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일상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오고 있기 때문에 매일같이 서로 약속을 주고받으며 지내고 있다.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은 신용이 두텁다고 하지만, 늘 약속을 어기는 사람은 신용 없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매일 이어지는 수많은 약속 중에서도 “서로 금전적으로 주고받는 대가성이 있는 약속”을 계약이라고 하는데 그러한 계약을 하다보면 중요한 부동산 계약에서도 자칫 당사자가 의도하는 내용이 아닌 엉뚱한 사항이 기재되어 계약 당사자들을 놀라게 하는 일이 종종 있음을 볼 수 있다.
즉, 甲토지를 매매하기로 의논하고 당사자가 甲의 토지에 대한 매매계약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계약서에 乙토지를 매매한 것처럼 기재하는 일도 있고, 번지수를 잘 못 기재하는 일도 있다는 것이다.
가벼운 예로 매도인과 매수인을 바꿔 기재하기도 하고, 임대인과 임차인을 바꿔 기재하기도 하며 근저당권자와 근저당설정권자를 바꿔 쓰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금액 중 0을 하나 빼거나 더하는 일도 있다.
-사례-
A씨는 자신이 경작하고 있는 밭을 팔기로 하고, B씨는 이 밭을 사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계약서를 작성하던 공인중개사는 전화를 받다가 그만 그 밭의 지번 10번지를 11번지로 기재한 것이다.
A씨와 B씨는 서로 믿는 사이였기 때문에 계약서를 읽어보지도 아니하고 매매대금 계산을 한 후 그 계약서를 법무사에게 맡겨 버렸다. 그 땅은 경지정리를 한 땅이었기 때문에 10번지와 11번지의 땅이 모두 A씨의 소유였다.
법무사로서는 당연히 11번지 땅에 대한 지적공부를 참고로 소유권이전등기 서류를 작성하여 관할 등기소 등기과에 접수하였고, 엉뚱한 11번지 밭이 B씨 앞으로 이전등기가 돼버렸다.
나중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와 B씨는 우리들이 계약한 땅은 분명 10번지 밭 330㎡(100평)인데 어찌하여 11번지 500㎡(152평)가 이전등기 됐느냐고 서로 의아해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이런 등기가 효력이 있을까? 또 어떤 방법으로 바로 잡아야 할까?
1) 일단 등기가 됐으므로 그대로 유효하다.
2) 아니다. 당사자의 의사에 반한 등기이므로 무효의 등기다.
해설
계약서에 표시된 번지에만 의존하여 등기가 이루어진 사례는 거의 없다. 법무사 사무실에서는 지번과 면적, 그리고 소유자를 대조한 후 등기서류를 작성하지만 일이 바쁘다보면 11번에 대한 토지대장과 등기부등본만을 놓고 서류를 작성하는 일도 있어 전혀 그런 실수가 없다고 할 수 없다.
이런 실수를 치유하는 방법으로 법률에서는 “계약에 있어서 오표시 무해”라는 원칙을 두고 있다. 즉, 잘못된 표시가 당사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루어졌을 때에는 “잘 못 표시된 내용은 법률행위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서 잘 못 기재된 내용과는 상관없이 당초 의도했던 대로 법률효과를 발생한다는 취지다.
따라서 계약서에 11번지로 기재했더라도 양당사자가 의도한 바는 10번지였으므로 계약의 효과는 10번지의 매매로 효력을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법률행위의 해석을 함에 있어서는 당사자의 의사가 명확히 반영돼야 하므로 당사자들이 뜻에 따라야 한다는 원칙이라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11번지의 이전등기는 원인 없이 이루어진 등기이기 때문에 무효라 할 것이므로 B씨는 11번지 땅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하고, 다시 10번지에 땅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참고사항으로 매매대금이나 은행 인출금을 기재할 때 “금 일억 원”이라고 한글로 기재한 다음 그 옆에 아라비아 숫자를 “1,000,000,000”(십억)이라고 기재했다면 그 증서상의 기재금은 한글인 일억 원이 우선하게 된다.
글쓴이 : 윤 정 웅
수원대학교 평생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학)
21세기부동산힐링캠프 대표. 부동산힐링캠프 중개사무소 대표중개사
노다지 부동산 카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