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극단적으로 단순화시켜 이야기하면 골프는 결국 중력과의 싸움입니다. 중력이 없다면 공을 슬쩍 밀면 하염없이 가겠지만 그렇다면 골프라는 행위는 의미 없을 것입니다. 지구에서 행해지는 모든 행위는 중력의 지배를 받고 골프는 그 중에서도 강한 지배를 받는 운동입니다. 멀리 쳐야 유리한 골프는 멀리 치려면 중력을 이기는 힘이 필요하므로 강하면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방향의 부정확성을 감수하면서도 강하게 쳐야 합니다.
중력을 이기면서 날아가는 공은 결국 중력에 의해 떨어지고 경사면을 따라 굴러 가장 낮은 곳을 찾아 정지하게 되죠. 골프는 중력과의 다툼입니다. 그렇게 중력과 싸워 그린에 오르면 또다시 퍼팅도 중력과의 싸움입니다. 여러분이 브레이크를 보고 라인을 설정하는 근본 이유는 공이 중력의 힘에 의해 낮은 곳으로 브레이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력은 여러분이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닙니다. 잘 타협하여 이용해야 할 대상이죠.
전쟁이 터져 전쟁터로 가야합니다. 그런데 여러분에게 두가지 무기가 있어 한가지를 선택할 순간이 오면 어떤 무기를 선택하시겠습니까? 적과 먼거리에서 교전을 해야하는 상황입니다. 하나는 M16 다른 하나는 45구경 권총.
권총을 택하는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권총보다 M16이 훨씬 명중률도 좋고 유효 사거리도 깁니다. 멀리 정확히 쏘는 무기로 무장하는 게 생존율을 훨씬 높이겠죠. 총알도 중력의 지배를 받습니다. 씩스틴이 권총보다 정확하고 긴 사거리를 가진 이유는 탄의 종류가 달라 그런 효과도 나지만 주된 이유는 총신의 길이 때문입니다. 권총탄을 카빈소총에 넣고 쏘면 권총보다 훨씬 멀리 나가고 정확성도 높아지는 이유입니다.
골프에서도 총신이 긴 총을 사용해야 중력을 이기고 멀리 나가면서 정확하게 쏠 수 있습니다. 골프에서 실탄은 골프공이고 총은 여러분의 스윙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의 스윙은 권총이 아니라 총신이 긴 라이플이어야 합니다. 그럼 어떤 스윙이 라이플일까요? 짧고 간결한 백스윙에 긴 팔로우스루와 피니쉬가 라이플입니다. 반대로 길고 큰 오버스윙에 짧은 팔로우스루는 권총입니다. 오버스윙은 도중에 궤적을 수정해야 하므로 중력을 이용하기 어렵습니다. 짧고 간결한 백스윙이 중력을 이용하기에 훨씬 용이합니다.
여러분의 팔로우와 피니쉬가 바로 총신의 길이에 해당하는 역할을 합니다. 긴 팔로우와 피니쉬는 총신이 긴 장총이고 공을 임팩하고 급격히 소멸하는 팔로우와 하는둥 마는둥하는 피니쉬는 총신이 짧은 권총입니다. 아마추어의 많은 골퍼들이 권총으로 무장하고 전쟁터에 나갑니다. 짧고 부정확한 사격에 지치면서도 정작 그 이유는 모릅니다. 대개 프로들은 장총을 들고 전쟁터에 나갑니다. 길고 정확한 사격을 원하신다면 전쟁터에 나갈땐 장총으로 무장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