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客閑談] 순망치한(脣亡齒寒)과 사면초가(四面楚哥)
러시아의 침공으로 발발이 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두 달이면 너끈히 러시아의 압승으로 마무리가 될 것이라는 군사 전문가들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벌써 햇수로 두 해가 흘렀습니다.항차 종전이 될 것이라는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작금입니다.이러한 와중에 러시아를 뒷전에서 후원하고 있는 중국의 시진핑이 러시아를 방문하여 러시아의 짜르 푸틴을 만나고 있지요.이쯤에서 전쟁을 멈추라고 넌지시 충고를 하게 될런지,중국이 뒤를 받쳐줄테니 전쟁물자 걱정하지 말고 전쟁이나 열심히 하시라 부채질을 할런지,이후의 언론보도를 살펴보면 대충은 가늠이 되겠지요.
상상하기조차 싫지만 한반도에서의 남과 북 사이의 전쟁을 상정해봅니다. 세계 10위권 안의 막강한 군사력을 가진 남북사이에서의 전쟁은 남과 북 이외에 미국의 자동개입이라는 변수가 작용이 되겠지요.한미군사동맹으로 대한민국에게는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외견상 전쟁의 당사자는 한미와 북한 사이인데,북한의 뒷배인 중국과 러시아가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팔짱을 끼고 있을까요? 아마 무슨 핑게를 삼아서라도 간섭을 하고 끼어들 게 틀림 없습니다.그들에게 북한이라는 존재는 지정학적으로 순망치한(脣亡齒寒;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의 관계이니,만약 북한이 무너지면 미국이라는 강대국을 바로 이웃하게 되는데, 꺼림칙할 수밖에 없는 거지요.
무릇 전쟁은 국제전으로 흐를 개연성이 다분합니다.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편들고,대한민국은 한미군사동맹으로 미국이 자동개입되는 상황에서, 현해탄 건너 일본마저 어떠한 역할이던지 참전은 하게 될 것입니다.미국과의 군사동맹을 맺은 사이이기 때문이지요.이러한 전쟁의 양상은 바야흐로 동북아 전체로 번져나가게 되겠지요.전쟁의 상황은 동북아 전지역으로 번질 기세지만 주전장(主戰場)은 한반도에 국한 될 겁니다.중국과 러시아,미국과 일본 등의 영토까지 전쟁터가 되지는 않을 겁니다.자국까지 한반도 전쟁의 불똥이 튀기를 그들 모두는 원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지요.
남북한 사이의 전쟁은 결국 한반도 전 지역을 참혹한 쑥대밭으로 만들고 말겠지요.어쨌든 지리적으로 대한민국과 미국은 멀고 먼 사이지만 군사동맹으로 지척이 되었고,바로 이웃한 일본은 역사적으로는 애증으로 얼룩져있으나 순망치한의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대한민국이 무너지면 일본은 막바로 적대국인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해야 하고,일본이 무너지면 한미동맹이 존재한다고 해도 대한민국은 사면초가(四面楚哥;사방에서 초나라의 노랫소리가 들린다는 말로,적에게 포위되어 외롭게 고립상태에 빠진 것)에 가깝기 때문입니다.일제 36년의 압제를 잊지 못하는 여론을 거스르고 일본의 과거 행태를 용서하는 듯한 윤대통령의 방일 과정을 성토하는 시위가 정가를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고 있습니다.
목하 대한민국의 경제력은 세계 7,8위를 오르내리고,군사력은 6위 권으로 막강하며, K컬처는 전 세계를 휘젓고 있지요. 일본과의 사이에 불통인 것은 불통인대로,통하는 것은 소통하고 교통하면서 사이좋게 지내야 하는, 지리적으로 뗄 수 없는 숙명의 관계이니 이제 과거에만 매몰되지 않았으면 합니다.이제 대한민국도 세계에 내세울 만한 파워와 기량과 자존심이 흘러 넘치고 있습니다.일본에게 꿀릴 것도 기죽을 것도 없는데,과거의 일제 압제만 들먹거리며 언제까지 징징거리고 있을 건가요? "과거와 현재가 싸움을 벌인다면,미래를 잃을 것이라는 점을 확신한다"는 윈스턴 처칠의 말이 새삼 떠오르는 즈음입니다. (2023,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