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강화 수필
<11> 진달래의 계절
강화 고려산(高麗山) 진달래 / 인천 가현산(歌絃山) 진달래 / 진달래 화전
진달래꽃
- 소월(素月) 김정식(金廷湜)
나 보기가 역겨워 / 가실 때에는 /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 진달래꽃 /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 놓인 그 꽃을 /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 가실 때에는 /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소월 김정식 : 일제 강점기의 민족시인(1902~1934), 평안북도(平北) 출생
바야흐로 진달래의 계절이 되었다. 엊그제 집사람과 강화 마니산을 다녀왔는데 산 능선이 온통 분홍빛 진달래꽃으로 뒤덮여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웠다.
강화의 진달래는 고려산(高麗山)의 진달래가 으뜸으로 매년 진달래 축제가 열리는데 올해는 예년보다 개화(開花) 시기가 앞당겨졌다고 하니 언제쯤 축제가 열릴지, 만개(滿開) 시기를 놓치지나 않을지 걱정이 된다.
진달래 과(科)의 비슷한 꽃으로 개화(開花) 시기가 조금 늦은 철쭉도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이웃 가현산(歌絃山)은 진달래로 유명한 산이다.
진달래는 일명 참꽃 혹은 두견화(杜鵑花)라고도 부르는데 날로 먹거나 화전(花煎)을 지질 때 넣기도 하는 이른 봄의 대표적인 산야화(山野花)이다. 이 꽃잎을 따서 술을 담그면 두견주(杜鵑酒)가 되는데 기관지가 약한 사람들에게 특히 효험이 있다고 알려졌다. 두견화라는 이름은 두견새가 원통하여 밤새워 피를 토하며 우는데 그 토한 피로 꽃이 분홍색으로 물들었다 하여 진달래를 일명 두견화(杜鵑花)라 부르게 되었다는 설화도 있다.
이 설화(說話)의 발단은 중국 춘추전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촉(蜀)나라 원제(元帝)는 억울하게 왕위를 빼앗긴 원한으로 밤에 우는 두견새로 변했다고 하며, 다른 이름으로 원조(怨鳥), 두우(杜宇), 귀촉도(歸蜀途), 망제혼(望帝魂), 자규(子規), 촉조(蜀鳥), 촉혼(蜀魂) 소쩍새, 접동새 등으로도 불린다고 한다.
접동새
- 소월(素月) 김정식(金廷湜)
접동 접동 / 아우래비 접동
진두강(津頭江)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 진두강 앞마을에 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나라 먼 뒤쪽의 /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습니다.
누나라고 불러보랴 오오 불설워 / 시새움에 몸이 죽은 우리누나는 /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습니다.
아홉이나 남아되는 오랩동생을 / 죽어서도 못 잊어 차마 못 잊어
야삼경(夜三更)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 / 이 산 저 산 옮아가며 슬피 웁니다.
※아우래비-아홉 오라버니 ※진두강(津頭江)-평안도 박천에 흐르는 강 ※가람-강(江)의 고어
※불설워-몹시 서러워(방언) ※오랩동생-오라비(오빠)와 동생 ※야삼경-밤 11시~새벽 1시
실제로 두견새는 뻐꾸기 과로 낮에 활동하는 새이고 소쩍새, 접동새 등은 올빼미과의 야행성(夜行性) 조류로 종류가 다르니 뭔가 오류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어디까지나 사람들이 지어낸 설화(說話)이니까...
그렇지만 두견새가 변하여 접동새, 소쩍새가 되었다고 하니 같은 종류의 새로 보아야 하나??
주의할 것은 이 진달래 꽃잎으로 담근 술은 100일이 지나야 제맛과 약효가 나타난다고 하여 백일주(百日酒)라고도 하는데 독성(毒性)이 있어 한꺼번에 많이 마시지 말고 조금씩 장복(長服)하여야 기관지 치료에 약효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는 첫 발령지가 경기도 가평이었는데 2년 후 발령을 받아온 후배 여선생님은 기관지가 좋지 않아 항상 기침을 콜록거리고 평상시에도 숨이 가빠 말하는 것도 힘들어했다. 사택의 내 옆방에 그 여선생님이 살았는데 어느 날 마루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갑자기 기침이 터져 나오니 병에서 빨간 물을 작은 소주잔에 따라 마시는데 그 빛깔이 너무 고와 뭐냐고 물었더니 바로 두견주라고 한다. 기관지가 약하다고 매년 봄이면 엄마가 서울 경동시장에서 진달래꽃을 사다 술로 담가 주신다고 하며 나한테 한잔 따라주며 마셔보라고 한다. 색깔이 너무 예뻐서 냉큼 받아 마셨는데....
술을 못 먹는 나한테는 너무 독했던지, 진달래 독성 때문이었는지 몇 시간이나 비몽사몽(非夢似夢)을 헤매던, 여선생이 낄낄거리며 웃던 생각이 난다.
진달래를 영어로 「Azalea(어젤리어)」라고 하고 비슷하게 생긴 철쭉을 「Royal Azalea(로열 어젤리어」라고 하니 우리말로 하면 철쭉이 참꽃인 셈인데 우리나라의 정서(情緖)와는 뒤바뀐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