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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심, KBS 새 아침드라마 'TV소설…'의 착한 '본처'역 |
"작은댁 때문에 속 썩는 착한 '본처'죠" 다른 여자 찾는 '나쁜 남편' 역엔 송기윤 "언젠간 비련의 여주인공 꼭 맡고 싶어요" [조선일보 어수웅 기자] “아침드라마 출연한다고 하니까, ‘왜 그랬어요’라며 후배들이 전화를 걸어와요. 잘 나가는 배우는 저녁드라마를 하고, 아침드라마 하면 시들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더라고요. 똑같은 드라마인데 왜들 그렇게 생각하죠?” “정말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두심은 그렇게 말했다. 7일 오후 수원 KBS 드라마제작센터. 14일 오전 8시5분 첫 방송을 시작하는 KBS 1TV의 새 아침드라마 ‘TV소설-그대는 별’(극본 구현숙, 연출 이강현)의 녹화현장이다. 상대적으로 시청자의 폭이 제한되어 있는 속성 탓에 젊은 연기자들은 아침 드라마 출연을 꺼려하는 편이다. 심지어 연기를 CF찍기 위한 방편으로까지 생각하는 일부 젊은 연예인(배우가 아닌!)들에게 고두심의 선택은 의외일지도 모른다. 그가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한다. “강부자씨에게 들은 얘긴데 기겁을 했어요. 드라마 녹화장에 젊은 여배우가 말도 없이 안 나온 거야. 어떻게 된 건지 알아보니까, 걔가 공항에 있더래요. CF 찍으러 해외에 나간다고 말이에요.” 그는 “문학성도 있고 작품이 좋아서 결정했다”고 명쾌하게 대답했다. 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번 드라마에서 그는 또 ‘작은댁’ 때문에 속앓이를 하는 ‘본처’ 역할을 맡았다. 그래도 바보처럼 착한 엄마역을 했던 전작 ‘꽃보다 아름다워’보다는 “훨씬 활동적인 엄마”란다. “작가가 아직 30대라는데, 어떻게 그때 그 시절을 그렇게 잘 묘사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새 드라마 홍보에 여념이 없다. “애먹이는 남편”역의 송기윤이 옆에서 한 마디 거든다. “아들을 못 낳는다는 이유로 다른 여자를 찾아가는 못된 남편”으로 자신을 소개한 그는 “먹을 것 없고, 가난했어도 그때가 훨씬 더 예의가 있던 시절이었다”고 했다. ‘꽃보다 아름다워’ 이야기가 다시 나왔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그 드라마를 하는 동안 행복하면서 아팠다”고 했다. 너무 깊숙이 그 역할에 빠져서 빨리 다른 연기를 하지 않으면 아플 것 같았단다. 6개월이 넘는 일일드라마를 선택한 것도 그런 까닭일 것이다. 최근엔 영화출연도 사양하지 않고 있다. 전도연 주연의 ‘인어공주’를 찍은 데 이어, 9일 크랭크인하는 영화 ‘먼길’에 출연하기 위해 전남 해남에 갈 계획이라고 했다. 그의 집은 서울 평창동이다. 덕분에 매일같이 동네 뒷산 가듯 북한산 산행을 하는 ‘호사’를 누린다. 그는 “새벽촬영이 있는 날을 빼놓고는 매일 아침 6시에 산에 올라간다”면서 “이거 안 했으면 벌써 쓰러졌을 것”이라고 웃었다. 1972년 데뷔한 뒤 KBS·MBC·SBS의 연기대상을 모두 거머쥐었던 이 ‘연기의 여왕’에게 ‘아직 해보지 못한 역할’을 물었다. 그는 “처녀 때도 사랑하다 죽는 비련의 여주인공을 못해봤었다”면서 “언젠가는 멜로 주인공을 꼭 한번 할 것”이라고 다시 한번 소녀처럼 깔깔거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