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 삼례지역은 호남 최대의 역참지로 일제강점기에는 곡식 수탈의 대상이 됐던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2010년 이후 기능을 잃은 이곳에 완주군청과 예술가들이 힘을 모아 노력한 끝에 '삼례문화예술촌'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지난달에 진행된 삼례 책마을 조성 심포지엄에서 책박물관 박대헌 관장이「책 마을, 삼례는 책이다」등 주제발표와 출판사 기획위원, 지역 의원, 완주군청 독서회 대표의 지정토론과 초대 패널, 지역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자유토론으로 진행됐다.
삼례 책 박물관을 찾은 김인수(41.남. 회사원)씨는 책을 둘러보며 흥분한 어조로 "어릴 적에 읽었던 책이 여기 있다. 철수와 영희가 나오는 국어책을 이곳에서 만나니 굉장히 반갑고 신기하다." 고 말했다.
책 박물관에는 고서와 30년 가까이 동고동락한 박대헌 관장이 평생 수집한 동·서양의 고서 외에도 철수와 영희가 등장하는 옛날 교과서 그림들도 전시되어 있는데, 1946년부터 30여 년 동안 교과서 삽화를 그린 김태형 화백의 그림 원본도 볼 수 있어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책 박물관 입구에 자리한 '정직한 서점'도 눈길을 끌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무인서점인 '정직한 서점'은 말 그대로 서점을 지키는 사람이 없는 무인서점이다. 소설, 시집, 잡지, 고서, 어린이 그림책 등을 판매하지만 책의 가격은 따로 책정되어 있지 않다. 자신이 자율적으로 책정한 금액을 내고 책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정직'을 기반으로 자유롭게 책을 기부할 수도, 살 수도 있는 '정직한 서점'에는 이리저리 책장을 보며 책을 뒤적거리는 관람객들이 유독 많았다.
삼례 책마을은 완주군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농촌 지역 활성화를 위한 문화 재생 사업으로, 책 박물관을 중심으로 김상림목공소, 책공방, 디자인 뮤지엄 등 현재 들어서 있는 4개동 1만1,500여㎡(3,500여평) 규모의 삼례 문화촌에 ‘정병규 북디자인 학교’와 고서점, 북카페 등을 유치해 7개동 1만4,200여㎡(4,300여평) 규모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책 박물관에서는 매월 고서대학을 통해 서점 창업 희망자에게 지속적인 컨설팅과 전문 교육을 실시하여, 지역 주민 스스로 서점을 창업 해 책 마을일원이 될 수 있도록 돕는 무료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박성일 완주군수는 "삼례문화예술촌을 중심으로 책을 주제로 한 마을로 조성 해 완주군을 대표하는 문화 관광 마을로 육성할 방침이다" "책을 문화상품으로 개발하여 지역의 문화관광 사업을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으뜸 도시 완주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고 전했다.
황수현 도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