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새장의 새처럼
病弱無能登厠上
병약해 화장실을 가지도 못하면
籠禽徒爾展雲望
새장의 새처럼 구름도 못 보네.
稚孫擔石如經羽
어린 손자는 돌도 가벼이 들고
兒戱成軍王大將
아이들 군대 대장 노릇을 하네. 1)
寵祿千鍾視似夢
봉록 천종이라도 꿈같이 되었고 2)
靈臺一片畵難狀
영대 한 조각의 그림조차 없네. 3)
此中取得忘憂物
이속에 세상 잊는 삶을 얻으니 4)
終日看書臥墨帳
종일 책 읽고 누워서 묵화 보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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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희성군(兒戱成軍): 아이들 군대를 만들어 놀이하다. 시인은 몸이 약해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간 때인 것 같고, 손자들이 노는 모습을 여기 묘사하는 듯.
2) 총록천종(寵祿千鍾): 황제가 내린 급료가 천 종(鍾/ 옛날 곡식을 재는 큰 수량)이나 많음을 말함.
3) 영대일편(靈臺一片): 영대가 ‘마음’을 달리 표현하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옛날 임금이 올라가서 내려다보던 누대(樓臺)를 말하니 그 모습의 한 조각이 된다.
4) 취득망우물(取得忘憂物): 도연명(陶淵明)의 잡시(雜詩)를 생각한 듯, “국화를 따서 이 술[忘憂物]에 띄우고(汎此忘憂物)....... 이 삶의 즐거움을 얻는도다(聊復得此生).” 도잠이 슬을 통해 세상을 잊고 자신의 즐거움을 누림 같이 시인은 독서하며 그렇게 한다는 의미 같다.
5) 묵장(墨帳): 수묵으로 그린 묵화(墨畵)인 동양화를 그린 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