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봉스님 “언로 막히면 그 집단은 썩어”
[지리산 야단법석] 지상중계⑥
익산 사자암 주지 향봉스님이 한국불교의 병폐를 여과 없이 들춰낸 것에 대해, ‘정법불교를 모색하는 지리산 야단법석’ 참가자들은 열띤 논쟁을 벌였다.
“사부대중 머리 맞대 의식 개혁 일궈내야”
특히 특정 선방에서 과도한 해제비를 지급하는 문제를 공개적으로 질타한 것에 대해서는 “집안의 허물을 들춰낸다”는 비판이 제기되는가 하면, “한국불교가 갖고 있는 폐단을 걷어내기 위해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향봉스님은 “언로가 막히면 그 집단은 썩는다”며 “사부대중이 모인 자리면, 머리를 맞대고 아픔 함께 나누고 의식 개혁 일어날 수 있도록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재가자나 출가자 둘로 나눠져 있으면서도 하나다. 재가자의 도움 없으면 불교 정화 이뤄지지 않는다”고 피력했다.
남원=어현경 기자
다음은 토론의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 익산 이택회
절 살림을 재가자가 맡으면 어떨까. 스님은 법문과 수행에만 힘쓰고, 재가자들은 절 살림 살다가 모자라면 좀 보태고, 남으면 사회에 회향하는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다. 미얀마에서 보니까 재가자들이 어떤 주제로 법문해주실 것을 스님에게 요청한 뒤, 나머지 모든 준비를 직접 한다고 들었다. 그런 모습이 대안이 되지 않을까.
△ 법인스님
실상사가 지금 하고 있다. 실상사는 종무실장이 행정 중심이다. 흔히 있는 원주스님도 없다. 후원일은 원주소임이, 불전함도 종무실에서 관리한다. 서울 봉은사가 재정을 공개했다. 이런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해제비 문제가 나왔는데, 선원 문제를 벗어나 대량생산과 소비, 업적주의에서 보면 어떨까. 선원만 과소비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의식전환을 얘기하지만, 제도화돼야 한다. 원로스님 입적하면 5일장 이상 한다. 그것이 문제면 법과 제도를 고쳐, 바꿔나가면 된다. 법과 제도가 확립되지 않은 문제제기는 관념적인 불교에 불과하다.
정법불교를 바로 세우고 싶다면, 정법 아닌 비법을 하는 스님께 공양하지 마라. 신도들이 스님 망치고 있다. 신도와 수행자의 정신은 밥과 법의 관계다. 수행자는 재가자에게 법을, 재가자는 밥을 주는 것이다. 정법불교를 하지 않는 수행자에게 재가자들은 두 가지 권리가 있다. 법문 듣지 않을 권리, 공양하지 않은 권리가 있다. 정법과 비법을 분류하는 기준이 뭘까. 상식적으로 보자. 도덕성을 유지하고 있나, 수행을 하고 있나, 무속행위 하고 있지 않나, 현혹하고 있지 않나. 상식적으로 보면 정법과 비법 구분할 수 있다. 정법하는 쪽을 공양하고 힘을 밀어줘야 한다. 신도들의 바른 공양운동을 제안한다.
△ 부산 박홍숙
스님들 노후보장이 돼 있지 않은 것 같다. 가톨릭 신부 일선에서 활동하다가 일정 나이가 돼 은퇴하면 그 뒤의 삶이 보장돼 있다. 그래서 부정적인 면이 생기고 해결되지 않는다고 본다. 불교가 갖고 있는 재산 적지 않고, 안거 후 나눠주는 보시금을 합리적이고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제도화해, 더 이상 전법활동이 어려워 쉬셔야 할 때 마지막 노후를 보장할 곳이 마련된다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 도법스님
이 문제가 사실은 오늘처럼 적나라하게 들춰진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우리 집안의 추한 꼴 왜 들춰서 추한 꼴을 들춰내냐 하는 비판이 있다. 이런 것 들추지 말고 우리끼리 소문나지 않게 고치면 되지 왜 소문나게 하느냐 하는 얘기다. 불문율의 계율처럼 그런 문화이기도 하다.
이것은 결코 양어가추가 아니다. 곰팡이는 덮어놓으면 계속 확대 재생산된다. 드러내서 바람을 쐬고 햇빛을 쬐지 않는 한 계속된다. 이건 우리 안의 곰팡이들이 확대 재생산 될 수 없도록 바람을 쐬게 하는 일이다. 저절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만약 이런 야단법석 자리를 한 달에 한번씩 지속적으로 한다면, 한국불교 건강하게 하고 활기차게 만들고 미래를 환하게 만든다고 확신한다.
이 자리에서 향봉스님이 오늘의 한국불교에 대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위험과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해준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 우리도 거기에 큰 마음을 보내 힘을 보내줬으면 한다.
△ 박효은
한국불교 보살들이 망친다는 얘기 많이 들었다. 저를 슬프게 하는 것이 있다. 두 가지다. 해제비 말씀 하셨는데, 대중공양에서 자유롭게 수행했으면 좋겠다. 스님들 선방 들어가시면서, 어디 간다고 꼭 말씀하시고 대중공양을 당부하는 경우가 있다.
만행 나와서 오갈 때 없는 스님 만나면 슬프다. 스님 나오시면 불편하더라도 절에서 주무셨으면 좋겠다. 토굴 이런 것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고 슬픔을 느끼는데, 이런 것들 걷어줬으면 한다.
△ 향심스님
방관자적 입장에서 문제 제기하는 것 유감스럽다. 20년 간 외국생활하지 않았나. 비판할 자격이 없다. 해제비 문제만 해도 큰 사찰 일부의 문제다. 비구니 선원을 보면 20년 전 10만원이었던 해제비가 여전히 10만원이다.
△ 진오스님
우리나라 효의 문화다. 출가집단에서 자기 은사 돌아가면서 재 지낼 수 있다. 큰 절에서만 지낸다면, 49재 돌아가면서 지낼 수 있다. 다만 형식이나 사치의 문제라면 받아들일 수 있다.
오늘 법석, 좋은 자리지만 이런 식으로 끝나면 목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한 후학 양성을 위해 법주스님들이 보시해야 한다. 기존에 승단에 기득권을 가졌던 스님이 돈을 내놔야 한다.
출가대중은 계를 받는 순간 모두가 시신기증과 자신이 가진 재산을 사후 기증해야 한다.
상좌들이 은사스님 생일 상을 차렸다. 그게 싫다고 하는 은사스님이 지역 노인잔치를 벌였다. 그리고 스님들이 노인들을 접대했는데 좋은 선례이기도 하다.
△ 이민우
자칫하면 제방에서 수행하는 스님들의 본질적인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다. 올곧은 수행하는 스님들의 모습은 우리 인생의 좌표이다. 이런 스님들이 모두 다 같이 매도되기보다는 보호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 향봉스님
언로가 막히면 그 집단은 썩는다. 우리집안의 부끄럽고 추한 모습을, 남대문 시장, 길거리에서 떠든 게 아니다. 삼복더위에 참가자들이 무료로 온 것도 아니다. 자기 시간, 비용 내서 참가한 사람들이다. 머리를 깎았는지 여부 중요하지 않다. 인도에는 가섭경은 없지만, 유마경은 있다. 중국 선어록에서 방거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육조스님은 행자시절, 머리 깎기 전에 오조 홍인스님으로부터 법을 받는다. 출가자끼리 모여 속닥거리다, 재가자들 모였을 때 양어가추 하지 말자고 한다. 때와 곳 가리지 않고, 불교 썩었다고 비판하는 것은 바른 것인가. 사부대중이 모인 자리면, 머리를 맞대고 아픔 함께 나누고 의식 개혁 일어나야 한다. 논의해야 한다. 재가자나 출가자 둘로 나눠져 있으면서도 하나다. 재가자의 도움 없으면 불교 정화 이뤄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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