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 골프다이제스트와는 주니어 선수 시절에 인터뷰를 하고 오랜만이다. 그동안 많은 일을 겪은 것 같다. 루키 때 여러 구설에도 오르고 마음을 많이 다친 것 같은데 그때 심경은?
고 : 그때는 정말 사람이 무서웠다. 투어에 제대로 적응하지도 못했다. 신인이다보니 투어의 분위기를 잘 몰랐던 것 같다. 아무래도 나이가 어린 신인이었고 경험도 없다 보니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몰랐다. 운이 안 좋게도 사실이 아닌 기사가 나가는 바람에 지금도 그 이미지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그래서 언론을 대할 때 상당히 예민해진다. 아직도 그건 내게 트라우마다.
골 : 특히 어떤 기사가 문제였나?
고 : 내가 우승하려고 일부러 (김)효주의 스코어를 잘못 기재했다는 식의 기사가 나왔다. 그 내용은 정말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대회 시스템상 일부러 스코어를 틀리게 쓸 수도 없다. 선수들이 서로의 스코어를 확인하고 또 리얼타임 스코어를 입력하는 홀 마커나 조 마커(공식 기록원)가 별도로 따라다니면서 집계하기 때문이다. 일부러 속이고 싶어도 속일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사가 너무 과장된 부분이 많았다. 정말 억울했다.
골 : 기사가 나간 이후에 김효주와 만났을 때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고 : (김)효주는 그 일에 대해 언급하지도 않았다. 효주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 일로 인해 효주와 불편한 관계가 됐다거나 그런 건 전혀 없다. 예전처럼 잘 지내고 있다. 다만 그 기사 때문에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건 사실이다.
골 : 그 일을 겪었을 때 어떤 심경이었나?
고 : 아무래도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많이 받았다. 사람들을 편하게 대하기도 어려웠고 진심으로 대하기도 어려웠다. 그때는 부모님과 팬들이 큰 힘이 됐다. 그 이후에 스코어 관련 문제가 내 꼬리표가 되어 따라다니고 있다. 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사실이 아닌 내용일지라도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선입견을 품고 바라보는 것 같다. 나는 그 일을 겪으면서 행동거지를 정말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무리 사소한 부분이라도 내가 더 신경 쓰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참 동안 사람들의 시선이 무서울 때가 있었다. 그때는 정말 독하게 연습했고 투어 생활도 더 악착같이 했다. 골 : 지금은 선배나 동료 선수들의 시선이 많이 달라졌나?
고 : 이제는 과거의 기사가 잘못된 것이란 걸 언니들도 알게 됐다. 시간이 많이 흘렀기 때문에 언니들과 친해질 기회도 있었고 고진영이라는 사람이 어떻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더는 나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지 않는다.
골 : 요즘엔 어떤 선수와 친하게 지내나?
고 : (조)정민 언니와 (권)지람 언니와 공식 연습라운드를 함께 한다. 정민 언니는 감이 좋아서 쇼트 게임에 강하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시도하고 연습하는 것 같다. 많이 배우고 있다. 언니가 잘하는 부분은 곁눈질이 아니라 대놓고 보면서 흡수하고 있다.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는 느끼는 대로 해본다. 지람 언니는 성격이 워낙 쾌활해서 함께하는 시간이 즐겁다.
골 : 자신을 어떤 타입의 골퍼라고 생각하나?
고 : 나는 사실 어중간한 골퍼다. 감각이 다른 선수처럼 뛰어난 것도 아니다. 그래서 나만의 색깔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감각적인 부분은 타고나야 한다. 또 외국에 살면서 수많은 경험을 하고 연습도 많이 해본 선수들의 감각이 더 뛰어나다.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기 때문에 연습밖에 방법이 없다. 꾸준한 연습이 없으면 감각이 좋은 골퍼를 따라가기 무척 힘들다.
골 : BMW레이디스챔피언십이 끝나고 상금 랭킹 1위인 박성현과의 상금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았다. 그런데 박성현이 제주삼다수마스터즈에서 우승하며 상금 차이가 다시 벌어졌다. 남은 대회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할 것인가?
고 : 시즌 초부터 세웠던 목표는 상금 랭킹이나 다른 타이틀에 대한 욕심을 내지 않았다. 스윙도 교정했고 바뀐 스윙으로 1승만 거둬도 성공이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 나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작년 하반기에는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성적이 좋지 않았다. 올해는 아직 체중이 크게 변하지 않았고 스윙도 작년과 다르게 꾸준히 유지되고 있어서 시즌 끝날 때까지만 이 페이스를 유지하면 좋겠다.
골 : 지난해 KLPGA 미디어데이에서 한 ‘다 해먹겠다’는 발언 때문에 구설에 오른 적도 있었는데?
고 : 그건 내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자신감으로 내비친 발언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단지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스코어 오기 기사나 미디어 데이에서의 발언으로 나에 대해 좋지 않은 선입견을 품었던 것 같다. 그런 부분은 정말 신경 쓰고 싶지 않다. 물론 나도 사람인지라 툭툭 던지는 말에 상처를 받기는 하지만 내 성격상 거짓으로 사람들을 대하고 싶지는 않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
골 : 원래 성격이 직설적이고 하고 싶은 말은 꼭 해야 하나?
고 : 그렇다.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성격 자체가 해야 하는 말은 꼭 해야 하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다. 하지만 그 성격을 나쁘게 볼 수도 있다. 그 부분도 인정한다.
골 : 주니어 선수 시절에 정희원의 캐디를 한 적이 있었다. 간접적으로 KLPGA투어를 봤을 때와 막상 프로 데뷔 이후에 경험한 투어는 어떻게 다른가?
고 : 캐디를 할 때는 지금보다 시야가 더 넓었던 것 같다. 선수가 플레이하는 걸 도와주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그건 당연하다. 요즘은 선수로서 플레이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볼에만 신경 쓸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때보다 시야가 좁아진 느낌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정말 재미있었던 것 같다. 아일랜드골프장에 갈 때마다 그때가 생각난다. 항상 웃음이 나는 곳이다.
골 : 최근에 가장 고민 되는 게 있나?
고 : 불현듯 ‘몸이 안 좋아져서 골프를 그만두게 되면 나는 뭘 해야 하지’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아직 어리지만, 겁이 많고 건강에 예민한 스타일이라 그런 걱정을 하는 것 같다. 집에서 나는 가장의 역할을 하고 있고 부모님과 함께 투어를 다니고 있다. 내가 벌어들이는 상금으로 살고 있는데 ‘만약 내가 그런 역할을 더는 하지 못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고민이 있다. 또 ‘갑자기 슬럼프가 찾아와서 플레이가 잘 안 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도 한다. 슬럼프가 왔을 때는 발버둥 치기보다는 그냥 모든 걸 내려놓고 ‘한 번 갈 데까지 가보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일단 부딪쳐보려고 한다. 생각처럼 그렇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첫댓글 지난 여러 아픔들이 있었군요.
더욱더 성숙한 모습으로 변모하라는 채찍이라 여기세요.세상이 다 그렇지요.ㅎ
저는 솔직하고 당당하며 절대 무례하지 않는 고프로의 성격이 참 좋습니다.
고진영프로 화이팅~!!!!!!!
화이팅!!!짠하네^^~성숙한 진영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