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봄밤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
오오 봄이여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기적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
오오 인생이여
재앙과 불행과 격투와 청춘과 천만 인의 생활과
그러한 모든 것이 보이는 밤
눈을 뜨지 않는 땅속의 벌레같이
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은 서둘지 말라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절제여
나의 귀여운 아들이여
오오 나의 영감(靈感)이여
(1957)
이 시는 봄의 아침은 서둘지 않아도 온다는 내용이다.
이 시의 전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는 나와 봄에게 마음에 애타도록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고 한다. 아직 밤이어도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고 한다. 봄은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과 같기 때문이다. 아침이 오기를 기다리다가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나와 봄의 꿈이 제자리를 반복하는 것 같아서 슬퍼도 나의 빛인 봄에게 인생이란 그런 것이라고 하면서 서둘지 말라고 한다. 지금은 재앙과 불행과 격투와 청춘과 천만인의 생활과 그러한 모든 것이 보이는 밤이다. 눈을 뜨지 않는 땅속의 벌레같이 아둔하고 가난한 나의 마음은 서둘지 말라. 봄밤을 예감하는 나의 영감이여 절제하라.
이 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목 <봄밤>은 봄이지만 밤인 시간이다. 시어 ‘봄’은 화자가 기다리던 계절, 희망의 계절이다. 그러나 시어 ‘밤’은 암울한 상황을 말한다. 그래서 ‘봄’이 되었음에도 아직 암울함이 가시지 않은 시간으로 ‘봄’의 희망찬 상황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기대가 못 미치는 시간인 것이다. 그런데 이 시의 진짜 시간은 ‘봄’이 아닐 수 있다. ‘봄’과 관련된 시어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 화자가 ‘나의 영감(靈感)’으로 ‘봄밤’으로 느끼는 것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
오오 봄이여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기적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
오오 인생이여
마음에 애타게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아직 밤이다.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봄은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과 같다.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 기적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나의 빛인 봄인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오오 인생이란 그런 것이다.
화자는 봄에게 ‘마음에’ ‘애타도록’ ‘서둘’러 오려고 하‘지 말라고 한다.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이루려고 ’바라지 말라‘고 한다, 봄은 ‘혁혁한 업적’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고 화자는 생각하는 것이다.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는 밤이라는 것을 알리는 것들이다. ‘개’는 밤에 ‘달’을 보고 ‘울고’ ‘종이 들리고’는 종로 종각에서 밤의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린다는 말이다. ‘너’는 봄을 말하기도 하고 화자 자신을 2인칭으로 객관하여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화자는 봄에게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기에 아직 아침이 오지 않았어도 ‘너’와 봄은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다. ‘너’와 봄에게 아침이 되기를 기다리다 지쳐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이 되어도 ‘결코 서둘지 말라’고 말한다.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여 반복되더라도’ ‘결코 서둘지 말라’고 말한다. ‘서둘’러도 아침은 빨리 오지 않고 ‘서둘지’ 않아도 아침은 되는 것이다. ‘기적소리’는 기차가 울리는 소리로 날이 밝기 전에 새벽에 역을 떠나기 전에 울리는 소리일 것이다. 아직 아침이 오지 않아서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하는 것이다. ‘나의 빛’인 봄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인생이’란 그런 것이라 말하는 것이다.
재앙과 불행과 격투와 청춘과 천만인의 생활과
그러한 모든 것이 보이는 밤
눈을 뜨지 않는 땅속의 벌레같이
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은 서둘지 말라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절제여
나의 귀여운 아들이여
오오 나의 영감(靈感)이여
지금은 재앙과 불행과 격투와 청춘과 천만인의 생활과 그러한 모든 것이 보이는 밤이다. 그러므로 눈을 뜨지 않는 땅속의 벌레같이 아둔하고 가난한 나의 영감이여. 마음은 애타도록 서둘지 말라. 절제하라. 나의 귀여운 아들인 나의 영감(靈感)이여.
지금은 ‘재앙과 불행과 격투’인 부정적인 일과 긍정적인 ‘청춘’과 ‘천만인의 생활’이 혼재되어 있는 ‘모든 것이 보이는 밤’이다. ‘눈을 뜨지 않는 땅속의 벌레같이 / 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은’ 화자의 마음이다. 화자는 자신에게 봄의 아침이 오기를 ‘서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화자가 지금 해야 할 것은 ‘절제’이다. ‘나의 귀여운 아들’인 ‘오오 나의 영감(靈感)’은 지금이 ‘봄밤’임을 감지하고 있으나 ‘애타도록 마음에’ 봄의 아침이 오기를 ‘서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봄의 아침은 서둔다고 빨리 오는 것이 아니다. 때가 되어야 오는 것이다.재편집20210502일후0253전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