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 부산으로 돌아왔다. 부산시민들이 그 영웅을 품에 안았다.
'불세출의 영웅' '전설의
자이언트'로 불렸던 고(故) 최동원 선수가 사직벌로 영구 귀환했다.
㈔최동원기념
사업회는 최동원 타계 2주기인 14일 오후 사직야구장 입구에서 '무쇠팔 최동원
동상' 제막식을 거행했다. 최동원의
어머니 김정자 여사와 부인 신현주 씨, 아들 기호 씨, 허남식 부산시장과 김무성 의원을 비롯한 시민 및 팬 500여 명이 '영웅의 귀환'을 지켜봤다.
14일 사직야구장서 제막식
야구인으론 사상 최초
본보 제안·시민운동 결실
최동원 동상은 대한민국 역사상 야구인으로는 처음 세워진 동상이다. 권기우 최동원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야구장에 야구인의 동상이 세워진 것은 사상 최초로,
한국 야구 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은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동원 동상은 부산시민과 향토
기업, 그리고 국민의 힘으로 세워졌다는데 남다른 의미가 있다. 최동원 동상과 야구
박물관을 시민의 힘으로
건설하자는 부산일보의 제안(2011년 9월 23일자 1·3면 보도)에 따라 시민운동이 불붙은 지 2년 만에 결실한 것이다.
당시 시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은 최동원기념사업회 창립으로 이어졌다. 이어 본격적인 시민운동이 시작돼 야구박물관 건립 운동은 야구 명예
의전당 부산 유치로 결실을 했다. 이에 따라 기념사업회는 최동원 동상 건립과 최동원 투수상 제정에 힘을 쏟아 14일 그 첫 결실을 보게 됐다. 최동원 투수상은 내년 하반기에 첫 시상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부산시민과 전국의 최동원 팬 320명이 1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성금을 쾌척했다. 시민 최삼미(62·여) 씨는 동상건립기금 모금을 위한 최동원 사인볼 판매
행사에 참석해 공 10만 원어치를 구입한데 이어 별도로 "최동원 투수는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선수"라며 20만 원을 내놓았다. 전남 목포에 거주하는 조국형(40) 씨는 '최동원 광팬'을 자처하며 매달
월급통장에서 2만~3만 원씩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송금을 했다. 그는 동상 제막식 당일 별도로 최동원 아들 기호 씨의
장학금에 보태 달라며 10만 원을 보내왔다.
향토기업의 자발적인 후원도 잇따랐다. 대표적인 향토기업인 부산은행과 BN그룹이 각 5천만 원과 2천만 원을 내놓았고, 이어
롯데 자이언츠는 1억 원을 쾌척했다. 프로야구선수협의회도 1천만 원을 기부했다. 이렇게 모인 성금은 총 2억 8천만 원에 이른다.
이날 제막식에서 최동원의 어머니 김정자 여사는
인사말을 통해 "오늘 내 아들 동원이가 고향의 품으로 돌아와 다시 태어났다"며 "이는 모두가 여러분 덕분으로 그 고마움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손영신·김진성 기자 z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