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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시와표현〉 신인상 심사경위
〈시와표현〉2014년 (상반기) 신인상 본심에는 다음과 같이 4분의 작품이 올라 왔다.
금시아 「심우도尋牛圖에 들다」외 4편
강경선 「다시 쓰는 헨젤과 그레텔」외 4편
신수옥 「압화押畵」외 4편
이수찬 「허수아비」외 4편
본심에 올라온 4편의 작품을 뽑기 위하여 심사 기준표(완성도 : 25점, 상상력 : 25점, 진정성 : 25점, 참신성 : 25점 )를 만들었다.
공정성을 기하고자 후보자 이름을 삭제하고 블라인드 채점으로 원칙과 절차에 의하여 공개적으로 하였다.
4분의 심사 결과를 합산하여 400점 만점에 326점을 차지한 금시아 후보자를 상반기 신인상으로 결정하였다.
심사위원회는 공정한 심사를 위하여 노심초사하였으며 앞으로도 엄정함을 유지할 것이다.
2014년 4월 15일
본심 심사위원 : 김백겸 서안나 김영찬 김명철
제4회(상반기) 계간 〈시와표현〉 신인상
심사평
첫째도 정진, 둘째도 정진, 셋째도 정진
제4회(상반기) 〈시와표현〉 신인상 본심에는 금시아, 강경선, 이수찬, 신수옥 총 4분의 응모작품들이 올라왔다. 심사위원들은 후보자의 이름을 지운 채 블라인드 채점으로 심사를 했다. 심사결과 최고의 점수를 받은 금시아 시인을 상반기 신인상으로 결정했다. 「심우도에 들다」외 4편이다
금시아 시인의 작품에서는 시를 공부한 시간의 내력이 보인다. 시상을 끌어나가는 정서와 이야기의 전개가 어렵지 않은데도 주제는 결코 쉬운 내용은 아니다. 음악에 비유하면 쉬운 멜로디와 화음을 사용하는 데도 독자의 마음에 다가가는 정서의 배경이 있다 하겠다. 시적주제를 잡는 구도의 시선도 안정되어 있어 심사위원들이 일정점수를 준 이유이다.
응모 시들이 점차 화려한 언어나 이미지를 사용하는 경향에서 벗어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적 포즈를 잡는 시들로 변모하고 있다. 한국시가 시인들만을 위한 시에서 벗어나 독자의 공감을 위한 시로 변모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아마도 시인 자신과의 공감이 더 중요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금시아 시인의 시에 대한 진정성의 시선을 믿고 추천한다.
신인들이 지면을 통해 문단에 나가는 순간은 가슴 두근거리는 순간이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작가인 만큼 전력을 다해 질주해야 한다. 프로의 눈길은 매섭고 같은 동료 신인들은 작품 한편마다 질투의 눈으로 쳐다본다. 이 세계에서 살아남아 진정한 시인이 되기 위해서는 첫째도 정진, 둘째도 정진, 셋째도 정진해야 한다.
2014. 04월 15일
본심 심사위원 : 김백겸(記), 서안나 김영찬 김명철
제4회 계간 〈시와표현〉 신인상 수상작
심우도尋牛圖에 들다 외 4편
금시아
한가한 걸음으로 사내는 배에 오른다 인적이 드문 청평사 가는 길, 누구든 호수의 족적에 자신의 족적을 겹쳐놓기 좋은 날이다 호수의 표정이 검은 구름칠로 위장되었다
사내는 극락보전을 돌고 소는 사내를 따라 돌고, 사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마른 건초를 내밀었는지 잔등을 내밀며 소는 말한다 배를 타고 이곳까지 왔노라고 뿔은 어느 노승에게 주어 버리고 여전히 그 강물로 목을 축이노라고 잔등은 이내 누런 물결이다 낡은 수레가 얹혔던 자국엔 몇 그루 버들가지가 피어 있다
수없이 이삿짐을 쌌다 진흙 속에 빠진 바퀴처럼 아이들이 태어났다 수레는 지쳤고 바퀴는 어딘가로 떨어져 굴러갔다 낙뢰를 맞은 난간의 화분은 떨어져나간 옆구리를 수거하지 못했다 불안은 매번 사내의 다리를 걸고 넘어졌다
소를 보기라도 한 듯 사내의 발자국이 빙판길에 나동그라진다 수레바퀴 자국은 여전히 어디론가 가고 있고 흰 소는 한겨울 양지쪽에서 유유히 녹고 있는 중이다 배를 수소문했지만 선주는 청평사에는 소가 없다고 말한다
없는 소를 끌고 가는 방법은 고삐를 쥐는 것, 사내는 집에서부터 챙겨온 올가미에 소의 목인지 수레의 목인지 아니면 한겨울 양지쪽의 버드나무인지를 맨다 기울어가는 햇살이 잡식성 호수를 투망질하고 있다 겨울의 오후는 자꾸만 출렁인다
나의 파샤
오빠의 기술은 늘 힘이 셌다 포클레인 한 대, 공터에서 여름을 나고 있다 텅 빈 운전석을 들여다보면 한 집안의 밥숟가락을 조정하던 온갖 장치들이 햇살의 작은 입김에도 먼지를 피운다 어떤 숟가락질이든 기술이 필요하다 그냥 파는데도 치밀한 각이 요구되는 베테랑은 슬픔을 묵살해야 하는 건조한 자격증
그는 무한궤도의 숟가락으로 한 삽씩 마중 빛을 붓는다 죽음의 한 귀퉁이를 파내다 보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지관의 바르르 떨리는 바늘 끝 의문들 한 길 퍼 올린 의문 속으로 줄담배 연기가 시원스레 가득 차는 걸 본적이 있다 구겨진 담뱃갑 같은 낯빛은 어느새 검붉은 흙색을 닮아가고 있었다
늘 산역山役을 도맡아 하던 그의 기술은 삽날이 무뎌지는 만큼 예리해지고 死後을 묻는 일이 익숙해질수록 식구들의 웃음소리는 하지감자처럼 굵어졌다 죽음 앞에 후덕한 산역을 굳이 선호했던 그의 주특기는 딱딱하게 굳은 영면의 딱 맞는 치수를 재단하는 일, 셰프의 칼끝이었다 대장장이의 땀방울이었다 미세한 흙먼지를 가르는 검투사의 눈빛이었다
막다른 길처럼 꺾인 산모퉁이 버킷을 세우고 몸체를 번쩍 들어 회전하는 묘기를 보여준 그의 몸속에 딱 누울 만큼의 죽음이 찾아왔다 점프였다 여름이 굼뜬 몸으로 공터를 기어간다 붙임성 좋은 오빠처럼 나팔꽃 줄기들 포클레인에 달라붙어 무수한 꽃송이로 종일 공중을 파내고 있다
곰실공소*
1
뒷산이 큰 몸을 접으며 고해실로 들어선다 낮달 몰래 발소리를 죽였지만 세 가지 답을 묻는 이란성 쌍둥이 전나무 그 기척을 묵인한다 비좁은 고해실은 노신부의 굽어진 허리만큼 여유롭다 그는 뭔가를 웅얼웅얼 고백했고 노신부는 뭔가 보속을 준 것인데, 고해실을 나서는 그의 목덜미에서 맑은 새소리가 났다 화단의 꽃들이 그의 발부리에 향유를 뿌렸을까 산을 내려온 인기척 꽁무니에 아카시아 향기 매달려 있다
2
한낮에 울려 퍼지는 삼종의 종소리
마리아 동상에 기대어 나는 묵주를 돌린다
‘망자를 위한 기도’ 한 단 또 한 단
그의 등에 짐 지운 빚더미 한 조각 녹아내린 듯
전나무 그림자만큼 짧아진 나의 하루
미사보 같은 깃털 하나 돋는 건 아닐까
문득 겨드랑이 간지럽다
3
성당 뜰 소지하는 노신부의 빗질보다 더 늘어진 백구의 몸짓 사이로 개미들 분주하다 소나기 들겠다 비 긋는 막 같은 곰실에서 심장의 사막, 그 마른 각목처럼 경직된 시간들 잠시 허리띠를 풀어도 좋으리 전나무 그늘에 누운 백구 콧잔등에 나비 한 마리 꾸벅이는 시간의 흔들의자, 곰실 공소 그 백여 년의 일상은 계절이 없다
* 1920년에 지어진 춘천교구 최초 공소
손톱을 파종하다
코스모스 씨앗을 툭툭 딴다
가지런하게 깎아 놓은 애기 손톱 같다
꽃들은 쌍둥이일까
그러나 서로 닮지 않으려고 서로의 색깔을 주고받는다
내 속에는 내가 없다
나비와 벌들이 바람나는 계절
그 누군가 꽃방을 침범해야만 씨앗들 생긴다
꽃잎 속에 손톱이 자란다
손가락 짓무르고 나면 그 씨방 속에
손톱가루 가득 들어 있는 코스모스
한 번도 웃자란 적 없어도 그 손톱들
건들면 툭툭 튀어 나간다
손톱을 깎는 일
또 다른 우주의 공터로 톡톡 뿌려지는 분신술은 아닐까 손톱을 깎아서 아무렇게나 버리면 안 돼 어느 쥐가 네 손톱을 먹고 거울 속 쌍둥이가 되어 너를 대신할지도 몰라
오래전 보았던 입관入棺
손톱이 든 주머니를 넣어 주었지
어딘가에 흩뿌려진 파종, 그는
어느 우주 한 공간에서 또 다른 손톱을 키울까
코스모스 씨방 안에
누구의 것인지 모를 손톱 가득 들어 있다
달의 길을 내다
달빛 심장은 오작교에서 이식되었다 그녀가 당긴 화살의 지령은 시간의 신을 섬기는 일 길은 지름길 같은 긴 곡선으로 산등성이를 넘어간다
블랙홀은 달콤했다 방향은 맞잡은 손끝으로 암호처럼 엇갈렸을까 달뜬 심장을 이식한 눈 먼 여행자들은 새들이 휘어가며 찍어 놓은 지문을 읽지 못했다 등줄기 층층에 매복하고 있는 통증들 우물 속 그림자에게 입을 맞춘 미로는 두 심장을 암벽에 매달았다
날을 세운 발톱으로 달을 찢었다 꽃향기에 찔린 상처에는 굳은살이 박였다 말言들이 날뛰다 간 진흙탕에선 겹겹의 소문이 피었다 길모퉁이 구부러질 때마다 꾹꾹 박아 놓은 눈물엔 구름이 굳었다
뚝, 뚝, 동백꽃은 먼 봄을 뱉어내고 흰 심장은 슬몃슬몃 전쟁을 치르던 시간들을 내려놓는다 두드려 보고 또 두드려 보고, 그녀는 시간의 등고선을 정복했을까 모래능선을 박음질하며 뜬 눈으로 길을 내던 달의 지문, 파피루스의 비밀이 천천히 드러날수록 밤의 세상은 서쪽으로 기울어갔다
수상소감
꼬리가 잡히지 않는 여행은 시작되었다
금시아
언제부터인가, 나는 내가 삼킨 사유들과 동거 중이다. 되새김질이다.
뫼비우스 띠처럼 꼬리가 잡히지 않는 여행은 시작 되었다. 구름 뒤에 머물고 있는 해의 행로가 궁금하고 바람의 말에 귀가 붉어지기도 한다. 연필의 의중을 묻는 셀 수없는 폐지들, 그 몸에 박힌 수많은 별들의 상처를 본다.
들판을 묶은 염소를 보았다. 파닥거리는 낱말 둘레에 말뚝을 꽂는다. 그러면 그 순간부터 그것은 내 말이다. 갇힌 언어들이 말뚝의 반경을 벗어나려고 날뛰면, 너희들은 울안에 갇힌 내 말이야. 나는 날뛰는 말들을 순하게 조련시킨다. 이 세상 모든 시는 나의 스승이다. 긴 필사의 시간은 내 시의 역사, 아직도 진행 중이다. 내게 일어나는 어떤 일에 왜, 보다는 다행이야, 하면서 나는 나를 찾아오는 모든 것들에게 따뜻한 눈길을 보내고 싶다.
절대자의 저울은 바람의 한 잔 무게 쪽으로 수평일지도 모르겠다. 가장 소중한 것을 먼저 가져갔지만 어느새 자잘한 기쁨의 퍼즐조각으로 나는 맞춰져 가고 있다. 엄마의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주고 믿어주고 자랑스러워하는 빛나와 마커스, 그리고 준용아, 너희들 때문에 지금의 엄마가 있는 거 알지? 고맙고 사랑해. 또 가만히 있으면서도 늘 바쁘다고 핑계를 대는 딸을 대견해하는 엄마와 모든 식구들 사랑합니다.
잠 못 이루는 두통의 밤이 길어진다. 그렇지만 좋아하는 일에 미쳐 있는 시간은 행복하다. 이런 환상의 고통 속에서 기쁘게, 때론 슬프게 살게 해주신 이영춘 선생님, 유안진 선생님, 오세영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시 한 줄에 웃고 우는 동료들과 함께 이 기쁨을 나누겠습니다. 그리고 심사위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시와표현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첫댓글 시와표현 까페에서 퍼 와 쉽게 올렸습니다^^*~~~
축하합니다.
건필하십시오. 쭉- 지켜 보는 편에 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