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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바다가 그리운 8월입니다.
무더운 여름 밤 시 한 편으로 더위를 잊어보시길 바라며
많은 참석 부탁드립니다~^^
가시 눈물
탱자나무 눈은
가시다
한 때 저 눈이 피어내던 소란한 흰 꽃
그 꽃자리에 매단
단란한 등
등 바람
풀 수 없는 경계의 눈 젖고 있다
난무한 숲
속속들이 부풀리고 있다
잿빛 허공에 맺혀
그렁대는 생각
어제 혹은 내일
그대에게 걸린
시린 내 맘처럼
저수지 눈
*
갈대 곁에 선다
출렁출렁 구름이 그리는 네 얼굴
막막한 그리움
돋움체로 쓰는
노을
대지의 외눈 붉게
운다 어둑
어둑 분별하지 못하도록
**
둑길 함께 도는 하루살이 떼
둥글게 춤을 추며 걸음을 잰다
팔 훠이 휘저으면
고만큼 멀어졌다간 황급히 따라붙는
가벼운 집착
무리를 잃은 한 마리
안하무인 왼쪽 눈에 뛰어든다
그렁그렁 내가 운다
나의 맘 잠긴
외눈
저도 이토록 아팠겠다
다솔사 누드
다솔사 앞마당에 불에 탄 느티나무 한 오백 년 살고 있다
죽음의 화평은 누드임을 몸소 설파 중이다
살아온 습성의 자리일까
움푹 파진 아랫도리, 낯선 마음 붙잡아 세운다
이왕지사 컴컴한 그 품속으로 한 사람 또 한 사람 들어가 키득거려보는데
그 순간만은 그들 오롯이 나무이지 않겠는가
단란한 관 속의 한 때랄까
죽음도 나이가 되는 느티나무, 이래저래 손을 타긴 탔나보다
수척하다
다시 찾은 다솔사
검은 누드의 아랫도리에 밥그릇만한 목불상 독방 차지다
그 품에 들지 못한 마음 서운해져서는
깊고 웅숭한 뒷간에 오줌발 갈기는데
해지는 오후 잠시 왁자해졌다
하늘 안감으로 짜놓은 추억의 사닥다리 다솔사 누드
천리 밖 그대이다
말랑한 마음
빳빳한 팔월 화분에
지난 봄 꽃피운 아잘리아 다시 꽃망울 연다
뭔 작정으로 밀어올린 두벌 살이 인가?
발칙한 꽃잎,
고쳐서 불러보는 갸륵한 꽃잎!
가라면 가야지 돌아선 그 걸음
하루 해 넘기기 전
뚜벅뚜벅
제자리로 돌아와
울고 있는 사람
가란다고가지는게사랑인냐고
잊자해서잊혀지는게사랑인냐고
말랑한 마음
두벌 꽃 핀다
기차는 올까
가을,
간이역
구석진 곳부터 싸늘히 식고 있다
고개 돌린 해바라기가 건너다보는 들녘
하롱하롱 고추잠자리 떼
액자 속으로 들어갔다가
나직한 담장에 기대어선
개망초 시든 이마 쓰다듬고 있다
기차는 좀처럼 오지 않고
시선 자주 역사 밖 철로를 서성이는 여자
비스듬히 길어진 그림자
흔들어 깨우는 스피카의 비음
‘새마을호 열차를 먼저 보내는 관계로 무궁화호 열차가 연착하겠음’을
알리는 사이 저무는 들녘
빤한 길속으로 휘어진 햇살
꽁무니 말아 쥐며 달아나고 있다
언제쯤 기차는 여자를 만나러올까
밀서
허리를 굽혀 오래
모래밭을 뒤졌으리라 그대여
무릎을 꿇고 또 꿇고
검은 비닐봉투 속으로 차례차례 들어와
짜그락짜그락
왁자한 빈 조개들의 말
한 때 저들 파도의 식솔이었겠죠
각각의 문양처럼
각각의 사랑이었고요
번들번들한 바다의 등을 넘고 또 넘으며
살점 메우던 그 자리
비릿한 파도향 새겨 넣었네요
두 손 허리 뒤에 마주 잡고 오래,
오래 모래밭을 거닐었군요 그대
추억에는 비린내가 난다
한 장 사진의 풍경
풀들이 바람에 등 구부린 채 나란히 누웠다
가만가만 바람에 귀댄 사람
꺼지지 않는 웃음
비스듬히 내려놓은 왼손엔 연한 봄 한 다발
구불텅한 늪 길
앞서 걷던 사람 뚝.뚝 꺾어준 마음
붉은 꽃 속에 똬리를 틀었다
비안개 배웅하고 돌아온 둑길
늙지 않는 저 봄
추억에는 푸른 비린내가 난다
소리길
못 둑에 멈춰 서서 그에게 전화를 한다
쇠물닭을 화두 삼으며
쇠물닭은 전혀 궁금하지 않을 테지만,
끊어진지 오랜
소리의 길 이어놓았다
쇠물닭이 직선으로 헤엄쳐가는 길
못물은 몸을 풀어 둥그렇게 쓸고 있다
소리의 저쪽과 이쪽
쇠물닭을 볼 수 없는 그와
소리를 따라 번지는 내가 있다
소리의 집
산 못 가득
초록 짙어지자
초록 안에 자란 소리
소리 빼곡하다
슬금슬금 내려와
몸 담그는 산그늘 흔들며
저녁 뻐꾹새 울음 겹으로 풀어진다
담 모퉁이 깨금발로 서서
날 부르던 어머니,
출렁출렁 어둠살 밀치며
툇마루기둥에 매단 호얏불처럼
만삭의 달 내다 건
소리의 집 환하다
천리향에게
천리향 앙다문 꽃잎 열고 있다
올해 두 번째 눈이 내리는 오후
그래서 말인데
천리 밖 그대
삼백육십오일, 천리향이고자 되돌아온 길에
저 눈 앞서거니 뒤서거니 동행하였다 듯
그러니까 영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면
돌아오는 길 너무 멀지 않다면
겨울의 덧니 초록 잎 사이
뾰조시시 내민 흰 꽃
그리움의 등 따라서
희뿌옇게 휘갈긴 눈발 따라서
돌아올 길 살피는
천리향 마음
백로
둑에 앉아
저무는 저수지를 바라보았다
가을이 여름을 건너 백로로 가는 길
햇살이 산을 허물어 어둠을 받아들이고
못물이 갈대를 건너 억새 흰 뿌리에 젖을 물리는데
아득한 그대
수심으로 깊어지고
둑을 건너 포도밭 건너 이차선 소방도로 건너
저녁 불 켜든 아파트
그 거리를 건너와서
물비늘 사이에 박힌 별을 줍고 있다
물렁한 마음 으깨며
불룩해진 달 속으로
푸드득 백로 한 쌍 맨발로 날아간다
오후와 저녁 사이 못물과 억새 사이
단풍
아름다운 주검이다
환하게 몸 불 피워
서로의 마지막 길 밝히는 사랑
나의 사랑 끝내 단풍들면
가는 길 내내
그의 등불이 될까
휘몰아치는 바람에
떨어져 쌓여
등에 등 업고
그리운 생각
아직 붉다
입동
한 때 어머니 다섯 골짝 논밭 다 일구셨지요
입동 햇발 짧아지듯 야금야금 줄어들어
고작 남은 마당밭
추수한 무 스물세 개
가지런히 눕혀두고
오남매 공평하게 분배하랴 고민, 고민 중이신데요
-이기 야야, 니 개 씩 하만은 이클 남고. 다섯 개씩 하만은 두 개가 모지란다
소리에 젖다
오지게도 내린다
삼월 한밤 내내
두터운 침묵 두드리는
푸른 빗소리
안으로 동여맨 섶 풀어내어
차박차박 적시고 있다
부풀리고 있다
꿈속까지 따라와
하염없이 수런대는 댓잎 같은
그대처럼
지금 지상은
제 소리에 겨워 우는
타악기이다
다시 소리에 젖다
소쩍새 운다
중모리로 넘어가다
자진모리로 자지러진다
앞산 명치 끝에 터억 걸렸다
뒷산 다 받아넘긴다
소쩍새 울음
명주실꾸리 잡아당겼다 풀어낸다
끊어질듯 끊어질듯 이어지는
저 노래의 실꾸리
소쩍새 울음 베개 삼아
속 다 비우고 비우고 나서야
노래가 된 여자가 있다
까치집
청도 금천 산마루
구불텅 구불텅 내려오다가
안개에 갇혀 단꿈 꾸는
산골마을 만났네
둥근 무덤 몇 채 모셔 두고
더불어 살고 있었네
허물어진 담벼락 사이
하늘 괴고 서 있는 감나무
우둠지에 신방 꾸민 까치집
아욱꽃 같은 저녁연기 피어오르고 있었네
가던 길 문득 잊고
한 백년쯤 까치집에 세 들어 살고 싶었네
돌아갈 길 영영 놓치고 싶었네
방
적적한 웅덩이 같은
내 마음의 방
여름 소나기처럼
느닷없이 후둑이는 그대
별 심고, 달 걸고, 산사나무 심고, 찔레나무 심다가
그 별 쓸어모아 팝콘 만들고
달 속에 우물 파고 두레박 내리고
빈 몸 산사나무에 붉은 등 달고
찔레나무 흰 꽃송이 피워내는
요량 없이 장대비 맞은
만수위 웅덩이처럼
해종일 출렁이는
나는
노을은 그리움으로 핀다
노을이 펼친 길을 따라 자전거를 탔습니다. 여민 마음을 헤집고 웃자란 그리움이 미행하였습니다. 가을 어귀 잘 익은 홍옥 같은 태양이 어슴푸레한 그의 눈빛만 같았습니다. 차오르는 눈물이 나의 심장을 꺼내어 닦았습니다. 그 눈물 쓱, 훔치는 사이 풍덩 해는 빠졌습니다. 그의 눈빛을 잃었습니다.
저무는 길 위로 긴 머리는 오래 날렸습니다. 한번쯤 그의 이름을 불러보고 팠지만 꾹꾹 참았습니다. 나에게 그는 이제, 부를 수 없는 이름인가 봅니다.
어둠이 깊어지자 이내 별들이 돋았습니다. 달려드는 자동차의 불빛에 아찔 길을 놓았습니다. 자전거의 높이만큼 무너져 내렸습니다. 바라보던 그 하늘도 함께 넘어졌습니다. 뒤덮인 하늘이 그였음 했습니다.
불씨
바람이 몰린다.
이미 재가 된 더미 속으로
몰리어 다니며 불씨를 찾는다.
해가 질 무렵
들판은 온통 불바다이다.
사람들은
옷섶에 묻은 추위를 녹이기 위해
마지막 남은 풀덤불의 씨앗을 태우기 위해.
서서히 어둠은 깔리며 깊어지고
몇몇 남은 불씨들을 발로 으깨며
일제히 자리를 떴다.
간간이,
허수아비의 마른 기침소리 뿐
들판은 숨을 죽이고 있었다.
여윈 하현달이 뜰 무렵
썩은 나뭇가지 하나
툭, 내려앉는다.
바람을 일으켰다.
바람은
삽시간에 돌개바람이 되었다.
아우성치며 잿더미들이 일어서고
가장 은밀한 곳에 숨어 피를 말리던
불씨 하나가
순간, 춤을 추며 솟구쳐 올랐다.
볏가리 긴 행렬이
거대한 불꽃이 되어 돌아간다.
번쩍이는 머리카락 하늘로쓸어 올리며
겁에 질린 하현달을 삼켰다.
바람은 바람끼리 몇 마디 인사말을 건네며
벌판을 가로질러 바삐 가 버리고
불씨는,
홀로 남아서 마지막 숨을 깜박이고 있었다.
저물 녁
-어머니(2)
그대 없어
이내 묵은 산 아래 작약 밭
아홉 마지기 넘던 밭 해마다 산의 풀들이 내려와 덮어 버리고 그나마 남은 작약 밭 보러 갑니다 요소비료 포대기에 호미 한 자루, 소주 한 병 챙겨들고 서걱대는 억새풀 가르며 그대 무덤 들러서 가는 길 작년 봄 덧심은 잔디는 웃자라 뿌려 준 잔 받아 마시며 솔바람에 더욱 깊이 흔들리는데...... 먼 산 바라보며 돌아앉은 내게 그대 간혹 헛기침으로 부르는 수정골 작약 밭 길
산 아래, 저무는 산 아래
들짐승 같은 산 그림자 성큼
그 산길 내려오면
나 또한 어둑어둑 산으로 덮입니다
<약력>
- 김기연
* 계명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전공
* 1993년 [한국시] 작품상 등단
* 시집:『노을은 그리움으로 핀다』,『소리에 젖다』, 『기차는 올까』
* 한국시인협회, 한국문인협회, 한국작가회의, 대구시인협회 회원
* MBC라디오 [김기연의 시로 쓰는 풍경] 진행, 대구시교육청 문학영재 전임 강사 역임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파견작가 및 창작지원금 수혜
* 현) 시 창작 강의 중
첫댓글 수고 많습니다. '다솔사 누드'는 호산고 2학년 안진희, 허성호 박진아 양이 '불씨'는 호산고 2학년 조연수양과 정지홍이 낭송했으면 합니다. 저도 학생들과 의논해야 됩니다만 오늘 중으로 협의해서 최종 신청을 하겠습니다.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학생들이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낭송 순서는 ''다솔사 누드', '불씨'로 했으면 합니다.
선생님,참여 감사합니다. 학생들의 참여는 더더욱 반가운 일이지요.
감사합니다. 조연수 학생 대신에 1학년 백수희양으로 교체합니다.
그리고, '다솔사 누느'는 안진희, 박진아 양이 낭송합니다. 참고하세요.
학생들의 낭송 멋~~지죠!. 정지홍선생님 화이팅!!
정지홍 선생님,잘 알겠습니다.
교육부장님 수고 많으십니다
정지홍 선생님 늘 멋져요 화이팅입니다.
회장님께서는 여는시 선정 수정하셨는지요?
교육부장님 수고 많으십니다
'불씨' 낭송 할게요~^^
우경희 선생님, 낭송시 선정 부탁드립니다.
기차는 올까 낭송합니다^^
네. 신청하신 여러분 ~
모두 감사드립니다. 아름다운 목시의 밤을 기대합니다.