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장터 월산(月山)식당에서 순대국 한그릇 시켜놓고 삼겹살에
쇠주 한잔 걸치는 아!! 이 맛!!
자신이 술꾼으로 평생을 살았다는 행복감에 젖는데, 식당 밖 동녘
산위에서는 둥근 보름달이 우리 술자리에 축복을 보낸다.
식당이름이 ‘달과 산’이라!! 여기 식탁위에는 소줏잔 부딪치는 소리!!
참 좋은 밤, 참 좋은 그림이다.
백무동 느티나무산장 본관 2층 1호실에 여장을 풀었다.
머리를 한신계곡쪽으로 두고 잠들었다. 새벽녁 눈을 뜬 순간, 15야(夜)
둥근 달은 계곡 위 높은 능선위에 와 있었다.
커튼을 재치고 창문을 열어 달빛을 방안으로 모시는데, 계곡의 물소리
는 잔잔한 음악이 되어 새벽을 깨운다. (2011년10월11일. 음9월15일)
느티나무산장식당에서 해장국으로 숙취를 풀다. 벽송사에 들렸지만 '변
강쇠'는 만날 길이 없었고 귀로는 오도재를 넘기로 했다.
고갯마루에서 지리산 주능선 정상부위를 카메라에 잡아 보았다. 아!! 저
능선!! 그리고 천황봉(天皇峰)!! 그리고 오도재!!
주능선 저 너머로 대원산방의 그리운 사람 조홍규 조경남 부부화가 생각에
내 마음은 행복에 젖어 들었다.
동행했던 황한섭 시인은 ‘지리산에서’ 라는 시를 남겨 주었다.
(사진) 오도재 넘으며 바라다 본 지리산 주능선 (정상부위)
오늘 가을 단풍보다도 가벼운 하루였습니다 / 달과 산과 물소리 /
파묻힌 기억들을 끄집어내면 / 아이들도 울고 어머니도 울고 초목
마저 슬퍼 흐느껴 울었습니다 //
지리산 봉우리 말없이 자란 노송의 곁에는 / 말도 배우지 못한 어린
것의 영혼이 바람에 흔들거리다가 / 벽송사 풍경소리를 따라 흩어집니다 //
고향을 떠나온 / 말 못할 사연들이 하나둘 저녁연기처럼 곱게 피어오르면 /
침낭 속에서 고향 꿈을 꾸었습니다 //
가슴을 닫은 체 / 피아골 능선 차가운 바위틈에 몸을 숨기면 / 천공을 뒤흔
들던 포격음 / 짧은 순간이었습니다 //
사랑하던 젊은 동지가 팔이 떨어져 나간 체 / 꽃송이처럼 지고 말았습니다 //
고향 가는 그 길에도 / 봄은 소리 없이 오고 또 가고 /
가을이면 양지녘 당신이 묻힌 그곳에 / 하얀 구철초 목을 내밀고 /
밤이 오면 소쩍새 한 마리 목이 마르게 울다 갑니다 //
(지리산에서 / 詩 황한섭)
첫댓글 시가 애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