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그 위대한 역사
이 세상의 위인이나 영웅들의 탄생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건 관계에서 시작된다는 점이다. 평범한 사람이 누구와 관계를 맺음으로 장관이 되고 대통령이 되기도 하며 최고 갑부의 반열에 오르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최정상에 있던 사람도 사소한 인연으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지고 폐망하고 만다. 군대시절 우연히 읽은 조선시대의 어느 야사는 신선한 충격과 함께 관계에 대한 정의와 가치를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어찌 보면 아주 사소한 인연으로 인해 국가의 운명까지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글을 읽은 것은 하나의 픽션을 구성한 야사로만 알았는데, 공영방송의 다큐를 통해 넌픽션 실제의 역사임을 알 수 있었다.
선조12년(1579년)역관(통역관)홍순언은 베이징으로 출장을 가게 된다. 당시 명나라 예부에 전할 문서와 돈300냥을 비밀리에 전달하라는 임무를 받았다. 당시 예부는 명나라의 6부 중 하나로 교육제도와 외교를 담당하는 부서였다. 지금 우리의 외교부에 해당한다. 정확한 금액은 파악할 수 없으나 당시 1냥의 가치(쌀 한 가마)를 기준하면 대략 지금의 3~4000만 원 정도가 아닐까 짐작된다. 그는 중국에 도착해 중국 관료들과 함께 술집에 들리게 된다. 처음 얼굴을 내민 앳된 기생이 옆자리에 앉게 되는데 앉자마자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그 연유를 물으니 부모님이 관직에 계셨으나 모함으로 돌아가셨지만 장례를 치를 돈이 없어 할 수 없이 장례비를 마련하기 위해 기생집에 나왔다는 것이다. 그 말은 들은 홍순언은 국가에서 준 300냥 공금을 건네주며 장례를 치르라고 말하며 그 기생집을 떠났다. 성함이라도 알고 싶다고 매달리는 기생을 마지못해 홍 통역관이라고만 짧게 말하고 홀연히 기생집을 떠나왔다.
조선으로 돌아온 그는 공금유용 죄로 옥살이를 하게 된다. 홍순언이 옥에 있는 동안 조정은 조선 건국 때부터 선조 때까지 2백여 년간 명(明)나라의 《태조실록》(太祖實錄)과 《대명회전》(大明會典)에 잘못 기록된 태조(太祖) 이성계(李成桂)의 세계(世系)를 시정해 달라고 사신을 15회나 파견하였지만 전부 거절당하였다. 지속적으로 거부당하자 조선 14대임금인 선조는 “종계변무를 이번에 성사시키지 못하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에 역관들은 겁에 질려 선뜻 나서지 못했다. 그때 홍순언이 자청하여 사신에 합류하게 된다. 조선의 변무사절이 북경에 도착했을 때 명나라 예부상서(지금의 외무부 차관급)석성이 요동의 국경까지 영접 나와 홍역관이 왔느냐고 물었다. 그가 자신임을 밝히자 석성은 큰절을 받으라며 그를 친히 모셔갔다. 이상하게 여기던 중 장안의 관사에 도착하자 귀부인이 나와 그에게 큰절을 올렸는데 이는 그가 명종 때 기생집에서 구해준, 소녀였고 석성의 부인이 되어 있었다. 석성은 동방에도 그대와 같은 의인이 있었다며 후히 대접하였고, 이번에 사신으로 온 목적을 설명하였다.
석성이 나서 그것을 바로 잡아주겠다고 나서자 명나라의 대.소관리들은 당대에 수정하지 않고 이제 와서 계속 번거롭게 하느냐며 의혹을 제기한다. 그러나 당시 예부상서였던 석성의 적극 건의로 개정되었다. 종계변무를 성사시킨 사절단은 귀국하였는데, 류씨 부인은 손수 짠, 보은 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황금 비단 1백 필을 그에게 주었다. 그러나 그는 이익을 취하기 위한 일은 장사치나 하는 것이라며 비단을 거절하고 귀국했다.
사신이 탄 말이 압록강에 이르렀는데 류씨 부인과 하인들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짐승도 은혜를 아는 법인데 사람이 되어 은혜를 모른다면 그것은 금수만도 못한 것이라며 비단을 받기를 거듭 부탁하며 하소연하니 비단을 받아서 되돌아왔다. 종계변무를 성사시킨 공으로 홍순언은 광국공신 2등관(光國功臣二等管)에 책록되고, 면천 허통하여 자헌대부 당성군(唐城君)에 책봉되었다. 후에 우림위장(羽林衛將)이 되었다. 이후 동지중추부사를 거쳐 병조참판을 역임하였다. 사실, 홍순언은 서자로서 고급 관리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였지만 이조왕조의 잘못된 기록을 바로잡은 공로로 병조참판까지 오른 인물이며 그 근본은 관계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가 병조에 몸담고 있을 때 임진왜란이 일어났고 조정에서 명나라에 구원병을 요청하는 청병사신을 파견하게 되었다. 홍순언은 청병사신으로 북경에 갔다. 그가 장안에 도착하여 조선이 일본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천조국 정벌 음모를 접했음에도 이를 거절하다가 침략을 당했다며 사정을 설명하였으나 명나라의 관리들은 조선이 일본과 짜고 명나라를 토벌하려 하는 것은 아니냐며 조선 지원을 반대하였다. 하지만 당시 병부시랑( 현재의 국방부 차관 급)으로 있던 석성의 도움으로 홍순언은 명나라 군사 5만 명의 파병을 성사시킨다. 이를 계기로 임진왜란은 종식되었다. 그러나 석성 시대의 황제가 물러나고 새로운 왕조가 시작되면서 무리한 임진왜란 파병의 책임론이 따랐고 석성은 감옥을 들어가게 된다. 그는 감옥에 들어가면서 가족들에게 조선으로 피신할 것으로 권유하였고 석성의 일가는 조선으로 이주하게 된다. 조정의 보살핌으로 조선에 정착한 석성 일가는 오늘 날 해주 석씨의 시조가 된다.
돈을 주고 하룻밤을 사는 한갓 기생을 술집여자로만 보지 않고 그의 절박함을 순수한 감정으로 도와 준 인연이 개인의 영화를 바꿈은 물론 한 국가의 운명까지도 큰 영향을 끼치게 한다는 이 역사는 인간의 존엄성이 위대하다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이 사기를 읽으며 새삼 관계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늘 관계에 있어 위를 처다 보며 인연을 맺으려는 이기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평범한 사람이나 블루칼라(노동자)측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한 단계 내려 보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도 사실이다. 유독 비교하고 체면문화가 강한 한국인들의 내면엔 차별적 관계의 가치관이 도를 넘은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 서구문화에서도 한국하면 갑질이라는 명사를 공공연히 사용할 정도다. 예술이나 문학의 영원한 주제는 관계에서 시작되며 한 사람의 역사도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그 궤적을 달리하게 된다.
인연은 하늘이 맺어주지만 관계는 각 자의 노력과 능력에 따라 단절되기도 지속되기도 한다 라는 속언이 있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수많은 인연을 맺으며 지나왔다. 처음 그 많은 관심과 설렘, 기대감을 어느 정도 일정부분을 처음처럼 간직하며 오랫동안 관계를 이어 온 사람들이 몇 있다면 인생의 절반은 성공한 것이 아닐까?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요즘이다. 그러나 삶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첫째 자신과의 약속이행이고 둘째는 관계에 있어 처음 그 마음을 잃지 않은 것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아직도 소양이 부족한 필자는 두고두고 노력해야할 숙제가 아닐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끼리끼리 어울리기 일쑤이고 내 보다 앞서 있거나 자신과 차별된 사람들을 기피하거나 적대시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 사람을 알려면 그가 어울리는 사람들을 면밀히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요즘 밀린 책들을 간간이 읽으며 느끼는 것은 관계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 보는 시간들이 많아졌다. 오늘을 사는 내 자신도 돌아보면 관계로 인해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그 분들의 은혜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게 자리하고 있다. 지금 소통하며 안부를 나누는 내 주변의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큰 자산인가를 다시 느껴보는 시간이다.
글: 자명
첫댓글 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시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천일야사에서 재미있게 봤던 내용을
다시 읽으니 새삼 반갑습니다.
"관계는 노력이다"라는 말씀도
다시 새깁니다.
자명님의 글을 보며 잠시나마 제 삶에서 함께했던 관계에 대하여 뒤돌아 봅니다.
주기보다는 받기위한 관계가 많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한 마음과 함께 나눌수 있는 관계로 나아가고자 결정해봅니다.
성찰의 시간을 만들어주신 자명님께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자명님 ~
<인연은 하늘이 맺어주지만
관계는 각자의 노력과 능력에 따라
단절되기도 지속되기도 한다>
쏙 와닿는 말입니다.
아침에 책 한 권을 읽은 느낌입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
이 글을읽고
혹시나 저도 매사에 인간관계를 위로만 보고
하지않았는지
사소한 관계라도 소흘히 하지않았는지
성찰해보게 되었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정성과 노력없이 이루어지기는 어렵겠지요~
인연이 소중함을 느끼게되는 글 감사합니다.
잊지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소중한 인연" " 소중한 관계" 잊고 있는 저를 다시 깨우고 다시 뒤 돌아보게 됩니다.
관계를 중시하고 매사에 노력하는 삶이 되도록 해야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소중한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관계의 소중함 다시금 느끼게 하는 말씀 입니다.
내자신이 잘되기 위해 욕심을 부리거나 허세를 부리지 않았나 뒤돌아 보게 됩니다.
반성하는 시간 가져봅니다.
자명님의
글을
읽으며,
다시한번 소중한 인연들.
한분 한분 .
생각하게 됩니다.
이공간에있는
소중한 인연들.
좋은관계로
유지되기위해
항상,
진심된마음으로
바라봅니다.
귀한 글 마음에 담아갑니다.
최근 하버드대 연구에서도 행복의 조건이 다름아닌 좋은 관계에 있다고 하니 더 공감하게 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관계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생각하며 나 자신만을 위함이 아니고
한분, 한분, 소중하신 인연을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간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연도 계속 가꿔나가야 오래 가는 것 같습니다. 내년에는 다함께 만날 수 있겠지요.
소통하며 안부 나누는 주변 사람이 큰 자산이라는 말씀이 마음속에 깊이 와 닫습니다.
항상 그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갈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직 젊은 나이지만, 살면 살수록 사람과의 관계가 더없이 중요하다는 것을 더 깊이 체감합니다. 주식도 그렇지만, 사람과의 관계 역시 오랜 시간 관심을 갖고, 인내하고, 애정을 쏟고, 때론 잠시 떨어져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관계에서 신뢰와 믿음은
라포형성에 아주 중요요인이라 생각합니다.
이제는 아는 이는 많아도
깊은 신뢰로 관계를 유지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더라구요.
진정한 인연은 믿음이 아주 깊고 넓어
소수라 할지라도, 소식이 뜸 할지라도
섭섭지 않은 듯 합니다.
그래서 더더욱
귀한인연이라 여겨집니다.
자명님 말씀처럼
하늘이 맺어준 귀한인연들에게
정성을 다하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해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