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고층에 사는 것은 외딴 곳에
사는 것과 같다.
버스를 타고 시내에 나가듯
엘리베이터를 타야만 밖으로 나간다.
오랫만에 나오니 딴 세상 같다.
아내가 소녀처럼 좋아하며 셔터를 누른다.
요즘 세상은 질서가 점점 없어져간다.
사람을 따라 식물도 그런가보다.
봄에 꽃이 피는 순서는 정해져 있었다.
매화 진달래 개나리 앵두 살구 벚나무
복숭아 그리고 배꽃이 차례로 피고 지면
파란 나뭇잎이 나고 5월로 넘어갔다.
그렇게 우리의 봄은 유순하고 정연했다.
그러나 지금의 봄은 게릴라처럼 온다.
꽃들은 기습적으로 피고 진다.
폭발하듯 한꺼번에 꽃잎들을 터뜨리는
하늘에선 화약냄새가 나고 흙바람 분다.
우리의 산들은 여기저기 파란 멍이 들고
상처처럼 산벚꽃들이 군데군데 남았다.
봄은 왜 그렇게 폭력적인가?
봄은 어디까지 제 과거가 비참해야
찬란하게 오고 가는 것인가?
사람들은 봄을 견디기 위해 오늘도
집 밖으로 나오고
꽃 진 살구나무에 새가 앉아 운다
봄의 잔당이 우리의 추억을 급습한다고.
집에 들어와 음반을 한 장 뽑는다.
비버리 실즈가 부르는
Lo, Here the Gentle Lark
저 유순한 종달새를 보라
요즘 딱 맞는 곡이다.
종달새처럼 하늘 높이 날아 오르다
급강하 하는 콜로라뚜라,
내 머리카락 사이에 숨은
햇빛 속에서 한 생명이 자라는 소리 들린다.
*영상에 가사를 입히려다 따로 아래에 씀.
번역은 직역보단 우리의 언어적 정서에
맞게 했으므로 번역자에 따라 다를 수 있음.
https://youtu.be/vkyPIcW59U8
<비숍-보라 저 조용한 종달새를>
번역 - 배홍배
Lo, here the gentle lark, weary of rest,
보라, 저 조용한 종달새를, 쉬다가 지친,
From his moist cabinet mounts up on high,
새는 촉촉한 둥지에서 높이 날아오르고,
And wakes the morning, from whose silver breast
아침은 그의 은빛 가슴에서 깨어나네
The sun ariseth in his majesty
태양이 그의 경배 속에서 떠오르고
Who doth the world so gloriously behold
그는 세상을 영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니
That cedar-tops and hills seem burnishd gold.
삼나무 꼭대기들과 언덕들은 금빛으로 빛나네.
Venus salutes him with this fair good-morrow:
샛별은 그에게 아름다운 아침으로 경의를 표하는데:
O thou clear god, and patron of all light,
오 순결한 신이시여, 모든 빛의 수호자시여,
From whom each lamp and shining star doth borrow
당신으로부터 모든 등불과 빛나는 별은 비롯되었으니
The beauteous influence that makes him bright,
그 아름다운 은혜로움으로 그를 환하게 하시고,
There lives a son that suckd an earthly mother,
세상의 어머니의 젖을 빨고 자란 아들이시여,
May lend thee light, as thou dost lend to other.
다른 이들에게처럼 당신에게도 빛을 내리소서.
첫댓글 즐거움 주시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사파이어님.^^
어머나! 오랜만에 들어온 송운사랑방에서 귀한 코너를 만나네요. 감사합니다.
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두무진 안개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