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하는데 와이프가 그랬던 거 같다.
'미국'...'저녁'...'늦게'...
집에 도착했는데도 문이 굳게 닫혀 있어서 이게 우찌된 일이고 생각해보니 얼핏 와이프가 그런 말을 했던 거 같다는 기억이 난다. 그 단어들을 연결시켜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단서를 찾아보려 애썼다.
'애들도 없고...어디 갔나??'
'아참 시애틀에 사는 친구가 잠시 왔다고 했지?'
그렇다. 미국서 온 친구와 함께 어딜 간다고 했던 것 같다. 좀체 외출이 없던 사람이 오랜만에 날 잡은 모양이다. 근데 문제는....내가 지금 집열쇠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차를 바꾸면서 차키만 따로 가지고 다니는 버릇이 생겼다. 집열쇠는 그냥 사무실 서랍에 두고 퇴근한 것이다.
일년가도 집을 비우는 일이 없는 사람이다. 분명 오늘 저녁 늦게 들어온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늘상 집에 오면 당연히 문이 열린다는 일상에 익숙한 나머지 나는 오늘도 문앞에서'열려라 참깨'를 외치고 선 것이다.
'아 우짜노...'
아마 몇년만에 친구들 모였으면 그것도 서울까지 갔으면 시간가는줄 모를테고 이 일을 우짜노...어젠 분당에서 새벽까지 퍼고 4시쯤 들어 왔었다. 피곤하고 졸리는 걸 간신히 참고 이제야 집에 왔는데...
차안에서 히타틀고 한숨자다 잠이 깨니 갈데도 없다. 동네 피씨방으로 갔다. 배가 존나게 촐촐하다. 피씨방 아가씨한테 컵라면이라도 항개 갖다 달라고 해야 겠다. 근데 저 아가씨 바라보는 눈빛이 우째 꼭 집쫏겨나 비맞으며 쫄망거리는 동네강아지를 쳐다보는 거 같다. 진짜 비가 내린다. 지금 11시반이다. 우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