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러면 안 되지. 이건 자식 된 도리가 아니다!
저는 ‘하나원’을 졸업할 때, 100여명이 넘는 사람들 앞에서 ‘간증’이라는 것을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저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저는 ‘이 감정이 뭔지?’ 확실히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힘들 때마다 ‘저를 도와줄 사람이 누구 없나?’하고 둘러봤을 때, ‘저를 도와주시는 분이 바로 이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말을 하는데, 생각지 않게 눈물이 볼을 타고 주르륵 흘렀습니다. 아무래도 은혜를 받았던 것 같습니다.
교회에 출석하면서 ‘김치 움에서 저를 위하여 기도해줬던 언니’가 생각났습니다. 하나님께서 그 기도를 들으시고 저를 대한민국으로 인도하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하나원에서 있을 때 ‘같은 방에서 지내던 한 언니’를 통하여 예수를 믿게 하셨습니다. 정말 놀랍고 감사한 은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제가 ‘예수를 믿고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을 꼽으라면 술을 끊은 겁니다. 저는 술을 정말 좋아했습니다. 어느 날, 동기생들이 모여 술을 마시게 되었는데, 그때 제가 마신 술병을 세어보니 15병이나 되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그런 제가 성경공부를 한 이후 술을 딱 끊었습니다. 한동안 건설현장에서 일했는데, 저녁에 귀가한 후 술을 두세 병씩 마신 다음 잠이 들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술잔을 앞에 뒀는데,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도저히 그 앞에서 술잔을 입에 가져갈 수 없었습니다. ‘예수님이 이렇게 피를 흘리시는데, 내가 이 앞에서 술을 마신다고? 내가 이러면 안 되지. 이건 자식 된 도리가 아니다!’
북한에서는 수령님을 ‘아버지’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수령을 아버지로 부르는 땅에서는 짐승처럼 살았지만,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르는 이 땅에서는 사람답게 살자’고 굳게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나 ‘술을 마시고 싶은 충동’을 이겨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제가 끝내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에서는 정말 고생도 많이 하고 고통스러운 기억들도 많습니다. “험악한 세월을 살았다”는 야곱의 고백(창47:9)이 어찌나 마음에 와 닿던지…. 그러나 제 고통이 아무리 크다 한들, 저를 살리시고자 아들을 내어주신 하나님의 고통보다 더할까요?
그 생각을 하니, 지금까지 지내온 모든 것이 은혜요, 감사뿐임을 고백합니다.
(출처 ; 신앙계, 최송죽 / 탈북민 / 이만갑 출연)
아시다시피, ‘하나님의 은혜’란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거나 경험하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자신이 죄인인데도, 그리고 너무나 부족한 존재이건만, ‘하나님께서 사랑으로 품어주셨다’고 깨닫게 될 때, 우리는 ‘은혜를 받았다’고 합니다.
고로, 자신이 죄인이라는 걸 모르거나, 아니면 자신의 부족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은혜를 받을 수 없습니다. 최송죽 집사는 너무나 힘들고 고달픈 세월을 보내면서 순간순간 ‘그 누군가가 자신을 도와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하나님이신 것을 알게 되었고, 그런 그분 앞에서 감히 술잔을 입에 댈 수 없어서 술을 끊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이런 경우, ‘은혜를 아는 사람’이라고 말하죠! (물맷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