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한국 私學을 노리는 「임시이사제」 재단비리 이유로 학내분규 → 재단 형사고발 → 교육부 임시이사 파견 → 재단 축출 『임시이사제만 있으면 대한민국 모든 私學은 분규 한 방으로 빼앗을 수 있다』 金 南 成 月刊朝鮮 기자 〈sulsul@chosun.com〉
경인女大-임시이사 파견·재단 축출 6년 만에 대법원, 「설립자 비리 없다」 … 교육부, 「재단 복귀 不可」 제주산업정보大-임시이사회에서 설립자 동의 없이 제3자에게 학교 매각 시도
10초 만에 끝난 6년 송사 지난 6월2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본관 2호 법정. 법복을 입은 金滉植(김황식)·金英蘭(김영란) 대법관 등 대법관 세 명이 법정에 들어섰다. 『경인女大 관련 피고 白彰基(백창기)씨 등 3명에 관한 판결 선고입니다』 金英蘭 대법관의 한마디에 법정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방청석에 앉아 있던 李智煥(이지환·43·前 경인女大 산업공학과 교수)씨의 얼굴이 굳어졌다. 金英蘭 대법관은 판결문의 주문을 읽었다. 『원심 판결 중 피고인 백창기·김종택에 대한 유죄 부분, 피고인 김길자에 대한 부분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 각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판결문 주문 낭독에 걸린 시간은 10초 정도. 이날 대법원 판결은 그걸로 끝이었다. 법정을 나서는 李씨는 허탈한 표정이었다. 『6년간 계속된 「경인女大 사태」가 단 10초 만에 결론이 났네요. 그동안 저를 옭아맸던 쇠사슬에서 해방된 느낌입니다. 6년 전 學內(학내)분규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분규 주동 교수들에게 배척당해 학교에서 쫓겨난 이후 白彰基 설립자와 함께 지난 6년간 외롭게 투쟁했습니다. 아무도 우리에게 관심을 기울여 주지 않았습니다』
경인女大 사태의 전모 2000년 5월 경인女大의 일부 교수들과 교직원들은 설립자인 白彰基 前 이사장 측의 횡령 의혹을 제기했고, 그해 6월 인천지방검찰청에 「白彰基 前 이사장 등 설립자 측이 학생들의 등록금 105억원을 횡령했다」며 고소했다. 이 과정에서 학내분규가 격화됐고, 교육부는 임시이사를 파견해 학교 운영을 맡겼다. 白 前 이사장은 이사회에서 퇴진했고, 지난 6년간 학교 운영에 참여하지 못했다. 하지만 검찰은 105억원 횡령 혐의에 대해 혐의가 없다며 불기소했다. 白 前 이사장을 고소했던 교수들은 횡령액수를 105억원에서 25억원으로 바꿔 고검, 대검에 再항고하고, 4차례 추가 고발했다. 「25억원」은 설립자인 白 前 이사장 측이 1993년 학교 설립 때 남은 돈을 학교 법인계좌에 임시로 넣어 둔 「가수금」이라는 돈이었다. 白 前 이사장은 2000년 학교 건물을 짓기 위해 이 돈을 법인에서 인출했다. 白 前 이사장을 고소한 교수들은 「現 회계법상 학교법인의 돈을 교육부 허가 없이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문제 삼았다. 설립자 측은 2004년 1월의 1심 판결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업무상 횡령) 위반, 사립학교법 위반 등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개인적으로 校費(교비)를 가져간 적이 없고, 학교법인에 손해를 끼친 점이 없는 것은 인정하나, 법리적으로 유죄가 인정된다』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2심 판결 역시 1심과 동일했다. 그러나 지난 6월2일 대법원이 1심과 2심에서 업무상 횡령 위반이라고 판결한 25억원에 대해 「無혐의」로 서울고법에 파기 환송한 것이다.
분규 주동 교수들은 有罪 白 前 이사장 측을 고소했던 경인女大 분규 주동 교수와 교직원 7명은 학내분규 과정에서 있었던 「폭력행위 등에 관한 처벌법 위반, 업무방해,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전원 유죄 판결을 받았다. 교수 네 명은 2000년 12월28일 구속되었다. 이들의 1심 판결문 가운데 일부다. <그동안 대학 경영진의 학교 운영에 불만을 품고 있던 교수들과 연봉계약제 등으로 신분불안을 느끼고 있던 교직원 등을 규합하여 과거 학내분규로 재단 경영진을 퇴진시킨 바 있는 원주 상지大 등을 모델로 하여, 학생들을 상대로 동 대학과 재단의 경영진인 피해자들이 대학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공금을 빼돌려 개인적인 축재를 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등의 수법으로 학생들을 선동하고 일체의 학사업무를 마비시키는 방법으로 학내분규를 일으켜 동 대학 및 재단의 경영진을 몰아낸 다음 자신들을 중심으로 동 대학의 운영권을 장악하기로 마음먹고…> 분규 주동 교수들은 이에 불복, 대법원까지 갔으나 1심 판결을 뒤집지 못했다. 대법원의 무죄 판결 소식을 들은 白彰基(72) 경인女大 설립자는 학교를 되찾을 수 있을지 자신하지 못했다.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1,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횡령 부분이나 검찰에 추가기소한 부분에 대해서 떳떳했으니까요. 「이 싸움을 계속해야 하는가」 회의가 든 적이 있었지만, 결국 진실이 승리했다고 봅니다. 기회가 오면 모든 교우들과 화합해서 우리 경인女大를 다시 발전시키고 싶네요. 그런데 제가 학교에 복귀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경인女大에서는 6년 전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白彰基씨는 무슨 이유로 학교를 되찾을 수 있을지 자신하지 못하는 걸까?
『(교수놈) 빤스도 벗겨』 2000년 경인女大 분규 주동 교수들에 대한 법원의 판결문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再구성했다. 사건 관련자들의 증언도 참고했다. 2000년 5월23일 인천시 계양구에 있는 경인女大에서 일부 교수·교직원의 주도로 재단인 「태양학원」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들을 지지하는 학생들은 수업을 거부하고 학내 시위를 벌이면서 「비리재단 퇴진」을 요구했다. 세무회계과 학생들 20여 명은 학장실과 학교를 점거했다. 사회체육과 학생 40여 명은 학장실에 난입했다. 이 과정에서 분규 주동 교수들과 학생들은 농성을 만류하는 최영규·李智煥 교수를 학장실에서 강제로 내쫓았다. 학생들은 최문주 교수에게 달려들어 몸을 수색하고 『빤스도 벗겨』라고 소리쳤다. 이들은 학장실에서 학장 업무용 파일을 복사하고 회계 관련 서류, 교수 인사 서류, 학장의 가방에 있는 개인수첩, 인감도장, 예금통장, 여권 등을 꺼내어 분규 주동 교수들의 사무실로 가져갔다. 학생들은 학장인 김길자씨의 몸을 수색하고 승용차 트렁크와 내부를 샅샅이 뒤져, 비리와 관련된 증거품을 압수했다. 다음날 오전 11시 경인女大 본관 201호에서 교수협의회 및 직원노조와 총학생회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교수와 직원, 학생들이 모두 재단 퇴진에 동참한다』고 말했다. 분규 주동 교수들은 학내와 부평역 앞, 국회의사당 앞, 설립자의 자택, 설립자가 다니는 교회, 광화문 등에서 시위와 집회를 벌였다. 영향력이 큰 공중파 방송을 이용하기 위해 조작된 자료를 제공했다. 이들은 인천시 중구 신포동에 있는 의류점에서 고객들의 물품구입 미결제대금을 정리한 「일수금 예정표」를 입수해 설립자 측이 사채놀이를 하고 있는 자료인 것처럼 MBC 「2580」 취재팀에 제공했다. 분규 주동 교수들은 이같은 방식으로 정상적인 학교 운영을 방해하면서, 일주일 만에 학교를 장악했다. 정치권과 민노총, 시민단체 인사들이 분규가 한창인 경인女大를 찾아왔다. 당시에 분규를 지켜봤던 박명순 유아교육학과 교수는 『학내분규가 아니라, 정치집회와 노동운동집회 같은 느낌이었다』고 했다.
분규 한 달 만에 설립자 학교에서 축출 분규 주동 교수들은 「공정한 감사로 비리재단을 처벌하라」며 교육부를 압박했다. 2000년 6월2일 오후 2시30분 종합정부청사에서 교수대표(서진형·이현주 교수)와 학생대표가 교육부 관계자와 면담했다. 이들은 비리재단의 조속한 퇴진을 요구했다. 교육부는 학내분규가 일어난 지 보름 만인 2000년 6월7일부터 17일까지 태양학원 및 경인女大에 대하여 종합감사를 실시했다. 교육부는 『1998년 5월26일과 12월15일에 열린 이사회에서 이사선임에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이사 선임 무효」 결정을 내렸다. 교육부는 2000년 7월7일 이사장과 학장을 해임하고 임시이사를 파견했다. 임시이사 파견 이유는 「이사 부존재」였다. 즉 「적법한 이사가 없으니 임시이사를 파견한다」는 논리였다. 이때 파견된 5명의 임시이사 가운데 한 명이 앞서 분규현장에 와서 격려를 했던 열린당 宋永吉(송영길) 의원이었다. 宋의원은 2000년 당시 국회 교육委 소속이었다. 태양학원 측은 「교육부의 임시이사 선임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냈으나, 사건은 본안 심사를 받아 보지 못하고 각하됐다. 당시 초대 임시이사장이던 최희선(前 교육부 차관)씨가 소송 취하서를 법원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소송 당시 경인女大의 법적 대표권은 임시이사장에게 있었다. 임시이사가 파견돼서 재단이사장이 바뀌면, 설립자나 舊재단 측은 꼼짝없이 학교 운영권을 빼앗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경인女大는 단 한 달 만에 분규를 통해 설립자가 학교 운영과 재단 운영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일부 교수와 교직원들의 「재단비리를 이유로 한 학내분규 선동→학생들의 학교 점거 농성→재단 형사고발→교육부의 감사·임시이사 파견→재단 축출」의 과정은 여러 私學에서 되풀이됐다.
분규 불참 교수 10명 사직 강요 지난 6월5일 인천시 계양구에 있는 경인女大 캠퍼스 근처에서 「경인女大 정상화대책위원장」인 李智煥 前 교수를 다시 만났다. 그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학교 교수협의회에서 학생들을 동원해서 학교를 점거하라고 하더군요. 당시 학부장이었던 저는 교수협의회 행동에 반발했습니다. 비리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 것도 아닌데 학생을 강제 동원하는 것은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 후 분규 주동 교수들 뜻대로 학교가 장악되고 임시이사들이 파견되자, 저를 포함한 교수 10명은 월급이 안 나오더군요. 2학기 수업을 배정받지 못했습니다. 이후 사직을 강요당해 대부분 학교를 떠났습니다』 李 前 교수는 당시 멀티미디어 학과에 재학 中이던 한은주(27)씨의 편지를 보여 줬다. <2001년 새 학기에 시위 주모 교수님 가운데 한 분의 수업을 들었습니다. 그 교수님은 제게 「너는 이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 뻔뻔스럽게 어디 학교를 다녀」라며 강의실에서 반강제적으로 쫓아냈습니다. 저를 비롯해 친구 세 명은 단지 교수협의회에 반대하는 교수님들의 수업에 참석하고 수업저지 투쟁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수님들에게 끊임없이 시달렸습니다. 친구 한 명은 결국 학교를 포기했고, 저는 우울증을 앓아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다 2005년에야 졸업했습니다. 저는 이를 악물고 공부해서 과 수석으로 졸업했는데, 저에게 좋은 성적을 준 교수님들에게 달려가 항의하고 再채점까지 요구한 그 교수님을 제가 용서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임시이사들은 분규 주동 교수들이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자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는 직위해제할 수 있다」로 정관을 개정했다. 개정 前 정관에는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를 반드시 직위해제해야 한다」고 돼 있었다. 경인女大 권찬욱(59) 前 서무과장은 『임시이사회와 분규 주동 교수들은 분규 후 약 6억6000만원에 달하는 돈을 보너스 명목으로 나눠 가졌다』며 『교수들이 아무런 견제 장치 없이 자신의 급여를 스스로 결정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학교 재정이 상당히 악화됐겠습니다. 『그렇지요. 분규 후 교수들의 급여가 65~80%가 올랐습니다. 2년 만에 20억원의 인건비가 상승했습니다. 재산 유보금이 300억원가량 있었는데 지금은 얼마인지 몰라요. 그것보다 더욱 아쉬운 것은 임시이사가 파견되고 나서 유야무야된 영종도 프로젝트입니다』 「영종도 프로젝트」란, 관광단지로 지정된 영종도의 6만 평 땅에 관광학부 제2캠퍼스를 지어 관광산업 전문가를 키우려한 25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말한다. 경인女大는 2000년 2월 교육부의 승인을 얻었고, 땅 매입을 위한 국고 지원금 12억원을 확보한 상태였다. 당시 국내 굴지의 호텔체인과 컨소시엄으로 특급호텔 건설계획을 맺고 경인女大를 관광특수대학으로 특성화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임시이사 체제가 들어와서 백지화시켰다. 이 학교 관광학과 김 某 교수는 전화통화에서 『임시이사들과 이사장이 이렇게 큰 프로젝트를 수행할 의지가 없었고, 결과에 대해 책임질 생각이 없어 보였다』며 『만약 제대로 실행됐을 경우 학교에 엄청난 이득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교수들이 임시이사들에게 항의하지 않았나요. 『당시는 설립자 측이 추진한 영종도 프로젝트를 계속 추진하자고 말할 수 없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랬다가는 학교에 남아 있을 수 없었겠지요. 임시이사가 들어온 이후, 학교는 분규 주동 교수들이 학교운영을 좌지우지했어요. 현재까지 그런 영향이 지속되고 있어,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매우 힘든 상태입니다』
임시이사장, 『私學은 설립한 後 社會에 돌려주는 것이 道理』 경인女大의 現 임시이사장은 서울大종교학과 鄭鎭弘(정진홍) 명예교수이다. 鄭이사장은 2004년 11월 당시 안병영 교육부 장관 때 경인女大 임시이사장으로 부임했다. 그는 『이번 대법원 확정 판결 결과로 인해 학교가 다시 큰 바람에 휩싸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법원 판결을 보면 경인女大는 아무런 학내비리가 없는데 분규가 일어났고 임시이사가 파견된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경험해 보니까, 임시이사가 파견된 학교들에는 공통점이 있어요. 설립자나 舊재단 측에 법적인 문제가 있건 없건 교수들과 직원, 학생들에게 감정적으로 상처를 준 경우가 많습니다. 경인女大 설립자는 교회에서는 아주 훌륭한 인품으로 존경을 받았지만, 학교에서는 교수님들의 자존심을 너무 상하게 했어요. 교수님들의 수업을 감시하고, 강제로 일을 시키는 등 그런 것이 문제지요』 ―감정이 상한다고 학교에 분규를 일으키고, 설립자를 학교에서 내쫓아도 되는 건가요. 『결과적으로 봤을 때 그렇기는 하지요. 하지만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설립자에게도 문제는 있었습니다』 鄭鎭弘 이사장은 뜻밖에 임시이사제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임시이사들은 책임질 일을 하지 않고 뭔가를 결정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임시이사제는 되도록이면 빨리 끝내고 正이사 체제로 전환시켜야 합니다』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설립자 측이 학교를 다시 운영할 수 있나요. 『그게 私學 운영하는 분들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왜 좋은 마음으로 私學을 설립해서 그렇게 욕을 먹습니까. 설립자가 꼭 학교를 운영해야 합니까. 일단 학교를 설립했으면, 좋은 분들에게 이사회를 맡기고 자신은 뒤에 앉아서 존경받으면 좋잖습니까. 사립학교가 일반 私기업이 아니잖습니까. 거기에 무슨 경영권이니 운영권 하는 얘기를 합니까. 답답해요. 설립자는 사회의 존경을 받고, 학교는 사회에 맡기면 얼마나 좋습니까』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경인女大 교수들 6명 가운데 한 명인 임재욱(42) 前 경인女大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설립자 측이 법적으로 횡령 등의 혐의가 없다는 뜻일 뿐』이라며 『설립자의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학교 운영 때문에 학내분규가 일어났다』고 했다. ―강압적인 학교 운영이 어떤 것입니까. 『교수와 교직원들을 자기 종 부리듯이 했습니다. 수업을 잘하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교수가 수업을 하는데 학장이나 이사장이 수업에 들어왔습니다. 또한 학교 청소를 교수들과 교직원에게 시키는 일이 많았습니다. 교수와 교직원을 이렇게 다루는데 학교 운영을 어떻게 했는지는 상상이 가지 않습니까』
주동 교수, 『당시에는 비리 혐의가 눈에 보였다』 ―분규가 일어났을 때는 설립자 측의 비리를 문제 삼았는데, 그렇다면 설립자의 비리 때문이 아니라 운영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분규를 일으킨 겁니까. 『대법원에서 횡령이 아니라고 판결했지만, 당시에는 비리 혐의가 눈에 보였습니다. 그래서 학내 구성원들이 분노했습니다. 설립자 측의 강압적인 학교 운영 방식에 비리 혐의 등이 한데 합쳐져서 분규가 일어난 것이죠』 ―결국 비리는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렇다면 학교 운영 방식이 문제라는 것인데, 설립자의 학교 운영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설립자를 내쫓는 것이 정당한가요. 『저희가 내쫓은 적 없습니다. 교육부 감사 결과, 이사회 구성에 법적인 문제가 있어서 이사회가 해체된 것입니다. 그리고 학교의 주인은 학생·교수·교직원들입니다. 학교의 주인들이 인정하지 않은 설립자는 학교에서 물러나야 되는 것 아닙니까. 학교는 개인 기업이 아닙니다』 개정사학법 반대 투쟁을 주도하고 있는 趙全赫(조전혁·47·인천大 경제학과 교수)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 대표는 『경인女大 사태는 임시이사제의 문제들이 나열된 종합선물세트 같은 것』이라고 했다. 『임시이사의 가장 큰 임무는 학교법인의 설립취지에 맞는 正이사를 새로 선임하는 것입니다. 부수적으로 학교법인의 업무 처리를 하는 것에 국한됩니다. 그런데 임시이사제도가 10년, 20년씩 운영됩니다. 영남大에는 18년째, 조선大에는 19년째 임시이사를 파견하고 있습니다』 ―경인女大의 경우 재단 측의 비리가 없었던 것으로 대법원 판결이 났습니다. 당시 이 학교에 분규가 일어났던 이유가 뭐라고 분석하십니까. 『당시 다른 대학들과 마찬가지로 경인女大는 「주문식 교육제」, 「교수업적평가제」, 「기간제 임용 및 연봉제」 등의 개혁안이 제시된 상태였지요. 이로 인해 교수들이 신분상의 불안을 느끼는 상황에 이르자, 그동안 학교 운영에 불만이 높았던 일부 교수들과 직원들이 분규를 주동한 것입니다』 ―아무런 문제 없는 학교가 몇 명에 의해서 탈취되다시피 했다는 사실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金大中 정부 이후 교육부는 학내에 분규가 생겼다 하면, 곧 임시이사를 파견합니다. 임시이사가 파견되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경인女大의 예처럼 설립자나 舊재단 측이 「임시이사 무효」 행정소송을 내도, 새로 선임된 임시이사장이 소송을 취소하면 소송 자체가 무효입니다. 학교법인의 법적 대표성은 이사장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임시이사제만 있으면 단 한 명만으로 대한민국 모든 私學을 빼앗을 수 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닙니다』 ―무효화된 前 이사회는 아무런 권한이 없는 것입니까. 『네, 교육부가 임시이사를 파견하는 의도와 절차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분규 주동 세력들이 학교를 점거하고 시위를 하면 교육부는 감사를 시작합니다. 이때 쉽게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으면, 이사회의 회의록과 참석여부 등을 조사해요. 이 과정에 조그만 꼬투리가 생기면 「이사회가 문제가 있다」면서 기존 이사회를 무효화시킵니다. 경인女大가 전형적이 사례죠』 ―그렇게 학교를 빼앗긴 私學이 얼마나 됩니까. 『경인女大·경북外大·광운大·덕성女大·김포大·대구미래大 등 현재 임시이사 파견 학교들 가운데 7개 학교가 「이사 不存在(부존재)」라는 이유로 임시이사가 파견됐습니다』
『설립자 측 무죄 판결은 正이사 구성의 참고사항』 교육부 평생학습국 한석수 과장은 『경인女大 임시이사 파견 사유는 「이사 부존재」였기 때문에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참고사항』이라고 했다. ―「이사 부존재」가 임시이사 파견의 이유라면, 임시이사 파견 즉시 새 이사회를 구성하면 되지 않았습니까. 임시이사가 6년 동안 파견된 것은 문제 아닙니까. 『당시는 학내분규 상황이었기 때문에 正이사회를 구성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正이사회 구성이 늦어졌습니다』 ―2003년 국정감사에서 윤덕홍 前 부총리가 2004년 8월까지 경인女大 정상화를 약속했습니다. 지난 4월에는 교육부에서 「임시이사 파견 사유가 해소됐다」고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正이사회가 구성되지 않는 이유가 뭡니까. 『학내 구성원들의 갈등이 여전히 심합니다. 설립자 측이 학교에 들어오는 것을 학교 구성원들은 대부분 반대합니다. 임시이사를 보낸 것은 학내 갈등을 무마하고 해결하라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갈등을 그대로 둔 채, 임시이사를 철수시키면 또 다른 분규가 일어날 수 있지 않겠어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단지 「학내 구성원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私學 설립자를 내쫓고 임시이사제를 유지해도 되나요. 『교육에 관련된 일이 모두 법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구성원들의 의견을 들어 봐야지요』 ―경인女大의 경우, 설립자 측을 내쫓은 핵심 인사들이 대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이들이 학내에서 설립자의 복귀를 반대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죄를 지은 교직원들이 죄 없는 설립자를 반대한다고 교육부가 눈치를 봐야 합니까. 『눈치를 보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반대하는 구성원들의 의견을 들어 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빠른 시일 내에 임시이사회를 해산하고 개정사학법의 이사회 구성비율대로 正이사회를 구성할 것입니다』 한석수 과장의 말처럼 개정사학법에 따라 새 이사회를 구성할 경우, 正이사 7명 가운데 경인女大 학내 인사들로 구성된 대학평의회 소속 이사가 3명 선임된다. 나머지 네 명은 교육부가 대학 구성원, 이해 관계인들과 협의해 추천할 수 있다. 한과장은 『이들 4명 가운데 2명을 교육부가 추천하고, 2명은 설립자 측의 추천을 받을 것』라고 했다. 그는 경인女大 설립자의 학교 운영권 회복에 대해서 『설립자 측이 교육부 추천 이사 2명을 잘 설득한다면 설립자 측 이사 2명과 함께 학교 운영권을 되찾을 수 있다』고 했다. 자유주의교원운동연합, 한나라당 등 임시이사제도와 개정사학법의 개방형 이사제에 반대하는 단체들은 임시이사들이나 개방형 이사들이 학교운영권을 설립자나 재단 측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넘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들은 대표적인 사례로 제주산업정보大를 꼽는다.
제주산업정보大의 경우 1972년에 개교한 제주산업정보大는 학교법인 동원학원의 金東權(김동권) 前 이사장이 교비 18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2000년 6월 구속되면서 그해 12월16일에 임시이사가 선임됐다. 金 前 이사장은 185억원은 개인 횡령한 것이 아니라, 동원학원 산하에 4년제 대학교인 탐라大를 설립한 것이다. 현행 회계법상 같은 학교법인이라도, 한 학교의 교비로 다른 학교를 설립하거나 투자할 경우 업무상 횡령이 된다. 金東權 前 이사장의 횡령 혐의가 불거진 것은 일부 교수들과 직원들이 金 前 이사장의 학교 운영 방침에 불만을 품고 분규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임시이사 파견을 원했던 분규 주동 교수들과 직원들은 金 前 이사장이 탐라大를 설립한 것이 현행법에 어긋난다는 것을 알고 이를 쟁점화했다. 金東權 前 이사장 측은 2001년 초대 임시이사회와 제주산업정보大 교비 보전을 위해 탐라大와의 통합을 합의했다. 탐라大는 제주산업정보大 교비로 만든 학교이기 때문에, 두 학교가 통합을 하면 교비 보전이 가능하다는 판단이었다. 교육부는 「통합이 되면 학교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리면서 두 학교의 통합을 지지했다. 당시 학내 시위를 주도했던 일부 교직원과 교수들은 「金東權 前 이사장이 제주산업정보大에서 가져간 185억원을 모두 보전해야 임시이사 파견 사유가 해소되고 학교 정상화가 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통합논의를 무산시켰다. 임시이사회는 이 의견에 동조했다.
임시이사회의 월권 지난 6월8일 오후 제주도 제주시에서 제주산업정보大 박창희 교수와 김봉진 교수를 만났다. 이들은 교수평의회 소속으로 제주산업정보大와 탐라大의 통합을 지지하고 있다. 이들은 학내분규와 통합, 매각에 관한 서류를 큰 쇼핑백에 넣어 가지고 왔다. 두 교수는 『지난 6년간의 분규 때문에 교세는 나날이 추락하고 있고, 교수들이 월급을 거의 못 받고 있다』며 『金英昊(김영호) 임시이사장 측이 하루 빨리 두 대학을 통합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고 말했다. ―「金英昊 임시이사장이 무리하게 학교를 매각하려 했다」고 주장하고 계신데. 『사학법상 임시이사회에서는 학교 매각이나 통합을 결정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金英昊 임시이사장은 2005년 7월4일 제주산업정보大와 탐라大의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자, 제3자 매각을 주장했습니다. 임시이사 체제에서는 前 이사장 측과 매각에 관해 합의를 해야 하는데, 이를 무시한 겁니다. 게다가 인수를 하겠다는 측은 인수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습니다』 ―金東權 前 이사장 측이 학교 매각에 대해 동의해 주면, 임시이사제 아래서 학교 매각이 가능한 것 아닙니까. 『맞습니다. 하지만 인수자들이 학교를 인수하고 운영할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학교 교수들과 교직원이 이를 알고 제3자 매각에 반대한 거죠』 두 교수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01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15번의 인수자가 나타났다. 동일인이 여러 번 인수 의사를 타진했었고, 규모가 큰 건설회사가 있었지만, 이들 모두 인수금(130억원)의 10%도 계약금으로 걸지 못했다고 한다. 두 교수는 학교 통합논의가 무르익어 갈 때마다 임시이사회 측에서 「제3자 매각」을 주장해, 통합논의에 찬물을 끼얹어 왔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제주산업정보大는 올해 들어 이중 매각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金英昊 임시이사장은 지난 1월 「삼일 PWC」라는 업체와 학교매매 양수양도 계약 체결 이전에 이미 이 某 씨와 양도계약을 2중으로 한 것이 확인됐다. 이것이 문제가 돼서 前 이사장 측과 교수들이 조사를 해보니, 양측 모두 130억원의 인수대금을 가져올 수 없는 재정 상태였다. 특히 이 某 씨는 신용불량자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까 이 某 씨의 아버지와 金이사장이 막역한 사이라고 하더군요. 저희는 설립자 측과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계약을 체결한 金이사장의 태도를 이해하기 힘듭니다』 두 교수는 세 시간 넘게 각종 자료와 서류를 보여 주며, 한숨 섞인 하소연을 했다. 이들은 경인女大 李智煥 前 교수처럼 『아무도 우리 말에 귀 기울여 주는 곳이 없다』며 『月刊朝鮮이 꼭 두 학교가 살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저희 학교는 임시이사가 들어선 이후 6년 동안 학생수가 70% 이상 줄었습니다. 최근에는 교수와 교직원들이 거의 월급을 받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통합해서 正이사 체제로 가야 학교와 구성원들이 모두 살 수 있습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제주산업정보大는 2001년 입학생이 1902명이던 것이 분규 6년 후인 2006년 533명으로 줄었다.
제주산업정보大 임시이사회 측의 입장 金英昊 임시이사장과 이희봉 법인사무국장은 「학교 무단매각 의혹」을 반박했다. 다음은 두 사람과의 대화 내용이다. ―왜 임시이사장 체제에서 매각을 강행하려 하십니까. 『두 학교의 통합은 학교 직원들과 학생들의 반대가 매우 심합니다. 과거 이사장 체제 아래서 고생했던 직원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통합을 하더라도 舊재단 측이 학교 운영에 참여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두 대학의 통합보다 제3자 매각이 낫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임시이사제下에서는 제3자 매각을 할 수 없을 텐데요. 『그래서 正이사제로 전환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임시이사들이 正이사를 선임할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正이사제로 전환하려고 하십니까. 제주산업정보大는 아직 임시이사 파견 사유가 해소되지 않았지요. 『교육부에 요청을 해야지요. 임시이사제下에서는 아무것도 못 합니다. 그러니 임시이사들이 正이사를 선임하는 한이 있더라도 正이사제로 가야 합니다』 ―그렇다면 임시이사장 측이 추진하는 正이사제의 인적 구성은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舊재단 측은 횡령한 금액을 전혀 돌려주지 않았으니까, 배제해야 합니다. 제주산업정보大와 탐라大 쪽에서 반반씩해서 이사회를 구성해야지요』 ―결국 前 이사장 측은 正이사회에서 배제한다는 복안이시군요. 『반드시 배제는 아니지요. 양측 대학교에서 추천한 이사들 가운데 前 이사장의 의견에 공감을 하면 그쪽 편을 들 것 아닙니까』 金英昊 임시이사장과 인터뷰 직후, 임시이사들이 正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지 알아봤다. 올해 2월 서울고법 민사 5부(조용호 부장판사)가 「상지大 사건」의 正이사 전환과 관련된 소송에서 내린 판결문 일부다. <분쟁으로 사립학교에 임시이사가 파견되더라도 이들은 통상 사무에 속하는 행위에 한하여 권한을 가진다. 임시이사들에게 正이사와 같은 권한을 부여한다면 설립자에 의해 선택된 인적 구성에 변화를 가져오게 되므로 그러한 행위는 무효다. 임시이사가 正이사를 선임하는 것은 통상적 권한 밖의 권한을 행사한 것이다. 만약 이를 인정한다면 사소한 시행령 위반 행위로도 학교법인의 경영권이 설립자의 뜻과 무관하게 제3자에게 손쉽게 넘어가게 된다>
『임시이사 파견은 法院에서 판단해야』 숭실大 강경근 교수(헌법학)는 임시이사제의 폐단을 막기 위한 해법을 제시했다. 『개정사학법에서 개방형 이사를 전체 이사 가운데 3분의 1 이상 선임하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추천한 개방형 이사는 설립자 측과 맞서 분란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분란이 일어나면 개정사학법 제20조 2항 「임원 간의 분쟁으로 인해 이사회 운영이 어려울 때, 임원을 취소할 수 있다」는 규정을 들고 나와서 임시이사 파견이 이뤄집니다. 개정사학법에서는 임시이사의 임기 제한이 없으므로 영구히 임시이사 체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임시이사 선임이나 해임 및 正이사 체제로 전환할 때, 관할 교육청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법원이 관할해야 합니다』●
첫댓글음~! 마치 인구가 좀 많아지니깐 가족계획이라는 인구억제책으로 일관하다가 이젠 초고령화사회니 뭐니 하면서 출산장려 운동하는 모습의 후속이 보이는 것 같군요. 대학생들이 줄어들고, 학교간 경쟁과다에 부실 운영우려등으로 학교를 통폐합하고 나선 학생들이 많아 지면 사학설립을 권면하게 될 것 같군요. 그러나 저러나 물욕을 벗어나면 편안하겠지요.
첫댓글 음~! 마치 인구가 좀 많아지니깐 가족계획이라는 인구억제책으로 일관하다가 이젠 초고령화사회니 뭐니 하면서 출산장려 운동하는 모습의 후속이 보이는 것 같군요. 대학생들이 줄어들고, 학교간 경쟁과다에 부실 운영우려등으로 학교를 통폐합하고 나선 학생들이 많아 지면 사학설립을 권면하게 될 것 같군요. 그러나 저러나 물욕을 벗어나면 편안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