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연재 7탄!
'땡땡책 협동조합'과 '친구 출판사'란?
[땡땡책협동조합의 책과 사람 사이]
박지홍 / 봄날의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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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9673
친구출판사? ‘친구’, 참 정겨운 이름이다. 이름만으로도 위안이 되고 힘이 되는 그 무엇. 하지만 함께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고 삶을 섞는 땡땡책협동조합원(이하 땡땡이)들에게 출판사(편집자 및 대표)란 양가적인 존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함께 모임을 꾸리는 존재이자, 한편으론 자신이 만든 책을 그곳에서 널리 읽게 하고 싶다는(해야 한다는!) 강박이 늘 있는 존재(너무 이분법적이었나……). 어쩌면 아주 편하고 부담 없이 한 사람의 땡땡이였던 내가 친구출판사라는 이름을 갖고서 그곳에 함께하는 순간, 스스로 조금은 다른 존재로 여겨져서이리라.
이번 참에 내가 땡땡이와 함께해온 날들을 살짝 돌아보았다. 어떤 인연으로 난 땡땡이가 되었지? ‘봄날의책’이라는 이름을 달고 《발전은 ~》이라는 첫 책을 준비하면서 그 안에 ‘추천의 글’을 넣고 싶어서 (모두가 아는) H 선생님께 청탁을 한 게 그 시작 같다. 처음 뵀는데 전혀 처음 만남이 아닌 듯 편하게 술자리를 가졌다. 그 얘기 중에 땡땡이(그땐 아마 다른 이름이었을 수도 있고, 아직 이름이 없었을 수도 있겠다)가 화제가 된 듯하다.
그렇게 맺어진 인연이 몇 차례 이어져, 어쭙잖은 출판 경험을 밑천 삼아 편집자란 무엇인가? 외주편집자(외주노동자!)란 누구인가? 하는, 지금 생각하면 참 겁없이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어쩌면 모임을 함께하는 면면들이 참 편하고 좋아서, 그리 부담 없이 별별 얘기, 별별 흉을 다 봤던 것 같다.
그곳에서 오랜만에 젊은 친구들을 여럿 만났다. 다들 넘치는 열정에, 맑고 밝은 심성을 가진 듯 보였다(그렇게 믿고 싶다!). 출판이라는 곳도 어쨌든 온갖 경쟁에 노출되어 있어, 편하게 자신의 속내를 얘기할 상대가 드문 터라, 함께하는 이들이 무척 귀해 보였다. 자발적 백수들이 당당하게 자신의 신분을 백수라고 밝히고, 그이들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지, 격려하는 관계는 그리 흔치 않으리라. 그런 사람들이 좋았고, 마냥 편했다. 아마 그것이 내가 땡땡이에 들락거린 이유가 아니었나 싶다.
책을 통한 삶의 공유, 자본 중심의 유통 질서 바로잡기, 건강한 노동을 통한 책 생산 등, 땡땡이의 모토 중 편집자인 나로선 유통 질서를 바로잡자는 대목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 얼마 전까지 대형서점에 거래를 트러 다니면서 ‘을’의 처지를 절절이 느껴서였다. 어쩌면 그땐 규모의 경제—땡땡이의 조합원이 엄청 늘어서 시장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상황—를 은연중 떠올렸던 듯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리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가장 개성적인 독서 행위가 (선한 의도를 가졌다 하더라도) 어떤 강제력에 의해 지지되고 유지되고 보장될 수는 없지 않은가?
친구출판사에게 땡땡책협동조합은 이런 곳이었으면 좋겠다
이제, 질문을 바꿔서 해보고 싶다. 그리고 스스로 답해보고 싶다. 친구출판사, 그중 한 멤버인 나한테 땡땡책협동조합은 어떤 곳이었으면 싶나?
음, 우선 내가 책을 내는 행위에 대해, 또 내가 낸 책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지해주는 존재였으면, 싶다. 알다시피 봄날의책을 비롯하여 메멘토, 펜타그램, 오월의봄, 나름북스, 클, 포도밭출판사, 교육공동체 벗, 노릴다, 1인출판협동조합, 에듀니티, 민들레 등 친구출판사들은 대개 한 명, 많아도 두세 명을 넘지 않은 사람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그날그날의 주문에 일희일비하면서). 그이들에게 자신이 내는 책에 관심을 갖고 진심으로 반가워하는 땡땡이들이 주위에 있다는 건 그 자체로 커다란 위로이자 힘이다. 그래서 지난번 모임에서 (좀 유치하지만) 출간 기념 파티를 하면 좋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음, 또 뭐가 있을까? 내가 낸 책을, 또는 친구출판사가 낸 책을 함께 읽는 것도 있겠다. 근데 그것이 매번 가능한 건 아니고, 또 땡땡이들의 다양한 관심과 취향에 맞아야 하니 조건부로만 가능하겠다. 그렇다면 내가 내고 싶은 분야의 책을 함께 보는 건 어떨까? 더 나아가, 내가 준비 중인 책의 첫 독자—가끔은 책이 나오기 전일 수도 있겠다—가 땡땡이일 수도 있겠다. 가령 나는 올해 여러 권의 여행기—아랍 여행기, 그리스 여행기, 수도원 여행기, 이탈리아 여행기 등—를 준비하고 있다. 여행기를 좋아하는 땡땡이들이 있다면 책이 나오기 전에 함께 원고를 읽고 이런저런 의견과 소감을 들어보는 것도 참 유용하고 좋겠다, 싶다(대신 나는 그들에게 뭘 줄 수 있을까, 진지하게 궁리해보겠다).
또, 뭐가 있을까? 친구출판사들이 가까워지고 서로를 좀더 알아간다면 함께할 수 있는 일도 꽤 있지 않을까? 사람 소개를 포함하여, 서로의 경험과 정보를 편하게 나눌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서로서로 지지하고 격려하고 위로하는 당연한 것들을 포함하여. 또 가끔은 땡땡이에게 필요한 출판물을 함께 준비해볼 수도 있겠고.
이런 출판사들은 땡땡책협동조합 친구출판사에서 함께해요
출판하는 자신이 참 초라하고 보잘것없이 느껴질 때, 책이 나와서 기쁘고 좋아 누군가가 관심 가져주고 기뻐하고 반가워해주었으면 싶을 때, 내가 좋아하는 분야—또는 내가 내고자 하는 분야—의 책들을 함께 읽고 얘기 나누고 싶을 때, 일하다 막히는 것들에 대해 편하게 묻고 답하고 싶을 때, 이럴 때가 많다면 당신은 이미 친구출판사의 자격이 충분하다. 또 하나, 출판사 안에서 책을 만드는 모두가 자유롭고 즐거운 노동을 하고 있어야겠다. 어쩌면 땡땡이들 중 ㅂ출판사, ㄱ출판사 노조원들이 여럿이어서, 좀더 그 대목이 절실하고 긴요할 수도 있었겠다. 혼자 하는 출판사, 두세 명이 하는 출판사라면 아직 그런 문제가 발생할 수조차 없겠지만, 이후 여럿이 하는 출판사를 꿈꾼다면 늘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노력이 있어야겠다는 다짐 정도로 이 대목은 봐주셨으면 한다.
물론 적정가격인가, 정가제인가? 직거래인가 동네서점을 통한 거래인가? 등등 논쟁이 될 만한 주제도 분명 있다. 이상론과 현실론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밖에 없는 주제 또한 있으리라. 독자로서의 땡땡이와 친구출판사로서의 땡땡이라는 다소 이질적인 존재 조건 때문에 의견이 맞서는 상황도 아마 있으리라. 그런 논의들이 우호적인 논의에 머물지 않고 치열한 논쟁이 되는 상황도 앞으로 분명 있으리라. 어쩌면 땡땡책협동조합은 그런 논쟁 과정에서 제대로 다투고 섞이고 합의하면서 한 걸음 도약하지 않을까? 그런 문제들이 진정 중요하고 첨예해지는 때가 어서 왔으면 참 좋겠다.
어쨌든 지금은, 책 읽는 행위를 고립된 개인의 독서로 가두지 않는 땡땡이들, 책과 사유와 삶을 분리하지 않고 하나로 하고자 하는 땡땡이들, 순박하고 따뜻하고 뜨거운 땡땡이들이 좋다. 그들은 서울에, 파주에, 인천에, 청주에, 옥천에, 제주에 따로 있지 않다. 늘 같이 있다. 그들을 지지한다. 그에 더해, 땡땡이들의 삶이 더 다채롭고, 더 풍요롭고, 더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부디, 그런 시절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첫댓글 멋진 글이네요.^^
땡땡엔 정말 선수들이 많아요.. 든든든든^^
글 읽으면 음성지원 되는 거 같아요ㅎㅎ
완전 좋았어요. 솔직담백한 글 읽으니 샤워한 것 같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