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 리 글
2005-08
지 리 산 행(智異山行)
박병민목사(새터공동체)
지나간 그 어느 해에 써놓았던 글이다.
이제 무더웠던 여름을 뒤로하고 억새풀잎이 슬피도 속삭인다는 가을의 문턱에, 여름의 일들로 바쁘게 땀 흘리며 보냈던 선후배들, 신학교의 울안에서 맺어진 이들이, 가을로 향하는 온갖 것들의 익어감 을 뽐내는 것처럼, 우리의 만남이 필연인 것 같이 보이기라도 하려는 듯 지리산을 향하여 개미행렬을 지어 떠났다. 산, 나를 이끄는 곳, 산자락이 마치 어머니의 치맛자락과도 같기에 내가 한없이 매어달려도 늘 상 반겨주는 곳이다. 그런데 겁이 난다. 그 험하다는 설악산을 다녀온 나이지만, 높고 장엄한 지리산을 대할 때, 성서의 얘기 같이 마음은 원하는 것이로되 몸이 약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에게 감당하기 어렵게 다가오기에 가냘픈 두 다리로 딛고 다가가 우뚝 서야겠다는 우직한 마음이 가세(加勢)해 주었다.
이른 새벽 다섯 시경에 전라도 남원에 도착하여 아침을 지어 먹고, 나로 인하여, 말로만 듣던 뱀사골을 피하고, 백무동 계곡을 따라 하동바위를 거쳐 장터목산장에서 점심을 하였다. 후에 정상(頂上) 부근의 제석봉에 다다르니 민둥산의 군대 군대에 몇 십 그루의 몸체에 가지만 앙상한 고사목(枯死木)들이 우뚝우뚝 서있었다. 전해지는 말로는 6.25 때에 빨치산을 토벌하기 위한 토벌대가, 적군을 이곳에 몰아넣고 불을 놓았다 한다. 그래서 벗은 산의 자리 자리에 아픔을 간직한 채 오늘도 민족의 비극을 안고 모진 풍상(風霜) 속에서 아는 듯, 모르는 듯 서있다. 그리고 산 정상인 천왕봉(天王峰)을 앞두고 통과(通過)해야 하는 통천문(通天門)에 다다랐다. 그곳에 다다르기 전에는 하늘로 통과하는 문이라기에 마치 존 번연(John Bunyan)의 천로역정(天路歷程, Pilgrms Progress)의 노정(路程)과도 같이 험난할 것 같음에 두려워하였으나, 그 예상은 곧 사라졌다. 쉽게 통천문(通天門)의 통과제의(通過祭儀)를 마치니 하늘의 왕이 계시는 천왕봉(天王峰)에 이르렀다. 문을 통과하여야 만이 하늘의 왕이 머물고 있는 봉우리에 도달한다는 명칭이 종교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듯하다. 1915m의 천왕봉을 발밑으로 하고 서니, 말 그대로 내가 천왕이 된 기분이다. 나는 정복자의 한가로움 속에서, 그러나 가라앉은 마음으로 천왕께 기도를 올렸다. 내가 산 위에서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꼬. 나의 도움이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에게서로다. 그곳에서 한참을 지체하며 사방 여러 곳으로 길게 뻗은 산등성이를 내려다보았다. 그런데 그 한없는 지리산의 사방 동서남북이 넘실대는 망망대해(茫茫大海)와 같이 그려졌다. 한참 동안의 시간을 지난 후에 다시 갔던 길로 되돌아와 장터목산장에서 일박을 하였다. 다음 날 아침에 짐을 꾸려 연하봉, 촛대봉을 지나 세석평전에서 점심을 하고 한신계곡을 따라 출발지였던 백무동을 향하여 힘겨운 발걸음을 내디디었다. 바위들로 이루어진 급경사의 내리막길이 나의 피로를 가중 시켰다. 어깨에 얹혀 진 작은 등짐이 다른 이에게로 옮겨져 갔다. 거의 목적지에 다다라서는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나의 몸까지 건장한 친구의 등에 맡겨지는 신세가 되었다. 팔을 끼고 함께 걷는 동료들, 등에 나를 얹고 헉헉대는 후배에게 땀으로 덮인 살을 맞댈 수 있었고, 뜨거운 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동지의 손 맞잡고, 가다가 못가면 쉬었다 가더라도. 아픈 다리 싸매어 주고......” 하기 쉬운 말로써가 아니라 몸으로 여럿이 하나임을 알 수 있었다. 저녁 여덟시가 지나서야 민박집에 도착하였다. 늦은 밤까지 평지(平地)에 다다른 기쁨을 만끽하였다. 그리고 다음날 일찍 대전을 향하여 귀향(歸鄕)의 걸음을 가볍게 옮겼다.
공동체 이야기
백 중(百中)
이때쯤이면 방송에서 바다의 밀물높이가 가장 높아진다는 백중사리라는 말을 듣곤 한다. 그 옛날에는 음력 7월15일이 백중(百中)이라 하여 보통사람들이 한날을 쉬면서 함께 어울리는 작은 명절쯤 되는 날이었단다. 그 백중이라는 말은 여러 종류의 과일, 채소, 곡식들이 많이 나는 철이기 때문에 백종(百種)이라는 뜻에서 연유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이제는 농사일도 여러 기계가 나와서 아무래도 손이 덜 가게 되는 시절이 되었지만, 내가 어릴 때만하여도 여름이 시작되면서 밭매기와 논매기 등으로 농사일이 한창인 계절이었다. 그러다가 바쁜 때를 지나고 나면 “어정 7월, 동동 8월”이라는 옛말처럼 음력 7월의 농촌은 바쁜 농번기를 보낸 뒤이면서, 한편으로는 가을 추수를 앞둔 때가된다. 이때에 잠시 말처럼 허리를 펴고 어정어정 거릴 수 있는 시기이기도하다. 이럴 때에 백중이라는 풍습을 두어 한날을 함께 놀아가며 노동의 지루함을 달래고, 무더위로 인해 쇠약해진 몸을 회복하고자 하였단다. 한편 방송에서 다음과 같은 믿음이 가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백중은 사람들이 자기의 할 일을 다 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말이란다.정성을 다하여 열심히 농사를 지어놓고 가을의 풍성한 추수는 하늘의 뜻에 맡기면서 기다린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와 비슷한 옛말인 진인사 대천명(盡人事 待天命)이라는 말이 지나쳐간다. 곧 사람이 자기의 할 일을 다 하고,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는 말이리라. 봄부터 가을에 이르기까지 들판에서 농작물을 가꾸고, 돌보며 최선을 다하는 분들, 그들에게 풍성함이 있으리라.
우리들은 매년 5월 초순에 심은 고추를 이번에도 매주 수확하기에 한창이다. 우리들도 여름을 실감하는 피서객들처럼 이때쯤이면 날씨가 무더웠으면 한다. 그것은 밭에서 따서 모아들인 고추를 잘 마르게 하기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날씨가 그리 신통(神通)하지 않고 여름장마가 지나갔는데도 흐리고 비오는 날이 잦다. 백중을 한 주간 앞둔 수요일에는 하지감자를 캔 자리에 새롭게 두둑과 골의 이랑을 만들어서, 겨울김장으로 사용할 배추와 무씨를 땅에 뿌렸다.
산골이라서 더욱 그런지? 이제 아침저녁으로는 찬바람이 찾아들면서 여름이 다 지나고 가을로 접어드는 것 같다.
공 동 체 소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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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터 공동체 가족
김시우
라홍채
최성재
최영애
정무래
박종만
박병민.진선미.한솔.진솔
* 희망의 언덕에서는(회장:유상현) 금산밀알의집, 새터공동체 그리고 이웃 장애인 분들과 함께 갖는 화요일 모임을 8월 9일에 반석교회에서 모임이 있었습니다.
☻ 기도하며 함께 하신 분들
김기홍.동춘교회4남선교회.정무래.최영애.라홍채.주식회사EG(이광형).대전제일교회.김남완.이원교회.튼튼영어대전동구(연월순외10인).채윤기(박현실).참좋은교회청년부(6인).그리스도의집(옹인숙외2인).진명구.세광교회.대전노회.대덕교회.박종만.기물리교회.국민건강보험공단금산지사(전흥준외5인).동부명성교회.김종택.옥천동부교회.대전성남교회.신건태.영락교회(8인).찬미교회.금성교회.대전일보(김세원.정진일외2인).진주문교회여전도회(김상용외6인).최선희.금산마포식품(1인).성화원(양인기).화평교회(안병률).분평청북교회.표순자.추부제일교회.만나교회(전남홍외4인).굿모닝베이커리.대한적십자금산군추부봉사회(성삼순외5인)
(호칭은 생략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