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KBS 남도투데이 긴급인터뷰, 20080121 / 정인서 조선대 초빙교수
Q> 1차 구조조정 대상 건설사와 조선사 명단이 발표됐습니다. 이 결과 우리 지역의 대주건설과 C&중공업은 결국 D 등급인 퇴출기업으로 분류됐습니다. 우선 전체적인 내용을 간략하게 말씀해주시죠.
A>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어제 16개 건설사·조선사를 구조조정 대상으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C등급(부실징후기업)을 받은 14개사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게 되고, D등급(부실기업) 판정을 받은 2개사는 퇴출 절차를 밟게 됐다.
그런데 퇴출대상 2개기업이 모두 우리 지역 업체다. 시공능력 전국 순위 52위인 대주건설과 조선업종에선 이미 워크아웃을 신청했던 C&중공업이 끝내 회생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결국 퇴출된다.
퇴출 대상으로 지목된 대주건설과 C&중공업 두 회사는 채권 금융기관의 자금 지원이 끊기게 된다.
따라서 자체 정상화를 추진하기 어려울 경우 통합도산법에 따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할 가능성이 높다. 두 회사는 "평가 결과에 동의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리고 역시 삼능건설과 대주그룹의 계열사인 대주조선은 C등급으로 분류되어 워크아웃기업으로 대상이 됐다. 삼능건설 이승기 회장은 광주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데 지역경제단체장으로서 체면을 구기게 됐다.
이들 워크아웃기업은 앞으로 채권 은행들의 감독하에 부실사업 정리와 인력 감원 등 뼈를 깎는 정상화 과정을 밟게 됩니다.
다행히 채권은행들은 워크아웃 대상인 이들 기업의 협력업체에 대해서는 필요하면 중소기업 신속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해 지원한다고 했다.
Q> 대주건설의 경우 오래 전부터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대주건설이 어떤 회사인지 정리해주시죠.
A> 그렇다. 대주건설의 경우 사실 2년여전부터 자금난에 허덕인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래서 협력업체들이 공사대금이나 물품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면서 시중 여론이 좋지 않았다. 그들의 불만이 거셌기 때문이다.
지난 81년 광주 전남을 기반으로 허재호 회장이 설립한 대주종합건설이 모태다. 허 회장은 이를 기반으로 시멘트, 금융, 조선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왔다.
대주건설은 `피오레`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서울, 수도권 시장과 부산에도 진출했다. 2004년 시공능력평가 98위에서 1년 만에 32계단이나 뛰어올라 66위가 되는 등 주택사업이 단기에 급성장했다. 지난해는 52위였다.
대주그룹은 한 때 대우건설 인수에도 관심을 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단기에 주택사업이 확대되면서 미분양이 대거 발생, 2007년 이후 유동성 위기설이 끊이지 않았다.
여기에 대주그룹의 조선소 건립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고, 오너인 허재호 회장이 탈세 및 횡령사건으로 벌금형을 받으면서 기업윤리적인 문제가 불거졌는데 그룹 전체가 자금난에 빠진 상태다.
Q> 대주건설이 어떻게 자금난에 빠지게 됐습니까
A> 대주건설은 부산과 광주 등 지방에서 대거 미분양이 쏟아지면서 자금난이 악화된 탓으로 보인다.
그리고 대주건설의 자금난에 결정적 타격을 준 것은 2007년에 지급보증한 시행사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인 ABCP를 상환하지 못하면서 금융권과 마찰을 일으킨 대목이다. <*Asset-backed Commercial Paper유동화전문회사(SPC)가 매출채권이나 회사채 등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기업어음>
즉 울산 무거동 아파트 사업 과정에서 시행사가 프로젝트파이낸싱 자금을 상환 못해 부도를 냈다. 그러자 지급보증책임이 있던 시공사 대주건설은 채권기관과 협상을 벌이다 채무상환금 만기 시점이 지나도록 상환하지 않았다.
결국 며칠 뒤 다 갚기는 했다. 당시 ‘채무 이행 여력이 있으면서도 만기를 넘겼다’며 금융권이 발칵 뒤집혔다.
이 때문에 대주건설의 신용등급이 한꺼번에 3단계나 강등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이후 만기 자금에 대한 금융기관의 만기 연장도 잘 되지 않아 자금난이 심화됐다.
결국 대주건설은 신용등급이 B-로 하락하면서 자금악화가 가속화됐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물론 보증 채무여서 대주측도 억울한 측면은 있다는 시각도 있다.
Q> 그동안 대주건설의 자구노력은 어떠했습니까
A> 지난해 11월 24일 국내 건설사중 처음으로 대주단 협약 가입을 신청한 바 있다. 대주단 가입이 승인되면 대주건설은 유동화채권과 대출 만기가 1년 연장받을 수 있고 주채권은행과 협의에 따라 신규 자금을 지원 받을 수도 있게 된다. 미분양 아파트 우선 매입 등의 우대도 받는다. 그만큼 유동성 위기가 심각했던 것이다.
대주그룹은 대한화재를 롯데그룹에 3500억원에 매각하는 등 자금난 해소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대주건설은 허 회장 개인 주식 뿐만 아니라 30개 계열사 전체 주식을 은행권에 담보로 제공하고 5000억원에 이르는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자구노력을 펼쳐왔지만 퇴출 판정을 비켜나지 못했다.
Q> 우리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클텐데요. 사고사업장 규모는 어떻게 되나요?
A> 대주건설은 현재 전국 8개 사업장에서 3649가구의 아파트 시행사업을, 21개 사업장에서 9239가구 규모의 도급 시공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10여개 사업장은 사업이 중단된 상태이며 대부분의 시행 사업장은 공정률이 지체돼 사고사업장으로 등록된 상태다.
대주건설은 현재 16곳 현장의 6,274가구가 사고사업장으로 분류되었다. 광주만 해도 6-7개 사업장으로 알고 있다.
물론 주택보증이 보증계약에 따라 분양계약자에게 납부한 분양금을 환급해주거나 사업장 인수 후 시공사를 선정해 공사를 완공한다. 따라서 분양주민에게는 대부분 불이익이 없다. 다만, 공사지연 등에 따른 불편은 생길 수 있다.
문제는 협력업체들이다. 대주건설과 협력업체들을 포함하면 2만여명이 관련된 것으로 광주전남경총은 파악하고 있다. 대주건설이 올들어 임직원들을 3개월씩 무급휴가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것이 문제가 아니다.
중소협력업체들은 당장 돈을 받지 못하면 문을 닫을 지경인 곳이 많다. 설을 앞두고 그들에겐 청천벽력이다. 2년여 전부터 저에게 대주건설 임원을 아는 사람이 있으면 부탁좀 해달라는 몇몇 영세업체들이 있었다.
그리고 대주그룹이 운영중이거나 건설중인 골프장이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다이너스티라는 이름으로 우리 지역의 담양, 함평, 장흥, 나주, 장성 등 5곳과 동두천 1곳이 있다. 이곳도 빨리 M&A를 통해 처분해서 협력업체 살리기를 해야 할 것이다.
Q> 그런데 C&중공업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채권단에서 실사를 아직 진행도 하지 않은 상태인데다 자금지원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요. 갑작스럽게 퇴출기업으로 분류되어 당혹스럽습니다만 어떻습니까?
A> C&중공업은 이미 워크아웃에 들어가 있어 이번 평가 대상 기업에 속하지 않았지만, 이례적으로 재평가 작업을 거쳐 퇴출 대상으로 재분류됐다.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C&중공업은 두 차례 신규자금 지원에 대한 (은행 간) 합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워크아웃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채권 은행단이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Q> C&중공업은 어떤 회사인가요.
A> 임병석(48) 회장이 1990년 세운 칠산해운이 모태인 C&그룹은 기업 확장을 거듭해 C&상선 등 상장기업 5개를 포함, 모두 30여 개의 계열사에 650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재계 순위 71위의 중견 그룹인 C&그룹은 세계 조선업이 호황을 누리던 2007년 8월 C&중공업을 세우며 조선업에 진출했다. 하지만 조선업 경기가 급격히 식으면서 자금 압박 위기에 내몰렸다.
특히 목포조선소 시설 확장에 필요한 자금 1700억원을 제때 대출 받지 못해 지난해 8월부터 조업이 중단됐다. C&중공업은 선박 60여 척(30억달러 상당)을 수주했지만, 1척도 건조하지 못했다. C&그룹의 또 다른 주력 계열사인 C&우방도 현재 워크아웃에 들어가 있다.
최근 진도에프앤, C&우방랜드 등 계열사 매각을 추진했지만 경기 침체로 자구 노력이 차질을 빚었다.
Q> C&중공업측의 반응은 어떤가요.
A> C&그룹 관계자는 "당초 채권단이 'C&중공업은 워크아웃이 진행 중이므로 평가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음에도 명단에 들어간 것은 구조조정에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한 '숫자 늘리기' 차원"이라고 말했다.
목포시 연산동 C&중공업 본사 직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직원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이 곳에 있는 270여 명의 직원들은 수개월째 월급이 밀렸지만,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믿음 하나로 버텨왔고 워크아웃 개시 결정이 내려져 공장 가동은 시간문제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퇴출기업 명단에 이름이 오르자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며 일손을 놓은 채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Q> 이번 채권단의 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채권단 주도로 이뤄진 1차 신용위험평가 결과는 ‘구조조정을 통한 불확실성 해소’라는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금융당국도 몸을 사리다보니 ‘용두사미’에 그쳤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옥석가리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불확실성이 가중돼 금융권이 기업대출을 꺼리면서 신용경색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