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모네를 사랑한 그 남자의 정원
개인이 오랜 시간 정성 들여 가꾸고 삶과 취향이 녹아있는 공간, 국내 민간정원이 힐링과 휴식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경남도 민간정원 1호로 지정된 섬이정원은 남해 다랑논을 그대로 살린 자연적인 매력으로 전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민간정원이다. 봄날, 아름다운 꽃들을 고이 간직하고 있는 남해 섬이정원 속으로 함께 걸어 들어가 보자.
글 백지혜 사진·동영상 김정민
15년 정성 끝에 탄생한 남해의 숨은 정원
남해군 남면, 다랭이마을에서 유구마을을 지나 평산항까지 이어지는 남해바래길 다랭이지겟길은 드넓은 남해바다를 곁에 끼고 걸을 수 있어 더 운치 있다. 유구마을에서 바다를 등지고 언덕길을 20여 분 걷거나, 자동차로 5분 남짓 비포장길을 달려 닿는 끝자락에 섬이정원이 숨어 있다.
경기도 파주시 출신 차명호(60) 대표는 2007년 3월, 남해 이곳의 땅을 구입했다. 의류업을 접고 내려와 2009년부터 꽃밭을 꾸미기 시작했고, 2016년 섬이정원을 일반에 처음 공개했다. 섬이정원이란 이름은 남해 ‘섬’ 자체가 모두 정원이라는 남해의 옛 이름에서 지어졌다. 계류정원에서 선큰가든까지 각기 다른 테마로 꽃과 나무를 심어 모두 11개(계류, 하늘연못, 봄, 돌담, 모네, 숨박꼭질, 하늘호수, 숲속, 물고기, 덤벙, 선큰가든) 정원을 완성했다. 마스터플랜을 짜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15년 정성을 들인 끝에 총면적 1만5000m²에 400여 종의 꽃을 피울 수 있게 됐다.
남해 다랑논과 돌담, 섬이정원이 특별한 이유
초승달처럼 길게 난 기존 다랑논에 정원을 꾸며서일까. 정원이 한 눈에 보이는 전망대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면 정원의 표정이 층층이 다르다. 입체적이고 매력적이다.
“정원 만드는데 돌담은 축복이나 마찬가지예요. 일부러 쌓기도 하거든요. 돌담에 꽃을 심으면 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져요. 공간감도 있고, 자연스럽죠.”
정원 입구에서부터 천천히 걸으면 전체를 둘러보는데 1시간 정도 소요된다. 걷는 속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차 대표의 안내를 받으면서 구경하는 것을 추천한다. 보이지 않던 것도 보이고 같은 꽃도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안내가 없다고 어려울 것도 없다. 다랑논을 활용한 섬이정원만의 매력답게 화살표를 따라 아래로, 혹은 위로 오르내리는 동선이 정원 구석구석으로 방문객을 안내한다. 방문객을 위한 배려가 하나 더 있다면 정원 안 군데군데 놓여있는 벤치다. 벤치에 앉아서 보는 정원은 또 다른 휴식을 만들어준다.
형형색색 다른 개성, 매력 만점 9개 정원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섬이정원의 사진 촬영 명소인 하늘연못정원이다. 직사각형 연못은 배경이 된 남해와 시각적으로 나란히 이어지는 구조다. 정원과 연못, 바다와 하늘을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하늘연못 끝자락에 서면 금방이라도 남해바다와 하늘에 닿을 것만 같다.
숨바꼭질 정원은 유럽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양쪽으로 나란히 세워진 키높은 아왜나무는 마치 나무 벽 같다. 나무 사이의 분수가 잠시 시선을 붙든다. 미로를 빠져나가듯 아왜나무 길을 걸을 때 햇살이 드리우면 정말 딴 세상에 온 것만 같다. “정원은 최대한 오전과 오후에 찾는 것이 좋아요. 햇볕이 사선으로 나무들을 비춰야 그날의 분위기, 날씨, 햇살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정원을 즐길 수 있거든요”라고 차 대표가 귀뜸한다.
연못 위 다리가 하나 놓여있는 ‘모네의 정원’은 차 대표의 야심작이다. 평소 모네의 그림을 좋아하던 차 대표는 모네 화집 속에서 본 다리를 직접 정원에 만들고 싶었단다. 모네의 그림을 보지 않았다면 처음부터 섬이정원도 없었다. 모네를 사랑한 차대표가 내심 고마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리스 산토리니 골목을 닮은 하늘호수정원은 차대표가 7년을 고민한 끝에 가장 최근에서야 완성했단다. 봄 정원의 돌담 사이로는 스프링클러를 설치해 올해부터 이끼 정원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했고, 숲속 정원엔 나무 위에 트리 하우스도 지어볼 생각이란다. 계속 변화를 시도하는 것만 봐도 그가 섬이정원에 얼마나 애정이 깊은지 느껴진다.
“정원을 가꾸는 일은 늘 재미가 있어요. 정원이라는 넓은 대지에 제가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에요. 다름과 새로움을 만들어가는 것이 재미이자 정원을 가꾸는 힘이랍니다.”
섬이정원
위 치 남해군 남면 남면로 1534-110
운 영 일출에서 일몰까지
입장요금 어른 3000원 / 경로(65세 이상) 2000원
청소년·군인 1500원 / 어린이 1000원
문 의 010-2255-35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