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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4050 엔돌핀이 있는마을 원문보기 글쓴이: 꼼지락
향기 흐드러진 섬진강변…'꽃멀미' 황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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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이 시작됐으니 곧 광양의 다압면 백운산 자락에 청매 백매 홍매화가 앞다퉈 아름다움을 겨룰 것이고, 구례의 지리산 자락에서는 봄빛보다 노란 산수유가 파스텔톤으로 산천을 곱게 물들일 것이다. 매화와 산수유꽃이 떨어질 무렵 섬진강의 봄은 더욱 화려해져, 절정의 봄꽃 벚꽃을 피워낸다. 하동 쌍계사로 가는 10리길은 천상의 꽃터널을 이룰 것이고, 섬진강가 100리길은 긴 꽃물결에 파묻히게 된다. 이게 끝이 아니다. 벚꽃의 뒤를 이어 하동땅 배밭에선 이화(梨花)가 월백(月白)하고, 악양 들판에선 자운영이 곱게 물들고 무릎 높이로 자란 보리가 봄바람에 출렁이며 청청함을 자랑하게 된다. 봄꽃 개화 시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2008 섬진강 봄꽃 캘린더’를 만들어봤다. 각 지자체의 관광 담당 공무원과 지역 주민, 수십년간 봄꽃 여행상품을 운영해온 여행사 등에 물어 그들의 몸에 밴 알짜 정보를 담은 것이다. 지난해는 2월이 유난히 따뜻해 꽃이 열흘 이상 빨리 피었고, 매화 산수유 벚꽃 등으로 이어지는 개화의 순서도 뒤죽박죽이었다. 올해도 심술궂은 봄날씨 때문에 개화 시기가 예상과는 조금은 달라질 수 있을 터. 하지만 그때가 가까워오면 섬진강 쪽으로 귀를 기울이고, 마음의 촉수를 길게 뻗어보자. 생명이 움트는 꽃망울 터지는 소리가 들려오거든 가벼운 마음으로 주저없이 섬진강으로 봄마중을 가시라. ■ 구례 - 산수유 마을 구례의 봄꽃은 산수유다. 남원에서 밤재터널을 지나 만나는 구례 산동면이 산수유 군락지다. 지리산온천 위쪽의 상위, 반곡, 대음마을과 19번 국도 건너편 현천, 계척마을 등 30여 부락이 산수유를 키우는 동네다. 이들 마을은 산골 조그만 동네답게 옛모습을 고스란히 갖추고 있다. 냇물과 다무락(돌담의 사투리), 너른바위 위로 산수유나무의 노란 꽃들이 부수수 그 빛을 떨어뜨린다. 만복대 자락의 상위마을은 가장 많은 산수유 관광객이 찾는 곳. 고샅의 이끼 두텁게 낀 돌담이 노란 산수유꽃과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상위 마을 아래의 반곡, 대음마을에선 냇물이 제법 넓어진다. 장정 100여명이 충분히 앉을 수 있는 널따란 반석도 장관이다. 산수유가 피어나면 그 계곡은 노란 물감을 풀어놓은듯 봄빛으로 화사하다. 현천마을은 산수유가 가장 밀집해 있는 마을이다. 일부러 가꾸지 않은 돌담이 인상적이다. 산수유가 저물고 나면 섬진강을 따라 화사한 벚꽃이 피어난다. 곡성에서 하동까지 연결되는 국도 17호선과 19호선을 따라 하얀 벚꽃이 강변에 만발한다. 1992년부터 조성된 벚꽃길이다. ■ 광양 - 섬진강 매화 동백이 겨울을 보내는 꽃이라면 매화는 겨울을 부르는 전령사. 광양 다압면의 섬진마을은 가장 유명한 매화마을이다. 강을 내려다보는 백운산 자락의 청매실농원이 섬진강 매화의 산실이다. 국가가 인정한 ‘매실장’ 홍쌍리(69) 여사의 시아버지인 고 김오천 선생이 1920년대부터 밤나무를 뽑고 매화를 심기 시작했고, 며느리가 유업을 이어 돌산을 일궈 전국 최고의 매화농원으로 만들어낸 곳이다. 매화 열매인 매실로 장아찌 된장 고추장 등을 담근 2,500여개가 넘는 장독과 대나무숲, 섬진강이 한폭의 그림처럼 조화를 이룬다. 청매실농원에서 강을 따라 2km 북쪽의 도사리 소학정마을도 매화가 큰 군락을 이루고 있다. 넓은 주차장 시설을 갖추고 있어, 청매실농원의 인파를 피해 좀더 한적하게 매화를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 순천 - ‘꽃절’과 홍매, 복사꽃 선암사는 한국에서 가장 고색창연하고 꽃과 나무가 가장 많은 사찰, ‘꽃절’이다. 선암사에는 600여년이 된 다섯 가지의 나무와 꽃이 있다. 선불전 옆 와송(누운 소나무), 무우전 돌담가의 토종 매화, 칠전선원 차밭의 전통차나무, 그리고 선원 양쪽의 영산홍과 자산홍이 그것이다. 봄의 선암사에는 꽃잎들이 두들겨대는 은은한 풍경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무우전 돌담을 뒤덮던 매화가 스러지고 나면 경내엔 겹왕벚꽃이 대신 화사함을 뽐내고, 영산홍과 자산홍이 함께 피어나 고목이 빚어낸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선암사 경내에 10여 그루의 영산홍, 자산홍이 있지만 칠전선원 ‘호남제일문’ 양쪽 옆에 있는 영산홍과 자산홍은 가장 오래되고 운치있다. 고상한 진홍색의 영산홍과 자색의 자산홍이 짝을 이뤄 봄 풍경을 완성한다. 낙안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산허리에 자리잡은 금둔사는 가장 일찍 꽃망울을 터뜨리는 홍매로 유명해진 곳이다. 벌써 꽃이 피기 시작했다. 2004년까지 선암사 주지를 지낸 지허 스님이 거처하는 곳이다. 아담한 사찰은 잘 가꿔놓은 분재 같은 느낌이다. 순천의 월등면은 거대한 복숭아 단지다. 복사꽃이 절정일 때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분지 가득 연분홍 꽃이 흐드러진다. 주민들은 4월 20일께 복사꽃이 만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하동 - 천상의 벚꽃길 섬진강 건너 하동 땅에도 매화가 핀다. 악양들판 남쪽의 하동읍 흥룡리와 먹점마을이 대표적인 매화마을이다. 급한 경사의 좁은 농로를 힘겹게 1.5km 가량 올라 만나는 먹점마을은 꽃이 피지 않아도 찾는 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지게 만드는 곳이다. 좁은 길이 열리며 갑자기 드넓은 공간이 펼쳐지고, 층층의 다락논이 시선을 빼앗는다. 그 논두렁 밭두렁에 가득 매화나무가 새하얀 꽃들을 피워낸다. 산속 고지대이다보니 광양 다압의 매화마을보다는 1주일 가량 개화가 늦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로 이어지는 계곡 화개동천, 그곳에는 ‘혼례길’이라고도 불리는 천상의 벚꽃길이 열린다. 50~60년생 벚꽃나무가 뿜어내는 운치는 전국 각지의 숱한 벚꽃길과는 차원이 다르다. 해서 사람들은 쌍계사 벚꽃길을 벚꽃길의 원조 혹은 지존이라고 말한다. 4월초에 절정을 이루는데 올해 벚꽃축제도 4월 4~6일 쌍계사 앞을 주무대로 열린다. 벚꽃을 대신해 하동의 섬진강변을 수놓는 꽃은 이화(梨花), 배꽃이다. 국도 19호선 길가에 배과수원이 흩어져 있다. 만지뜰 일대가 대표적인 과수단지. 4월말에 피기 시작하는 꽃은 5월 중순까지 간다. 화개장터에서 나와 섬진강을 따라 남쪽으로 10분여 달리면 갑자기 넓어진 들판과 만난다. 대하소설 <토지>의 주무대인 악양면 평사리의 너른 들판 ‘악양무딤들’이다. 경지 정리 잘된 들판은 4월이 되면 몬드리안의 추상화를 보듯 청보리밭과 보랏빛 자운영꽃밭이 만들어내는 색의 조화로 황홀해진다. 자운영은 겨울철 소먹이로 논에 심었던 한해살이 풀이다. 모내기를 앞두고 갈아엎으면 자연스레 퇴비가 돼 친환경농법으로 이용되고 있다. 5월 중순 이후 모내기가 시작될 때까지 자운영의 보랏빛 들판을 맘껏 감상할 수 있다. 악양벌을 한눈에 담고 싶다면 고소산성에 올라보자. 섬진강과 어우러진 악양들판이 넉넉하게 가슴으로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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