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왕기는 다윗이 죽고 솔로몬이 즉위한 때부터 북왕국 이스라엘이 아시리아에게, 남왕국 유다는 바벨론에게 정복될 때까지의 역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원래는 한 권의 책이었지만 70인역에 상하 두 권으로 나뉘어져 있고, 우리말 성서도 70인역의 구분에 따라 상하 두 권으로 되어 있습니다.
1장에는 솔로몬이 왕으로 즉위하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순조로운 권력 이양은 아니었습니다. 1~4절을 보겠습니다.
1 다윗 왕이 나이 많아 늙으니, 이불을 덮어도 따뜻하지 않았다.
2 신하들이 왕에게 말하였다. "저희가 임금님께 젊은 처녀를 한 사람 데려다가, 임금님 곁에서 시중을 들게 하겠습니다. 처녀를 시중드는 사람으로 삼아, 품에 안고 주무시면, 임금님의 몸이 따뜻해질 것입니다."
3 신하들은 이스라엘 온 나라 안에서 젊고 아름다운 처녀를 찾다가, 수넴 처녀 아비삭을 발견하고, 그 처녀를 왕에게로 데려왔다.
4 그 어린 처녀는 대단히 아름다웠다. 그 처녀가 왕의 시중을 드는 사람이 되어서 왕을 섬겼지마는, 왕은 처녀와 관계를 하지는 않았다.
이때 다윗의 나이는 70세 정도였을 것입니다. 정확히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30세에 왕이 되었고 40년 동안 통치했다는 성서의 기록에 의하면 그렇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후계문제가 발생합니다. 5~6절을 보겠습니다.
5 그 때에 다윗과 학깃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아도니야는, 자기가 왕이 될 것이라고 하면서, 후계자처럼 행세하고 다녔다. 자신이 타고 다니는 병거를 마련하고, 기병과 호위병 쉰 명을 데리고 다녔다.
6 그런데도 그의 아버지 다윗은 아도니야를 꾸짖지도 않고, 어찌하여 그런 일을 하느냐고 한 번도 묻지도 않았다. 그는 압살롬 다음으로 태어난 아들로서, 용모가 뛰어났다.
넷째 아들 아도니야가 자기가 왕이 될 것이라고 하면서 후계자처럼 행세하고 다녔답니다. 그런데도 아버지 다윗이 그의 언행을 제어하지 않았답니다. 아마도 제어하지 않은 게 아니라 못했을 것입니다. 늙어서 몸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할 지경이었으니 사리분별도 제대로 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후계자 서열로 보면, 아도니야가 왕위를 이어받는 것이 무리가 없습니다. 맏아들 암논은 압살롬의 손에 죽었고, 셋째인 압살롬도 쿠데타를 일으켰다가 실패하여 죽었습니다. 둘째가 길르압인데, 이 사람의 이름은 다윗이 헤브론에서 아들 여섯을 낳았다는 기록에 딱 한 번 등장하고 그 이후로는 전혀 언급이 없습니다. 그래서 학자들은 그가 어려서 죽었을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그렇다면 남은 왕자들 중에 맏아들은 아도니야입니다. 그래서 총사령관 요압과 제사장 아비아달도 그를 지지했다고 본문은 말합니다. 그런데 솔로몬의 어머니 밧세바가 다윗을 찾아와 이의를 제기합니다. 15~18절을 보겠습니다.
15 밧세바는 침실에 있는 왕에게로 갔다. 왕은 매우 늙어서, 수넴 여자 아비삭이 수종을 들고 있었다.
16 밧세바가 엎드려서 절을 하니, 왕은 "무슨 일이오?" 하고 물었다.
17 그가 왕에게 대답하였다. "임금님, 임금님께서는 임금님의 주 하나님을 두고 맹세하시며, 이 종에게 이르시기를, 이 몸에서 태어난 아들 솔로몬이 임금님의 뒤를 이어서 왕이 될 것이며, 그가 임금의 자리에 앉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18 그런데 지금 아도니야가 왕이 되었는데도, 임금님께서는 이 일을 알지 못하고 계십니다.
솔로몬이 자신의 뒤를 이어 왕이 될 것이라고 다윗이 밧세바에게 말했답니다. 그것도 하나님께 맹세하며 말했답니다. 하지만 성서에는 그런 일이 있었다는 기록이 전혀 없습니다. 그렇다고 밧세바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거나 늙은 다윗의 흐려진 기억력을 이용하고 있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사실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을 수 있겠지요. 부부 사이에 사적으로 많은 말이 오갔을 테니까요.
그런데 본문은 선지자 나단이 밧세바에게 아도니야가 벌인 일을 알려주고 다윗을 찾아가서 후계자 문제에 대해서 약속한 내용을 일깨워주라고 촉구한 것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자들은 이 문제를 헤브론파와 예루살렘파의 권력투쟁으로 보기도 합니다. 아도니야는 헤브론에서 태어났고 솔로몬은 예루살렘에서 태어났습니다. 어쨌든 밧세바와 나단의 말을 충분히 듣고 나서 다윗은 이렇게 결정합니다. 32~35절을 보겠습니다.
32 다윗 왕이 사독 제사장과 나단 예언자와 여호야다의 아들 브나야를 불러 오라고 하였다. 그들이 왕 앞으로 나아오니,
33 왕이 그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나의 신하들을 거느리고, 내가 타던 노새에 나의 아들 솔로몬을 태워서, 기혼으로 내려가도록 하시오.
34 사독 제사장과 나단 예언자는 거기에서 그에게 기름을 부어 이스라엘의 왕으로 삼고, 그런 다음에 뿔나팔을 불며 '솔로몬 왕 만세!' 하고 외치시오.
35 그리고 그를 따라 올라와, 그를 모시고 들어가서, 나를 대신하여 임금의 자리에 앉히시오. 그러면 그가 나의 뒤를 이어서 왕이 될 것이오. 그를 내가 이스라엘과 유다의 통치자로 임명하였소."
이렇게 해서 큰 내전으로 번질뻔한 위기를 넘기고 솔로몬은 다윗에 이어 통일왕국의 왕으로 즉위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