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현씨는 대기업 마케팅 담당자로 일하다 고향 봉화로 귀농했다. 도시 생활을 갑자기 정리하려면 적응 기간이 필요한데 아무래도 고향에서는 심리적으로 더 안정될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제아무리 고향이래도 낯선 시골살이는 그에게 많은 어려움을 안겼다. 유치원 교사인 아내와 함께 고향행을 결심할 때만 해도 의기양양했다. 복잡한 도심만 벗어나면 정말 신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거기에도 도시와 똑같이 어려운 삶이 있었다.
“사람들이 흔히 그러잖아요. ‘시골 가서 농사나 짓자’고요. 그런데 농사가 어디 쉬운가요. 무턱대고 밭부터 샀다가 빚더미에 오른 사람이 수두룩하더라고요. 사실 경제성 측면에서 보면 농사는 좀 위험한 선택이죠. 그래서 저는 밭 안 빌리고 집 주변 텃밭에 표고버섯이나 감자, 토마토를 조금씩 심었어요.” 주위 귀농자들이 인터넷 홍보에 열을 올릴 때 그는 좀 다른 전략을 세웠다. 수확한 작물을 죄다 서울 지인들에게 선물로 보내고 ‘나눠 먹으라’고 선심을 쓴 것. 시골에서 직접 키웠다는 소문이 나면서 그의 채소를 구입하겠다는 사람이 생겨났다.
김일현씨는 농사보다 체험학교 주인장으로 더 유명하다. 문 닫은 학교 건물을 싸게 매입해 농촌체험학교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내년부터는 콩 농사를 직접 지으며 도시 학생들을 대상으로 콩학교를 운영할 계획이다. 메주 만들기 체험 등 세부 프로그램도 구상 중이다. 손으로 담근 메주를 판매할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다.
그가 체험 프로그램 구축에 힘쓰는 데는 경제적인 이유보다 ‘교육’적인 이유가 더 크다. 평소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다양한 자극과 체험의 기회를 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해왔고, 내 아이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에게도 그 기회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돈 많고 여유가 있어도 아이들 공부 못 시킬까 봐 귀농을 주저하는 분들이 참 많죠. 하지만 저는 여기서 배우는 게 더 많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창의성과 감수성을 키우고 싶다고요? 그게 학원에서 되겠어요? 정말 교육을 시키고 싶다면 자연으로 보내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