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21일
조선일보 萬物相
김태익 논설위원
서울 국제수학자대회
지난 1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작업환경, 수입, 고용전망, 스트레스 등을 기준으로 200개 직업 중 최고의 직업과 최악의 직업을 각각 10개씩 소개했다. 그중 최고의 직업으로 뽑힌 것이 수학자였다. 10위 안에는 보험계리사(2위)를 비롯해 통계학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컴퓨터시스템 분석가도 포함됐다. 모두 수학을 기초로 한 직업이다.
직업적 인기 말고 수학의 학문적 영향력에 대한 조사 결과도 있다. IBM은 20세기 수학의 최대 업적으로 뜻밖에 좀스키 언어학, 괴텔의 불확정성 논리, 레비 스트로스의 문화인류학을 선정했다. 자연과학은 말할 것도 없고 인문사회과학에서도 수학적 발상과 논리가 절대적이라는 얘기다. 국력과 수학실력은 함께 간다. 국제수학연맹이 선정한 수학 최상위 ‘5등급’엔 G8과 이스라엘 중국 등 10개국이 들어있다.
이처럼 중요한 학문이지만 노벨상에는 수학자에게 주는 상이 없다. 그러나 노벨상 제정과 비슷한 시기인 1897년부터 수학자들은 4년마다 국제수학자대회(ICM)를 열어 수학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지혜를 모았다. 2회 파리 대회 기조강연에서 독일 수학자 힐베르트는 20세기가 풀어야 할 23개의 수학적 난제를 제시했는데 20세기 전반기 수학사의 상당 부분은 힐베르트가 던진 난제를 푸는 과정이었다고 한다. 1936년 캐나다 수학자 필즈가 사재를 털어 만든 필즈상은 수학자대회 개막식의 하이라이트로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112년을 지나면서 국제수학자대회는 동반자 포함해 6000명이 모여드는 세계 최대 규모와 권위를 자랑하는 기초과학 분야 잔치로 자리 잡았다. 세계 정상의 수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수학의 미래를 놓고 머리를 싸매는 풍경은 개최국에 더할 나위 없는 지적(知的) 자극이 됐다. 1990년 이 대회를 개최한 일본은 그해 필즈상 수상자를 배출했고, 2002년 개최국 중국은 이후 수학 논문수가 두 배로 늘었다.
그제 중국 푸저우(褔州)에서 열린 국제수학여행 집행위에서 한국이 2014년 국제수학자대회 개최국으로 선정됐다. 한국의 수학실력은 국제수학연맹등급에서 오랫동안 2등급에 머물렀다가 2007년 4등급으로 두 계단 뛰어오르며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국제수학자대회가 수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새롭게 하고 자라나는 세데에게 꿈을 심어줘 우리도 필즈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날을 앞당기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