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책꾸러미
더러워서 더 유쾌한 그림책
평택지회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 줄 때 언제나 아이들이 좋아했던 소재의 책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방귀, 똥, 코딱지 등 더럽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나오는 그림책입니다. 아이들이 자기 몸에 관심을 가지는 때가 되면 이런 말과 그림을 좋아하기 시작하지요. ‘방귀’라는 말만 들어도 우습다고 까르르 웃는 아이들에게 이러한 책들은 항상 즐거움과 흥미, 호기심을 끌어올려 줍니다. 더럽지만 아니, 더러워서 더 유쾌하고 엉뚱한 상상들이 펼쳐지는 그림책들을 소개합니다.
《커다란 방귀》
강경수 글, 그림 | 시공주니어 | 2014
아프리카 초원의 아침. 소문난 신사 코끼리와 코뿔소, 사자, 개미핥기, 개코원숭이, 다람쥐, 개미가 평화롭네요. 어디선가 뿌우웅~~ 무슨 소리일까요? 코끼리의 커다란 방귀로 인해 우리 동물 친구들에게 큰일이 났어요.
슝, 슝슝, 슝슝슝, 슝슝슝슝, 슝슝 슝슝슝, 빙글 빙그르르~~ 소문난 신사 코끼리가 만든 커다란 방귀로 친구들이 날아가네요. 날아가는 동물들을 살펴보면 체구가 크고 무거운 동물들이 먼저 날아가고, 날아간 동물들은 다음 장에서 작은 평화와 안도감을 느끼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날아가던 아주 작은 개미가 코끼리 콧속으로 쏙~ 코끼리가 참지 못하고 재채기를 하네요. 에-에-취~~ 과연, 이번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단순한 이야기의 반복으로 리듬감을 느낄 수 있고, 단순한 그림으로 동물들이 황당해하는 표정 반응과 여유를 느낄 수 있어요. 또한 코끼리의 방귀로 아프리카 초원을 날아다니는 동물들을 보며 여행하는 재미를 안겨주네요.
참으려 해도 참을 수 없는 방귀와 재채기를 타고 우리도 한번 날아가 볼까요?(임재영)
《신선바위 똥바위》
김하늬 글 | 권문희 그림 | 국민서관 | 2012
옛날 하늘 위에 사는 신선들은 무척이나 바빴어요. 사람들에게 비, 눈, 바람 등을 뿌려야 해서요. 제 할 일을 끝낸 신선들은 신선바위에 내려앉아 쉬기도 하고, 바둑을 두며 놀기도 했어요. 신선바위 아랫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날씨를 벗 삼아 이 농사 저 농사 지으며 바쁘게 지냈대요.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비가 내리지 않아서 사람들의 걱정이 쌓여만 갔어요. 사람들은 비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요. “신선님들은 뭘 하고 계시나?” 기다리다 지친 마을 사람들은 한데 모여 속닥속닥 꾀를 내게 되었어요.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들을 정성껏 준비한 후 신선바위가 있는 산으로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올라가는 폼이 좀 이상해요. 엉덩이를 쭈욱 빼거나 움켜쥐고 올라갑니다. 왜 그럴까요?
“싸시요 잉!” 하는 말과 함께 “뿌지직” “파드득” “끙끙” “뿡” “끙끙” 똥으로 가득 찬 바위를 보고 신선들은 온갖 비를 다 부르게 되지요. 주르륵 내린 비 덕분에 마을의 들판이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게 되는 재미난 이야기랍니다.(천예연)
《진짜 코 파는 이야기》
이갑규 글, 그림 | 책읽는곰 | 2014
“정말 이 책 속 동물들이 이렇게 코를 팔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릴라는 그렇다고 해도, 기린이나 코끼리가 어떻게 코를 파는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그림책 속 동물들을 몹시 간절하게 코를 파고 싶은 것처럼 실감 나게 묘사했고, 코 파는 동물들을 보기만 해도 내 콧속이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
책 마지막에 “지금까지의 내용이 사실은 영화였다”라는 반전에 더 많이 웃을 수 있었다. 코믹 다큐멘터리나 동물 단편영화로 만들면 무척 재미있을 것 같다. 그리고 책 속 인물인 하람이와 그림책 작가 하람 아빠는 “우리는 누구나 어디서나 어떤 방법으로든 모두 코를 판다”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았다.
책 앞뒤 면지에 메가폰을 잡은 감독이 동물들에게 이것저것 요구하는 장면과 출연자 대기실에서 동물들이 하는 말을 말풍선으로 한 컷씩 모아둔 페이지가 특히 기억에 남았다. 이 그림책에서는 ‘판다’도 시원하게 코를 ‘판다’.(노민석, 덕동초 6, 정은진 회원 자녀)
《줄줄이 꿴 호랑이》
권문희 글, 그림 | 사계절 | 2005
얘들아~~~,
누가 호랑이를 기다란 줄에 줄줄이 꿰었다는데 혹시 아니?
온 산에 있는 호랑이가 하루 저녁에 줄줄이 사탕처럼 줄에 꿰어져서 내려오는 모습을 상상해 봐.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
그게 말이지, 옛날에 아주 오랜 옛날에 매우 게으른 아이가 엄마랑 함께 살았대. 얼마나 게으른지 아랫목에서 밥 먹고 윗목에서 똥 싸고, 아랫목에서 밥 먹고 윗목에서 똥 싸고 했다지 뭐니. 화장실 가는 것조차 귀찮을 정도로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거야. 그러니 엄마는 그런 아이를 보면서 얼마나 속상하고 화가 났겠니?
그런데 게으른 아이도 무엇이든 한다면 잘 할 수 있는 그런 아이였어. 그게 뭔지 아니? 글쎄 말이야, 괭이와 똥과 그리고 참깨와 강아지 한 마리로 산중의 호걸 동물의 왕 호랑이들을 모조리 잡아들였지 뭐야!
어떻게 잡았을까? 한번 상상해 봐. 혹시 네가 상상한 것과 같을지 비교도 해 보고 잡은 호랑이는 어떻게 했을지도 생각해 봐. 아마 네가 생각했던 그대로일 수도 있을 거야.
이제 다 생각했으면 《줄줄이 꿴 호랑이》를 한번 읽어 봐.
어때? 네 생각과 같니? 우와! 너 참 재미있는 아이구나! 하하하!(임영애)
《똥떡》
이춘희 글 | 박지훈 그림 | 사파리 | 2020
황금똥, 검정똥, 물렁똥, 설사똥이 가득한 똥 바다에 준호가 빠졌어요.
“똥통에 빠진 아이는 일찍 죽는다”라는 할머니 말에 엄마가 부랴부랴 떡을 만들어요. 뒷간에 사는 성질 나쁜 각시귀신이 심통을 부려 준호가 똥통에 빠진 거래요. 그래서 그 귀신의 화를 풀어 주어 뒷간에 빠진 아이를 살려줄 액막이 떡, 똥떡을 바쳐야 한대요.
할머니와 엄마, 준호는 똥떡을 뒷간 앞에 두고 절을 했어요. 드디어 긴 머리를 풀어 헤친 뒷간 귀신이 나타나는데….
준호는 자기 나이만큼 떡을 먹어요. 액막이를 제대로 했으니 이제 준호는 오래오래 살겠지요?
동네 사람들과 똥떡을 나눠 먹으면 복이 온다고 해요. 부끄러워하면서도 “똥떡~” “똥떡~” 외치며 떡을 돌리는 준호가 그려지네요.
과학이 발달하지 못한 시절 똥통에 빠진 아이의 마음을 달래주고 의지할 곳을 찾은 옛사람들의 지혜를 느낄 수 있는 책 《똥떡》. 아이들과 함께 읽어 보는 건 어떨까요?(강미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