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섬에 많은 폭포들과 동굴,
산 정상에 상상외의 멋진 초원이!
(Strathcona Westmin Park,
Paradise Meadows, Horne Lake Caves)
작년 여름에는 BC주 온천 투어를 했는데 올 여름에는 BC주 폭포투어를 했다. 남편이 밴쿠버 섬에 멋진 폭포구경을 가자고
했다. 밴쿠버 섬은 여러 번 다녀와서 또 가기가…. 대표적으로
가 본 곳으로는 주정부청사가 있는 빅토리아는 물론이고, 손에 닿는 대로 주울 수 있는 조개들, 몇 개만 먹어도 배가 부른 굴 등의 풍부한 해산물을 채취할 수 있는 바닷가.
wildplay에서 번지점프 등의 멋진 놀이가 있는 곳, 슈메이너스(Chemainus)의 벽화 마을, 쿰스(Coombs)에 있는 염소가 지붕 위에서 뛰노는 올드 컨트리 미켓, 비행기도
착륙할 정도의 멋진 모래밭을 가지고 있는 롱비치, 매년 한국전 참전 용사 기념식이 열리는 토피노, 섬 끝 마을인 포트 하디 등등 밴쿠버 섬은 많이 가 보았기에 가자는데 별로 내키지가 않았다. 그런데 동굴을 보러 가자는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
여름방학이 막바지여서 페리는 이미 예약이 꽉 찼다. 그래서
예약 외에도 선착순으로 탈 수 있다기에 첫 배를 타러 갔다. 새벽 5시에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던 덕분인지 첫 배를 탈 수 있었다. 그래서 2박 3일의 일정을 1박 2일로
단축해서 눈썹이 휘날리게 다녀왔다. 그리고 첫 배를 타는 바람에 해가 뜨는 멋진 광경도 보너스로 볼
수 있었다.
캠프장에 도착하니 앞에 Buttle Lake가 펼쳐져 있다. 그 호수는 길이가 28Km이고 폭이 1.5Km의 거대한 호수이다. 텐트를 치고 보니 바로 앞 호수가 내
전용인 것 같다. 여름에는 편리하게 수영을 할 수 있어서 인기 있는 캠프장이다. 텐트만 쳐 놓고 오늘의 투어계획인 폭포들을 보러 갔다. 캠벨리버와
골드리버 사이를 연결하는 28번 고속도로에는 70개가 넘는
폭포들이 있다. 28번 고속도로로 가다가 Westmin Road로
가면서 폭포들을 보았다. 이 폭포들은 주차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1Km반경에 있다.
Lady 폭포는 30m를 수직으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장관을 이루며, Lupin 폭포의 길이는 40m로
2단으로 물이 떨어지는 멋진 모습을 가지고 있다. Lower Myra 폭포는 밴쿠버 섬에서 가장 아름다운 폭포 중 하나로
꼽힌다. 계단식으로 70m를 3단을 내려가는 폭포이다. 위에서부터 세어 보면 7단을 내려온단다. 폭포 밑에서는 수영도 한다. 평평하고 감촉이 매끄러운 바위와 아름다운 물색이 유혹을 한다. 나는
그 유혹을 완전히 뿌리치지 못해 발만 살짝 담가 보았다. 더운 여름이지만 발이 시리다. ‘시간만 있으면 평평한 바위 위에서 낮잠이라도 자고 가면 좋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폭포 아래로는 Buttle 호수가 보여서 더욱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이번 여름에 본 폭포 중에서 다시 한 번 보고픈 매력이 넘치는 폭포이다.
Upper Myra 폭포로 가는데 갑자기 검문소처럼 차를 세우고 이름도 묻고 언제 돌아갈 것인지도 묻는다. 왜 그런지 궁금했다. 알고 보니 광산을 지나가야해서 그런 것 같다. 덕분에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 아래를 운전하며 작업 중인 광산을 통과는 이색 풍경도 맛 볼 수 있다. 이 폭포는 울창한 숲으로 된 트레일을 6km정도 걸어야 한다. 23m의 웅장한 물줄기를 뽐내며 펀치 볼 같이 생긴 웅덩이에 물이 쏟아진다.
오늘 아침 밴쿠버에서 떠난 것 같지 않게 많은 곳을 다녔다. 마지막
폭포가 가장 울창하고 가는 길도 조금 멀고 저녁이 되려하니 사람들도 없고 무섭기까지 했다. 그래서 다
둘러보고 나니 Upper Myra 폭포부터 역순으로 구경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동굴 탐험 시간이 오후2시라서 오전에 한 가지 관광을 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을
하면 좋을까?’ 하고 지도를 살펴보던 중 “Must
Sees" 라고 쓴 곳 중 “Paradise Meadows와 Horne Lake Caves”가 있었다. 동굴은 갈 예정이고, ‘얼마나 멋지면 파라다이스 메도우 일까?’ 생각하면서 지도를 보니
‘어차피 동굴로 가는 길에 있고 이름에 걸 맞는 곳이라면…?’ 궁금해서 그곳에 가 보기로 했다.
파라다이스 메도우는 스트라스코나(Strathcona) 주립공원 남동쪽에 있다. 이 공원은 밴쿠버 섬
중앙에 위치하며 1911년 BC주의 첫 번째 주립공원으로
지정이 된 곳이다. 이곳은 코트니(Courtenay)에서 25km를 마운트 워싱턴(Mount Washington) 노르딕 스키장
쪽으로 가면 된다. 이곳에는 여러 개의 루프(Loop)트레일이
있다. 총 길이는 4.2km 이지만 그 중 가고 싶은 곳을
선택해서 가볍게 걸을 수 있다. 크고 작은 호수들과 계절에 따라 피는 야생화를 포함한 형형색색의 꽃들이
그 넓은 초원을 뒤덮고 있다. 특히 좋은 것은 장애인의 접근을 용이하게 설계해놓았기 때문에 나이 드신
어른들도 모시고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곳을 나와 19번 도로를 타고 4번 도로로 갈아타면 드디어 탐험이 기다려지는 Horne Lake Caves에 도착한다. 가이드를 포함해서 7명이 1 그룹이다. 설명서에는
셀프 가이드로 탐험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이것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서 물어보았더니 6명이 가이드
1명을 고용(?)해서 1개의 그룹을 만들어 동굴
탐험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니까 아는 사람이나 아니면 그곳에서 혹시 6명이 만들어지면 셀프 가이드의 도움으로 가 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가이드는 그곳에서 정해주는 사람으로 한다. 그러면 예약을 하지 못해도 동굴 탐험을 할 수가 있다.
동굴탐험을 하려면 복장을 잘 갖추어야
한다. 마스크, 장갑, 신발은
슬리퍼는 안 되고 미끄러지지 않는 등산화나 운동화. 면바지, 백팩(Back Pack), 큰 카메라도 안 된다. 그곳은 계절에 상관없이
섭씨8도를 유지하므로 긴팔에 겉옷까지 입어야 한다. 장갑은
바닥에는 고무가 있는 것으로 준비한다. 그곳에서도 판매를 하지만 조금 비싸게 파는 것 같으니 미리 준비해
가면 좋다. 출발하기 전에 헤드라이트가 있는 안전모는 나누어 준다.
동굴 탐험에 걸리는 시간은 트레일 45분, 동굴탐험 1시간 45분이라고 쓰여 있다.
‘트레일은 뭐지?’ 동굴 탐험을 해 보니 이곳은 한국이나 미국과는 완전히 다르다. 왜냐하면
한국이나 미국은 동굴 거의 앞이 주차장이고 동굴 속에도 불빛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멋진 종유석 등이
있으면 그것을 특히 강조하는 듯 더욱 강한 불빛으로 비춘다. 그런데 이곳은 주차장부터 동굴입구까지 걸어가야
해서 트레일 45분이라고 되어있다. 산으로는 올라가지만 조금씩
가다 쉬면서 설명을 하기 때문에 누구나 갈 수는 있다.
동굴입구에 도착하니 헤드라이트에
의존해서 탐험을 시작한다. 헤드라이트의 배터리가 커서 모자가 생각보다 무겁다. 마치 굴을 발견하러 가는 사람 같다. 헤드라이트를 끄면 암흑이다. 동굴 입구가 비좁다. 길을 헤드라이트로 밝히면서 가이드를 따라 걷는다. 좁은 공간에서도 종유석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곳을 잡으며 가야 한다. 가이드가
사람들의 손때가 묻어 색이 변한 종유석을 보여준다. 무슨 모험을 하는 것 같다. 바위들을 밟으며 좁은 공간으로 올라가기도 한다. 그런데 내 앞에는
전형적인 서구체형을 가진 여자가 올라가는데 그 좁은 공간으로 몸이 빠지질 않아서 고생을 하며 올라갔다. 어느
곳에서는 몸을 사다리에 눕혀서 미끄럼을 타고 내려와야 하는 곳도 있고 좁고 낮은 통로를 통과할 때는 몸을 낮추어도 헬멧이 부딪치기도 한다. 재미있는 지하 원더랜드이다!
기대를 져 버리지 않은 동굴 탐험을
끝내고 마지막 전 배를 타러가려고 했는데 그러기에는 시간이 남은 듯해서 퀄리쿰 비치(Qualicum Beach)에
들리기로 했다. 네비게이션에 퀄리쿰 비치라고 치고 갔는데 갑자기 다운타운 쪽에서 목적지에 다 왔다고
한다. ‘이건 뭐지?’ 알고 보니 타운이름이 퀄리쿰 비치였다. 진짜 비치로 가려면 바닷가 쪽으로 몇 블록을 더 내려가야 한다. 그곳은
눈이 호강하는 아름다운 비치였다. 모래는 아니고 검정 조약돌이 깔려 있다. 바다색과 하늘색이 어울리듯 하나가 되는 곳이다.
시간이 거의 다 되어 그곳 식당에서
저녁밥을 픽업해서 나나이모 선착장으로 갔다. 도착해 보니 연휴도 끝나서 여유 있게 배를 탈 수 있다는
생각은 오산이었다. 표를 파는 사람이 오늘 마지막 배도 탈 수 있을지 잘 모르니 기다리든지, 돌아가든지 하라고 한다. 막상 갈 곳도 없으니 기다려본다고 하고
표를 샀다. 마지막 전 배는 이미 차로 가득차서 떠나고, 이젠
하염없이 마지막 배를 기다린다. 그래도 저녁거리를 사가지고 와서 얼마나 다행인지. 초조하게 기다렸다. 마지막 배에 차가 들어가기 시작한다. 1대, 2대... 100대, 200대, 우리 뒤에도 차가 많고 옆에도 반 줄 정도는 남아있다. 드디어 우리 앞 차가 움직인다. ‘제발 내 앞에서 서라고만 하지
말아주세요.’ 구사일생으로 배를 탄 느낌이다. ‘드디어 밴쿠버에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