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의 땅 중동(中東/Middle East)<8>
<6> 페트라(Petra) 유적
페트라(Petra)의 알카즈네(Al-Khazneh) 신전
세계에서 또 다른 ‘잃어버린 도시’로 꼽히는 페트라(Petra)의 역사는 기원전(紀元前)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해(死海)와 아카바(Aqabah)만 사이의 요르단 영토에 있는 페트라(Petra)는 기원전 나바테아(Nabataea) 왕국의 수도였는데 수백 년 된 석조 건축물로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곳 중 한 곳으로 꼽힌다.
페트라는 기원전 400년에서 서기 106년 사이 나바테아 왕국의 수도였는데 로마제국에 의해 점령될 때까지 계속 존재했던 도시라고 한다.
그러나 로마제국에 점령된 이후 도시는 경제 문제로 인기를 잃었고 곧이어 대지진으로 함몰되는 바람에 잊혀진 도시가 되었지만 1958년 발굴되면서 다시 알려지게 되었다.
페트라(Petra)는 깎아지른 바위 절벽 사잇길로 들어가면 만나게 되는 거대하고 아름다운 건축물 알카즈네(Al-Khazneh)를 마주하면서 감격하게 되는데 높이 40m, 폭 30m의 거대한 건축물이다.
알카즈네는 이곳 페트라 유적의 모든 것이라 생각되지만, 이곳은 사실 페트라 유적의 입구에 불과하다. 조금 더 들어가면 장밋빛 암벽에 유럽 제라늄 문양인 파사트(Passat)들로 장식된 파사트 대로(大路)가 나오고, 잇달아 장밋빛 유적이 끝없이 이어진다.
페트라는 기원 전후, 매우 중요한 도시였다고 하는데 사막 내륙의 대상(隊商)들의 주요 루트인 홍해와 지중해를 연결하는 바닷길의 중간지점이었기 때문이다. 사막 한가운데 유일하게 풍부한 물줄기가 있고, 외부 침입을 막아 줄 바위로 된 성벽이 있어 상인들의 안전한 휴식처가 되기도 했던 곳이다. 성경에서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이집트에서 요르단으로 들어가면서 지팡이로 바위를 쳐서 물이 나오게 했다는 곳이 바로 이곳 페트라라고 하며, 유적지 주변 마을에는 아직도 그 모세의 샘이 있어서 마을의 중요한 식수원(食水源)이 되고 있다고 한다.
고대도시 페트라는 극장, 사원, 집과 같은 구조물들이 석회암으로 정교하게 조각된 것이 특징인데 알카즈네와 로마 시대에 지어진 원형 극장이 가장 잘 알려진 건축물이다.
사암(砂巖)으로 된 암석지대에 다양한 건축물들로 구성된 페트라의 규모는 약 100㎢에 걸쳐 펼쳐져 있으며, 최근 페트라의 알카즈네 지하에서 왕들의 비밀무덤도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 페트라 유적은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감독이 제작한 일련의 모험영화인 ‘인디애나 존스(Indiana Jones)’ 중 제3편인 ‘최후의 성전(Last Crusade, 1989년)’, 영국 데이비드 린(David Lean) 감독의 ‘아라비아의 로렌스(Awrence of Arabia, 1962년)’ 등 명화의 촬영지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는데 한국의 드라마 ‘미생(未生:20부작/2014년)’에도 나오면서 한국인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요르단에는 페트라 유적 외에도 광대한 메마른 사막 와디럼(Wadi Rum)이 있는데 붉은 바위로 둘러싼 ‘달의 계곡(Valley of the Moon)’은 기막힌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고, 북쪽에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면의 호수인 사해(死海)도 있는데 물의 염분(鹽分) 농도(濃度)가 무려 30%(일반 바닷물은 3.5%)나 되어 수영을 전혀 할 줄 몰라도 몸이 물에 그냥 둥둥 뜨니 누구라도 수영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성서(聖書)에 보면 예수(Jesus)가 물 위로 걸어오는 장면이 있는데 바로 이곳 사해(死海)이다.
사해(死海)는 ‘죽음의 바다’라는 뜻인데 염도(鹽度)가 너무 높아 물고기들이 살 수 없다는 의미겠다.
와디럼(Wadi Rum) / 달의 계곡(Valley of the Moon) / 사해(死海) 1, 2
<7> 팔미라(Palmyra) 유적의 수난
광대한 팔미라 유적군(遺跡群)
아름다운 알랏의 사자상 / 아름다운 건축미를 자랑하는 엄청난 규모의 팔미라 유적 1, 2
참수(斬首)된 아사드 박사 / 폭파되는 알랏의 사자상 / 폭파되는 바알 신전
팔미라(Palmyra)는 시리아(Syria) 사막 가운데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번성하였던 고대도시로 지금은 인구 5만의 타드무르(Tadmur)라는 작은 도시다. 그 인근에 흩어져 있는 ‘팔미라 고대도시 대 유적군(大遺蹟群)’은 1980년 유네스코에서 인류문화유산 제254호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시리아 사막 오아시스에 실크로드(Silk Road)의 중계도시로 발전하기 시작한 고대도시 팔미라는 AD 129년경, 로마의 하드리아누스 황제(Hadrianus/14대 황제/1세기)가 방문하며 ‘자유시(自由市)’로 불리다가 카라칼라 황제 때 식민도시(植民都市)의 지위를 얻고 세금을 면제받으면서 3세기부터 전성기를 맞았다고 하는 고대도시이다.
로마의 식민도시였던 팔미라는 페르시아 사산(Sassanid Persia) 왕조 때 왕권을 잡은 제노비아 여왕이 로마로부터 독립을 선언하자 AD 273년, 로마 황제 아우렐리우스의 명령으로 수도(首都)였던 팔미라는 파괴되고 여왕은 로마로 압송되는 비극을 맞게 된다.
고대 시리아에서 다마스쿠스(Damascus)와 함께 가장 유명한 도시였던 팔미라는 그 이후 수백 년간 사막의 모래바람 속에 묻혀 잊혀졌는데, 17~8세기 낭만적인 여행가들과 아마추어 고고학자들에 의해 세상에 다시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이 사막의 도시는 그 아름다운 건축물들을 보는 순간 경이(驚異)를 느끼게 된다는데 성서(聖書)에서도 인간의 작품이 아니라 지혜의 왕 솔로몬(Solomon)이 악령(惡靈)들을 동원하여 건축하였다고 기록할 정도였다.
중세부터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은 팔미라를 일컬어 ‘사막의 진주’, ‘중동의 베네치아’ 등으로 칭송하였고, 근래에도 매년 15만 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세계 문화유산 중 하나였다.
시리아 사막 가운데 사방 10km에 걸쳐 흩어져 있는 팔미라 유적은 건물은 모두 그리스식이지만 모든 의식은 오리엔트 형식을 따랐다고 한다.
유명한 건축물들로는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개선문(凱旋門)’,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욕탕(浴湯)’, 사방 200m의 어마어마한 규모의 ‘바알(Baal) 신전’, 극장 역할을 했던 84m×71m의 규모의 ‘아고라(Agora)’, 신전으로 가는 1km 길이의 도로 양편에 늘어서 있는 11m 높이의 ‘열주(列柱)’ 등은 지금도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고 하며, ‘팔미라 (Palmyra)’는 현지어로 ‘대추야자 숲’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이 팔미라 대유적의 비극은 2015년 5월 20일, 이슬람 수니파의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IS(Islamic State/이슬람국가)에 점령당하면서 시작된다. 이들은 알카에다(Al-Qaeda)가 이끄는 무장단체의 일파(一派)로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 (Abu Bakr al- Baghdadi)’가 이끄는 조직인데 시리아와 이라크 일부 지역을 점령하고 2014년 6월, 독립 국가로 선포한다.
그러나 국제기구(UN)를 비롯한 서방(西邦) 여러 나라에서는 국가로 인정하지 않지만, 자신들은 정통을 잇는 이슬람 국가로, 옛 영광을 되찾는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시리아(Syria)와 이라크(Iraq) 및 이들을 지원하는 서방국가들과 끊임없는 투쟁을 벌이고 있고 전쟁을 피해 이 지역을 탈출한 난민들은 유럽 여러 나라로 흘러들며 주변의 나라들은 이들 난민 문제로 고역을 치르고 있다.
이슬람 무장단체 IS는 자신들의 종교(이슬람)와 다르다는 이유로 무고한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하는가 하면 팔미라 대 유적도 우상숭배의 잔재들이라 하여 파괴를 서슴지 않고 있어 세계를 경악시키고 있다.
이들은 전쟁포로들뿐만 아니라 무작위로 납치하는 인질은 물론 무고한 기자들까지 잔혹하게 칼로 목을 자르는 참수(斬首)를 하고 이를 동영상으로 만들어 유포시키고 있어 더욱 악명이 높다.
팔미라 연구의 세계 최고의 권위자였던 시리아의 고고학자 칼리브 아사드(83세)는 보물이 있는 장소를 대라는 이슬람 무장단체의 압박과 고문에 끝까지 함구하다 지난 8월, 결국 참수를 당한다.
이 밖에 우리에게 알려진 사건으로 ‘21명의 이집트 콥트교도 참수(斬首)’, ‘한국인 김선일 선교사 참수’, ‘일본인 고토겐지(後藤健二/프리랜서 기자) 참수’, ‘미국인 기자 폴리 참수’..... ♣ 참수(斬首)-칼로 목을 자르다.
콥트교(Coptic Church)는 기독교의 한 지파(支派)로 이집트 종교인들의 약 10% 정도라고 한다.
이들이 지난 7월 파괴한 알랏의 사자상(높이 3m, 15톤)은 너무나 아름다워서 팔미라 최고의 보물로 꼽혔는데 ‘알랏’은 이슬람 이전, 아랍 여신(女神) 이름으로, 우상(偶像)이라는 이유로 파괴당했다고 한다. 1세기에 만들어진 2000년 역사의 이 아름다운 알랏의 사자상은 팔미라 박물관 앞으로 옮겨 세워져 있었다고 한다.
그 밖에도 팔미라 왕족의 아름다운 영묘(무덤)들 50기, 바알 신전(8월), 벨 신전(8월), 엘라벨의 탑(9월) 등 이들이 폭파한 아름다운 유적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아서 세계인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엊그제(10월 27일)는 이슬람 무장단체(IS)가 또다시 신원 미상의 인질 3명을 팔미라 유적 기둥에 묶고 폭파하여 살해했다는 기사를 보고 써 본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