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나무 - 전남타임스 46

[김진수]

종가시나무

“도토리를 기르는 사철 푸른 참나무” - 가시나무(櫧子)

학명: Quercus myrsinifolia BL

쌍떡잎식물강 참나무목 참나무과의 상록활엽교목

『가시나무』의 속명 쿠에르쿠스(Quercus)는 ‘질 좋은’을 뜻하는 켈트어 ‘쿠에르(quer)’와 ‘재목’이라는 뜻의 ‘쿠에즈(cuez)’의 합성어로 참나무를 뜻하고, 종소명 ‘미어시니폴리아(myrsinifolia)’는 ‘미어시네(Myrsine, 도금양류)속 식물의 잎과 같다’는 의미이다. 영어 이름 ‘Bamboo-leaf oak’는 대나무 잎과 같은 늘 푸른 참나무라는 뜻이 담겨있다. 우리가 흔히 가시나무 하면 찔레나, 아까시, 호랑가시, 탱자나무들처럼 잎이나 줄기에 가시가 돋은 것들을 싸잡는 이름인데 정작 가시나무로 식물명을 받은 이 나무에는 가시가 없다. 그러니까 가시나무는 다른 뜻을 담은 이름일 것이다. 나무 중에 으뜸 참나무는 낙엽수로써 상수리, 떡갈, 신갈, 굴참, 졸참나무 등 우리나라에 30종이나 되는데, 이 참나무속(属)에다 난대에서 아열대를 걸쳐 사는 상록의 가시나무를 포함시킨 것이다. 모두 밥뚜껑 모양의 각두(깍지)를 눌러 쓴 도토리 열매를 맺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도토리를 제주에서 ‘가시’라 부른다. 일본에서도 가시(カシ, 떡갈나무 樫)를 붙여서 아까가시(赤樫), 시라가시(白樫) 등으로 부른다. 이 ‘가시’가 한국에서 일본으로 갔는지 그 반대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라에 따라서 다소 이질적인 이 두 나무 군을 참나무아속과 가시나무아속으로 분리하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북반구의 온대, 난대, 아열대에 약 150종이 분포하며 우리나라에는 제주도, 경남, 전남의 해안과 도서지방을 배경으로 가시나무, 붉가시나무, 종가시나무, 개가시나무, 참가시나무 등 5개 원종과 3개의 변종이 자생한다. 제주도에 서식하고 있는 개가시나무는 멸종위기야생식물 2급으로 지정되어있다.

가시나무는 높이가 10~15m로 훤칠한 키에 많은 가지를 치며 원정형(圓頂形)의 고운 수형을 가졌다. 가시나무들은 서로 비슷비슷하여 이름 따라 구별하기가 쉽지 않지만 참가시나무와 개가시나무의 잎은 버들잎처럼 좁고 긴 편인데 종가시나무는 비교적 둥글고 잎 가장자리에 결각이 있다는 점이 다르다(붉가시나무에는 없다). 가시나무의 도토리는 참나무속 식물 가운데 가장 쪼끄맣다. 도토리 각두의 표면은 새끼를 동그랗게 결어나간 동구미처럼 도톨도톨한 윤상(輪狀)이 형성되어 있는데 이는 일반 참나무에서는 볼 수 없는 가시나무들만의 특징이다. 도토리는 <향약구급방(1417년)>에 처음 등장하면서 ‘저의율(猪矣栗)’이라 하였다. ‘멧돼지가 즐겨먹는 밤’이란 뜻. 16세기 <훈몽자회>에서는‘도밤’이라 적었고 <두시언해>에서는 도토밤이나 도톨왐으로 표현하였다. 결국 돼지를 뜻하는 ‘돝’이 음운변화를 일으켜 도토리가 된 것.

가시나무는 남쪽지방에서 생울타리로 많이 이용된다. 정원수나 마을나무로도 이를 데 없지만 목질이 단단하여 건축, 세공, 선박, 공구들의 다양한 재료로도 쓰였던 수종이다. <이아(爾雅)>의 곽박주(郭璞注)에는‘저자(櫧子)는 작자(柞子: 도토리)와 비슷하고 먹을 수 있는데 겨울에 채취한다’고 하였다. 「저자(櫧子)」는 가시나무의 종인이다. 맛은 쓰고 떫으며 성은 평하다. 전통한의학에서는 약으로 쓰는 일이 별로 없지만 민간에서는 주상(酒傷), 지사, 지혈, 구갈 등의 목적으로 인기가 꽤 높다. 가지와 잎, 껍질을 달여 결석을 녹이고 어혈을 푸는 비뇨기· 순환기질환의 개선능력을 믿는다. 실제로 중국과 일본에서는 이질을 그치게 하고 염증을 없애며 결석을 녹이는 약으로 써왔다. 결석을 녹이거나 억제하는 성분은 카테콜을 비롯한 탄닌질로 추측되는바 담석과 신장 결석을 녹여 없애는데 기이한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모든 참나무속 식물은 결석을 녹이는 효과가 있다). 안덕균의 <한국본초도감>에는‘삽(澁)한 성질은 이질을 그치게 하고 갈증을 없애주며, 다리에 힘이 생기게 하고, 어혈을 풀어준다.’하였다. 그러므로 변비에는 안 맞지만 신(腎)을 기르는 효라면 기대가 된다.

세상에는 가슴에 가시를 늘 세우고 사는 사람이 많지만 날 때부터 별 가시가 없는 ‘민가슴’도 있다. 남을 찌르지 않고 타인의 아픔을 가만히 토닥여주는 태생적 착함! 가시나무는 바다와 육지의 경계에서 사계절 맑고 푸른 미소를 웃으며 자신의 꽃말 ‘평화’의 의미를 오늘도 종일 곱새기고 있는지 모른다.*

겨울눈

[희망의노래]

^^
소설 가시고기가 떠오르는 나아무~~~

[김진수]

조창인의 <가시고기>가 어쩌다 제 컴퓨터 가장 가까운 자리에 꽂아져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