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D 조명기구(HS코드 제9405.40호)에 대한 아세안 회원국별 FTA 협정관세율을 검토해 보니 베트남은 기본세율 20%, 필리핀은 7%인데, 특혜관세를 적용 받으면 모두 무관세(0%)가 되었다. 이 정도면 중국 제품보다 높은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당시 중국도 아세안과 FTA 체결을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DD사로서는 하루라도 빨리 협정관세 혜택을 받아 시장 선점을 노려야 했다.
국내 수출 중소기업들은 해외에서 힘겨운 전쟁을 치르고 있다. 대기업과의 경쟁도 어려운데,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의 거센 저가 공세와 베트남, 인도 등 후발국의 매서운 추격까지 대응해야 한다. 아무리 기술과 품질이 좋아도 가격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자유무역협정(FTA)은 수출 중소기업들에게 날개를 달아주기 위해 마련됐으며, 경제적으로 단일 영토가 된 상대국과의 교역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좁은 내수 넘어 해외 진출 선언
경상북도 구미시 공단동에 소재한 DD사는 2007년 창립 이후 소형 모바일 모듈에서 발광다이오드(LED) 모듈, 조명용 LED램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갖춘 모바일 디스플레이 토털 솔루션 기업이다.
설립 초기 주로 국내 대기업에 납품하는 내수 물량 비중이 컸고, 수출은 연간 4만~5만 달러 규모의 적은 금액에 불과했다. 수출대상국은 중국, 미국, 동남아시아 등이었다. 수출품도 대다수가 FTA 협정세율 적용이 필요 없는 것들이라 FTA 활용도 검토하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까지 현 상태에 머물 수만은 없었다. DD사 경영진은 회사의 중장기적 성장과 이익창출 극대화를 위해서는 국내에 안주하지 말고 수출에 주력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해외시장 진출 방안을 모색했다. 검토 끝에 여러 제품들 가운데 품질이나 가격 면에 있어 경쟁력이 있는 LED 조명기구를 동남아시아 지역에 수출하기로 했다.
그런데 극복해야 할 과제가 있었다. 동남아 지역 LED조명기구 시장은 품질보다 가격이 구매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었다. DD사는 제품의 품질 측면에서는 자신 있었지만 유사한 물품을 생산하는 중국 상품과 가격 경쟁 측면에서 밀리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유사한 기능의 LED 조명기구의 경우 중국 제품은 DD사에 비해 절반 가까운 가격으로 수출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시 상태에서는 수출을 하기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처럼 취약한 가격경쟁력이 DD사가 FTA 활용을 결정하게 된 배경이다. 2007년 6월 1일 발효한 한-아세안 FTA의 협정관세를 적용받아 가격경쟁력을 만회하기로 했다. LED 조명기구(HS코드 제9405.40호)에 대한 아세안 회원국별 FTA 협정관세율을 검토해 보니 베트남은 기본세율 20%, 필리핀은 7%인데, 특혜관세를 적용 받으면 모두 무관세(0%)가 되었다. 이 정도면 중국 제품보다 높은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당시 중국도 아세안과 FTA 체결을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DD사로서는 하루라도 빨리 협정관세 혜택을 받아 시장 선점을 노려야 했다.
전문 관세사 도움 받아 원산지증명서 발급 능력 갖춰
FTA를 처음 활용하려는 다른 중견·중소기업들과 마찬가지로 DD사 직원들 가운데에는 FTA 관련 업무 지식을 보유한 직원이 없었다. 이에 경북FTA활용지원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지원센터의 소개로 구미상공회의소 및 산업단지공단을 수차례 방문해 상주 관세사로부터 제품 및 원재료에 대한 품목분류, 자재명세서(BOM) 작성, 원산지결정기준 충족 확인 등 원산지증명서 발급과 관련한 제반 교육을 받았다. 한-아세안 FTA의 원산지증명서 발급 방식은 ‘기관발급제’여서 세관이나 상공회의소에서 발급받아야 한다. 원산지증명서는 한-아세안 FTA 협정에서 규정하고 있는 품목별 원산지 결정기준에 따라 당해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 한하여 발급이 가능하다. FTA 원산지증명서 발급에 필요한 서류들 대다수는 수출자가 준비해야 하는데, BOM, 제조공정도, 원산지소명서, 원산지(포괄)확인서 등이다.
또한 한-아세안 FTA 협정상 특혜관세 적용을 위한 원산지증명서는 통일증명서식인 ‘AK FORM’으로만 제출토록 하고 있다.
원산지증명서를 발급 받으려면 회사가 수출하고자 하는 물품의 HS코드(세번)에 따라 당해 협정에서 규정하고 있는 원산지 결정기준(세번변경기준 또는 부가가치기준)에 따라 당해 기준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세번변경기준일 경우 원재료구입명세서, 자재명세서(BOM), 재고수불부(원재료 및 제품), 생산공정도 등이 해당된다. 원산지를 판정하기 위해서는 원산지(포괄)확인서도 준비해야 하는데, 이는 국내에서 수출자가 매입한 원재료에 대해 그 원재료의 원산지 확인을 위해 원재료를 공급한 협력업체가 당해 공급물품의 원산지를 확인해 주는 서류다. 원산지소명서는 원산지 판정 시 작성하며 AK Form 신청 시 제출서류 중 하나다.
원산지증명서 발급으로 20% 수입관세 절감
구미상공회의소 상주 관세사의 협조를 얻어 원산지증명서 발급을 위한 작업을 진행했다. LED 조명기기의 한-아세안 FTA 원산지결정기준은 ‘CTH 또는 RVC 40%’이었다. 이는 4단위 세번변경기준(수입원료를 사용해 제품을 생산한 경우 수입원료의 세번과 제품의 세번이 일정 단위, 즉 첫 4단위 또는 그 이상이 변경되어야 원산지를 인정)이나 수입 원료를 사용해 제품을 생산할 경우 가공과정에서 일정 수준(40%) 이상의 부가가치가 역내(국내)에서 발생해야만 원산지 제품으로 인정한다. 두 가지 기준 중 하나만 충족시키면 ‘한국산 또는 역내산’으로 인정받아 원산지 결정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다.
RVC 40%을 충족하기 위해 원자재를 공급하는 협력업체에 원산지(포괄)확인서를 징구하려고 했지만 협력업체들이 영세 소규모 기업이라 원산지(포괄)확인서를 발급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CTH를 검토해보려고 하니 DD사가 자체적으로 30여종 부품의 HS코드를 분류할 수 있는 능력이 못돼 관세사의 협조를 받아 품목을 분류한 뒤 BOM 및 원산지소명서를 작성해 ‘역내산’ 판정을 내렸다. 관련 서류를 준비해 구미상공회의소에 제출한 DD사는 베트남 수출 1차분에 대해 FTA 원산지증명서를 발급 받았고, 베트남 바이어는 협정세율을 적용받아 20%의 수입관세를 절감하게 되었다.
FTA 원산지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마음을 놓을 상황은 아니었다. LED 조명기구의 베트남 기본 관세율은 품목별로 최대 30%에 달하는데, 이러한 고관세 품목은 원산지 사후검증의 주 표적이 되기 때문이다.
FTA 활용 후 수출 5만 달러에서 200만 달러로 급증
DD사도 베트남 세관당국의 실사가 진행되고 원산지증명서에 하자가 발견되어 협정관세 적용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막대한 손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새로운 품목을 수출할 때마다 수출 제품에 대한 품목분류에 만전을 기하고, 특히 원자재의 원산지확인서 징구 비율을 높여 원산지(포괄)확인서를 확보하지 못하는 비원산지재료 비중을 미소기준(10%) 이내로 줄여 원산지결정기준을 충족하도록 원재료 구매에 신경 쓰고 있다.
이 같은 전사적인 노력 덕분에 당초 4만~5만 달러에 불과하던 DD사의 수출액은 2015년 8월 현재 200만 달러로 급증했으며, 연말까지 400만 달러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력 기반 위에 최고의 품질을 제공하는 한편 적기에 정확한 FTA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해 줌으로써 수입자의 니즈를 만족시킨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