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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의 회계부정에 대한 징계, 회계법인 처벌의 경중을 차치하더라도 당사자에 대한 엄정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측면에서 아쉬워
회계부정에 대한 엄정한 처벌이 없기 때문에, 기업은 회계부정의 불법성을 인지할 수 없고, 합법적인 업무를 수행했다고 믿는 기업에게 감사인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도 인정하지 않아
회계부정에 대한 단죄 못지 않게, 시스템의 개선도 중요해. 구조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어제(4월 5일) 금융위원회는 대우조선해양 회계부정에 대한 징계를 의결했다. 대우조선해양의 회계부정은 하나의 산업을 위기에 빠트린 큰 범죄로, 단죄를 통해서 재발을 막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사회 시스템의 개선을 통한 재발방지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단죄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시스템의 개선은 등한시했다. 대우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회계부정이 20년의 시차를 두고 반복된 것은 우리가 그 동안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했다는 증거다. 이번 사건을 통해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20년 후에 또 이런 일이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을 보면, 우리는 아무런 개선 없이 이번 사건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회계부정이 기업의 이해와 맞닿은 부분이라 그런지 모르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을 좀처럼 고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회계법인에 대한 강력한 단죄를 통해 회계부정의 재발을 막을 것처럼 이야기 하고 있지만, 이러한 처벌마저 기업과 감독당국의 책임을 가리려는 분식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대우조선해양은 분식액의 0.1%에도 못 미치는 45억원의 과징금으로 면죄부를 얻었다. 한편에서는 과징금의 액수가 작다고 비판하지만, 과징금의 액수보다 더 문제인 것은 과징금의 대상이다. 45억원의 과징금은 회사가 납부하는 것으로, 대우조선해양에 혈세가 투입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 우리의 세금으로 과징금을 납부하는 것이다. 부정을 저지른 임직원들에게 과징금 부과나 인신상의 제재와 같은 실질적인 조치를 하지 않는 이상, 회계부정을 근절할 수 없다. 과거 대우의 회계부정으로 감사인인 산동회계법인은 사라졌지만 범죄의 주범인 김우중 회장은 여전히 큰소리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해보면, 이번 조치의 무의미함을 잘 알 수 있다.
묵인과 방조는 회계법인만의 영역이 아니다. 회사의 임직원들, 그리고 대표이사의 직무수행을 감시해야 하는 이사나 감사는 공범일 수도 있고, 묵인이나 방조를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CEO와 CFO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처벌받지 않는 현실은 우리사회가 회계부정에 얼마나 관대한지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다. 대우조선의 회계감사에 참여한 회계사들 중 일부는 등록취소 처분을 받아 직장을 잃게 되는데, 회계부정의 당사자인 회사의 임직원들은 여전히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불법을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기 때문에, 불법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상태다.
최근 공청회 등에서 재계도 처벌 강화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지금과 같이 회계부정의 불법성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회계부정을 저지른 임원에 대한 취업제한 조항은 재계의 반대로 규제개혁위원회에서 반려되어 버렸다. 스스로 저지른 회계부정은 기업활동을 위한 필요악이고, 발견하지 못한 감사인에게만 책임을 물으라고 하는 것은 모순이다. 기업은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감사인들이 지적할 수도 없고 지적해도 고치려고 하지 않는다. 회계부정의 당사자를 처벌하지 않는 이상, 이러한 모순된 상황은 계속될 것이며 이처럼 형평을 잃은 처벌은 회계부정을 조장할 수 있다.
감사인에게 무거운 책임이 따르는 것은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사인이 회계에 대한 전문가라면 회사의 임직원들은 그 회사의 전문가다. 감사인도 발견하기 어려운 회계부정을 저지른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연구와 노력이 있었을 것인데도 처벌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모순이다. 회계부정의 혜택이 누구에게 귀속 되는지만 생각해봐도 확실한 문제다. 회계부정의 주범은 기업이라는 것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기득권처럼 보이는 회계사를 강하게 처벌해서 더 큰 기득권들을 지키고자 하는 것이라면, 이러한 처벌은 엄연한 분식이다.
감사인들의 처벌에 가려있지만, 감독당국도 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회계법인을 강력히 징계하는 것으로 역할을 다 한 척 하지만, 사실 감독을 소홀히 했고 제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해 이런 일을 자초했다는 점에서 누워서 침 뱉는 격이다. 청년회계사회에서는 회사의 감사인 선임기준이나, 회계인력과 투입시간을 공시하도록 하자고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이러한 것들은 공시규정이나 행정규칙 수준에서도 얼마든지 개정 할 수 있는 일이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도 하지 않으면서 법개정이 표류하는 것을 핑계로 드는 것은 옹색할 따름이다. 대우조선해양의 회계부정은 일개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기업문화 전반, 회계투명성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일회성 처벌로 다 해결한 것처럼 설명하는 것 역시 분식행정이다.
비록 불공정한 처벌이지만, 이것 역시 회계투명성의 개선을 위한 희생이라면 회계사들이 이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회성 처벌에 그칠 뿐,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꿀 생각을 하지 않으니 처벌에 대해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혼란스러울 따름이다. 분식을 발견하지 못하면 분식의 공범이 되고, 꼼꼼하게 감사하면 회계사들의 보신주의로 보는 우리 사회는 아직 감시/감독에 대한 원칙이 서지 않은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비난과, 대우건설 의견거절에 대한 비난이 모두 감사인을 향하고 있으니 말이다. 감시/감독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선행이 되어야 감사인들이 일정한 방향을 잡을텐데, 기업들은 꼼수만 찾고, 감독당국은 책임지지 않으려고만 하니 청년회계사들은 갈 길을 잃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덮고, 포장하는 것 역시 또 다른 분식이다.
분식회계라는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본질을 흐리는 우리 안의 또 다른 분식들을 걷어내야 할 것이다. 기업도, 정부도, 회계사들도 스스로의 부족한 점을 냉정히 바라보고 개선해야 할 것이다. 책임을 가리거나, 떠넘겨서는 제대로 된 개혁에 이르지 못할 것이다.
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 저는 인더스트리에 있는데, 회계부정은 회계법인이나 회사 담당자 보다는 회사 경영진이 실질적 처벌 받아야 근본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고 봅니다.
네 저희도 지금까지 임원진 처벌강화를 꾸준히 주장해왔습니다 지시에 따르는 직원을 강하게 처벌하는건 무리죠 다만 이번 처벌에는 회계사 스탭들도 포함되어서 대척점에서 언급해봤습니다 저희의 주장이 과하다면 이번 처벌에도 문제가 있다라고 느끼지 않을까해서요
한 상장회사대표자왈 분식회계에 따른 처벌이 회계책임자에게 있기 때문에 절대로 분식하라고 언급하지 않는다 합니다. 다만 이익이 너무 적네 많네 정도 언급하면 알아서 회계책임자들이 수정한다고 합니다. 이정도 인식이라면 회계투명성은 요원하지요..
김정은이 처형을 시킬때도 절대 저사람 죽이라고 하지 않는답니다 ㅋㅋ 우리 언어의 화법이 문젠가봅니다 예전에 대한항공이 괌에서 추락할때도 완곡화법의 문제라고 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