정아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 친구 어제 계속 술만 마시고 별다른 말도 없었던 것 같은데...." "누굴 좋아한다는게 꼭 말로만 표현이 되나요? 중요한건 스치듯 지나가는 표정하나 만으로 도 사람의 마음을 읽을수 있는거 아니예요?" "나도 사실 그 친구가 혜원씨를 어느정도 좋아하고 있다는 느낌은 받았어요. 몇 개월동안 같이 일했는데 왜 그걸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 정도 감정은 남자면 누구든 갖고 있는 것 아 닙니까?" "맞아요...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던 사람이 저렇게 죽음으로 자신앞에 나타나 면 얼마나 괴롭겠어요." 정아는 당연하다는 듯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대풍이 정아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고개 를 가볍게 끄덕였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두 사람은 기다리다못해 다시 건물로 들어갔다. 긴 복도를 걸어 영안실문이 있는 기억자로 꺽인 복도를 돌았다. 상열이 영안실 밖 의자에 앉아있었다. 그는 꽃다발을 무릎에 놓은채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대풍이 상열에게 다가가 가만히 그의 왼쪽 어깨를 잡았다. "상열씨, 그만..가." "......." 대풍이 다시 상열의 어깨를 흔들었다. "이게... 꿈이면 좋겠....어요. 선배님....우린 지금 악몽을 꾸고 있는....거겠죠?" 상열은 고개를 들지않고 대답했다. 그의 음성은 물기를 머금고 있었다. 대풍은 상열의 왼쪽 눈에 맺힌 눈물을 언뜻 보았다. 정아는 외면한채 영안실 문 옆 벽에 걸린 예수의 그림을 응 시하고 있었다. "혜원씨 얼굴 한번만 봤으면 좋겠...는데 병원에서 안된...데요. 영안실에는 이 꽃다발 놓을곳 도 없...어요." 꽃을 들어보이는 상열의 손이 가늘게 떨고 있었다. "정아씨, 부모님한테 연락했어요?" 대풍이 운전을 하면서 정아를 돌아보았다. "대풍...씨는요? 민우씨 어머니한테 얘기했어요?" "누구 죽었다는 얘기가 쉽게 나올거 같으면 사람이 아니죠.....정말 캄캄해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그녀는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산과들은 온통 하얀 세상이었다. 그녀는 한동안 창밖에 시선을 두는가 싶더니 다시 대풍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참! 대풍씨, 어제 병원에서 형사가 준.......민우씨 호주머니에서 나왔다면서 준게 뭐예요?" 대풍이 대답을 않고 한동안 정면을 응시하다가 정아를 돌아보았다. "혜원씨와 결혼식을 올려...달래요." "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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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민우씨와 혜원인 혜원 이가 민우씨의 첫사랑인 은혜씨의 심장을 이식 받으면서 이미 같은 운명이 되어버렸어요. 두사람은 떨어져서는.....더군다나 죽음이 두사람을 갈라놓고서는, 민우씨는 혜원이 없이는 살 아갈수 없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