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커서 아버지라는 사람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을 때 네가 아는 나는 엄하고 딱딱하고 건조한, 네 방황과 호기심을 경계하고 방해하려는 늙으수레한 꼰대에 지나지 않겠지 아버지의 말씀에 성의없는 대답으로 일관하며 아버지의 수고를 당연한 듯 여기고 진심어린 충고와 조언을 멀리하던 그때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시간이 더 흐르면 알아줄까 너로 인한 걱정에 잠 못 이루던 나의 하얀 밤들을 시간이 더 흐르면 안아줄까 너보다 작아진 초라한 아버지를 그래도 아들아 오늘 아빠는 회식자리가 한참인데도 고물고물한 네 얼굴이 아기자기한 네 손발이 그리워서 아빠하고 부르는 네 목소리가 그리워서 집으로 집으로 달려가고 있다 세월이 흘러 너를 위해 변해버린 아빠의 모습에 그런 나를 외면하고 멀리해도 아주 오래전 내가 너를 너무 사랑하고 좋아했던 너도 나를 너무 사랑하고 좋아했던 하루 종일 끌어 안고 꺄르륵 함께 웃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것만은 잊지 말아라 아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