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葆光의 수요 시 산책 71)
활인活人
장춘당약국 맞은편 버스정류소
보행기가 아니면 서 있기도 힘든
아마 90은 넘겼을 듯한
허리마저 꼬부라지신 할매
한참을 기다리던 32번 버스
열린 문까지 5미터 남짓인데
늘어진 진양조로 그 앞에 선다
타야 하는 할매나 태워야 하는 기사나
당최 어찌할 방도가 쉬 없다
뛰어가 할매는 부축해 올려드리고
보행기는 뒷문으로 넣고 돌아오는데
남아 있는 할매들 입 모아 그러신다
아이고, 할인하셨네. 할인하고 오시네.
할인?
아, 활인活人! 사람 살리는 일
이분들은 아직 작은 일에도
꼭꼭 할인을 입에 올리신다
그런 세상이 늘 곁에 있었던 것이다
자꾸 이러다 보면 그간의 내 허물도
할인을 좀 받을 수 있으려나
실없는 생각에 망측스러웠던 해거름
- 김상출(1955- ), 『아픈 손가락』, 도서출판 남북,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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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활인活人! 사람 살리는 일”이 “늘 곁에 있었던” “그런 세상”은 세상살이 각박해졌다고 하는 요즘에도 있습니다. 여전하게요. 지난달 한강의 시를 두 번째로 소개하면서 대구에 준공하는 전태일기념관에 관한 소식을 전해드렸는데요, 그 기념관은 이달에 완공되어서 준공을 기념하는 여러 행사가 열렸다고 하네요. 이 기념관 준공은 순수하게 시민들의 모금과 자발적인 봉사로만 이루어졌습니다. 대단하지요. 대단합니다. 시민들의 힘! 오늘은 전태일 관련한 소식 하나 더 전해드릴까 합니다.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저는 지지난 주에 인사동에 들렀다가 ‘건립기금 마련을 위한 2024 이철수 판화전’을 보게 되면서 들었으나 잊고 있었던 이 사실을 다시 알게 되었습니다. ‘전태일의료센터’는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 위치한 ‘녹색병원’이 주차장 부지에 지하 3층, 지상 6층 규모로 새로 짓기로 한 병원으로 올해 착공해서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녹색병원’은 아시는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1980~90년대 합성섬유 공장인 원진레이온 이황화탄소중독 환자들의 직업병 인정 투쟁의 성과로 설립된 병원으로 산재 전문병원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인권치유센터를 개소하여 난민 · 성소수자, 국가폭력피해자 등 의료서비스에서 소외된 사회적 약자를 위해 필요한 의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의료비 지원도 하고 있는 병원이기도 합니다. 이 ‘녹색병원’이 ‘전태일의료센터’를 건립하기로 한 것은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영세, 비정규직, 플랫폼, 특수고용직, 외국인 노동자들이 제때 제대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전태일의료센터’건립에는 설계, 감리, 철거 및 공사, 각종 인증 및 평가 등 약 190억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 중 50억원을 노동자와 시민의 참여와 연대를 통해 마련하고자 합니다. 이 글을 쓰면서 현재 기금이 얼마나 모였을까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7161명의 개인과 138곳의 단체가 참여해서 34.2%를 달성하고 있네요.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위원회’ 사이트로 들어가시면 더 자세한 사항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관심과 동참 모두 “활인”입니다. 이 “活人”에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0241120)
첫댓글 활인할 전태일의료센터에 열행사회복지회가 올해가 가기 전에 작은 정성이라도 보시하자고 운영위원들께 여쭈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