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약초세상

60부“접니다. 형님” 펄펄 끓는 열탕 속에서 땀을 흠뻑 흘린 경연이 쏟아지는 냉수 샤워기의 물줄기를 맞으며 호흡을 정리하고 있을 때 종인이 벗은 몸으로 다가와 같이 냉수를 맞으며 경연의 귀에 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흠칫’ 물줄기 속에서 눈을 뜬 경연이 그런 종인을 돌아보며 말을 받았다. ‘왠일이야? 곧 사우나 끝나는데 여기까지….” “예, 급히 보고드릴 것이 있어서….” "그래? 그럼 나가자….여기서는 안되니까.” “예 형님.” 급히 냉수 샤워기에서 빠져 나온 경연이 타월을 들어 대충 물기를 닦고 목욕탕 밖으로 나왔다. 상쾌한 공기가 순간 온 몸을 휩쓸었다. 옷장에서 옷을 꺼내 입으며 경연은 지난 열흘여 동안 술과 여자에 파묻혀 지낸 자신의 몸을 돌아보았다.   그러나 아직은 오랜 훈련으로 다져진 온 몸의 근육이 살아서 팽팽하게 움직이고 있음을 느끼며 빙긋이 웃음 끼를 흘렸다.   그리고 비로소 김철룡의 말에 뿌질뿌질 화가 나서 집에도 들어가지 않으며 미희와 초연까지를 돌아 보지 않은 자신이 우습게 느껴졌다.   그 동안 무송이 사용하던 ‘시테크’의 디럭스 룸은 어느새 경연의 방이 되어버렸다. 옷을 챙겨 입고 그 방으로 경연이 들어서자 어느새인지 종인이 벌써 와있었고 석이와 경수는 물론 무송과 철이 까지 대기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저고리를 벗어서 옷장 속에 걸며 경연이 그들을 돌아보고 물었다. “예 형님, 전 사장이 긴히 보고드릴 것이 있다고 합니다.” 무송을 돌아보며 종인이 바로 대답했다. “???” 소파 한 가운데에 앉으며 담배를 뽑아 문 경연이 무송을 향해 눈으로 물었다. “최용호의 움직임을 포착했습니다.” 무송이 경연의 무심한 시선을 받으며 공손히 입을 열었다. “그 동안 전혀 대외적 활동을 하지 않던 천 회장까지 움직인다는 소식입니다.” ".....” 담배의 불을 붙이다 말고 재털이에 그냥 내 던지며 소파 의자를 끌어당겨 앉은 경연이 그 무심한 눈 빛에 더욱 힘을 빼며 소파에 파묻혔다.   “저쪽 아이들과 교류가 있는 우리 애들의 보고에 의하면 최용호가 신촌, 청량리, 미아리, 양동, 등을 분할 관리하고 있는 욱이랑 돌무지 경호, 육손이 등을 불러 모아서 천 회장과 회합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게 그러니까….사실 최용호에게 조직의 실권이 넘어간 뒤에 천 회장이 직접 그들과 술자리를 한 적도 없을 뿐 아니라 또 최용호도 지금까지 개별적으로는 그들을 만나고 그랬지만 그들 모두가 한 자리에서 회합을 한 일은 없었습니다.”   "....” “제가 이곳 강남 지역을 장악하는 동안 영등포 진수나 천호동의 흑곰이 살살 건드려보기도 하고 최용호의 전갈이라며 아직 개발 단계인 강남은 인정할 것이니 강북으로는 넘보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었습니다. 그 때만 해도 강남이 이렇게 급격히 발전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지요. 그 틈에 제가 몰려드는 아이들을 휘하에 두면서 어느 순간 조직이 커져 버리자 최용호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와중에 정부의 강력한 체포작전이 있었고….지금은 이제 서로가 서로의 영역을 인정해주는 그런 사이가 된 것입니다.”   “그런데….지금 그런 얘기를 내게 하는 이유가 뭐지?” 갑자기 말을 자르며 경연이 무송을 향해 질문하자 종인이 그 말에 끼어들었다.   ‘예, 제가…..형님이 지시하신 대로 형님의 일을 빨리 마무리 짓기 위하여 최용호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하여 정보를 수집하고….특이한 변동사항이 있으면 보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런데…..오늘 아침에 무송의 보고가 좀 심각한 것 같아서 형님을 모시고 무송에게 그 자세한 내막을 보고하게 한 것입니다. 또 그 다음 형님의 지시를 받으려면 함께 있어야 될 것 같아서….경수와 철이도 들어오라고 한 것입니다.”   종인의 말이 끝나자 석이가 그 말을 받았다.   “회장님을 모시면서 저도 하루빨리 회장님이 평상심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회장님이 지금 생각하고 계시는 일이 빨리 마무리 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한 사장님이 하고 계시는 일을 제가 보고 드리지 않은 것입니다.” 석의 말에 다시 종인이 끼어들었다.   “형님이 지시하신 그 건에 대하여는 지금 거의 성사 단계입니다. 이미 여기 조직망은 다 파악 되었구요. 심지어 부산 대구 인천 등지까지 다 파악했습니다. 직접 미국 애들 신세를 질 것 두 없이 홍콩이나 일본쪽의 루트만 소개 받으면 그 일은 쉽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예, 마침 전 사장의 보고를 들으며 그 일이 아니라도 이번 기회에 형님의 일이 마무리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으~~음….그래요 그러면 전 사장 계속해 보세요.” “예 회장님, 그래서 회장님도 아시다시피 여기 철이 형님이 계시는 영등포는 비록 철이형님 직계는 아니지만 진수가 형님으로 모시면서 최용호로부터 거의 독립한 상태고….천호동 흑곰은 원래부터 최용호 조직 휘하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제 휘하도 아니고 그냥 자기들 나와바라에서 자기들끼리 사는 중립지대인데….흑곰이 그만큼 관리도 잘하고…실력도 있으므로 조직이 탄탄하기 때문입니다.”   “…..” “그런 이유로 영등포나 천호동 아이들은 자유롭게 장안동이나 불광동 애들하고 친구도 하고 술도 먹으며 친분을 갖고 있습니다. 또 우리 아이들은 영등포나 천호동 아이들과 그런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도 하구요. 마찬가지로 최용호 애들도 저는 그럴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 이유로 제가 최용호의 소식을 그런 루트로 접하듯이 우리쪽 소식도 최용호는 그렇게 접할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무송의 보고가 이어지면서 좌중은 잔 기침소리 하나 나지 않았다. 다시 담배 한 대를 뽑아 든 경연이 담배를 입에 물자 석이가 냉큼 불을 붙였다.   “그런데…..우리 쪽의 조그마한 변동사항이 저들의 안테나에 포착된 것으로 보입니다.” “작은 변동사항?” “예, 그것은 여기 경수 형님과 석이 형님, 그리고 철이 형님까지 서울에 현존하는 최고의 독고다이들이 한 사장님 휘하에 계시다는 사실입니다.”   “그게 변동사항이요?” “예, 사실 제가 알기로는 최용호 밑에 있는 독사라는 사람과 여기 세 분 형님 까지 4인방이라 하여 넷이 뭉치면 대한민국 어떤 조직도 대항할 수 있다는 소문도 있을 정도로 이 형님들의 명성은 대단합니다. 그런데….한 분도 아니고….독사만 뺀 세 분이 다 한 사장님 휘하에 있다는 것은 최용호로서는 상당한 충격이었을 것입니다. 또 그럼에도 저와 한 사장님이 같은 강남에서 공존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최용호로는 제가 이미 한 사장님 휘하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는 겁니다.”   “으~~음” “그래서…..제 생각으로는 최용호가 1차적으로는 천 대성 회장의 힘을 이용하여 주변 조직을 다시 장악하고…..내심으로는 한 사장님과 제가 혹시라도 장안동이나 불광동 심지어 청량리 신촌까지 밀고 들어 오면서….강북 조직을 잠식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결국에는 서로 피를 좀 보더라도 전쟁을 피할 수 없으면 전쟁도 불사 하면서…..강남진출을 노리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 “그래서 은둔하고 있는 천 회장까지 회합에 나오도록 최용호가 아마도 간청을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천 회장은 지금도 건달계에선 전설적인 존재로서 비록 50에 가까운 나이이기는 하지만 그에게 감히 도전을 생각하는 사람이 없는 독보적인 위치를 갖고 있습니다.”   “그가 실제로 싸우는 것을 본 사람이 있나?” 무송의 말을 자르며 경연이 불쑥 경수와 석이를 돌아보고 물었다.   “저희들은 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소문으로만 들었는데…..이 나라에서 단검 던지기 하나로 명동을 휘어 잡은 최용호의 단검을 앉아서 다른 곳으로 가도록 염력을 발휘했다고도 하고….그리고 단검이 목표물에 빗나가자 순식간에 최용호의 점혈을 잡아서 제압했다고도 합니다. 그래서 당시 명동을 잡고 있던 조직에서 최용호가 항복하자 자연스럽게 그 조직을 장악했다는 것입니다.”   “으~~음” “ 그리고 아까 전 사장이 말한 독사는 아직 저와는 겨뤄보지 않았지만 일대일에서 누구에게도 져본 적이 없는 실력으로 독고다이의 명성을 갖고 있었는데 불과 한 합에 천 회장에게 제압되어 지금까지 충성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소문 때문에 천 회장이 초능력이 있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그래서….그냥 다른 조직들은 천 회장과 우호적 관계를 맺으며 그 휘하에 있는 것입니다.”   석이가 경연의 표정변화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을 마치자 다시 무송의 보고가 이어졌다.   “어쨌든 이들이 회합을 갖는다는 것은 우리에게는 좋지 않은 소식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긴급히 보고를 드리는 것입니다."   “그들의 회합 날짜가 언제인지 장소가 어디인지 아나?” “예, 사흘 후 그러니까 30일이 됩니다. 31일에 각 나와바리에서 송년회를 하려고 그 전 날 모인답니다. 시간은 밤 열시이며 장소는 최용호의 퇴계로 ‘임페리얼’호텔 지하 룸사롱이라고 합니다.”   “알았어요. 석이만 남고….아니 종인이도 남아….그리고 전사장은 멀리 가지 말고 좀 기다리고…..경수와 철이는 이따가 나하고 술 한 잔 하게 준비 하고….참, 전 사장은 천호동 흑곰이라고 했던가? 그 친구 내가 좀 볼 수 있으면 자리를 한 번 만들어 보세요.”   “예” 세 사람의 덩치들이 합창을 하듯이 대답하자 방안이 쩌렁쩌렁 울렸다. 그들이 나가고 다시 종인과 석이 남자 경연은 냉장고에서 맥주 세켄을 꺼내어 두 사람에게 하나씩 나눠주고 자신도 한 캔을 따서 입에 쏟아 부었다. 순식간에 맥주 한 켄이 비워지자 한 손으로 종잇장 우그리듯 빈 캔을 거머쥔 경연이 종인과 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때? 속전속결이?” “직접 그리로 쳐들어가자는 것입니까?” 종인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물었다. “그럼 그 외의 방법이 있어?” “….” “내가 지금에야 말하지만 난 그 최용호인가 하는 친구의 단검실력도 알고 독사의 싸움실력도 알아. 단지….천 회장인가 하는 사람과는 직접 부딪힌 경험이 없지.”   “???” “내가 자세히 말하지 않고 조사를 부탁했던 것은….내가 꼭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은….천 회장과 최용호의 제거야. 아주 숨통을 끊어버리던지 아니면 다시는 세상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이는 살아 갈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지.”   “독사는 이미 내 나이 열 여덟에 나하고 만나서 내게 깨진 사람이고….최용호의 단검에 내가 죽었지….그의 단검 네 방에….난 그리고 이 땅에서 죽은 사람이 되었어….물론 여기도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을 했지만 그건 차차 말하기로 하고….난……그들에게 나 하나에 대한 원한은 사실상 없어. 내 무모함 때문이었으니까….하지만….”   “……??” “……??” “난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이 그들에게서 받아야 할 빚이 있어. 그 빚을 내가 대신 꼭 받아줘야 하고…..그 받을 책임이 내게 있거든. 그래서 그 들 앞에 최용호와 그 똘마니들….빚 받을 사람들에게 세상 살 맛을 잃어버리게 한 자들….그리고 그 두목인 천 대성인가 하는 자…..이 자들의 무릎을 그들 앞에 꿀려야만 해. 내가 찾았던 사람들….그들 앞에 이자들의 무릎을 꿀려야먄 내가 그들 앞에 나타날 수 있어. 그들 앞에 무릎 꿇고 자신들이 저지른 죄를 사죄하고 그 죄 값을 치루게 하는 것이 내가 귀국한 최대의 이유야.”   “…..” “…..” 경연의 말이 끊어질 듯 끊어질 듯 하면서도 계속 이어지자 종인과 석은 그 말에 대하여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또한 석은 경연이 여덟에 독사를 깼다는 소리를 들으며 다시 한 번 경연의 불가사의한 힘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그것은 사실 석이로서 지금 독사와 일대일 맞짱 승부를 한다면 확실하게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종인아…석아.” :예 형님.” “예, 회장님” “석이는 임페리얼 룸싸롱의 침투 가능성을 점검하고….직접 가지 말고 도면을 구해서 그 호텔 하수도의 위치를 파악하고 쓰레기 차량의 진 출입을 체크해. 종인이는 가능하다면 경수와 철이 에게 신촌 욱이라는 친구와 양동 육손이라는 친구가 회합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해봐.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거야. 직접봉쇄와 간접봉쇄 등….하지만 직접봉쇄는 경찰이나 외부에 알려지겠지. 가장 좋은 방법은 자동차 사고로 위장하는 방법이야. 덤프트럭 같은 중장비 기사를 매수해서….돈을 상상 외로 쏟아 부어야 해. 그가 죽더라도 가족들이 의문을 제기하지 않도록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지…완전한 사고….이 정도면 무슨 얘긴지 알거야. 하지만 되도록이면 그냥 중상 정도로…회합에 갈 수 없고 병원으로 이송 되도록….알았지?”   “예, 형님.” “미아리 친구와 청량리 친구는 내가 무송이에게 직접 지시 하겠어. 사흘 후면 시간이 없어. 두 사람은 신속히 준비 해. 오늘은 이 정도 하지. 그리고…..석아.”   “예 회장님.” “은정이하고 정아에게 며칠 휴가를 줘. 종인이는 직원들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평소와 전혀 다름이 없이 영업을 계속하고…..경수만 네가 출장을 보낸 것으로 하면 될거야.”   “예.” 두 사람이 합창하듯이 대답했다. 그들을 내 보낸 경연은 비로소 이제 자신이 예령과 정숙을 만날 수 있는 날이 가까워 옴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변한 모습이 갑자기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