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제가 졸업한 학교의 동아리 동문회에서 금년 회보에 우리 미라클 원정대에 대한
글을 싣고 싶다는 간곡한 요청에 따라 글솜씨도 변변찮은 제가 용기를 내 쓴 글입니다.
다소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너그러이 봐주시고 마음으로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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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미라클 앙상블의 사랑스런 세 천사 -- 피아니스트 은성호, 첼리스트 오동한,
플루티스트 박가은 이 세 아이들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07년 가을, 한 지인의
소개로 참석하게 된 발달장애우(일명 자폐장애아)들의 연주회에서 연주를 마친
은성호군과 우연히 사진을 함께 찍으면서 시작되었습니다.
후원연주회 관람이 처음이었던 그 때의 나는 솔직히 간혹 주위 사람들을 놀래키는
돌발행동과 불쑥불쑥 엉뚱한 말을 하기도 하는 그 들에 대해 막연한 기피심과
두려움, 약간의 경외심 같은 어두운 마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주위의 권유로 성호 곁에 서서 찍는 사진이었지만 혹시나 서로 몸이 닿지나
않을까? 얘가 나를 놀래키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약간 떨어져 섰는데
갑자기 성호가 나의 어깨에 팔을 올려서 순간 내가 얼마나 당황하고 미안하고
부끄러웠던지 --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거꾸로 내게 먼저 손을 내민 성호가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그리고 그런 발달장애, 즉 자폐라는 것이 신체는 정상적으로 성장해도 정신적
발달이 유치원생 정도의 수준에서 중지되는 지적 발달장애라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거짓말도 모르고, 때묻지 않아 하얀 마음을 가진 착한 그 아이들을 우린
'천사'라고 부릅니다.
이듬해 봄, 착하고 예쁜 그 세 천사 아이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제가 가족
등산을 제안했고, 세 아이들이 공연으로 익숙한 예술의 전당 뒤의 우면산
등반을 시작으로 드디어 우리의 '미라클 원정대'가 탄생했습니다.
뒤돌아 보니 첫 등반 때 자기 등에 땀이 흐르는 것이 이상해 '뭣 때문에,
뭣 때문에'하며 엄마에게 연신 땀 딲는 심부름을 시키던 맏형 성호-
날다람쥐 처럼 앞서 뛰어가며 소리를 질러 지나가던 사람들을 놀래키고는
길가에 앉아 뒤따라가는 우리를 넌지시 기다리던 장난꾸러기 동한이-
점심 때, 찬밥을 먹어보지 않아 도시락을 먹지 않고 과일만 먹어서 내 속을
태웠지만 항상 내 곁에서 같이 걸어주던 우리 예쁜 피요공주 가은이 ---
지금은 베낭을 메고 힘든 산길도 잘 오르고, 찬밥도 잘 먹고, 다음 등산은 언제
가느냐고 저를 조를 줄 아는 어엿한 대원들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뭐니 뭐니 해도 역시 우리 미라클 원정대의 진정한 주인공은 어려움을
안고 있는 이 아이들을 힘들게 뒷바라지 하면서도 아이들 하나하나에게 숨겨진
능력을 찾아내 훌륭한 피아니스트, 첼리스트, 플루티스트로 키워낸 그 아빠,
엄마들 이라고 하겠습니다.
어쩌면 다른 장애우들의 부모님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특히 우리 세 아이들 같은
발달장애우의 경우는 자신들만의 세계속에서 지내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과의 유대나 의사전달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항상 누군가가 곁에서 생각을 도와주거나 지도를 해 주어야 일상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바로 그 역할을 이 엄마, 아빠들이 하고 있습니다.
성한 자식들도 방치하고 나 몰라라하는 메마른 세태 속에서 모든 것을 아낌없이
버리고 오직 힘들어 하는 자식에게 자신의 인생을 건 엄마 아빠들이 있었기에
이런 기적을 일구어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 세 아이들과 엄마, 아빠들이 음악이라는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밖의
세상을 향해 손을 내미는 것이 ‘미라클 앙상블’이듯이, 험하고 각박한 다른
세상에 새로운 발을 내딛는 것이 우리 ‘미라클 원정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저를 ‘대장님 대장님’하고 부릅니다.
바야흐로 제가 이 나이에 머리 허연 골목대장이 된 셈이지요.
우리 ‘미라클 원정대’는 동절기를 제외하고 3개월 1회의 기본 출정 계획에
따라 2008년 5월 4일 우면산 1차 출정을 시작으로 청계산,수리산, 북악산,
성주산, 북한산, 삼각산 등 7차례의 출정을 한사람의 낙오도 없이 무난히 마쳤고,
언젠가는 한라산을 넘어 백두산을 정복한다는 원정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특히 이 자리를 빌어 금년 5월 삼각산 kusa-skk 정기등반에 저희 ‘미라클 원정대’
참가를 허락해 주시고 많은 사랑과 관심을 베풀어 주신 ‘성유산악회’의 강준호
회장님과 박근택 대장님, 그리고 당일 우리 대원들을 진심으로 따뜻하게 대해 주셨던
선후배님들께 우리 모든 대원들을 대표해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새해에도 그런 좋은 합동등반의 기회가 또 주어진다면 저희 ‘미라클 원정대’가 드릴
수 있는 유일한 것인 ‘사랑’을 듬뿍 나누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모두 사랑합니다.” 미라클 원정대장 정의찬 드림
첫댓글 진정한 대장님, 연주때마다 늘 맛난 저녁 책임져주셔서 넘 감사합니다. 멋진 연주로 보답할게요.
대장님의 마음이 전달됩니다...
너무 이쁘게만 써주셔서 송구할 따름입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대장님~~!
읽으면서 눈물 반 콧물 반 ㅎㅎ 제가 주책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