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작년 봄 밴드에 소개한
이덕근 고문님의 글을
일부 인용해서 시작해 봅니다.
'나보다 예쁘고 큰 야생화 봤나요?'
흔히 꽃을 보면 금방 알아보는 얼레지다.
꽃이 특이하고 이쁘지만
얼레지는 커다란 얼룩무늬 잎으로
꽃이 없어도 금방 알아 볼 수 있다.
야생화 중
이렇게 크고 이쁜 잎도 드물다.
(이쁘게 봐줘서 그렇지 얼룩덜룩하다)
커다란 나무에 비하여 조그만 풀이지만
그들도 나름의 생존전략은 있다.
비늘줄기 인경이 생존을 위해
자꾸 땅속으로 들어간다.
줄기에 자극이 가면 쉽게 부러지나
밑의 뿌리는 그대로 생존을 영속하는
삶의 지혜를 가지고 있다.
맷돼지들이 그걸 아는지
자생지에 가면 땅을 엄청 헤쳐놓은 걸
쉽게 볼 수 있다.
땅속의 비늘줄기,
땅에 바짝 붙어 있는 듯 한
알록달록 커다란 두 잎,
툭 치면 부러질 듯 갸날픈 꽃대,
바소꼴로 되바라지는 6개의 화피,
겉으로 툭 튀어나온
3갈레로 갈라진 1개의 암술과 6개의 수술,
납작한 녹색에서 점점 숙성되어
3개의 능선으로 갈라지는 씨앗까지
자그만 풀이지만
그 얼레지의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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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레지 잎이나 꽃의 적절한
표현방법으로 바소꼴, 피침형이
사용된다. 먼저 알아보고 시작하자.
* 바소꼴 = 피침형 (披針形, Lancet)
잎이나 꽃의 모양을 나타내는 단어인데
생소한 단어라 공부해보자.
먼저, 바소란 뭘까?
'한의학'에서
곪은 데를 째는 침의 하나다.
길이 네 치, 너비 두푼 반가량이고
양쪽 끝에 날이 있다.
파침(破鍼), 피침(披針)이라고도 한다.
바소는 영어로 Lancet 이라고 하는데
Lancet을 찾으면 피침이라 나온다.
그럼, Lancet은 뭘까?
Lancet은
히포크라스시대 부터 피를 뽑기 위해서
사용한 외과용 도구이다.
1800년대 까지도 몸이 아프면
몸속의 나쁜 피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피를 뽑았다고 한다.
그래서 간혹 과다출혈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바소, 피침, 파침, Lancet은
동서양은 다르지만 외과용도구다.
잎, 꽃의 모양이 그 도구를 닮아서
잎, 꽃의 바소꼴, 피침형이 나오게 되었다.
바소꼴, 피침형은
'창처럼 생겼으며
길이가 너비의 몇 배가 되고
밑에서 1/3 정도 되는 부분이
가장 넓으며 끝이 뾰족한 모양'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표현이 어렵다.
하여튼 아래와 같이 생긴 잎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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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락지는
_ 완도 상왕산 상왕봉 일원
_ 가평 화야산
_ 가야산 역사신화공원
_ 창원 광산사 본당 뒷쪽
* 이야기 꺼리
1. '엘레지' 와 '얼레지'
같은 말인 듯 하지만 다른 말이다.
엘레지(elegy)는 우리 말로는
슬프고 애닮픈 노래인 비가(悲歌)이다.
슬픔을 노래한 문학 작품을
엘레지라 하는데,
'죽은 사람을 애도하는 시에서 쓰인
운율의 종류'인 그리스어 엘레게시아에서 엘레지라는 말이 유래한다.
서정적인 노래를 부르는 가수 이미자를
'엘레지의 여왕'이란 애칭으로 부른다.
우리가 공부하고 있는 '얼레지' 꽃과는
전혀 다른 의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레지하면 슬프고 애닮픈 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2. 얼러지타령
얼러지는 얼레지의 방언으로
양구의 한 동네에 얼러지타령이 전한다.
'양구아리랑'이라고도 하는데
양구말 그대로
<양구얼러지> 내지 <양구어러리>라
이름해야 더 구성진 듯 하다.
이름에도 얼레지가 들어 있지만
가사에서 얼레지를 캐러가자는
내용이 나온다.
아래는 그 가사내용이다.
♣ 얼러지 타령(노래 : 김덕원, 김옥희)
바랑골 뒷동산에 머루 다래가 떨거든
우리나 삼동서 머루 따러 가자
바랑골 뒷동산에 더덕살이 나거든
우리나 삼동서 더덕 캐러 가자
앞집 총각아 낫 갈아라
바랑골 뒷동산으로 갈 꺾으로 가자
돌산령 달산령 선질꾼이 떴다
재작정 애기 갈보야 술 걸러 놔라
대바위 용늪에 얼러지가 나거든
너하고 나하고 얼러지 캐러 가자
노란두 대가리 뒤범벅 상투
언제나 길러서 내 낭군을 삼나
요년의 계집애야 그 말도 말어라
이십 년 안쪽에 내 낭군이 될라
저걸 길렀다 낭군을 삼느니
솔씨를 뿌렸다 정자를 삼지
돌산령 샛바람이 휘몰아치니
심곡사 풍경소리가 요란도 하다
바랑골 샛바람이 휘몰아치니
황금 같이 익은 곡식 다 떨어진다
일본에 동경이 얼마나 좋아
꽃 같은 나를 두고 연락선을 타나
바랑골 밭가는 소리가 처량도 한데
오고가는 행객들이 머물러진다
아서라 말어라 네 그리를 말어라
사람의 괄세를 네 그리나 말어라
인생이 났구서 금전이나 났는데
인생은 모르고 금전만 아네
천천이 부르족족 다 가시던 낭군
백설이 휘날려도 왜 아니오나
머루 다래 떨어진 것은 꼭지가 있지
부모동생 떨어진 것은 꼭지조차 없네
놀다가 죽어도 원통 하다는데
땅만 파다가 죽은 요내 몸 얼마나 불쌍한가
3. '얼레지'의 어원
꽃이 특징적인 얼레지이지만
옛 사람들에겐 나물을 해 먹는 풀으로
더욱 익숙했었는지
얼룩덜룩한 무늬의 잎과
먹는 나물이라는 뜻이 더해진
'얼러+ 취'가 '얼러지'가 되었고,
식물학자들에 의해
'얼레지'로 기록되었다고 한다.
※ 취?
국화과에 속하는 풀 중
식용이 가능한 나물을 '취'라고 부르는데,
주로 '취나물'이라 많이 부른다.
곰취, 단풍취, 수리취, 참취, 서덜취,
미역취 등이 있다.
4. 영명 'Dog tooth violet'
직역하면 '개이빨제비꽃'이다.
조금 의미를 부여하면
'송곳니제비꽃' 표현될것 같다.
꽃잎이 뒤로 젖혀진 모습에서
짐승의 날까로운 이빨을
연상했을 듯 하다.
표현이야
민망스런 개이빨, 송곳니이지만
한번 보면 잊지 못할
너무나도 아름다운 야생화다.
또 다른 영명은 Yellow trout lily이다.
'노오란 얼룩송어 백합'이다.
한국에서는 주로 보라색 꽃이지만
서양에서는 노란색 꽃인 모양이다.
5. 꽃말이 '질투', '바람난 여인'
보통 꽃 한 송이에
두 장의 이파리가 달리는데,
짙은 녹색의 이파리에
얼룩얼룩한 자갈색 무늬가 있다.
꽃대 끝에 노란 꽃이 한 송이씩 달리는데,
발레리나가 허리를 꺾고 손을
하늘로 향해 올림머리를 하는 모습이다.
흡사 날렵하고 우아한 춤추는
숲 속의 발레리나를 보는 듯하다.
그래서 바람난 여인이 떠오르고
질투를 느끼는 건가...
6. 식용방법
열매가 아닌 부분인 잎이나 줄기등을
식용하는 경우는 대부분 어린 순을
식용하게 되는데 얼레지도 마찬가지다.
이른 봄 솟아나는 어린 잎과 줄기를 채취하여 먹는데 식감과 맛이 뛰어나다.
다만, 독성이 있으니 끓는 물에 삶은 후
하루 정도 물에 담가 꽃물을 빼야 한다.
독성을 뺀 얼레지는 무쳐먹거나
된장국에 넣어 먹고,
말려서 묵나물로도 먹는다.
흰 얼레지는 독성이 강해
식용하지 않는다.
7. 얼레지 꽃잎 W무늬
꽃은 보라색이나 암술, 수술,
아래를 향하고 뒤로 젖혀지는 꽃잎 등
독특한 면이 있는데
꽃잎의 안쪽에 선명한 W무늬도
큰 특징중 하나로 설명된다.
왜 이런 무늬를 가지고 있을까?
얼레지의 수분(수정) 전략이다.
꽃향기가 없는 얼레지는
수분을 위한 전략이 독특한데
화려한 치장으로
벌, 나비를 유인해야 하기에
햇볕이 없을 때 화피를 열지 않고
오므리고 있다가 벌, 나비가 활동하기
좋을 정도로 맑은 날씨에 햇빛이 나면 오므렸던 화피를 펴기 시작한다.
보기에 민망할 정도로
속살이 훤히 보이게 화피를
완전히 열어젖혀 화피 끝을 말아
뒤꼭지에 붙이고 화피 안쪽의
자주색 W자 무늬를 가이드라인으로 비행하는 벌, 나비 곤충을 안착시켜
수분을 한다.
8. 씨앗을 옮기는 개미
얼레지의 씨앗에서는
개미의 유충냄새가 난다고 한다.
때문에 개미들이 유충으로 착각하고
개미굴로 옮겨다 놓으면
그 땅속에서 싹을 틔운다.
결국 개미의 도움을 받아
다음 세대의 생명을 이어간다.
싹을 틔운 얼레지 5년지나
6년째 되어서야 꽃을 피운다.
9. 5년을 기다려 꽃을 피우는 얼레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땅속에 터를 잡은 얼레지 씨앗은
첫해에 떡잎 하나만 내민다고 한다.
해마다 조금 큰 잎을 내밀다가
5년이 되는 해에 두 개의 잎을 내밀고
6년째 되어서야 두 개의 잎을 내민 얼레지는 분홍색 아름다운 꽃을 피워낸다고 한다’
(김정명, '꽃의 신비’,
한국몬테소리출판, 2006)
* 일반사항
_ 학명은
Erythronium japonicum
(Balrer) Decne.
_ 개화기는 4월
_ 꽃색은 보라색
_ 형태는
숙근성 여러해살이풀로 관엽, 관화식물
_ 크기는 꽃대 높이가 25cm
_ 분포는
한국(산악지대), 일본, 중국
_ 특징은
전세계에 약 25종이 있으며,
한국에는 1종이 자생한다.
* 생태 _ 형태별 모습
_ 잎은
지면가까이에 2개로 달리며
잎자루가 있으며
좁은 달걀모양 또는 긴 타원형이고
가장자리가 밋밋하지만
약간 주름이 지고
표면은 녹색 바탕에 자주색 무늬가 있다.
_ 꽃은
아침 햇볕이 드리우면
서서히 꽃잎을 열고
햇볕이 약해지면
꽃잎을 닫아 버리는 얼레지다.
봄철에 길이 25cm의 꽃대가 나온다.
4월에 화경끝에 1개의 꽃이
밑을 향해 달린다.
화피는 6개이고
피침형이며 뒤로 말리고
자주색이고 안쪽 밑부분에
더욱 짙은 W자형의 무늬가 있다.
수술은 6개이며 길이가 서로 같지 않고
꽃밥은 자주색이며 넓은 선형이고
암술머리는 3개로 갈라진다.
_ 열매는
넓은 타원형 또는 구형으로
3개의 능선이 있다.
_ 줄기는
잎이 처음부터 땅에 붙어 나오고,
꽃대가 잎사이에서 나오므로
줄기로 구분되기 어렵다.
_ 뿌리는
비늘줄기가
땅속 25-30cm 정도 깊게 들어 있고 한쪽으로 굽은 피침형에 가까우며
길이 6cm, 지름 1cm이다.
첫댓글 겉으로 툭 튀어나온 3개의 암술 이라고 적으셨는데 암술은 1개입니다
3갈레로 갈라진 암술머리를
잘 못 표현했네요.
바로잡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수분매개체는 개미 라고 제목을 달아놓으셨는데 설명은 개미는 수분이 아니라 씨를 옮긴다고 설명하신거라 제목을 바꾸셔야 할듯요
엄청 예리하시네요.
이리 저리 고민하다
그냥 두리뭉실 표현했는데
덕분에 좀 더 명확해졌네요.
@사노라면 (박래현) 수분된 열매를 옮기는 개미 라고 수정하셨는데 그냥 씨앗 이라고 하는건 어떨까요? 수분은 꽃가루가 암술머리에 옮겨붙는걸 뜻하는거라 수분된 열매라는 표현은 맞지 않고 수정된 열매라고 해야하는데...... 그냥 단순하게 씨앗이라고 하면 어떨까 하는 의견입니다~
@나리(박성단) 네,
바로 수정했습니다.
꽃잎은 6개이고 피침형이며 에서 꽃잎을 화피로 적는게 좋을듯합니다
참
어려운 식물의 용어들입니다.
지식이 짧아 정확하지 않은
표현이 넘 많았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네,
도움주셔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