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방문 3일차 저녁에는 거래처 공장의 사장과 매니저와의 저녁식사를 락자의 해상식당에서 가졌다. 이 해상식당은 바다 위에 세운 식당 건물이다. 뭔가 이 식당의 사장은 정부의 막강 권력자의 후원을 받고 있지나 않나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한국이라면 환경단체나 시민단체의 압력에 도저히 식당을 열지 못할 것이다.
40대 초반의 공장사장은 저녁에 우리를 기꺼이 해상식당으로 초대해서 맛있는 해산물 요리를 대접해 주었다. 한국에서는 짝퉁 다금바리로 알려진 다금바리회와 징거미새우, 열빙어 튀김, 바지락 조림, 해물탕에 소주와 맥주를 곁들였다. 소주는 대선이나 시원 소주는 없고, 보해소주에서 나온 아라 소주였다.
알콜은 사람의 긴장감을 풀어 놓게 하는 마법이 있다. 여기 공장 매니저는 일본 업체와 자주 식사를 했는지 분위기를 잡는데 명수였다. 베트남 주법은 술잔을 서로 부딪히고 건배를 하고 쭉 들이킨 후 상대와 악수를 하면서 상대를 치켜 세워준다. 한국의 주법과는 또 달랐다. 그러길 여러 차레 술이 몇 순배 돌고 스킨쉽도 하다 보면 사나이들끼리니까 으레 여자 이야기도 나오기 쉽상이다.
그네들은 지난 11월초 부산 벡스코씨푸드 전시회에도 왔었다고 한다. 젊은 친구들이라 부산의 유명한 충무동 1번지(?)도 훤하게 꿰고 있었다. 술이란 서로의 서먹서먹한 감정을 짧은 시간에 허물게 하는 것 같다.
젊은 사장은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나 매니저는 그런대로 영어를 사용하고 사장에게 통역을 해주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알콜이 적당히 들어가면 눈짓만 해도 대충 그 의미를 알게 된다. 특히 사나이들의 세계에서는.
해상식당에서 꽤 많은 술을 분위기에 휩쓸리어 마신 것 같다. 기어히 가라오케까지 차로 가게 된다. 여기는 대리운전이 없기에 사장이 직접 차를 운전한다. 그런데 4층 건물 전체가 가라오케 건물이다. 엄청난 대기업 수준의 가라오케 시설이다. 그 시설은 초호화롭다. 게다가 그 공장의 사장과 매니저, 그리고 우리 일행 4명, 그리고 나중에 합류한 공장 사장의 동생과 친구, 삼촌까지 합해서 10명이다. 거기에 도우미 아가씨들이 10명 선발되어 함께 노래도 부르고 춤까지 추게 되니 천국의 낙원이 따로 없다. 도우미 아가씨들의 나이는 18세 25세 정도였다. 청운의 꿈을 안고 온 아가씨인지도 모르겠다. 아님 일반 직장에 다니는 것보다 손 쉽게 화류계 생활을 해서 돈을 버는 것이 나은지 알 수는 없다. 도우미들의 시급이 시간당 우리 돈 25,000원 정도라고 한다. 대략 2시간 정도이면 그들에게는 큰 돈 일 수 있다. 일반 알바보다는. 도우미들은 키가 160cm 이상의 예쁜 팔등신 미인들만 모아 둔 느낌이다. 도우미들은 베트남어밖에는 할 수 없어서 결국 번역기의 도움을 받아서 신상을 물어본다. 중국이라면 각 지역의 방언이 있어서 언어소통이 힘든데, 베트남은 지방에 따라 방언과 액센트가 다르긴 하지만 그런 대로 소통은 된다고 한다. 다행히 번역기 덕분에 간단한 이야기를 소통할 수 있었다. 노래와 춤이 사람들을 환상의 세계로 인도한다.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를 한다. 비지니스는 끊고 맺음이 확실해야 한다. 나라와 국민성, 언어는 달라도 생각이나 사고방식은 동양적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
이튿날 조반을 함께 먹자고 해서 아침 7시에 온다고 한다. 10여 분 늦게 픽업을 하러 왔다. 공장 사장의 여동생이 경영하는 큰 식당으로 간다. 먼저 공장 사장의 사모가 와서 식사를 하고 있다가 우리에게 인사를 하러 온다. 몸매나 얼굴이 조금 후덕스럽게 생긴 스타일이다.
갖가지 딤섬요리를 곁들여 조반을 먹는다. 이제 친숙해진 만큼 많은 농담도 오간다. 지난 밤에 환대를 해준데 고마울 따름이다. 새로운 변화와 기회를 찾아서 그네와 우리가 의기투합이 된 것이다.
이제 다시 호치민 시내로 돌아가야 하기에 서둘러 버스 시간을 매니저에게 물어보니 시간이 촉박하다. 부랴부랴 호텔로 돌아와 짐을 챙긴다. 매니저가 운전해가는 동안 버스회사에서 바리바리 전화가 온다. 버스가 우리 때문에 대기하고 있다고 한다. 하기사 우리 일행이 네명이니까 인원을 무시할 수가 없다.
프리미엄 침대버스는 침대칸이 2층 구조로, 1층이 12석, 2층이 12석, 합계 24석이었다. 침대 앞면에 TV가 붙어있고, 자리는 안마기도 붙어 있어서 안마를 받으면서 장거리 여행을 할 수 있다. 창에는 블라인드도 설치되어 있고, 통로에는 커튼도 드리울 수 있도록 되어있다.
침대버스는 2시간 40여 분을 달려서 휴게실에 멈춰선다. 점심을 먹을 수 있도록 30분의 점심시간이 주어진다. 음식값도 한국처럼 선불이 아니고 후불이다. 여러 음식 코너에서 식재료를 사서 한 테이블에서 먹는다. 조리시간이 있어서 30분이라는 점심시간도 조금 빠듯한 듯 하다.
락자에서 캄보디아 국경선까지는 3시간 남짓이라고 한다. 캄보디아 여행은 다음 기회를 기약한다. 캄보디아 안의 베트남의 푸꺽섬 크로즈 여행은 다음 기회로 미룬다. 여행은 늘 새로운 사람과 환경, 그리고 도전심을 유발한다. 베트남 국민성은 대체로 느긋하면서 순진한 면이 있어 보인다. 물론 영악한 사람도 있다.
락자에서 호치민 시내까지 오는 길은 강을 따라 오게 된다. 그 강물 위엔 짐을 실은 배들이 느린 속도로 달리고 있다. 국도엔 여전히 오토바이가 많아서 크락숀 소라도 자주 들린다.
호치민 시내의 한인 타운의 호텔에서 4일째 밤을 맞기로 한다. 떤미 재래시장까지 25분여 걸어서 시장 구경을 한다. 저녁시간대라 퇴근하는 오토바이 소음과 매연에 목구멍이 싸해진다. 수수깡즙으로 목을 축인다. 수수깡즙 한 잔이 우리 돈 500원이라고 한다. 달달함이 입안과 몹을 적신다. 여행지에서의 새로운 경험이다.
저녁식사는 한인타운에서 한다. 한국의 음식은 여기서 죄다 맛볼 수 있다. 칼칼한 한국음식이 그립다. 배추김치와 총각김치 맛도 본다. 한국을 떠난지 4일밖에 안되는데 한국의 김장김치 맛이 그립다. 또 토요일이라 산행을 못한 탓에 다리가 건질건질하다. 한국엔 폭설로 난리라는데. 간간히 인터넷 검색으로 한국 소식을 듣는다. 세계가 1일 생활권이다. 글로벌 지구촌이라는 게 실갈이 난다. 지구 반대쪽에서 소가 방귀를 세게 끼어도 이제는 알 수가 있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무명인이 하루 아침에 유명인으로 바뀌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오늘 저녁에도 재래시장을 돌면서 과일의 황제격인 두리안을 산다. 소프트 아이스크림 같은 맛이 나는 두리안은 소화가 잘 되는 것 같아서 좋다. 두리안의 하얀 속살은 여인의 하얀 피부 같아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그 향은 더 코를 자극한다. 자기 전 편안한 밤을 위해서 먹어둔다. 여인의 향취가 나는 듯 하다.
*해상식당
*큰 징거미새우
*다금바리회
*열빙어튀김과 콩
*가라오케 회관
*공장 사장차량
*조반을 먹고 일어서면서
*프리미엄 침대차 내부
*고속도로 휴게소
*한인타운 식당
*환경친화적인 건물
첫댓글 일하러 간거 아닌가요
넘 잼나게 노시네요
여인의 향기까지 ~~ㅋ
업무만 하면 머리 아프니까 틈틈히 짬을 내어서 여행도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