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저는 건국대 글로컬에 합격한 김동현입니다. 저는 충남 서산에서 학원을 다녔는데요. 보통 학원에서 우수작을 보여주면서 자주 듣는 뭐뭐 하다 온 애 중 하나에요. 굳이 다른 점을 꼽자면 그 친구들은 우수작을 남겼고........전 후기나 남기고 있네요. 사실은 후기를 남길 까 말까 고민을 좀 했는데 저처럼 운에 맡기고 살지 말라는 뜻으로 적을게요. 제발 학원에서 열심히 하세요. 아 그리고 절대 포기하지마세요. 저는 건대에서 1차 붙여준 게 면접비 환불해 주기 싫어서 그런 줄 알았어요.
저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국악을 해서, 예술단을 중2 때 그만두고 고3이 되어서 고도에 들어와 처음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요. 사실 혜림쌤이 물어봤을 때는 쪽팔려서 숨겼는데 그만둔게 아니라 사실은 제가 눈치 없이 굴어서 짤린 거에요. 돈도 좀 뜯어먹기도 하고, 아, 그래도 맞은 것도 이것도 소설로 쓸 수 없는 건 똑같네요. 저는 방학 때 자취를 하면서 학원을 다녔는데, 이때가 가장 잘 나갔던 것 같아요. 막 인터뷰도 하고 인터넷 뉴스에 올라가기도 하고. 글도 지금 보면 이때가 가장 잘 쓴 거 같기도 하고. 저는 진짜 하나도 열심히 안 했어요. 지금 순전히 운으로 붙었어요. 과제도 꾸준히 안 하고, 저는 진짜 제가 고도에서 가장 글을 못쓴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내신도 낮아요. 7등급인가? 이런 제가 운이 있으니까 건대나 간거죠. 제발 진짜 이거 보면서 '나도 글 못쓰는데 그래도 건대는 가겠지?헤헤' 이런 생각 안 했으면 좋겠어요ㅠ 시간을 뒤로 돌릴 수 있다면 가서 뒤통수 때리면서 정신 차리라고 하고 싶어요.
아직도 생각나는 일이 있는데, 혜림 쌤이 문장이 안 되니까 서울예대 극작과를 넣어야 한다고 하셨던 일인데, 왜 그런지는 저도 잘은 모르겠는데 이때가 꼭 저를 짜르기 전까지 하루도 빠짐 없이 괴롭히던 한 선생님의 모습이랑 겹쳐보였어요. 그때부터 글 쓰는 것도 지루하고 귀찮기만 했던 것 같아요. 혜림 쌤이 하는 말은 그 선생님 처럼 절 괴롭히는 말이 아닌데 왜 그렇게 느껴졌는지 아직도 잘은 모르겠어요. 그냥 그때는 아무 것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집에서 망가진 태평소나 깨진 꽹과리를 볼 때마다 진짜 다시는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어요. 근데 지금 생각해 보면 노력하는 걸 포기한 거 같기도 하네요.
아 하나 더 있는데, 단대 실기 전 마지막 수업 때 친구들이 쓴 글을 다 같이 복사해서 읽는데 4번째인가? 그 쯤에 제 글이 있었는데 그 전에는 그냥 아 내가 좀 못 쓰는구나. 이정도로 가볍게 생각했는데. 앞에서 친구들 글 다 읽으면서 제 차례 때 딱 바로 제 글이 나왔을 때, 아 이건 똥인지 글인지 구별이 안 간다. 이걸 어떻게 세 달을 걸쳐 읽으셨을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글을 3학년에 들어와서 처음 써본건데 진짜 지금도 제가 문창과에 갔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요. 저는 적어도 충남에서, 아니, 서산에서 잘 나가던 징잽이 였고 당연히 앞으로도 잘 나갈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마 아빠 회사가 팔리고 나서 정신차리자는 생각으로 학교 창고에서 꽹과리 두들기는 거 그만두고 공부를 시작하면서 글을 쓴 것 같은데. 왜 문학평론가가 되려고 했는지는 기억이 안 나네요. 그리고요 여러분 삼성에 노조 있어요. 이걸로 한 편 쓰세요. 저 생각보다 소재 창고여서. 소제나 승무, 생황이랑 지옥도도 있고 박수도 있고. 아 이거 각주 달아야 되나요?
저는 원장 쌤이 글은 말하는 것 보다 더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진짜 코딱지 만큼도 안 믿었는데, 매일 국악에 관련된 글만 쓰다보니까 어느새 다시 징을 잡고 있네요. 그래서 지금은 마지막으로 뜬쇠에서 공연 알바 중이에요. 옛날에 안 좋은 일도 있었으니 이번 공연으로 인연이 마지막이겠지만 저는 글을 쓰면서 다시 국악을 하고 사과를 드리러 갈 용기를 가지게 되었어요.
아 이제는 제가 어떻게 학원 생활을 보냈는 지에 대해서 인데요. 사실 시간 낭비니까 다른 친구들 글 읽는 게 도움이에요. 저랑 똑같다는 점이 하나라도 있다면 꼭 고치세요. 저는 일단 가장 먼저 학원에 다니면서 자료조사를 해본 적이 없어요. 그냥 머리에 있는 지식들을 끄집어다가 썼는데 검색해서 조사해보면 이상한 것들이 나올지도 몰라요. 또 과제를 당일 날 하면서 틀린 게 있으면 썜이랑 고친 다는 식으로 했어요. 이러시면 안돼요. 아, 근데 필사는 진짜 열심히 한 거 같아요. 어차피 내신도 바닥이겠다. 수업시간에 매일 필사만 했어요. 근데 필사는 열심히 하는데 과제를 열심히 안 하면 안 느나 봐요. 그래도 스무 개 혼나던 게 열 개로 줄었으니 필사는 일단 하고 보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또 뭐 쓰지. 제가 가장 길고 따분하게 쓰고 싶어서 노력 중인데. 아, 저는 아빠 회사가 팔리고 이제는 등록금 지원이 안 된다는 말에 누나랑 같은 대학에 진학할 생각으로 중대를 목표로 생각했어요. 누나가 수능을 망치고 갔다길래 나정도는 가뿐히 갈 수 있는 대학인 줄 알았는데. 중앙대 되게 쎄네요. 내신을 4로 뽑다니. 그러고 보니 건대가 숫자 7을 좋아하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아니면 건대에 사과나무 심은 사람 이름이 김동현이던지. 아 그냥 생각난대로 쓴건데 되게 설득력 있는 추리였네요. 후배들도 후배들이랑 똑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잔디 깐 곳으로 지원하세요.
그냥 열심히 하세요. 원장 쌤도 혜림 쌤도 절대로 잘 되지 말라는 지적도 안 하고 우리가 싫어서 날카롭게 지적 하시는 거 아니니까. 진짜 열심히 하세요. 자기도 열심히 해야지, 썜들이 이끌어주는대로 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원장 쌤이 읽으라는 책은 꼭 읽으세요. 전 지금 읽고 있는데 진짜 재밌어요.
마지막으로 말도 안돼는 제 소설 읽으며 세 달간 고생해 주신 쌤들께 하고싶은 말이 있었어요. 원장쌤이 제가 유기장이 같은 거 써가면 사물놀이를, 니가 가장 잘 하는 국악을 쓰라고 많이 지적해 주셨는데. 말씀 안 드려서 죄송해요. 저 징 말고는 사물놀이 할 줄 아는 악기가 하나도 없어요. 진짜 살판 같이 귀찮게 몸 쓰는 것만 잔뜩 했어요. 그리고 마지막까지 억지 부려서 죄송했어요ㅠ 유기장이는 진짜 손자얘기로 하고 싶었어요. 근데 벌써 잊으셨으려나.
혜림쌤ㅠ 진짜 저 때문에 새치라도 나신 건 아닌가 요즘 매일 걱정되요, 제가 이렇게 글을 못 쓰는구나 라는 걸 최근에 짐정리 하면서 느껴서ㅠ 후기도 그렇고 소설도 그렇고 진짜 손 나가는대로 써서 죄송해요ㅠ 아 그리고 카운터라고 해야하나. 그 선생님도 계신데. 백일장 가서 쓰셨던 선글라스 진짜 이뻐서 어디서 샀는지 여쭤보고 싶었어요. 비싼 거 에요?
아 진짜 이따구로 후기 쓰는 건 저밖에 없을 거 같네요. 늘 열심히 하는 민호나 학원 카페 눈팅하는 은재도 좋은 결과로 나중에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후배들 진짜 마지막 부탁이야. 열심히 해. 이번에 순회공연 천안, 대전이랑 대구 배치 받아서 서울에는 더 이상 갈 일이 없을 것 같아요. 정말 감사했습니다. 고도가 아니었으면 아직도 한심하게 중대나 갈까나 히히 이러고 살았을 것 같아요.
아, 이름은 모르는데 동대랑 단대랑 건대에서 같이 시험 본 덩치 큰 친구야.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랄게. 아직 안 붙은 친구들도 앞으로 더 좋은 결과가 있을거고 고생하는 후배들도 저랑 다르게 다른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는 후기를 남겼으면 하네요.
첫댓글 고해성사에 가까운 후기인 걸? ㅎㅎ
고3 여름방학 때 학원 와서 수시 준비기간이 많이 촉박했지만 그래도 결승선 골인 멋있게 했어~
수시 합격 다시 한번 축하해
고도 다닌 경험이 좋은 추억과 전환점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